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8일, 지스타 2015가 마무리됐다. 역대 최대 관람객 수를 갱신했다. 약 21만 명의 관람객은 작년과 비교해 약 3.6% 상승한 수치이며, B2B관 역시 작년 대비 7.5% 증가한 유료 바이어가 참석하는 성과를 냈다. 국내 게임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한 모바일 게임이 중심이었고,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VR 게임도 다수 출품되며 밸런스가 잡혔다.

하지만, 올해 지스타는 그간 개최됐던 어떤 지스타보다도 많은 우려 속에 진행됐다. 넥슨이 대규모 물량공세를 선포했지만, 그 외 메인 참가사의 참가율이 너무나 저조했다. 그나마 엔씨소프트, 소니, 4:33이 부스를 내면서 체면은 살았다. 하지만, 블리자드, 닌텐도, 넷마블, 엑스엘게임즈, 스마일게이트, 네오위즈게임즈 등과 같은 주요 게임사들이 B2B만 참가, 혹은 아예 불참을 선언했다.

지스타 조직위원회 역시 B2B에 더 힘을 싣는 모습이었다. 벡스코 제 2전시장 전관을 B2B관으로 구성했고, 바이어들을 위한 여러가지 편의시설도 완비했다. 확실히 B2B만 놓고 보면 안정권에 접어든 느낌이었다. 다만, 관람객의 대다수인 '게이머'가 즐길 요소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이렇듯 상대적으로 '볼 게 없었다'는 의견이 팽배했음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올해 지스타 2015의 주목 포인트가 무엇이었고, 이것이 관람객들에게 어떻게 비춰졌는지 분석해보았다.




1. 실험 정신이 가득했던 부스 콘셉트

외벽 그래피티가 인상적인 4:33 부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부스 디자인을 말하는 게 아니다. 실제 지스타 2015 현장에서 본 게임사들의 부스는 4:33을 제외하고는 모두 평범한 외형이었다. 다만, '게임을 출품한다'는 개념을 넘어 새로운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한 게임사들의 태도가 달라져 있었다.

지난 지스타 2014 부스 콘셉트를 '영상'으로 잡았던 넥슨은 올해 정반대의 노선을 택했다. 말 그대로 '시연'에 올인했다. 현장에서 본 넥슨 부스는 외국 게임쇼에서도 보기 어려운 규모의 시연대를 갖추고 있었다. 모바일 게임은 플랫폼 특성상 약간의 장소만으로도 시연석을 배치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최대한 활용했다. 빼곡하게 들어선 시연대는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또한, 넥슨은 '팬 파크'라는 이름의 공간도 새롭게 선보였다. 넥슨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유저 작가들이 모여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부스다. 넥슨이 보유한 인기 IP를 극대화한 것으로 많은 관람객의 호응을 얻었다. 외국 게임쇼와 비교해 굿즈가 빈곤한 지스타에서 나름 큰 역할을 해냈다. 아울러 게임사와 유저가 아닌, 유저와 유저 사이에서 태어난 즐거움이라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별다른 굿즈가 없는 지스타에서 '넥슨 팬 파크'는 큰 역할을 했다.


지스타 행사 1일차, 엔씨소프트는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부스 콘셉트 및 제작 배경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게임 내 기함인 '드레드기온'에서 디자인을 따왔다. 또한 단순히 게임을 시연하는 곳이 아닌, 문화로써 'MXM'을 느낄 수 있는 데 중점을 뒀다. 엔씨소프트는 캐릭터 IP가 보유한 힘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이를 강조하겠다는 의지가 부스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다수의 시연대를 마련한 것은 넥슨과 같았다. 그러나 부스 내 콘셉트의 다양성만 놓고 보면, 단연 선두에 있었다. 'MXM'을 주제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웹툰', '뮤직비디오'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기본, 여기에 마스터 로레인의 캐논 카메라, MXM 스니커즈 등의 신선한 볼거리로 부스를 채웠다.

엔씨소프트 부스는 콘텐츠의 다양성으로 무장했다.


지스타 기간 중 열린 '묵화마녀 진서연'도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모았다. 엔씨소프트가 의욕적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로, '블레이드&소울'의 주연 캐릭터인 진서연을 주제로 한 뮤지컬이다. 춤과 노래 뿐만 아니라 미디어파사드와 각종 퍼포먼스까지 버무려지면서 대중성과 연출을 동시에 잡았다. 뮤지컬에서 나온 특정 효과음(?)이 SNS와 포털을 타고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를 엔씨소프트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슈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고 본다.

4:33은 폐쇄형 부스였다. 쉽게 보기 어려운 구조다. 시간대에 따라 관람객의 입장이 제한된다는 것, 그리고 사방이 막혀있기에 '관람' 기준으로는 호불호가 갈렸다. 하지만, 폐쇄형으로 구축한 덕분에 편안한 시연 환경을 마련할 수 있었다. 덕분에 유저 1인 당 평균 체류 시간 25분이라는 성과도 냈다.

이처럼 기존의 부스 콘셉트를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색을 넣으려는 게임사의 시도는 상기할 만 하다. 각종 조명으로 꾸며진 화려한 부스 디자인을 배제하고도 유저들에게 각인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이는 중소규모 개발사가 작품 퀄리티에 집중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실험 자체에는 의미가 있다.



2. 급부상한 VR체험존, 게임 산업의 미래를 엿보다

갈수록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VR도 이번 지스타의 주역 중 하나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의 VR버전을 야외 시연장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블록버스터 대작이라기보다는 다소 실험적인 느낌이 강한 게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넥슨이 '메이플스토리VR'을 업계의 바이블로 만든다기보다는, 자신들도 VR 산업에 뛰어들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 엔비디아 부스를 통해 국내 최초로 공개된 '바이브'도 많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소니는 다른 대형 게임사와 마찬가지로 부스의 상당 부분을 시연에 투자했는데, VR 게임은 아예 별도의 공간까지 마련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관심이 높은 만큼 대기열도 길었다.

밸브와 HTC가 함께 개발 중인 '바이브'는 엔비디아가 보장하는 뛰어난 성능은 물론, 창의적인 기능까지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가상공간에서 입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틸트 브러쉬'는 그 자체로도 매우 혁신적이었다. 더불어 게임과 연결될만 한 여지도 많아 보였다. 말 그대로 차세대를 볼 수 있었던 장소.

보고 깜짝 놀랐던 '틸트 브러쉬'


한편, 올해 지스타는 중소게임사 및 대학교 게임학과의 참가가 어느 때보다도 두드러졌다. 특히 대학교 부스는 모바일 게임 시연뿐 만 아니라, 최근 급속도로 관심이 커지고 있는 VR기기도 적극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임 개발 자원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활동할 때면 이미 VR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을 것이다. 즉, 이들에게 지스타는 새 시대를 맞이하기에 앞서 자신의 개발력을 검증받는 장소다. 게임사의 신작을 공개하는 무대를 넘어, 국내 게임 산업의 미래를 엿보는 곳으로도 활용됐다는 의미다.

다만, 올해 말이나 내년에 등장할 게임사들의 신작을 보기 위해 지스타에 방문한 관람객들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지스타 3일차, 대다수의 관람객들은 넥슨과 엔씨소프트, 소니 부스에 몰려 있었다. B2C관 가운데 위치한 대학교 부스는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적었다. 한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학교 부스 및 중소 게임사들도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 단순히 게임만 잘 만드는 것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관람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을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지스타조직위원회도 VR산업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VR은 지금까지 등장한 어떤 형태의 게임 플랫폼보다도 '체험'이 중요시된다. 인터넷에 공개된 영상만으로도 대략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PC,모바일 게임과는 완전히 다르다. 아니, 실제로 시연 영상을 보는 것으로는 판단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VR기기는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요소다. PC나 스마트폰처럼 게임을 하기 위한 '필수요소'는 아니다. 즉, 구매까지는 않더라도 한번쯤 체험하고픈 유저들에게 지스타는 최적의 장소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VR게임 산업이 예정된 미래가 된 만큼, 보다 진지한 자세로 바라보아야 한다. '지스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지, '타 게임쇼와 비교해 뒤쳐지는 요인'이 될지는 지스타조직위원회의 준비에 달렸다.



3. 점점 커져가는 '모바일', 이제는 주최측도 함께 전시를 고민해야


국내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이 가지는 위상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 같다. 이미 중소개발사들이 주로 선택하던 모바일 게임은, 이제 대형 개발사들도 자체 개발작 및 퍼블리싱작을 내놓으며 치열한 경쟁구도로 접어든 지 오래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정말 게임쇼에서 보여주기 어려운 콘텐츠다. 이는 지스타만 해당하는 문제도 아니긴 하다. 3대 게임쇼라 불리는 E3,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역시 모바일 게임 콘텐츠를 노출하는 데는 골머리를 앓아왔다.

휴대기기의 작은 화면과 주로 세로 비율로 노출되는 디스플레이. 거기에 모바일은 애초에 해상도부터 낮다. 결국 PC나 콘솔 플랫폼 게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그래픽 퀄리티역시 낮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게임 영상으로 기대감을 주는건 정말 어렵다. 이는 지스타 뿐 아니라 이미 다른 게임쇼에서도 많이 증명됐다.

또 다른 문제는 무엇이냐면, 모바일은 PC 온라인이나 콘솔보다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다. 굳이 지스타가 아니더라도 앱 마켓을 통해서도 충분히 유저들이 즐겨볼 수 있다는 것. 접근성이 높으면 당연히 희소성은 낮아진다.

결국 '시연'이라는 게임쇼 최대의 메리트에서 모바일은 예외적인 존재가 된다. 또한 시연 시간도 다른 플랫폼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경우가 많아 유저 순환이 너무 빠르다. 유저들이 게임사 부스에 머무르는 시간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모바일게임을 주력으로 내놓는 개발사들 역시 게임쇼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지만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을 것이다. 게임스컴도 그렇게 모바일이 축소됐고, 도쿄게임쇼 역시 비슷하다. 차이나조이는 중국 시장과 환경이 아주 독특해 조금 예외로 다룰수 있는 게임쇼다.

TGS에서 열린 'CoC'의 대회. 정말 많은 관중이 몰렸다.

어려운 점이 많더라도 포기하는 건 이르다. 3대 게임쇼 중 모바일 콘텐츠가 가장 많은 편에 속하는 도쿄게임쇼는 매년 게임사와 주최측이 같이 연구하면서 게임쇼에 맞는 모바일 게임 콘텐츠를 연구하고 있다. 시장의 개척이 빨랐던 만큼, 다양한 시도도 해볼 수 있었을테도 한계도 빠르게 알았을 것이다.

그래도 TGS에서 모바일을 높게 평가할 수 있는 건, 꾸준한 개선 의지가 있었다는 점이다. 유저들의 동선을 예측하고 부스를 배치하여 모바일 게임 시연을 쉬어가면서 즐길만한 콘텐츠로 전시한 경우도 있다. 대형 AAA급 콘솔 타이틀을 시연하고 나오는 길목에 관련 모바일 게임을 배치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도록 부스 입구와 동선을 짠 형태도 있었다.

이제 게임쇼에서 모바일 게임을 효과적으로 노출하고 전시하기 위해서는 게임사 측과 주최 측이 함께 연구해야 할 때가 됐다. 지금까지도 함께 연구를 해왔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게임사들 위주로 연구가 이뤄져 왔다.

그러나 모바일 시장이 급부상한 몇년간 모바일 게임 전시에 큰 변화는 없었다. PC나 콘솔처럼 지스타에서 신작을 처음 공개하여 시연 희소성을 올린다거나, 시연 후 주는 경품을 통해 유저들을 접근시키는 건 한계가 있다.

모바일은 플랫폼 특성상 게임쇼에 취약한 면이 있기에 좀 더 치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관람객들의 동선을 파악해서 시연과 영상 배치, 그리고 부스 배치까지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모바일 게임을 시연해볼 수 있도록, 혹은 관심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게임사 혼자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주최측도 같이 고민해야 더 좋은 결과는 낼 수 있을 것이다. 전시장의 규모가 작은 한계가 있다곤 해도, 이번 지스타는 모바일 부문의 부스 배치나 참전 콘텐츠가 개선됐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거대한 모바일 시연존을 마련했던 넥슨의 부스.

시연 시간이 온라인 게임이나 콘솔 게임보다 더 짧을 수 있다는 건 '단점'이 아니라 '특징'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공간대비 시연기기가 많다는 건 장점이기도 하고. 이를 이용해 부스의 동선과 관람객들을 자연스럽게 모바일을 거쳐 갈 수 있도록 더욱 연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PC나 콘솔 플랫폼의 대작 게임 시연이 근처에 있다면, 모바일 게임의 시연 메리트는 당연히 떨어진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전시관 부스 배치에 대한 사전 조율과 게임사의 부스 내부 동선 연구도 필요하다. 이는 주최측에서 도와줘야 할 일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나. 게임사 혼자의 힘으로 부스는 꾸려봐야, 모바일은 분명 한계가 있다. 게임쇼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의 흐름에 맞춰 모바일 부스를 많이 마련하고 싶다면 그에 상응하는 주최측의 의지와 연구,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4. 지스타는 '게임'의 순기능을 정치권에 보여줄 좋은 기회다

KeSPA컵, 지스타에 참여한 전병헌 국제e스포츠연맹 회장

그동안 게임업계는 사회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다. 게임의 가능성을 보며 적극 지원해주던 시대는 지났다. 지금 게임업계는 힘든 시기다. 그리고 게임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게임 업계를 대변해줄 정치권의 인사가 현재로서는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지스타, 아니 그 이전 지스타부터 게임에 관심을 보이는 움직임이 늘었다. 그것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간에 말이다. 이번 지스타에서는 신의진 의원과 e스포츠협회장 전병헌 의원, 그리고 서병수 부산 시장도 지스타에 방문해 각자 메시지를 남겼다.

지난해와 달리 서병수 부산 시장이 지스타 내부에서 게임을 시연 해보고, 행사 전체를 둘러봤다는 건 나름의 의미가 있다. 게임을 이해하려 하고, 업계에서 자신을 보는 시각을 바꿔보려는 노력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게임에 대해 불편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시각이 부정적이면 당연히 관련 정책도 규제안 위주로 나올 수 밖에 없고, 그 부담은 업계가 고스란히 져야 한다.

게임 업계와 지스타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정치권에 '게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던져줄 수 있어야 한다. 게임에 대한 정책을 펼치는 사람들이 게임을 알아야 게임 산업에 정말 필요한 건전한 정책들이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지스타는 정치권의 인사들을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데 최고의 장소이자 기회다. 앞으로는 더 많은 정치인들을 지스타에 초대해 게임이 하나의 문화라는 점을 알려야 할 것이다.

서병수 시장은 지스타에서 게임을 직접 시연해보기도 했다.




5. 지스타, 참전 '메리트'를 더 늘려야 한다.

지스타도 어느덧 10년이 넘는 역사를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일산에서 부산으로 옮겨오면서 전국적인 행사로 거듭났다. 하지만 지스타는 이에 만족하면 안 된다. '국내 최대 게임쇼'라는 타이틀뿐 아니라 '국제 게임쇼'라고 불릴만한 규모와 위상을 갈망하는 건 국내 유저 뿐 아니라 게임사, 주최측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국제적인 게임쇼로 나아가기 위해서 지스타는 지금까지를 한 번 되돌아보고, 다른 게임쇼에 비해 지스타가 갖는 장단점을 정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제 지스타는 게임사뿐 아니라, 주최측의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 됐다. 주최측도 이제는 단순히 참가 업체 신청만 받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부스 배치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 또한 매년 지옥도가 펼쳐지는 예매와 입장 대기열을 완화할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B2C의 규모가 좁다면 매년 B2B의 자리가 큰 벡스코 2전시관도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벡스코의 B2C 전시관은 수많은 인원들을 수용하기에는 너무나 규모가 작다.

국제 게임쇼라는 타이틀을 꼭 가져오고 싶다면, 지스타는 가장 큰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바로 '지스타'의 메리트를 늘리는 것이다. 게임사들은 게임쇼에 메리트가 없다면 굳이 B2C관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

B2B관에만 참여해 다른 게임사들의 동향을 살펴보고 미팅, 수출 계약을 하는 것으로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국내 모바일 업체들과 해외 개발사들은 대부분 이 사실을 알고 있고,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다. 그들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을만한 지스타만의 특별함이 있어야한다. 아니, 이는 모든 게임쇼가 마찬가지인 사항이다.

올해는 해외 게임사들 중 소니만 참전했다. 많이 아쉽다.

지스타는 시작부터 그랬던 만큼, 'PC 온라인'의 성격이 가장 짙은 게임쇼다. 하지만 이제 국내 시장이 모바일로 점차 무게가 쏠리고 있고 PC 온라인이 예전보다 다소 힘이 약해졌다. 그렇다면 당연히 지스타도 조금씩 변화를 해야 한다.

온라인 게임 전시의 노하우는 각 게임사들이 참여를 오래 해온 만큼, 도가 텄다. 하지만 모바일은 부족하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모바일 게임들의 전시를 더 고민해봐야 할 시기다. 비디오 게임 위주였다가 모바일 게임도 많이 참여하는 행사로 거듭난 TGS, 환경이 너무 다르더라도 PC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확실히 전시 플랫폼이 바뀐 차이나조이에서도 분명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차이나조이는 주변기기로 모바일 게임을 시연을 하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이것도 단순한 것이 아니다. 유저 패턴 연구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제 지스타도 '굿즈샵'을 도입해야 한다. 어느 정도 규모와 역사가 잡힌 게임쇼 중, 유일하게 지스타만 '머천다이징 존'이 없다. 게임스컴과 TGS, 차이나조이 역시 가장 큰 규모의 관 하나를 머천다이징 존으로 꾸미고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서 가장 많은 유저들이 모이는 곳은 대형 게임사의 초대형 신작 부스도, 부스 모델이 아름다운 부스도 아니다. 모든 게임쇼에서 가장 많이 사람이 모이는 곳은 바로 '굿즈샵'이 몰린 머천다이징 존이다.

머천다이징 코너는 관객 유치와 더불어 수익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유저들 중에는 게임쇼에 굿즈샵 쇼핑을 위해 오는 유저도 있을 정도니까. 당장 지스타가 머천다이징 코너를 마련하기에는 규모의 무리가 있다.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을지 몰라도 지금은 분명 시도해볼 때라고 생각한다.

유저의 입장이나 게임사의 입장이나 굿즈샵은 게임쇼의 가장 큰 메리트 중 하나다. 그러나 아직 국내 게임사들도 굿즈 판매나 제작은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으니 그들과 같이 천천히 굿즈샵을 꾸릴 방안을 논의해봐야 한다. 굳이 게임사가 아니더라도 팬들이 마련한 공간도 괜찮을 것이다.

관 하나를 통채로 쓰고 있는 '게임스컴'의 머천다이징 코너.

'코스튬 플레이'도 상당히 신경을 써 볼만하다. E3야 워낙에 정보 및 미디어와 게임사를 위한 폐쇄형 행사이니 그렇다고 쳐도, 유저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다른 게임쇼에는 코스프레 콘테스트 등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도 프로 또는 아마추어 코스프레 팀이 정말 많은데, 그들과 그들을 보는 팬 유저들을 놓치기에는 아쉽지 않은가? 그들 역시 지스타로 품으려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관람객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게임쇼의 특별함은 올라가고, 그만큼 시도해볼 수 있는 콘텐츠도 다양해진다.

참전 메리트가 올라가면 당연히 해외 게임사들도 지스타에 관심을 보일테고, 주최측이 적극나서서 매력을 어필한다면 그들도 참전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것이다. 그러면 지스타는 자연스럽게 '국제 게임쇼'라는 이름의 걸맞는 규모와 성격을 띄게 된다.

굿즈샵의 가능성을 보여준 넥슨의 '팬 파크' 부스.

뮤지컬로 재탄생한 '블레이드&소울'.

국내 게임 시장에서 지스타가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단순히 게이머들의 축제를 넘어서 국내 게임업계의 가장 큰 행사이지 않은가. 지스타의 위상이 높아지고, 게임을 문화로 알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진다면 자연스럽게 게임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바꾸어나갈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올해 지스타에서 의미 있는 시도도 있었다는 건 정말 좋았다. 단순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넘어서 팬들과 게임사가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시도. 그리고 게이머가 아니더라도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문화로 게임을 바라볼 수 있는 시도가 많았다.

지스타 기간 동안 열린 '블레이드&소울'의 뮤지컬 공연은 꽤 좋은 평가를 받았고, 넥슨이 꾸린 팬 파크는 유저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아 '굿즈샵'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KeSPA 컵은 대이변 속에 또 하나의 스타를 만들어 e스포츠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문화부터 유저 참여 행사, 스포츠, 상품까지 많은 부분에서 2015년의 지스타는 가능성을 모색할 기회였다.

십여 년의 역사 동안 지스타는 정말 많은 일을 겪었다. 게임사의 보이콧이라는 극단적인 사태도 있었지만, 결국 지스타는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을 버텨내면서 국내 최대의 게임쇼로 굳게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쌓인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게임사들도 유치할 수 있는 더 멋진 게임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