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강남 넥슨 아레나에서 열리는 한국 최초의 컵대회인 2015 네이버 KeSPA 컵 2일 차에서 2개의 아마추어 팀과 4개의 프로팀이 IEM 쾰른 초청권을 얻기 위해 대결을 펼친다. 하루 동안 총 6개의 팀이 맞붙는 만큼 관전 포인트 또한 많고, 롤드컵 기간 동안 많게는 2달 이상 휴식을 한 팀들이 얼마만큼 발전했을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다.

SKT T1과 kt 롤스터 그리고 타이거즈에게 롤드컵은 축제 기간이었지만, 2일 차에 나오는 대다수 팀에게는 수련 기간이었다. 그리고 약 두 달 만에 성과를 증명할 기회가 그들에게 주어졌다.


■왕조를 다시 세우기 위해선 방심은 금물이다. 삼성 vs ESC 에버


2일 차 첫 경기의 주인공은 삼성과 ESC 에버다. 삼성은 2015 섬머 정규 시즌에서 지난 시즌보다 겉으로 보기엔 훨씬 나아진 성적표를 받았다. 섬머 정규 시즌의 성적은 6승 12패로 7위에 올랐다. 8개 팀 중 최하위였던 지난 시즌과는 확연히 달라진 결과였다. 그러나 실상을 파고들면 아쉬운 점이 많이 보인다. 삼성의 6승 중에서 중상위권 팀에게 따낸 승리는 하나도 없다. 6승 중 5승이 롱주 IM, 레블즈 아나키, 스베누 소닉붐에게 승리한 것이다.

그래도 승강전에는 가지 않았고, 유리한 경기는 제대로 굳혀 6승을 따냈다. 이기던 경기를 그르치던 2015 스프링 시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경기력도 정글러인 '이브' 서준철의 고질적인 문제 챔피언 폭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모두 나아졌다.

롤챔스에서도 매 경기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던 삼성이 롤챔스 플레이오프와 롤드컵이 진행되던 동안 얼마나 더 기량 상승을 끌어냈을지 궁금하다. 특히, 미드 라이너인 '크라운' 이민호는 엄청난 연습량으로 솔로 랭크 1위에 오르는 폼도 보여줬다. 다시 왕조를 세우겠다는 '목표'가 있는 삼성에게 겨울의 첫 번째 과제가 주어졌다.

삼성의 상대인 ESC 에버는 2016 스프링 승강전에 진출했던 팀이다. 비록, 스베누 소닉붐에게 패배하긴 했지만, 1승을 따낸 경기에서 주도권을 잡는다면 프로팀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삼성이 방심한다면 충분히 치명상을 입힐 줄 아는 팀이다. 만약 ESC 에버가 삼성의 빈틈을 찔러 1세트를 따내 기세를 탄다면, 3판 2선승제인 KeSPA컵에서 이변이 발생할 수도 있다.


■벼랑 끝에선 위너스 vs 결단을 내린 CJ 엔투스


단편적으로 위너스라는 팀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레블즈 아나키와 함께 승강전에 올라 최종전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던 팀이라고 하면 떠오를 것이다. 한 세트가 두 팀의 운명을 바꿨다. 최종전에서 승리한 아나키는 롤챔스에 합류했고, 스프링 시즌 개막전에서 나진 e엠파이어를 꺾고, 색깔 있는 팀으로 인정받았다. 어제 열린 KeSPA 컵 개막전에서 다시 나진 e엠파이어를 꺾어 프로팀 간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명실상부 롤챔스 팀이 됐다. 위너스에게 이번 KeSPA 컵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이번 KeSPA 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프로게이머로 가는 등용문이 열릴 수도 있다. 그러나 허무하게 패배한다면, 다음 승강전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 팀이 분해될 수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목표를 쫓는 것은 힘든 일이다. 졌을 때 많은 것을 잃지만, 한 세트라도 이긴다면 더 많은 것을 얻는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판이 깔렸다. 위너스는 후회가 남지 않도록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한다.

하지만 CJ 엔투스에게 위너스의 사정은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지난 플레이오프는 CJ 엔투스와 팬 모두에게 아쉬움을 안겼다. 팀의 고질적인 문제인 밴픽에서 여전히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타이거즈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CJ 엔투스는 이에 무너질 팀이 아니다. 한국 LoL 리그와 역사를 함께한 팀이 아니던가. CJ 엔투스는 이번 KeSPA 컵에 돌입하기 전 신예 3인방을 모두 내보냈다.

이 판단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모르겠다만, 확실한 것은 CJ 엔투스가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우유부단하게 다른 팀의 체제를 쫓지 않았다. 이는 기존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 판단이다. CJ 엔투스 위의 3팀은 롤드컵으로 진출했다. SKT T1, 타이거즈, kt 롤스터. 이들의 축제를 즐기는 동안 CJ 엔투스는 아마 이를 악물었을 것이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이제 열매를 먹을 시간이다.


■ 정상 근처에 선 타이거즈와 잃을 것이 없는 스베누 소닉붐


타이거즈는 롤드컵을 발판 삼아 많은 기량 상승을 이뤄냈다. 세계 최강의 SKT T1을 2세트나 몰아붙였고, 실제로 1세트를 따내 그들의 전승 우승을 저지 하기도했다. KeSPA 컵과 롤드컵의 텀이 길지 않기에 휴식기를 가졌어도, 고달픈 일정임은 틀림없다. 그 때문에 컨디션 난조가 있을 수도 있지만, 훨씬 더 많은 이점을 가졌다. 날이 선 실전 감각이라는 이점을 말이다.

그러나 롤드컵 버전 중심으로 연습했기에 5.18 버전 이후로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하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고평가 받는 킨드레드를 사용할 수 있는 버전으로 진행되는 KeSPA 컵은 타이거즈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이점을 고려하더라도 타이거즈의 승리가 점쳐지는 것이 사실이다.

상대인 스베누 소닉붐은 정규 시즌 1승 17패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바닥 중의 바닥 그것이 스베누 소닉붐에게 내려진 평가였다. 강팀을 상대로는 내일은 없다는 듯 승부수를 던지다가도 중하위권 팀들과 만났을 땐 완성도가 미흡한 운영을 펼치다 자멸했다. 다음 시즌 스베누 소닉붐은 여전히 하위권 팀일 것만 같았다. 그러나 승강전에서 스베누 소닉붐은 완벽히 달라졌다.

'플로우' 성연준을 영입하기 전까지 스베누 소닉붐은 무색무취의 팀이었다. 그러나 성연준이 합류한 스베누 소닉붐은 확실한 색깔을 가지게 됐다. 마치 '피카부' 이종범이 합류한 kt 롤스터의 섬머 시즌 2라운드처럼. '썸데이' 김찬호의 이렐리아에게 두 번의 솔로 킬을 내주고도 킬을 따내던 '소울' 서현석은 더욱 이빨을 드러냈고, 자신이 캐리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던 '사신' 오승주도 그 짐을 덜었다.

분별없이 공격적인 라인전을 펼쳐 항상 상대 정글러의 먹이였던 봇 라인은 이제 성연준이라는 맹수가 도사리는 굴일 수도 있다. 타이거즈는 정말 강력한 상대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

타이거즈는 현재 메타에 적응 중인 상태고, 스베누 소닉붐이 충실히 노력했다면 현 메타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운영적인 부분에서는 여전히 밀릴 수도 있지만, 타이거즈의 평가가 절정에 이른 지금 스베누 소닉붐이 한 세트라도 따낸다면 팬들의 지지와 함께 남은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 네이버 2015 LoL KeSPA컵 2일 차 일정

1경기 - 삼성 vs ESC 에버 (오후 3시)
2경기 - 위너스 vs CJ 엔투스 (1경기 종료 후)
3경기 - 타이거즈 vs 스베누 소닉붐 (2경기 종료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