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픽 전략의 가장 큰 의미는 변수 차단이다. 팀이 준비한 조합, 특성을 살리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챔피언을 제거해 승리를 보장한다. 이 말을 뒤집으면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혹은 변수라고 생각하지 않는 비밀병기는 팀을 승리로 이끄는 큰 무기가 된다. 세계 최강 SKT T1을 상대로 ESC Ever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SKT T1이 생각하지 못한 변수, 바드 때문이다.

바드는 LoL에 등장한 120여 개의 챔피언 중 가장 특별한 개성을 지녔다고 평가받았고 그 이유로 외면 받기도 했다. 패시브 스킬인 '방랑자의 부름'은 바드가 봇 라인에만 안주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맵 이곳 저곳을 방랑하게 만들었다. 원거리 스턴기인 '우주의 결속'은 까다로운 조건 덕분에 원하는 때에 사용하기 힘들었고 궁극기 '운명의 소용돌이'는 아군 운명까지 소용돌이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챔피언에 대한 이해도가 극에 달해 그 활용도를 완벽하게 끌어올리면 결과는180도 달라진다. ESC Ever의 서포터 'Key' 김한기는 바드를 완벽하게 통달했고 세계 최강팀 SKT T1에게 승리를 거두는 변수 창출의 열쇠 역할을 했다.

바드의 가장 큰 장점은 '낯설음'이다. 낯선 챔피언은 프로게이머도 당황하게 만든다. 실제 김한기의 바드는 SKT T1과의 경기에서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CC기를 적재 적소에 사용해 때로는 아군을 구하고 적군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ESC Ever는 바드의 장점을 팀 단위로도 이용했다. 바드의 궁극기 '운명의 소용돌이'는 갱플랭크의 궁극기 '포탄 세례'와 합쳐져 SKT T1의 후퇴를 강요했다. 상대의 일부 전력을 각개격파하는 데도 탁월한 모습을 보였다. 2세트 승패를 가른 한타에서 김한기의 바드는 상대의 주요 전력을 꼼짝못하게 한 후 먼저 잘라냈고 그 길로 상대 넥서스로 진격, 경기를 끝냈다. 상대의 모든 수에 대응했던 SKT T1은 바드의 궁극기는 계산 범위 밖이었다.

수천 판을 연습하며 SKT T1이 적응했던 메타는 롤드컵 우승을 안겼지만 SKT T1의 약점이 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SKT T1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일궈낸 세계 최강팀의 위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뚫지 못할 벽이라 생각하지 않고 끝내 돌파구를 찾아낸 ESC 에버가 잘한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