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메타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는 챔피언의 '성능'이다. 그리고 솔로 랭크에서는 스킬셋, 조합 시너지, 특정 상황의 유용성 이전에 챔피언의 성능이 좋지 않다면 쓰지 않는다. 여기서 '성능'은 라인전과 초반 소규모 교전이나, 특정 상황에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의 정도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지는 라인전에서 스노우 볼을 발생시켜 게임 끝까지 우위를 점하는 메타에서는 더욱 그렇다. 라인전 패배는 경기를 풀어가는데 큰 장애를 발생시킨다.
곧 시작되는 롤챔스 스프링 개막에 아이템과 특성의 변화가 메타에 어떤 챔피언에게 힘을 부여했고, 이로인해 어떤 '나비 효과'를 일으켰는지 한 번 알아보자.
■ [Mastery] 특성 - 천둥 군주의 등장이 미친 영향!
이번 시즌 가장 크게 바뀐 것 중 하나는 특성이다. 그중에서도 '천둥 군주의 호령'은 어떤 포지션이건 애용하는 국민 특성으로 자리 잡았다. 천둥 군주의 강력함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천둥 군주의 등장으로 어떤 챔피언들이 혜택을 받았고, 그로 인해 어떤 방향으로 메타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는 유저가 아닌 이상 잘 알지 못한다.
천둥 군주가 등장하면서 더 중요해진 것은 라인전이다. 이전에는 한 번의 딜교환 실수 정도는 잠깐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최상위권 유저들의 게임에서 실수는 다이브 갱킹이라는 큰 위협과 심리적 압박감에 의한 골드 손실을 유발한다. 현재 프로게이머의 사랑을 받는 챔피언 대부분이 라인전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증거다.
지난 버전에서는 초반 단계에서 챔피언의 라인전 성능 차이가 있다해도 다이브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정글러와 라이너들이 천둥 군주를 탑재한 지금은 다르다. 라인전 주도권을 잡기 쉬운 챔피언들이 한 번의 딜 교환에 성공한다면 금새 다이브로 이어진다. 천둥 군주라는 하나의 공격 스킬을 더 얻은 라이너들은 그 시간대에 발현할 수 없던 화력으로 빠르게 스노우 볼을 만든다.
2015년 미드 라인의 주인공은 빅토르, 아지르, 룰루였다. 상향 평준화된 미드 라이너들의 실력이 성장 격차를 내기 힘들게 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암살자 챔피언들의 너프다. 초중반 주도권을 잡아 스노우 볼을 굴려야 하는 암살자들은 연이은 너프로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을 가지게 됐다. 후반에 힘이 빠지는 암살자를 상대로 무난하게 버티기만 하자는 모토가 미드 라인에 만연했고, 라인 클리어부터 후반 기여도가 큰 앞의 세 챔피언이 프로들의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천둥 군주의 등장으로 메타의 판도가 뒤집혔다. 갱킹 호응과 폭딜이 가능한 암살자들의 특징에 천둥 군주가 더해져 이른 타이밍에 강력한 딜교환으로 솔로 킬을 가능케 만들었다. 일찍부터 잡은 주도권은 다른 라인의 로밍이나, 다이브로 이어져 스노우 볼을 탄생시켰다. 이 변화는 미드 라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봇 라인과 탑 라인도 강력한 라인전을 가진 능동적인 챔피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천둥 군주가 좋다는 점이 아니다. 지난 시즌 특성보다 현재 특성이 게임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천둥 군주 레전드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고 핵심 특성도 아홉 가지나 된다. 천둥 군주처럼 다른 핵심 특성들도 점진적인 상향을 할 가능성이 크다. 여러 특성의 상향은 재조명받는 챔피언을 탄생시킨다. 꼬리를 물듯 재조명받은 챔피언과 상성이 좋은 챔피언이 등장할 것이며, 이로써 감독, 코치, 선수 간의 지략 싸움인 밴픽 단계에 무게가 실리게 될 것이다.
■ [Item] 장비 - 아이템이 밴픽에 미치게 될 영향!
특성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의 아이템이 파격 변신에 성공했다. 시즌 초기에는 여러 가지 아이템이 뜨고 지길 반복했고 결국, 정형화된 아이템 트리가 나왔다. 그중에서도 메타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추측되는 아이템은 역시 '서리 여왕의 지배'다. '얼음창'을 더는 던질 수 없는 대신 '서리 여왕의 지배'는 사라진 '쌍둥이 그림자'의 효과를 강화해 가져왔다. 기존 50%의 마나 재생에서 100%를 추가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제는 서포터만 사용하던 아이템이 아니다.
'서리 여왕의 지배'는 리산드라, 룰루, 르블랑, 아리, 신드라 등의 챔피언이 갱킹 호응 능력과 이니시에이팅 능력과 더 잦은 소규모 교전을 일으킨다. '서리 여왕의 지배'가 챔피언 선택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뛰어난 스펙의 아이템은 아니다. 하지만 '서리 여왕의 지배' 리메이크는 다른 라인의 챔피언 스펙트럼에 영향을 줬다. 그간 유연한 게임 운영을 위해 필수적으로 넣었던 이니시에이터를 억지로 가져갈 필요가 없다. 이는 더 많은 챔피언과 조합이 나올 수 있다는 맥락과 일치한다. 특성뿐만 아니라 아이템의 개편도 밴픽 단계의 중요성을 더 강화하게 된 셈이다.
원거리 딜러들의 아이템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천둥 군주의 등장으로 스킬 기반의 원딜들이 주류를 부상했다. 그러나 베인, 케이틀린, 징크스의 승률이 바닥을 기는 이유는 천둥 군주 하나 때문은 아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핵심 아이템으로 급부상한 '정수 약탈자'와 시너지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재사용 대기 시간을 감소시켜주는 '정수 약탈자'의 고유 효과는 베인, 케이틀린, 징크스에게는 큰 효용성이 없다.
상대는 확정 공격 스킬을 마나 걱정 없이 쉴새 없이 퍼붓지만, 케이틀린과 징크스는 낮은 적중률의 논타겟 스킬로 딜 교환에 나서야한다. 장기로 치면 포와 차를 떼고 대국에 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연히 딜 교환에서 격차가 날 수밖에 없고 이는 성장 차이로 이어진다. 베인의 승률 저하는 리스크에 비해 리턴이 확연하게 줄어서다. '정수 약탈자-고속 연사포-무한의 대검'을 유동적으로 선택하는 템트리의 시너지에 베인은 제외됐고, 기존 베인의 템트리가 앞의 템트리에 비해 '은 화살'을 포함해도 월등한 대미지를 발휘하지 못한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 '서리 여왕의 지배'가 빛이라면, '정수 약탈자'는 어둠이다. 라이엇은 이번 패치에서 원딜들에게 '특색'을 부여하는 것을 테마로 잡았다. 그러나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원딜러들을 봤을 때 개성이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큰 기대를 모았던 케이틀린은 아이템과 특성의 혜택을 받지 못해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보급품'이라는 이색적인 특성을 가진 코르키는 여전히 애매하다.
징크스는 연이은 너프로 이도저도 안 된다. 베인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독특한 포지션을 잃었다. 라이엇의 시도는 좋았다. 다만, 그들은 특성과 아이템이 가져올 '나비 효과'를 간과했다. 그들이 원하던 컨셉을 가진 원딜러는 없다. 여전히 라인전부터 한타까지 '강력한 원딜러'만 있을 뿐이다. 지난 시즌 정글 개편도 이번 시즌과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새로운 아이템에 여러 챔피언이 등장했으나, 결국 스프링 시즌을 지배한 것은 리 신, 엘리스, 카직스와 같은 강력한 정글러였다.
그래도 올해는 작년과 비교하면 훨씬 희망적이다. 개성 없던 특성이 메타의 흐름을 바꿀 정도로 크게 영향을 미쳤고, 아이템 개편도 반쯤 성공이다. 시즌이 끝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 개성 있는 특성과 아이템은 이번 시즌을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이어질 2부에서는 아이템과 특성의 혜택을 받은 챔피언들과 그들의 등장이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다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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