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혜택의 여름 이벤트와 업데이트 로드맵, SNS을 통한 카운트 다운으로 많은 쿠폰까지 뿌린 데스티니 차일드의 분위기는 분명히 축제였다. 성수기라는 여름 시즌 이전부터 노후화된 시스템의 개선/개편안, 1/6사이즈 피규어 제작에 핫한 아이템 재판매도 진행했으니 분명하지 않은가? 한 걸음 물러나서 봐도 올해 여름의 데스티니 차일드는 분명히 풍성한 계획이 있었다. 근데 그게 서비스 종료 계획일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데스티니 차일드의 급작스러운 서비스 종료 소식은 다른 게임들과 사뭇 달랐다. 마치 개발자들도 처음 듣는 듯한 반응과 함께 전환 배치와 희망 퇴직과 같은 구조조정이라는 소식들이 들려왔다. 시프트업이 이슈에 대해 부랴부랴 설명하기는 했지만, 이미 일어난 일들의 후폭풍은 '내부 커뮤니케이션 미스'라고 보기에 너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이상했다.

그동안 시프트업은 니케라는 새로운 트로피를 들고 레드 카펫을 거닐며 샴페인을 터트렸고, 그런 시점에서 데스티니 차일드는 관심 밖처럼 보일 수 있었다. 그래도 개발 팀은 꾸준한 개선과 업데이트, 이벤트와 더불어 스토리도 다듬는 노력들을 보여줬다. 그렇기에 개발팀이 보여준 행보는 뚜렷하게 "우리 게임 정상 영업합니다"라는 메시지였다.

관계자는 '유저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워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시프트업이 창사 이래 가장 좋은 매출과 성과를 내고 있는 이 시점에 서비스 종료를 결정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상황상 지난 5월 상장을 위한 주관사를 선정했으니, 서비스 종료가 상장을 준비하는 쳐내기의 과정이라고 분석되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외부에서는 유저가 아니라 '상장'이 중심이라는 시선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시프트업은 후보생(플레이어)들을 위해 7, 8월의 이벤트는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하면서 준비한 업데이트는 적용하고 이후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메모리얼 업데이트를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언제나 데스티니 차일드가 강조했던 스토리의 매듭은 마무리 짓지 못하고 끝난다. 이별을 차근차근 준비하며 나름 좋은 선례를 남긴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 ‘야생의 땅: 듀랑고’와는 상반된 결과다.

이번 서비스 종료 공지는 추억을 남기기 위한 메모리얼, 콘서트 등 여러가지 준비가 전혀 효과가 없다 할 정도로 큰 상처를 남긴 소식이었다. 데스티니 차일드의 후보생들만이 아닌, 시프트업을 믿었던 유저들에게도 말이다. 안 좋은 선례가 만들어졌으니 앞으로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지 않겠는가 하는 의심은 더욱 뿌리 깊게 남았다.

축제의 카운트 다운은 부고를 알리는 카운트 다운이 되어 버렸다. 개발팀이 만드는 메모리얼은 아련한 추억을 돌아보는 앨범으로 남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고, 야심차게 준비한 피규어는 배송될 즈음 데스티니 차일드를 사랑했던 유저들의 상처를 다시 들쑤시는 존재로 남으리라. 그저 다음에는 데스티니 차일드와는 다른, 차분하게 이별을 준비하는 좋은 선례가 생겨나 유저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는 게임들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