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 시프트업 ⊙장르 : RPG ⊙플랫폼 : 모바일 ⊙발매일 : 2016년 2월 CBT 예정


"열 받아서 내가 차린 집"

거리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가게 이름입니다. 시중에서 찾고 또 찾았지만 내가 만족할 만한 질을 얻지 못해 직접 차렸다는 뜻이죠. 이런 가게에서는 물건 하나, 음식 하나에 장인 정신을 담아 스스로가 만족할 만한 완성도의 물건을 판매하게 됩니다.

'창세기전 시리즈'와 '블레이드앤소울'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우리에게 익숙한 김형태. 어느 날 그가 '시프트업'이라는 회사를 설립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열 받아서 내가 차린 집'이라는 가게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그가 꿈꾸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회사를 차릴 수밖에 없었는가 하고 말입니다.

16일 열린 모바일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의 발표회를 통해 대표 김형태가 꿈꿔왔던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엿볼 수 있습니다. 바로 눈, 귀, 콘텐츠 모두가 즐거운 게임이라고 말이죠.



■ 눈이 즐거운 게임 - 화려한 일러스트, 움직인다고 전해라!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일러스트입니다. 김형태와 꾸엠을 비롯해 국내외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데스티니 차일드에 참여했습니다. 그들의 손길을 거친 캐릭터는 무려 500여 종, 파생 캐릭터를 제외하더라도 300여 종이 훌쩍 넘습니다. 제각기 개성을 가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게임을 보는 눈이 즐거워집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모든 캐릭터가 시종일관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움직이는 2D 일러스트라고 하면 왜곡 효과를 주거나 이집트 벽화에 관절을 넣은 정도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데스티니 차일드에 적용된 '라이브2D(Live2D)' 기술은 격이 달랐습니다. 일러스트 본연의 질은 유지하면서 애니메이션 효과를 넣어,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일러스트를 선보였습니다.

캐릭터만 화려한 것이 아닙니다. 메인화면과 전투, 스토리 등에서 볼 수 있는 배경에도 공이 들어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사전에 공개되었던 오프닝 애니메이션도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리면서 액션과 영상미를 잘 표현해 게임 시작부터 유저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 홈페이지에서 공개된 움직이는 전신샷




■ 귀가 즐거운 게임 - 다른 음악은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주위에서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듣는 소리는 게임의 배경음이나 효과음이 아니라 게임과 관계없는 음악인 경우가 많습니다. 단조롭거나 반복되는 배경음은 쉽게 질리기 마련이고, 배경음을 끄고 효과음만 켜도 게임을 즐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데스티니 차일드는 다를 것 같습니다. 데스티니 차일드의 사운드 프로듀서는 'ESTi'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박진배'이기 때문입니다. DJMAX 시리즈와 사이퍼즈, 마비노기 듀얼, 일본의 아이돌 마스터 등 다양한 게임 음악에 참여한 그의 음악을 데스티니 차일드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그가 작사, 작곡한 오프닝 곡 'PLASTIC CITY'에서는 전자기타의 오버드라이브가 가미된 강렬한 EDM을 기반으로 잔잔한 피아노와 감미로운 음성을 곁들였습니다.

▲ ESTi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사운드 프로듀서 '박진배'

▲ 박진배 프로듀서가 공개한 PLASTIC CITY의 스트리밍 음원

캐릭터가 강조되는 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캐릭터의 목소리입니다. 데스티니 차일드는 각 캐릭터의 목소리에도 충실합니다. 스토리 진행은 물론 전투에서도 캐릭터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미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과 서큐버스 모나, 다비의 목소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성우의 것이기도 합니다.



■ 콘텐츠가 즐거운 게임 - 스토리, 캐릭터, 전투까지 푸짐하쥬?

그동안 주요 캐릭터들이 차례차례 공개되면서 유저들의 기대는 점점 커져 왔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구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림만 공개되었을 뿐 어떤 게임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접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16일 있었던 발표회에서는 지금까지 베일에 감춰져 있던 게임으로서의 데스티니 차일드에 대해서도 공개되었습니다.


▲ 월드맵과 밤세계로 구분된 콘텐츠

먼저 풍부한 콘텐츠가 눈에 띕니다. 메인 화면에서는 '월드맵'과 '밤세계', '이벤트 던전'이라는 세 가지 콘텐츠가 보입니다. 밤세계로 들어가면 스토리 모드에 해당하는 '언더그라운드', 모험을 떠나는 '오지탐사', PVP 콘텐츠인 '데빌 럼블' 등의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캐릭터도 일러스트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차일드 캐릭터의 '어팩션 시스템'은 캐릭터가 수집 대상이나 전투 도구로 끝나지 않게 합니다. 캐릭터 각각의 스토리가 있음은 물론, '내면의 던전'을 통해 캐릭터에 대해 알아가며 성장하게 됩니다.

▲ 캐릭터를 또 하나의 콘텐츠로 만드는 어팩션 시스템

많은 일러스트에서 예감할 수 있듯이, 데스티니 차일드의 장르는 CCG(Collectible Card Game, 콜렉터블 카드 게임)입니다. 그런데 많은 CCG가 가로 화면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데스티니 차일드는 세로 화면을 사용합니다. 가로보다 캐릭터의 모습이 잘 보일 뿐만 아니라, 한 손으로 플레이하기도 더 쉽습니다. 화면 한쪽에 몰린 전투 버튼에서 한 손 플레이를 권장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습니다.

전투를 좌우하는 캐릭터의 성능도 세분되어 있습니다. 캐릭터의 성격을 나타내는 타입, 상성 효과로 약점 공격을 낼 수 있는 속성,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하게 하는 여러 가지 스킬 등 기본적인 요소는 모두 들어있습니다. 능력치도 HP와 공격력으로 끝나지 않고 방어력, 민첩성, 치명타 등이 있어 수많은 캐릭터가 외모뿐만 아니라 성능에서도 개성을 드러낼 수 있게 했습니다.

▲ 속성, 치명타, 스킬 활용 등이 중요한 전투

▲ 많은 종류의 캐릭터 능력치



■ 시작부터 콜라보! - 앞으로의 행보에도 더욱 주목

아직 정식 출시는커녕 CBT도 멀었지만, 벌써 콜라보레이션 소식까지 전해졌습니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인 만큼 캐릭터는 물론이고, 애니메이션과 음악에 있어서도 콜라보가 진행됨을 공개했습니다. 콜라보 중에서 일부만 공개한 것임에도 그 면면을 살펴보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우선 캐릭터 일러스트에서는 일본의 '시로 마사무네', '무라타 렌지'와의 콜라보가 발표되었습니다. '공각기동대'와 '애플시드'로 유명한 시로 마사무네는 섬세한 그림체를 구사하는 것과 동시에 메카닉에 있어서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합니다.

'라스트 액자일'과 '청의 6호'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무라타 렌지는 동글동글한 파스텔톤의 일러스트가 특징입니다. 김형태, 꾸엠과는 다른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는 만큼 독특한 개성의 캐릭터로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게임의 시작에 유저들의 눈을 사로잡는 오프닝 애니메이션 역시 콜라보의 일부로 '카우보이 비밥'. '강철의 연금술사' 등 많은 수작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일본의 '본즈 스튜디오'의 작품입니다. 데스티니 차일드 IP를 활용한 원 소스 멀티 유즈에도 강한 의지가 있는 김형태 대표인 만큼, 장차 데스티니 차일드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프닝 주제곡은 '페르소나4'의 주제가를 불렀던 '히라타 시호코'가 불렀습니다. 일본에서 매년 열리는 '아니메로 서머 라이브(Animelo Summer Live)'의 무대에도 올랐던 적이 있는 그녀는 이번 발표회에서 데스티니 차일드의 오프닝을 라이브로 열창하기도 했습니다.

▲ 오프닝을 부른 보컬 '히라타 시호코'

이번에 공개된 콜라보는 전부가 아닌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미 진행된 것은 물론 앞으로 있을 콜라보는 더욱 많을 것입니다. 이런 초국적인 협력 행보 때문일까요? 데스티니 차일드는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콜라보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가능성도 큽니다.



■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 방망이는 아직도 깎는 중

이번 발표회를 통해 공개된 데스티니 차일드의 모습은 이미 많은 유저들의 기대를 크게 부풀렸습니다. 많은 일러스트와 캐릭터, Live2D 기술, ESTi의 음악, 다양한 콘텐츠 등 낱낱이 공개했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모든 것을 공개한 셈입니다.

하지만 출시는 아직 멀었습니다. 내년 2월에 CBT가 진행되고, 정식 출시는 언제가 될지 모릅니다. "납득할 수 있는 형태가 될 때까지 출시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는 김형태 대표의 말은 출시 예정일을 더욱 미궁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동시에 향후 정식출시될 데스티니 차일드의 완성도에 큰 기대를 품게 하기도 합니다. 마치 '열 받아서 내가 차린 집'의 사장처럼 물건의 질을 추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100% 완성되지 않은 채 출시되는 모바일 게임이 많아지는 최근의 시장에서는 더욱 돋보이는 모습입니다.

'방망이 깎던 노인'이라는 수필이 떠오릅니다. 이번 발표회에서 공개된 '데스티니 차일드'라는 이름의 방망이는 제 눈에는 그만 깎아도 되는 모습으로 보였지만, 김형태 대표라는 노인의 성에는 차지 못했나 봅니다. 수필의 글쓴이가 완성된 방망이를 보고 그릇된 판단을 뉘우치듯이, 저도 완성된 데스티니 차일드의 모습을 통해 지금의 생각을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