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지스타를 앞두고 SCEK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해 깜짝 공개된 넥스트플로어 지하연구소 비피더스팀의 'KIDO: Ride on Time'. 이번 지스타에서 시연 버전까지 등장했었죠.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영상은 다소 화질이나 프레임이 떨어진 모습이었지만, 지스타에서 만난 키도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지난해 큰 이슈가 됐던 '팝픽'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부당 대우와 '열정 페이'는 큰 이슈가됐죠. 그리고 그들을 위해 적극 나섰던 '팝픽대책위원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두에서 여러가지 활동으로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대우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던 인물이 바로 '파나마만'입니다.

'파나마만' 작가는 'DJMAX'부터 'S4리그' 등 다양한 작품에서도 참여해 왔는데요, 개인 사정 때문에 최근 잠시 일선에서 떠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키도'로 마침내 업계로 복귀했는데요, 개인적으로도 그의 근황이 정말 궁금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KIDO: Ride on Time'의 매력, 그리고 캐릭터들의 작업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먼저 인벤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히 본인에 대해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인벤 독자 여러분. 저는 현재 넥스트플로어 지하연구소 비피더스팀에서 게임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파나마만’입니다. 아, 남미의 국가 '파나마'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Q. 'KIDO'의 제작에는 어떻게 참여하시게 됐나요?

=넥스트플로어 비피더스팀은 'S4 리그'를 제작하던 분들이 다시 뭉친 팀입니다. 저도 항상 'S4 리그' 다음의 게임을 이야기하곤 했는데 실제로 기회가 주어져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때의 제 작업물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았기에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습니다.

그렇게 의욕 좋게 시작했지만, 올해 초에 제 건강상의 문제가 발견됐고…한동안 저희 팀은 콘셉트 디자이너 없이 게임의 뼈대 개발만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합류할 수 있었죠. 이렇게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지금의 키도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팀 결성 무렵 게임 방향에 영향을 끼친 습작 일러스트. 여기서 키도는 시작됐다.


Q. '키도'(게임)의 가장 큰 매력중 하나는 주인공인 '키도'인데요, '키도'는 어떤 매력을 초점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인지 궁금합니다.

=음, 일단 지금은 '판타지' 컨셉이 강세인 시대잖아요? 키도는 그런 노선을 벗어나 차별성을 띄는 것을 우선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수동적이지 않은, 능동적인 여성상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지금의 키도가 되지까지 여러가지 타입들의 키도가 있었어요. 목표로 삼았던 능동적인 여성 주인공은 쉬운 일이 아니였습니다. 여성적인 이미지에 너무 기울지 않으면서도 여성 주인공만이 가질 수 있는 캐릭터성을 찾는다는 건 예상보다 까다로운 작업이였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이니까 그만큼 더 애착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다른 온라인 게임이라면 인물 ABCD...Z가 있을 수 있지만 키도는 홀로 게임을 이끌어야 하니까…그 부담감도 상당했습니다. '욕망'이란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서야 캐릭터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고, 지금의 '키도'가 탄생했습니다.


Q. 그렇군요. 주인공인 '키도'말고도 다른 여러가지 캐릭터들도 상당히 매력적이에요. 파나마만님이 가장 즐겁게 작업했던 캐릭터는 어떤 캐릭터였나요?

=즐겁게 작업한 캐릭터라…하나 꼽자면 대낫을 든 '고고'를 꼽고 싶습니다.

주인공이란 기둥이 세워져서인지 보스는 비교적 쉽게 이미지를 잡을 수 있었지만, 내향적인 캐릭터로 설정했던 고고는 풀어내기가 쉽지가 않더라고요. 묘안을 찾던 중 고고에 중성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고 거친 성격을 캐릭터에 입혀보는 시도를 해봤어요. 그런데 나름 괜찮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고집을 좀 더 부려 문신이나 드러나는 근육 등을 넣어서 지금의 고고가 탄생하게 되었죠. 여성 캐릭터의 전형을 벗어나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어 '키도'만큼이나 마음에 드는 캐릭터입니다.

여성캐릭터의 전형을 벗어나 색다른 이미지가 된 '고고'.

공개됐던 '하디'는 주인공이 될 뻔했지만....'키도'의 매력이 너무 뛰어났던 것 같다.

Q. 게임으로서 '키도'의 최고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음, 키도의 최고 매력은 게임 플레이의 '간결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리면 부서진다'의 간단한 공식만으로도 게임은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단순한 재료 한 가지만으로 깊은 맛을 내야 하기에, 오히려 만들기 힘들다는 역설을 품고 있는게 액션 게임이죠.

키도는 그러한 고전적인 아케이드 액션을 현대 게임 문법으로 재해석해서 새롭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시도에서 가장 큰 매력을 느낍니다.


Q. 키도는 3D모델링이 2D캐릭터와 크게 괴리감 없이 잘 표현된 것 같은데, 캐릭터 디자인을 하신 입장에서도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키도는 의외로 정보량이 적은 디자인이어서 3D로 옮기기 까다로운 캐릭터라 생각합니다. 입체화 과정에서 미묘한 부분들을 놓치면 맛이 달라지니까요. 팀원분들이 많은 공과 시간을 들여서 키도 모델링 작업을 했습니다.

완성된 폴리곤 그 너머로 키도의 성격을 느낄수 있는데, 이렇게 잘 3D화 되는 건 원화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죠. 덕분에 전 마음 놓고 콘셉트들을 마구 그릴 수 있게 되었고, 그게 팀원분들에게 큰 고통을 준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정말 3D화가 잘 되서 너무 기쁩니다.

KIDO의 여러가지 버전들. 이외에도 몇 명이 더 희생되었다고...

Q. '키도'를 제작하면서 재미있었던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기억에 남을만한 일도 괜찮습니다.

=개인적인 일화입니다만, 개발팀을 꾸릴 무렵 오른팔의 통증으로 병원을 갔습니다. 진단결과 목에 종양이 이미 자리 잡고 있었고 신경까지 침범해서 통증으로 나타난 거죠. 종양 제거 수술을 했지만, 후유증으로 오른쪽 어깨와 팔꿈치를 쓸 수 없게 됐죠. 지금도 항암치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작업할 수 있을때까지 팀에서 기다려줬어요. 재활 끝에 무사히 키도 작업 궤도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배려해주신 회사와 팀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Q. 키도는 파나마만님에게 있어서 어떤 작품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지난 이야기를 자꾸 꺼내는 건 부끄럽지만, S4 리그의 채무랄까요. 그 당시의 제 미숙함으로 제대로 해보지 못한 것들이 많았어요. 이렇게 시간이 지나서 그나마 그리는 사람이 되어 빚을 갚을 찬스가 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기회가 있을까요. 부끄럽게도 능숙함엔 도달하진 못했지만 그동안 쌓은 경험을 키도에 녹일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Q. 그동안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오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게임 업계에 있으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오랜 시간이 걸려 간신히, 그나마 그리는 사람이 되었지만 그린 시간만큼 능숙해진 건 아니어서 아직도 모든게 어렵고 낯설어요. 아직도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아요.

그중 하나를 꼽는다면 정보의 선택이 가장 힘듭니다. 현대 일러스트레이션의 방향은 정보량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잘 계산된 조명의 처리, 놀라운 디테일과 풍부한 질감. 화려한 이펙트로 가득한 그림은 멋지지만 늘어난 정보만큼 피로도의 증가도 따라오죠.

그런 피로를 낮추고 눈길을 잡는 그림을 위해, 들어가는 정보가 노이즈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게 가장 힘듭니다. 셀 채색이 눈에 잘 들어오는 이유도 그런 점에서 설명이 가능한데, 정보의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림의 느낌이 확 달라지거든요. 지금은 판정을 감각에만 의존하고 있어서 한계가 있어요.

이 벽을 넘기 위해서 그림 이론이나 시각 인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그리면 그릴수록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그림의 세계는 깊다고 생각합니다.

완성된 'KIDO'의 컨셉. 세 가지 무기를 사용하기로 결정됐다.

'KIDO'는 컨셉아트와 인게임 모델링이 큰 괴리감이 없다.

Q. 이 업계를 지망하는 사람들도 아주 많습니다. 그들에게 선배로서, 일러스트레이터나 아트디렉터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전하고 싶은이야기나 조언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개인 일러스트레이션 작업과 달리 게임 제작은 대개 협동작업입니다. 지금 당장 자신이 보지 못하는 문제점을 동료가 알려주기도 하죠. 그걸 토대로 토론을 거쳐 작업물에 반영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 항상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자신의 부족함과 장점을 동시에 알고 있어야 합니다. 숙련도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팀원과 소통할 줄 아는 일러스트레이터라면 좀 더 좋은 방향의 작업물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파나마만님은 예전에 '팝픽대책위원회'에서 적극 활동하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결론이 나기는 했지만, 답답하거나 속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한 부분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팝픽 사태의 결말은 승리로 끝났지만 모두가 원하는 만큼은 아니였습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남아 있기에 무척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지금도 법의 테두리 밖에선 팝픽과 비슷한 사례가 계속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문화 노동자를 위한 보호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고통은 반복되겠죠. 이런 불공정한 행태를 바로잡기 위한 사회적 운동이 절실합니다.

팝픽사태 대책위원회에서의 활동이 그러한 운동의 긍정적인 사례로 기록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결실은 크지 않았지만, 이러한 행동들이 지속적으로 쌓인다면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냉소에 빠지지 마시고 부디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셨으며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키도'를 기다리시는 유저분들께 전하는 메시지를 부탁합니다.

='키도'는 아직 개발 중이지만, 벌써 많은 분들로부터 응원을 받고 있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 여러분의 응원 메시지 하나하나가 정말 큰 힘이 됩니다. 'KIDO: Ride on Time', 많이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