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마이어의 문명 시리즈를 기반으로 해서 온라인 게임으로 재탄생한 '문명 온라인'은 기존의 문명 시리즈와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게임이다. 원하는 문명을 선택해서 정해진 승리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점은 같지만, 도시를 건설하거나 문명의 종류, 외교 시스템 등 게임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은 큰 차이를 보인다.

사실, 턴제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한 싱글 게임인 시드마이어의 문명 시리즈와 MMORPG인 문명 온라인을 같은 게임이라고 보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 XL게임즈와 2K 게임즈의 협업에 의해 탄생한 문명 타이틀 최초의 온라인 게임은 기존 문명 시리즈와 어떤 차이점을 보일까? 시드마이어 문명 시리즈의 대표작인 비욘드 어스 문명5와 문명 온라인을 2부로 나눠서 비교해보았다.

※ 기사에 언급된 문명5는 모든 DLC를 포함한 최신 버전 기준입니다.




■ 턴제 시뮬레이션과 MMORPG는 어떻게 다를까? 두 문명의 진행 방식

문명5는 턴제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제한적인 멀티플레이가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싱글플레이에 기반을 두고 있다. 게임을 시작할 문명과 지도, 난이도 등을 정하고 컴퓨터와 순서대로 턴을 진행하면서 하나의 문명이 승리할 때까지 플레이하게 된다.

반면에 문명 온라인은 '세션'이라고 불리는 서버에 다수의 유저들이 모여 실시간으로 게임을 진행한다. 세션은 짧게는 2일에서 길게 2주일까지 진행되며, 지도는 판게아와 지도로 구분한다. 세션이 끝나면 직업 레벨이나 골드, 아이템 등 해당 세션에서 만든 재화의 대부분이 사라져서 다른 세션에 참여하게 되면 마치 게임을 새로 시작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역사는 반복한다는 말 처럼, 세션도 반복해서 진행된다.


유저가 게임을 즐기는 시점도 크게 다르다. 문명5에서는 유저가 선택한 문명의 지도자가 돼서 문명의 흥망성쇠를 함께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전지적인 시점에서 문명이 개발할 기술이나 건축할 건물을 정하고, 유닛을 배치해 주면 문명들과 암투를 벌이는 것이다.

반면, 문명 온라인에서 유저는 문명에 소속된 1명의 구성원이 된다. 건물을 짓는 건축가가 되거나 아이템을 생산하는 제작자가 될 수 있고, 전쟁 기술을 갈고닦아 다른 문명과의 싸움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 보통 도시 공방전이 시작하기 전에는 제작이나 건축, 사냥 등에 열중하다가 도시 공방전이 열리면 전투에 집중하는 식으로 여러 역할을 동시에 맡곤 한다.

집단의 힘을 느끼고 싶다면 스스로 길드장이 돼서 길드를 대표할 수도 있지만, 그 누구도 문명 전체를 대표할 자격은 없다. 물론 자신이 문명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유지만, 게임상에서 특정 유저가 문명을 대표하는 시스템은 없다.


▲ 문명 온라인의 유저는 문명의 대표자가 아니다. 한 명의 시민이다.


문명 온라인의 유저는 문명에 속한 일개 구성원이라서 비중이 적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혼자서 게임을 즐기는 '솔플형' 유저는 길드에 들어가서 공통된 목표를 추구하는 유저보다 문명의 승리에 이바지하는 바가 적으므로, 문명 온라인을 제대로 즐기려면 길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내가 문명을 대표하지 못한다고 해서 게임의 재미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문명5가 자신의 문명을 성장시키는 맛이라면, 문명 온라인은 같은 문명에 속한 유저들끼리 단합해서 문명의 승리를 위해 협동하는 맛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가 되고 싶다면, 길드에 들어가 자신의 힘을 키우고 집단의 목소리를 내면 된다.

실제로 문명 온라인은 '길드'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일단 도시의 근간이 되는 시청은 길드장만 건설할 수 있다. 1인 길드를 만들어서 나 홀로 시청을 짓고 도시를 꾸밀 수는 있지만, 다른 문명이나 야만인의 침입을 혼자 막을 수는 없어서 도시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라도 다수의 길드원이 필요하다.


▲ 문명 온라인의 야만인은 정말 무섭다. 방심하는 사이 도시 한두 개가 순식간에···.


▶ 문명5의 진행 방식

  • 턴제 싱글게임, 제한적으로 멀티플레이 가능
  • 지도와 문명을 고르고 시작, 좋은 자리에 도시를 확장하는 것이 중요
  • "한 턴만 더···." 한턴 한턴 넘기면서 문명을 성장시키는 맛
  •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전지적 시점에서 문명의 대표자가 되어 도시와 유닛을 조종



  • ▶ 문명 온라인의 진행 방식

  • 세션제로 반복하는 MMORPG
  • 평소에는 건물 짓거나 바위산 사냥, 도시 공방전에는 전쟁 참여
  • 여러 사람끼리 단합해서 문명의 승리를 위해 협동하는 맛
  • 문명의 지도자가 아닌, 특정 문명에 소속된 1인으로 참여




  • ■ 언밸런스한 다양한 문명 vs 밸런스를 중시한 소수 문명

    문명5와 문명 온라인은 자신이 선택한 문명을 즐기는 게임인 만큼, 개성이 강한 문명들이 유저를 기다리고 있다. 문명5에서는 고대에 존재했던 마야나 로마, 잉카 제국은 물론 유럽의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도 있고, 미국이나 중국 등 현재의 국가들도 선택할 수 있다. 게다가 세종대왕이 다스리는 "한국"도 나온다.

    문명5에는 총 43개의 문명이 등장하는데 문명마다 고유 유닛과 건물이 있고 문명을 대표하는 지도자가 등장한다. 한국의 지도자로 '세종대왕'이 등장하는 것처럼, 현재의 지도자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해당 문명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지도자 중 한 명이 등장하는 식이다.

    문명의 수가 많은데다가 하나같이 개성들이 강해서 실질적으로 문명별 밸런스는 별로 안 좋은 편이다. 예를 들면 폴란드나 폴란드, 혹은 폴란드처럼 명백하게 OP(Over Powered) 로 불리는 문명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폴란드, 쇼손, 한국, 바빌론 정도가 문명5에서 강력한 문명으로 일컬어진다.


    ▲ 문명5에서 손꼽히는 OP 문명으로 불리는 폴란드의 지도자 카지미에시 3세의 위엄


    문명 온라인은 문명5와 달리 네 가지의 문명밖에 없다. 각각 진시황(중국), 하트셉수트(이집트), 율리우스 카이사르(로마), 몬테수마 2세(아즈텍)가 문명의 대표자로 등장한다.

    이들은 아름다운 보좌관과 함께 유저들을 끌어모으고 있는데, 유저들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지도자를 선택하거나 예쁜 보좌관이 있는 문명을 주력 문명으로 선택하곤 한다. 문명 초반에는 유일한 여성 지도자인 하트셉수트가 이끄는 이집트에 많은 유저들이 몰렸다면, 최근에는 상향된 아즈텍이나 전투민족인 로마에도 많은 사람이 모이고 있다.



    ▲ 문명 온라인의 지도자(위)와 보좌관(아래)


    문명의 지도자와 보좌관이 게임에 등장하긴 하지만, 사실 이들은 진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얼굴마담일 뿐이다. 실제로 게임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건 문명의 고유 직업인데, 특히 이집트의 미늘창병이나 아즈텍의 중갑기사 등은 특히 강력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문명 온라인은 싱글 게임인 문명5와 달리 문명의 밸런스가 매우 중요하다. 한때 이집트의 미늘창병은 중세시대를 이집트의 시대로 만들 만큼 강력했지만 한 차례 너프당한 이후 적당한 수준이 됐고, 고유 직업이 초반 시대에 몰려 있어 후반에 힘이 약했던 아즈텍은 산업시대의 돌격병이 고유 직업으로 추가되고 기존 고유 직업이 상향 받는 밸런스 조정이 이루어졌다.

    그 외에도 업데이트를 통해 특정 직업의 기술 피해를 조절하는 등 직업 밸런스는 지속적으로 수정되고 있는 중이다.


    ▲ 한때 OP로 불렸던 미늘창병 by akghkdrja


    ▶ 문명5에 등장하는 문명들

  • 총 43개의 다양한 개성을 지닌 문명 등장
  • 폴쇼바한(폴란드, 쇼숀, 바빌론, 한국)으로 불리는 몇몇 OP 문명 존재
  • 싱글 게임이라 문명별 개성 다양하게 적용 가능



  • ▶ 문명 온라인에 등장하는 문명들

  • 로마, 아즈텍, 이집트, 중국의 네 문명이 존재
  • 문명별로 특화 직업과 건물의 외형이 다르며 밸런스가 잘 맞춰져 있다.
  • 슴집트, 곰즈텍 등 유저들이 부르는 별명으로 구분하기도 해




  • ■ 문명 발전의 핵심. 도시를 확장하는 방법은?

    로마나 몽골, 중국 등 예로부터 넓은 땅을 가진 문명은 항상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애초에 넓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무력을 기반으로 한 정복 전쟁이 수반 되야 했고, 점령한 땅을 유지하려면 그에 걸맞은 행정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명5에서는 무턱대고 도시를 늘리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도시가 많을수록 문명의 '행복도'가 낮아져서 문명의 행복을 끌어올릴 수 있는 사치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초심자들에게는 안정적으로 문명을 관리할 수 있는 '전통 시작 3~4 직할 도시 운영법'이 널리 퍼졌고, 그마저도 주위에 사치 자원이 많거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거점에만 신중하게 건설해서 잘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행복도만 관리할 수 있다면 도시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많은 도시는 높은 생산력으로 직결되고, 높은 생산력은 강력한 군대를 만드는 기반이 되기 때문. 하지만 도시가 많으면 행복도를 관리하기 어렵고 주변 국가의 상황이 좋지 않으면 정복전에 애로사항이 꽃필 수 있어서 초보자에게 추천하지는 않는다.


    ▲ 행복도? 그게 뭐죠? 문명 온라인에서는 일단 짓고 본다!


    그에 반해 문명 온라인은 도시의 수에 따른 불이익이 없다. 게다가 길드장이면 누구나 최대 3개까지 도시를 지을 수 있고 도시 공방전 시간이 아니면 뺏길 염려도 없어서 세션 시작부터 경쟁적으로 도시를 늘려나간다.

    물론 대놓고 적진 한가운데에 도시를 지을 일은 별로 없지만 바위산 부근이나 항구를 건설할 수 있는 해안가, 타 문명과의 국경지역 등 주요 거점에 언제 도시가 세워지고 어떤 길드가 관리하는가에 따라서 문명의 흐름이 크게 변한다.

    하지만 도시 건설에 불이익이 없는 만큼, 도시를 많이 짓는다고 크게 유리한 것도 아니다. 심지어 쓸데없이 많은 도시는 상대에게 도시 공방전 보너스를 부여할 수 있어서, 한때 공방전이 시작하기 전에 중요하지 않은 곳에 건설된 도시를 모두 파괴하는 '철거 메타'가 유행하기도 했다.


    ▲ 한때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던 철거 메타. 지금은 보완 패치로 잠잠해진 상황이다.


    지금은 주인 없는 시청에 철거 스킬을 사용할 수 없게 변경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사라졌다. 만약 도시를 쉽게 지을 수 없도록 제한하면 도시를 가진 길드가 그렇지 못한 길드에 비해 지나치게 강해질 수 있어서 쉽게 짓고 쉽게 부술 수 있는 현재의 방식이 온라인에 더욱 적합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도시가 가지는 이점이 적어서 건설 의욕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은 고민해볼 만한 부분이다.

    문명 온라인의 도시는 문명5와 달리 건설한 건물들이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을 준다. 도시 계획을 잘못하면 차고에서 기껏 소환한 탱크가 빠져나가지 못하기도 하고, 촘촘하게 잘 지어진 건물은 상대 문명의 시청 파괴 시간을 늦출 수 있어 수비가 한결 편해지기도 한다.

    다만, 도시의 미관과는 상관없이 시청을 방어하기 유리하게만 짓다 보니 정작 도시를 사용하는 문명 구성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 최근에는 시청을 그리드 구석에 짓는 것이 유행이다.


    ▶ 문명5의 도시 확장

  • 좋은 위치에서 시작하기 위해 게임 재시작도 불사한다. 초반 자원이 매우 중요
  • 도시 확장은 행복도가 여유 있을 때만! 무턱대고 늘리면 불행폭탄
  • 도시가 많으면 많을수록 생산력 향상 → 강력한 국력!



  • ▶ 문명 온라인의 도시 확장

  • 일정하게 정해진 시작 위치, 세션 초반 빠른 도시 확장이 중요
  • 길드장이면 최대 3개까지 자유롭게 도시 건설 가능
  • 도시를 건설하기도 쉽고, 부수기도 쉽다. 도시의 개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


  • 2부에서는 전쟁과 외교, 불가사의, 야만인 등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그 외에 다루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댓글로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