최초의 한국 vs 한국의 결승전이었고 양 팀 모두 대단한 경기력으로 선전했다. SKT T1은 우승을 얻었고 쿠 타이거즈는 전 세계에 팬을 얻었다. 승자는 있어도 패자는 없었다.

1세트부터 양 팀은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운영과 합류 싸움으로 승부를 보려던 쿠 타이거즈, SKT T1은 더욱 빠른 운영과 합류로 서열을 확실히 했다. 2세트는 난전의 연속이었다. 분 단위로 싸움이 벌어졌고 SKT T1은 끝끝내 벌어진 격차를 역전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4세트에는 '페이커' 이상혁의 독무대였다. 연달아 세 번의 솔로킬을 기록한 이상혁은 자신의 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 롤드컵 결승 '페이커' 앞구르기 시전!! 왜 굴렀을까?

우리형이 이상했다. 과묵하고 조용했던 평소답지 않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큰 무대에서 굴렀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우승 기념으로 생 브로콜리까지 우적우적 먹었다. 우리형은 아마 무대 체질인가보다.

'페이커' 이상혁이 롤드컵 결승 무대에서 구르자 전 세계 커뮤니티는 혼돈에 빠졌다. "왜 굴렀을까? 결승전에서 깜짝 카드로 미드 베인, 혹은 미드 람머스를 예고하는 것인가?" 등 다양한 예측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그럴듯한 이야기는 '페비밴'의 요청을 받았다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다양한 페러디 게시물이 쏟아져 나오며 '웃음 사냥꾼' 페이커의 마음을 기쁘게 했다.




■ '한 대 칠까?' 했을 뿐인데.. 쿠 타이거즈가 보여준 살아있는 경기력

학창 시절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 별 것도 아닌 조그만 시비에 친구가 형을 불러왔을 때다. 솔직히 말로 해도 충분히 해결되는 일인데 당시에는 친구의 형이 무서워 아무 말도 못했다.

SKT T1은 1세트, '벵기' 배성웅과 '울프' 이재완이 '갱킹을 해볼까?' 하며 폼만 잡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떨어지며 쿠 타이거즈 다섯 명이 모두 모여 오히려 선공을 날렸다. 분명, 라인전도 진행 중이고 CS도 먹어야 했는데 쿠 타이거즈는 빛의 속도로 뭉쳤다. 결승전을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감각이 얼마나 날카롭게 살아있는지 보여주는 매우 좋은 예시다.

쿠 타이거즈는 잘싸웠다. 운영, 한타, 라인전, 합류 모두 준수했으며 다른 팀을 만났다면 이기고도 남을 실력이었다. 쿠 타이거즈는 이번 롤드컵이 첫 출전이었고 준우승을 기록했다. 다음 시즌이라면 충분히 우승도 가능할 듯 싶다.




■ '울프' 이재완이 보여준 '칼' 3인 도발 시전

쉔의 '도발' 스킬은 여러 차례 너프를 당하며 그 폭이 점점 좁아졌다. 쉔이 잘 쓰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기도 했다. 이재완이 영상을 통해 보여주는 3인 도발은 팀의 한타 승리를 이끌어내는 완벽한 스킬 사용이었다.

드래곤을 내준 SKT T1은 그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무조건 싸움을 걸어 피를 봐야했다. 그런데 상대가 정말 잘 도망갔다. 여차하면 한 명만 내줘도 되는 상황이었다. 이때, 이상혁의 카사딘은 뛰어난 기동력으로 상대 뒤를 잡았고 '울프' 이재완의 쉔은 궁극기를 통해 이상혁이 위치한 곳으로 이동해 도착하자마자 3인 도발에 성공했다.

MSI때 팀의 약점으로 평가받던 이재완은 이번 결승전에서 매우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줬다. 알리스타, 쉔 등 메타에서 가장 뛰어난 평가를 받는 서포터를 잘 다뤘다. 전문가들은 이재완의 보이지 않는 공훈을 이야기하며 그가 충분히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다고 수 차례 언급했다.




■ '페이커' 이상혁을 건들면 아주..

SKT T1 팀원 모두가 원했던 전승 우승이 단 한 세트를 남겨두고 깨졌다. 대기실의 분위기는 심각해보였다. 전승 우승이 깨진 탓인지 속상한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이상혁이 그래보였다. 혹시 SKT T1이 그대로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4세트 경기에 이상혁은 다시 라이즈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세 번 연속 솔로킬을 기록하며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SKT T1쪽으로 기울였다. 기회다 싶으면 달려드는 라이즈의 저돌성은 이상혁이 얼마나 우승을 원하는지 보여주는 듯했다.

라이즈의 강함을 지켜본 팬들은 왜 다른 선수들은 라이즈를 사용하지 않는지 의아해했다. 이상혁은 우승 스킨이 출시된다면 라이즈가 브로콜리 머리를 했으면 좋겠다며 웃음 사냥꾼 모드를 다시 켰다. 이상혁은 웃겼지만 그의 라이즈를 보고는 웃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