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쏘고 맞춘다.

게임으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간접 경험.
현실에서는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상상도 하지 말아야 할 행위.
그래서 더 원초적인 즐거움을 주는 장르. 'FPS(First Person Shooter)'

RPG가 주류인 우리나라 게임 시장에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으로 독보적인 유저풀을 보유한 장르. 속도감 있는 게임 진행, 키보드 마우스를 기준으로 최적화된 조작 체계가 맞물리며 입지를 탄탄히 했다. 엄청난 수요를 목격한 여러 국내 게임 개발사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결국 넥슨지티(전 게임하이)의 '서든어택'이 장르를 섭렵한 뒤 장기집권 체제를 굳혔다. 이후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수많은 도전자가 1인자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한 번 깊게 박힌 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세 작품을 이야기하려 한다. 각자 자신만의 '한 방'을 품고 있다. 도전자로, 혹은 계승자로 선 그들을 가감없이 바라보겠다. 내 말이 조금 냉정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다 애정이 있어서 하는 말이다.





개발사 - 네오플
엔진 - 게임브리오 엔진
서비스 일정 - 2015년 12월 (스팀), 국내 정식 출시는 미정
"이건 내가 너희보다 낫다!" - "족보가 있어야지 족보가. 원작의 클래스 알지?"


■ IP로 시작해 IP로 끝나는, 아니 끝나야만 하는 게임

말 그대로 깜짝 소식이었다. 지난 2013년 2월 12일, 넥슨은 '공각기동대'의 IP를 활용한, 그것도 온라인 FPS 게임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SF 만화의 거장 '시로 마사무네'의 작품으로 시작한 공각기동대는 극장판 및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거치며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확보한 대형 IP. 워낙 색이 뚜렷한 작품이고, 그 작품만큼이나 팬들의 취향도 확고하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 것도 이 때문이었다.

물론, 외형만 놓고 보면 꼭 안 어울린다는 법도 없다. 일단 '총'이 익숙한 세계관인데다 원작 캐릭터의 개성 및 특기도 확실하게 구분된다. 이거, 병과 시스템을 넣기 좋은 구조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보다 방대한 오브젝트가 개발될 여지도 마련됐다. 또, 인공지능 전차 '타치코마'는 게임 흐름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촉매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런데 역설적이다. 이것만으로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는 작품이 '공각기동대'다. 이 작품은 외형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신체를 기계로 대체하는 것이 일상화된 세상. 희미해진 인간과 기계의 구분선. 그 사이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존재 의의를 묻고, 이에 대한 나름의 해답도 찾는다. 즉, 작품 전체를 꿰는 '주제 의식'과 '분위기'가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이를 방임한 채 원작의 외형만 따오는 것은, 곧 팬들에 대한 '방임'이다.

▲ 원작이 워낙 강하다


■ 액션만 담그던 네오플, 'FPS 맛은?'

이제 개발사를 보자. '던전앤파이터', '사이퍼즈'로 유명한 네오플이다. 전에도 이런저런 게임을 개발했지만, 그나마 알려진 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온라인 야구 게임인 '신야구' 하나다. 쉽게 말해 액션에 강한, 액션 게임 전문 개발사로 알려진 곳이다. 당연히 팬들은 우려했다.

하지만 네오플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모습이다. 지스타 2014 기자간담회 때는 "그간 축적한 기술력과 연출력을 검증받을 수 있기에 꼭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였다. 또한, 우리가 잘 구현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공각기동대 온라인 플레이 영상]


공각기동대 온라인의 첫 CBT는 2015년 4월 8일에 진행됐다. '뚜껑을 열어보고 싶은' 작품이었기에 바로 설치, 약 3일 간 플레이했다. 그때 느낀 소감을 따로 체험기로 작성했는데,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타격감이 굉장히 좋다. 액션 게임과 FPS의 손맛은 출발점이 다르다고 생각했기에 제법 놀랐던 부분.
2. 전장의 크기는 작은 편. 다만, 어디선가 본듯한 전장은 없고 각자 개성이 뚜렷하다.
3. 캐릭터의 병과 특성이 잘 구분되어 있다. 스킬 공유 시스템도 매력적인 요소. 국산 온라인 FPS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요소를 다수 채용했지만 진입장벽은 낮다.
4. 게임브리오 엔진을 사용했음에도 그래픽이 특별히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물론, 아주 뛰어난 그래픽도 아니지만 밀도는 충실하다. 개발진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
5. 데스매치 위주의 테스트였고 원작의 분위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음.


총평하면, '우려했던 것만큼 FPS 게임으로서의 퀄리티가 나쁘진 않다'는 장점과, '우려했던 대로 원작 분위기를 살려내진 못했다'는 단점이 나온다.

▲ 슈팅 자체의 재미는 상당한 편.


일단 '쏘고 맞춘다'는 기본 공식은 깔끔하게 구현됐다. 무엇보다 기존 온라인 FPS와 다른 요소를 채용했음에도 제법 매끄러운 퀄리티를 보여준 것은 상기할 만 하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오히려 해당 장르의 개발 경험이 적은 네오플이었기에 국산 온라인 FPS의 프레임을 벗어나는데 유리하지 않았나 싶다. 아무도 안 했던 횡스크롤 온라인 MORPG를 만들고, 아무도 관심을 안 가졌던 3인칭 액션 MOBA에 먼저 도전한 그들이다. 신작 만들 때 배짱 하난 두둑한 개발사라는 의미.

다만, 데스매치 및 팀 데스매치 모드에서는 원작과의 연결점을 찾기 어려웠다. 모토코가 있었고 바토가 있었지만 그 뿐. 1차 CBT라곤 해도, 공각기동대 특유의 분위기를 맛보고 싶었던 것은 지나친 욕심이었을까.


■ 원작과 마주보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공각기동대 온라인에게 남은 과제는 의외로 간단하다. 콘텐츠를 소재로 하여 팬들이 인정할 만큼 원작과 촘촘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일단 1차 CBT 당시 '에피소드', '비밀조직', '은신처 수사' 모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최소 OBT를 기준으로는 해당 콘텐츠가 활성화될텐데, 지금으로선 이들의 완성도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원작을 둔 온라인 게임은 장르와 관계없이 얼마나 잘 재현했느냐에 따라 흥망이 갈리곤 했다. 최소한 나의 기억으로는, 낮은 재현도로 성공을 거둔 게임이 거의 없었다. '이스 온라인'은 팬들에게 아예 다른 게임 취급을 받았고, '드래곤볼 온라인'은 '재배맨 온라인'이라는 불명예스런 명찰만 단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장르는 다르지만, '공각기동대 온라인' 앞에 놓인 과제도 똑같은 내용이다. 네오플은 분석하고, 해결해야 한다.

여담으로, '공각기동대 온라인'이 스팀을 통해 서비스할 예정이라는 정보가 외신을 통해 알려졌다. 처음부터 외국 서비스에 무게를 실은 작품이었기에 크게 놀랄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쨌든 숙제가 변한 것은 아니다. 공각기동대니까.








개발사 - 위플게임즈
엔진 - 아이언 엔진 (자체 제작)
서비스 일정 - 미정
"이건 내가 너희보다 낫다!" - "차세대라고 부를만 한 요소, 내가 다 갖고 있는 것 같은데?"


■ 두려움을 모르는 신예

올해 3월, 인터뷰 차 위플게임즈에서 개발 중인 '아이언사이트'를 만났다. RPG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지는 장르임에도 인터뷰 조회수는 꽤 높았고 호의적인 댓글도 많이 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지난 11월 12일부터 약 4일간 알파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지스타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차주 회사를 방문해 변경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디 명문가 출신도 아니고, 빵빵한 백도 없는 자그마한 게임. 그럼에도 자꾸 흥미를 끄는 녀석이었다. '아이언사이트'의 지향점이 기존 작품과는 너무도 달랐기 때문.

초기 기획안에서 '온라인 FPS' 카테고리를 몽땅 없애버린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콘솔 FPS 멀티의 그것과 유사했다. 어느 한 쪽만 닮은 것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그래서 더 놀랐다. 약간이나마 '서든어택'의 그늘을 벗어나면 곧바로 실패 딱지가 붙는 국내 게임업계에서. 셔터를 내린 수많은 선배들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신생 개발사의 패기인가? 겪어보지 않았기에 두려움을 모르는 걸까?

▲ 시작점도, 지향점도 다른 게임


■ 있었던 것은 없다. 적었던 것은 많다. 같았던 것은 다르다.

'아이언사이트'가 어떻게 다른 게임인지는 첫 인터뷰 당시에 모두 확인했다. 자동회복 체력 시스템을 채용했고, 전장의 이동 경로를 플레이어가 유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 '콜오브듀티'의 킬스트릭과 비슷한 시스템이 적용되었고, 이를 통해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드론을 소환할 수 있다. 발사, 무기 스왑, 재장전 속도도 '스킬화'되었고,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조금씩 성장시키게 된다.

그냥 '수류탄'이어야 할 무기들도 예사롭지 않다. 알아서 적군의 품에 안기는 자동 조준 수류탄, 벌쳐가 막 심은 마인이 연상되는 인공지능 지뢰, 부착형 폭탄 등 하나하나가 첨단의 끝을 달리고 있다.

이중에서도 아이언사이트의 '드론'은 개발진이 고심한 흔적이자, 그들의 욕심이 담겨진 결과물이다. 특정 지역 미사일 포격은 물론, '타이탄폴'에 어울릴법한 탑승 병기를 투하해 직접 적군의 진형을 파괴하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홀연히 날아와 허락도 없이 내 사진을 찍고 적에게 위치 정보를 전송하거나, 눈에 레이저를 조준해 시야를 차단하는 드론 등 '적이 쓰면 짜증나겠다' 싶은 것은 다 넣었다.

▲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는 '드론'


맵 구성도 범상치 않다. 발소리만 들어도 견적이 나오는 '국민 맵'은 하나도 없고, 데스매치의 경우 리스폰 장소가 무작위로 설정되어 끊임없는 난전이 펼쳐진다. 이쯤 되면 개발진이 뭘 생각했는지 예상 가능하다. '이거, 1등 먹고 있는 그 게임과 비슷하잖아?... 바꿔!'

다만, 새로운 설정이 모두 장점으로 소화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경쟁작과 비교하면 대중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최근 버전에선 UI나 튜토리얼이 크게 개선되어 격차를 줄이기는 했지만, 경쟁작들은 당초 '튜토리얼이 필요 없는 진입장벽'을 보여주니까. 또한, 스킬 및 오브젝트의 세분화로 인해 밸런스 이슈가 스멀스멀 올라올 가능성이 있고, 이것만으로 유저들의 불만이 터질 요소가 하나 이상은 더 마련되는 셈이다. 이걸 출시 전에 전부 잡을 수는 없다. 철저한 사후관리와 개발진의 체력이 뒤따라줘야만 하는 문제다.

'아이언사이트'는 온라인 FPS의 다음 세대 도약을 꿈꾸고 있고, 내용 역시 매우 급진적인 성향을 띈다. 이상주의자이면서 혁명가였던 레프 트로츠키가 연상된다. 그러나 이상이란 녀석은 언젠가 현실의 벽과 부딪히게 되어 있고, 다수의 지지를 얻어내기도 힘들다는 과제를 안는다. 게임이 가진 개성, 그리고 비전은 주목할 만 하지만 100%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 개발사뿐 만 아닌, 퍼블리셔의 높은 게임 이해도와 '설득력'이 필요

신생 개발사 위플 게임즈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기할 가치가 있다. 그리고 퍼블리셔인 네오위즈 게임즈는 '아이언사이트'를 서비스하기로 한 이상, 철저한 지원과 더불어 게임을 주목하는 유저층을 확실하게 조준한 후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일반 FPS와 비슷한 마케팅 방식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퍼블리셔가 한 가지 게임만 서비스하는 것은 아니며, 게임별로 지원할 수 있는 리소스도 한정되어 있다. 그렇기에 선택과 집중이 더욱 요구된다. 당초 '아이언사이트'는 모든 게이머의 입맛에 맞는 작품이 아니다. 게임이 코어 유저층을 바라보고 있고, 홍보도 그 수준을 따라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이면 개발 6년차를 찍는 게임. 하지만 아직 출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관계자를 만나 '다음 테스트 일정이라도 알 수 없나요?'라고 물었지만, '게임이 만족스러울 때 선보일 계획입니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개발사도 퍼블리셔도 모두 완성도를 위해 좀 더 담금질을 하겠다는 입장이고, 결코 서두를 생각은 없다는 뜻. 일단, 그들의 생각에는 동의한다. 개발사의 담금질, 퍼블리셔의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위해서 시간이 더 필요한 작품이다.

▲ 팬들이 이 게임을 '왜' 해야 하는지 설득해야 한다.







개발사 - 넥슨지티
엔진 - 언리얼 엔진 3
서비스 일정 - 2015년 상반기 CBT 계획 중
"이건 내가 너희보다 낫다!" - "세상 누구보다 든든한 '형'이 있지. 부럽냐?"


■ 반 발짝 앞에 놓인 출발선

일단 형이 누군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의 이름은 '서든어택'. 2005년에 출시되었고 당시 온라인 FPS 1등이었던 '스페셜포스'를 눈 깜짝할 사이에 추월했다. 다음은 누구나 아는 그대로. 퍼블리셔를 옮기는 등 게임 내외적으로 여러가지 진통을 겪었음에도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도전자는 많았다. '아바', '스페셜포스2', '워페이스', '블랙스쿼드' 등 그래픽과 게임플레이에서 차별점을 둔 작품들이 속속 등장했다. 그러나 2위 경쟁까지만 허락, 1등 '서든어택'과의 격차는 신기루와 같았다. 보이긴 해도 닿을 수 없는.

장기집권의 배경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확고한 유저풀' 덕분이라 생각한다. 온라인 FPS는 사람과 사람과의 대전이 기본이며 이들이 게임의 수명에 큰 영향을 끼친다. 다른 장르와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 다시 말해 '클랜'의 비중이 커야만 하는 구조다. 그리고 '클랜'은 개인이 아닌, 단체이기 때문에 신작이 나온다고 해도 쉽게 둥지를 옮기지 않는다.

다른 게임에는 없는 든든한 '백'이 버티고 있다. 또한, '서든어택2'는 확고부동한 유저층에게 그간 등장한 도전자들보다도 앞선 메리트를 제공한다. 같은 개발사, 같은 퍼블리셔인 만큼 형제 게임 사이를 오가는 다양한 프로모션 및 이벤트를 기대할 수 있다.

이후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지만 '서든어택2'는 게임플레이 면에서 전작과 큰 차이가 없다. 평이 엇갈리는 걸 감안하더라도 익숙함은 신작 게임에 있어 정말 큰 무기다. 적어도 '우리나라 온라인 FPS 유저 다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타 게임과 비교해 반칙에 가까울 만큼 앞선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것은 사실이다.

▲ 국내 게이머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형'이 너무도 크게 다가온다.


■ 그러나 아직은 소극적인 동생

지난 11월에 마무리된 지스타 2015 현장에서 '서든어택2'의 최신 빌드를 만나볼 수 있었다. 언리얼 엔진 3를 채용한 만큼, 외형적으로는 전작과 비교를 거부한다. 콜오브듀티나 배틀필드 같은 PC/콘솔 게임의 그래픽 퀄리티까진 아니더라도, 최근 공개된 온라인 FPS와 놓고 보면 충분히 상위권에 속하는 그래픽. 하지만 여기에서 외형을 칭찬하는 건 의미가 없다. 시스템으로 승부하는 게임이 아니고서야 후속작이 더 예쁘장한 건 당연지사.

우리가 들여다봐야 할 부분은 게임플레이 그 자체다. 길게 말할 필요는 없다. '서든어택'과 닮았다. 아직 1차 CBT 단계도 아닌 만큼 이후 개발 방향에 따라 차이점이 생길 수 있지만, 어쨌든 최근 빌드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 같은 장르의 타 게임들과 비교해 조금은 느린 이동 속도, 자비로운 탄착군, 고향집에 온 듯 익숙한 맵 구성까지도 서든어택의 그 느낌 그대로다.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 출시 이후 '대쉬(달리기)'는 신작 FPS의 흐름으로 자리메김했다. 하지만 '서든어택2'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전작이 익숙한 팬들에게 괴리감을 줄 수 있으니까. 또, 제 3보급창고, 웨어하우스 같은 국민맵은 이번에도 똑같이 등장하며 총기 종류나 쏘는 손맛 역시 유사하다.

▲ 이미 가본 듯한 그곳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이런 구조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보인다. 일단 장점부터 말해보자. 언리얼 엔진 3를 못 버티는 컴퓨터 사양이 아닌 이상, 기존 팬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또한, '그래픽이 구려서' 서든어택을 꺼려했던 유저들에게 '서든어택2'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밀리터리 FPS의 부흥을 이끈 '카운터 스트라이크'나, 병과 시스템의 매력을 보여준 '팀 포트리스2'처럼 '서든어택'이 어떤 혁신성을 띄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 대신 '누가 하더라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극도의 대중성을 저격했다. '서든어택2'도 마찬가지다. 특유의 샷감과 게임 속도에는 제작진의 의도가 다분히 녹아 있으며, 약간이나마 리스크를 가진 요소는 과감히 배제했다. 즉, '서든어택2'는 모험적이라 할만한 포인트가 거의 없다.

그렇지만 기존 '서든어택' 유저들이 모두 '그래픽만 좋아진' 수준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더 참신한 모드, 전략성이 가미된 시스템, 혹은 게임플레이에서 따끈하게 우러나는 현실성을 바라는 유저층도 분명히 존재한다. 지금의 '서든어택2'는 그들의 만족도를 채워주기 어렵다. 앞서 말했듯, 혹시나 모를 리스크까지 싹 제거한 게임이 모든 유저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서든어택2'를 보고 "바뀐 게 없다", "FPS 1위 게임의 후속작인데 너무 소극적이다"라는 불만이 나오더라도 개발진은 감안해야 한다.


■ 새로운 팬층 확보가 필수



2015년, 지금 서비스되고 있는 '서든어택'을 보자. 처음 출시되었을 때와 비교하면 같은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졌다. 외형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그동안 '서든어택'이 걸어왔던 콘텐츠 개발 방향이다.

초기 버전에서 볼 수 있었던 배경 설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묽게 희석됐다. 아이돌, 개그맨, 심지어 우리 큰 고모와 연배가 비슷한 김수미 선생님도 쌍권총 들고 나와 적의 뒤통수를 노리는 게임. 술래잡기도 하고 미니게임도 하고, 좀비가 나와도, 공룡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게임이 됐다.

개인적으로 '서든어택'은 이미 게임의 범주를 넘어, 일종의 플랫폼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넥슨지티는 FPS로 즐길 수 있는 '테마 파크'를 만든 셈이다.

이로써 팬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서든어택'에 추가된 캐릭터나 모드를 하나 하나 살펴보면, FPS 게이머의 니즈가 아닌, 대중의 니즈를 따랐다는 걸 알 수 있다. 밀리터리 FPS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유저들에게는 만족스런 업데이트라 보기 어렵다.

▲ '서든어택'은 대중적인 FPS를 지향했다. 밀리터리 느낌은 이제 없다.


반면, '서든어택2'에서 발전했다 싶은 부분은 대부분 게임 내적인 요소와 연관되어 있다. 피격 부위에 맞춰 쓰러지는 캐릭터, 더 철저한 고증을 거친 총기, 개조 방향에 따라 지원되는 정조준 시스템은 밀리터리 FPS 마니아들이 원하는 그것에 가깝다. 게다가 소총 파지법 제대로 아는, 절륜한 미모의 '여캐'까지 만들었다. 플랫폼에 대한 욕심보다는 게임 자체의 매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판단된다. 아직까지는.

'서든어택2'의 개발 비전은 넥슨지티만이 알고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서든어택' 초기의 클래식한 게임플레이를 멘토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플랫폼이 된 '서든어택'에 거부감을 느껴 고개를 돌려버린 유저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다시 한 번 불러모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남았다. 후속작이 갖는 고민거리 중 하나이자 '서든어택2'도 예외일 수 없는 이야기. 새로운 팬층의 확보에 대한 이야기다. '서든어택'은 이미 국내 FPS 유저수의 절반 이상을 확보한 작품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피파온라인' 시리즈가 보여줬던 구버전 서비스 종료가 없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전작의 팬이 아닌, 새롭게 유입되는 팬들에게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10이었던 팬이 5:5 혹은, 6:4 정도로 갈리는 것은 의미를 갖기 어렵다. 전작의 유저들과 새로운 팬들의 피드백이 결합될 때, 비로소 성공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 서든어택2의 여성 캐릭터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