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 LCK 올스타와 LCS EU 올스타간의 지역 맞대결을 끝으로 2015 리그오브레전드 올스타의 모든 경기가 종료되었다. 결과는 LCK 올스타가 속한 TEAM FIRE가 TEAM ICE를 누르고 올스타전의 승리팀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TEAM ICE가 패배한 팀이냐고 한다면, 그것은 아니다. 이 대회가 월드 챔피언십이 아닌 '올스타전'이기 때문이다.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이 격언은 모든 스포츠에 통용되는 말이다. e스포츠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은 승리를 위해 뛰는 LoL의 스페셜리스트다. 중요한 건 결과다. 그들에게 있어 승리하지 못했다는 것은, '실패'했다는 것과 같다. 하지만 올스타전은 그런 자리가 아니다. 1년에 딱 한 번, 결과보단 '과정'이 더 중요한 대회다.

선수들은 승리를 좇지 않았다. 이 대회에서 그들이 가장 우선시한 것은 팬이었다. '페이커' 이상혁은 팬들에게 큰 재미를 주기 위해 프로겐에게 애니비아 미러전을 제안했고, 아프로무도 프로겐의 '비폭력 투쟁'이라는 제안을 승낙, 큰 웃음을 선사했다. '매드라이프' 홍민기 역시 단일 챔피언 모드에서 상대가 블리츠크랭크를 선택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했으나, 카운터 챔피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도 블리츠크랭크를 선택하여 난장판 경기를 만들었다. 승리보다는 재미있는 경기를 펼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진지하게 임해야할 경기들엔 진지하게 임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올스타라는, LoL 선수라면 누구나 뛰고 싶어하는 가장 영광스러운 이 자리는, 바로 팬들이 만들어 줬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들은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프로라면 모두가 갖고 있는 자신의 승부욕을 잠시 접어두고 오로지 팬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올스타들이 만든 멋진 무대. 하지만 올스타전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팬'이다. 사실, 올스타전이 치러지기에 앞서, 걱정되는 점이 하나 있었다. 이번 올스타전은 평소 LCS 경기가 치러지는 경기장에서 진행되었다. 수용인원은 야외 특설 무대까지 포함하여 약 천 명가량으로, 최고의 무대에 걸맞은 경기장 규모라고 보기엔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작은 규모로 인해, 다소 맥빠지는 대회가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팬들은 자신들에게 가장 친숙한 '홈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는 LCS 아레나에서, 최고의 무대를 만드는 것에 일조했다. 그들은 킬 하나에 '펜타킬'이 터진 것처럼 열광했고, 펜타킬이 터진 순간엔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환호를 쏟아냈다.

날씨도 좋지 않았다. 원래 LA 지역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얄궂게도, 올스타 일정에 맞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1:1 경기가 펼쳐지는 야외 특설 무대도 있었기에, 겨울비의 영향은 클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팬들에게 겨울비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비를 피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팬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더 큰 함성으로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프로와 팬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프로는 플레이로 팬들에게 즐거움과 에너지를 주고, 팬들은 프로를 지탱해주며, 자양분을 공급한다. 어느 한 쪽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할 수 없다. 한 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 쪽도 틀림없이 무너지게 되어있다. 그게 프로 스포츠다.

이번 올스타 무대는, 이러한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는 최고의 '듀오'가 만든 걸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들은 올스타에 뽑힌 영광을 팬들에게 조금이나마 돌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팬들은 자신들이 뽑은 별들을 위해 최고의 박수갈채를 보냈다.

2015 리그오브레전드 올스타전. 영광의 별들은, 팬이라는 이름의 조명으로 더욱 찬란하게 빛났다. 수많은 별들이 환하게 밝힌 올스타 무대. 최고의 선수들과 최고의 팬들이 있었기에, 그 무대는 당연히 최고였다.




올스타전 취재 (=미국 로스앤젤레스)
양예찬(Noori)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