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SKT T1의 우승과 KOO 타이거즈의 준우승으로 마무리됐다. 한 달 동안 이어졌던 장기 레이스에서 한국 대표 세 팀 모두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SKT T1의 최고 승률 우승이 가장 돋보였고,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롤드컵에 출전했던 KOO 타이거즈와 kt 롤스터의 준우승과 8강 진출 역시 좋았다.

이번 롤드컵을 통해 한국은 e스포츠 강국의 위엄을 다시 한 번 전 세계 팬들에게 보였다. 한국 관련 이슈를 제외하고도 볼거리는 많았다. 시즌2 이후 잠적했던 대만 지역의 선전은 물론, 북미 지역과 중국의 몰락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회자할 만한 것은 바닥까지 내려갔던 유럽의 부활이었다.


■ 꾸준했던 유럽... 악몽 같았던 2014년

지금에 비하면 규모가 작았던 롤드컵 시즌1에서는 유럽의 프나틱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국에 아직 리그 오브 레전드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았던 때였고, 참가 지역도 매우 적었던 것을 고려해서 봐야 하겠지만, 프나틱의 우승에는 특별한 점이 있었다.


프나틱은 최근 정석으로 굳어 버린 EU 메타를 창시한 팀이었다. 당시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다양한 챔피언이 다양한 라인에 위치했다. 이처럼 중구난방이던 리그 오브 레전드의 메타는 프나틱의 EU 메타 앞에 무너졌다. 이제 유럽은 EU 메타와 함께 승승장구할 것으로 보였다.

1년 뒤에 펼쳐졌던 롤드컵 시즌2에서도 유럽 지역의 강세가 이어졌다. 당시 유럽 대표로 출전했던 M5와 CLG.EU가 각각 3, 4위에 오른 것. SK 게이밍이 아쉬운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확실히 유럽은 이때까지만 해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주축이었다. 2013년에 열렸던 시즌3에서도 프나틱이 4강에 진출하며 유럽의 위엄을 이어갔다.

이처럼 유럽 대표 팀은 롤드컵에서 꾸준한 면모를 이어가긴 했지만, 뭔가 불안했다. 우승을 차지한 시즌1 이후 조금씩 성적이 떨어졌다. 시즌2에서는 세 팀 중에 두 팀이 4강에 진출했던 것에 비해 시즌3에서는 프나틱만이 4강에 합류했다. 그리고 유럽의 위엄은 시즌4에 이르러 완벽하게 무너졌다.

2014년 동남아 지역을 거쳐 한국에서 마무리된 롤드컵 시즌4는 유럽 대표팀에게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약 3년 동안 이어졌던 유럽의 강세가 한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 대표로 롤드컵 시즌4에 출전했던 팀은 프나틱과 얼라이언스, SK 게이밍이었다. 세 팀 모두 역대급 라인업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무너졌다. 경기력은 물론, 경기 외적으로도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프나틱과 얼라이언스, SK 게이밍은 모두 조별 예선 탈락의 쓴맛을 봤다. 대장군 '엑스페케'와 초신성 '레클리스', 유럽 미드의 대표 주자 '프로겐'도 높아진 세계의 벽 앞에 쓰러졌다. 특히, SK 게이밍은 주전 정글러였던 '스벤스케렌'이 인종 차별 발언으로 출전 정지를 당하자 더욱 힘을 쓰지 못했다.

그렇게 유럽의 자존심은 2014년에 완벽히 무너졌다. 목표로 삼았던 한국과 중국은 물론, 오랜 라이벌인 북미 지역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성적과 함께 집으로 향해야 했다.


■ 이대로 쓰러질 그들이 아니다! 부활의 서막 알린 유럽

시즌4에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던 유럽 지역팀들은 2015년 들어 한층 성장한 경기력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메타를 만들 줄만 알고 제대로 활용할 줄 몰랐던 이전 시즌들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2015 LCS EU는 다른 지역 리그들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후니' 허승훈과 '레인오버' 김의진이 소속된 프나틱과 '엑스페케'의 팀으로 명성을 얻은 오리젠, '류' 류상욱의 합류로 더욱 강력해진 H2K가 돋보였다. 세 팀은 보기 좋게 롤드컵 시즌5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특히, LCS EU 1위와 2위를 차지했던 프나틱과 오리젠의 경기력에 많은 팬이 관심을 내비쳤다.


그리고 그들은 해내고야 말았다. 비록, H2K가 조별 예선에서 탈락의 아쉬움을 삼키긴 했지만 프나틱과 오리젠이 건재했다. 프나틱은 유럽 지역을 제패했던 완벽한 경기력을 롤드컵 시즌5 내내 보였고, 오리젠은 특유의 '아웃 복서' 스타일로 여러 강팀을 무너뜨렸다.

물론, 완벽한 부활은 아니었다. 프나틱은 KOO 타이거즈에게, 오리젠은 SKT T1에게 0:3 완패를 당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불과 1년 전에 비하면 월등히 발전한 경기력과 최종 성적이었다. 더 이상 유럽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며 유럽 팬들의 질타와 전 세계 팬들의 놀림을 받는 지역이 아니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북미 지역과 함께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지역. 얼마 전까지 그들은 '용두사미'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지역이었다. 시즌1 우승 이후 조금씩 하향 곡선을 그렸던 유럽은 2014년에 완벽하게 무너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 들어 한국 선수 영입과 같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부활의 서막을 알렸다. 이제 누구도 유럽 지역을 놀림감으로 삼지 않는다. 만약 2016년 진행될 롤드컵 시즌6에서도 유럽 대표 팀이 멋진 활약을 보인다면, 그때는 정말 "유럽이 완벽하게 부활했다"는 평가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