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스토리2의 분위기가 사뭇 새롭다. 조금은 여유가 있어졌다고 해야할까. 길거리에는 어디선가 들어본 가요와 OST가 흘러나오고 있고, 우리 집 앞인 에발스빌 호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어찌보면 한 순간에 찾아온 변화가 놀랍기도 하다. 하지만 삼삼오오 모여 있는 곳에 흐르는 음악이나, 낚시 의자가 일렬로 줄을 맞추고 있는 풍경을 보면 그 해답은 어렵지 않게 나온다. 바로 새롭게 등장한 연주와 낚시로 인해 생기는 기분 좋은 변화다.

솔직히 연주와 낚시가 추가 될 것이라는 예고가 있었을 당시에는 반신반의했다. 기대감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서브컬쳐라 볼 수 있는 두 콘텐츠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잘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고 해야할 것 같다.

막상 뚜껑이 열렸을 때는 괜한 걱정을 했나 싶었다. 많은 이들이 낚시대를 들고 물가를 찾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열심히 악보를 만들어 멋진 음악을 선사하고 있었다. 나비효과일까. 사람들이 모이자 데면데면한 분위기가 조금씩 녹기 시작했고, 이야기라는 씨앗은 껍질을 벗고 점점 꽃을 피워가기 시작했다.

▲ "Say HO~" 저희 연주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기본적으로 연주와 낚시는 매우 간단해 고난이도의 콘트롤을 요구하지 않는다. 악기를 산 후 직접 키보드를 눌러 연주하거나 미리 준비 된 악보를 사용하면 연주가 진행된다. 낚시는 더욱 쉽다. 물가 근처에서 낚시대만 사용하면 된다. 아, 악보를 직접 쓰기 위한 코드 이해 과정은 살짝 복잡하지만 기본적으로 즐기는데는 큰 무리가 없으니 잠시 논외로 하자.

이렇듯 머리를 써가며 이해를 해야하고, 연습을 해야하며 경쟁을 해야하는 구조와는 멀다. 그렇다고 "단순하니까 쉽게 질리고 지겨울 것이다." 라고 단정 짓기는 아직 이르다. 바로 두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장점, '여유로운 즐길거리'라는 측면이 생각보다 컸다.

쉽고 간단하기에 강화와 파밍에 지친 몸을 이끌고 또 어딘가로 달려가야한다는 스트레스가 적다는 것도 일조를 한다. 조금씩 마음을 비우며 여유로움을 찾아가니 주변이 눈에 들어오는 것일까. 자연스레 대화와 웃음이 이어진다. 연주와 낚시 모두 손이 안 바쁘다. 편히 쉬거나 이야기를 나누기에 딱 좋다.

여기에 더해 낚이는 물고기, 흘러나오는 음악은 원활한 이야기의 진행을 돕는 소스가 된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새로운 주제가 되어 또 다른 이야기거리를 낳는 셈이다.

▲ "월척을 낚으면 우승!" 낚시 대회로 함께 불타오른다



즐기는 법 역시 스타일에 따라 선택하는 분위기다. 대화가 좋고 많은 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 낚시터를 앞 채널로 골라보자. 혹시 단계가 많이 올라 희귀 어종을 낚고 싶다면 주저 없이 파티 찾기를 눌러보자. 메이플스토리2의 낚시인이라면 용암에서 찌 정도는 드리워봐야하지 않는가. 요즘 핫 플레이스인 발록은 사냥 파티와 낚시 파티로 나뉠 정도다. 음악이 필요하면 출장 연주가를 찾아보자. 음악과 함께 한다면 흥은 더욱 오르기 마련이다.

연주 역시 악기와 빈 악보만 있으면 어디서든 가능하다. 합주를 좋아하는 사람끼리는 악보 공유도 활발한 편이다. 길가를 지나다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잠깐 서서 감상하는 여유로움도 좋다.

혼자만의 고독과 여유를 즐기고 싶다? 조용한 뒷 채널 낚시터를 찾아 월척을 기다려 보자. 월드 채팅을 보며 세상사는 이야기도 듣고, 요즘은 뜸하지만 빈틈을 노리는 개그 코드는 은근히 재미있을 때도 있다. 음악을 즐기고 싶다면 직접 악보를 작성해보자. 좋아하는 음악을 선정한 후 악보를 보고 코드를 따며, 실제 작곡 혹은 편곡을 하는 기분에 빠져도 좋다.

낚시의 수집욕과 연주의 전문성은 선택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점점 단계를 높혀 상급 낚시터를 방문하고, 또 희귀종을 낚음으로 도감을 채우는 재미, 엄청난 귀여움을 선사하는 낚시 전용 스킨을 낚으려는 움직임도 많다.

전문성을 원하는가? 직접 악보를 쓰기 시작하면 게임 종료다. "1시간 공부해서 5초짜리 코드 넣는거 성공했어요."라는 웃픈 이야기에 동감을 하기 시작한다. 음표, 음자리, 속도, 박자 여기에 화음까지 넣으려면 꽤 높은 이해도와 집중력이 필요하다.


▲ 목표는 낚시 or 발록? 취향에 맞게 선택하자



최근의 반응은 꽤 호의적이다. 메이플스토리2에 필요했던 것이 추가 된 느낌이랄까. 보통 패치가 있을 때 마다 어떤지 묻는 글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에 대해 "꿀잼", "갓패치"라고 서슴없이 대답하는 분위기가 많았다는 것이 이에 대한 대답이 될 것 같다.

확실히 지금의 연주와 낚시 속에서는 "빨리빨리", "최고가 되야해"식의 인스턴스식 문화는 찾아 보기 힘들다. 그 둘이 가지고 있는, 여유로움에서 오는 즐거움이라는 특징이 이를 기다린 이들에게 정확히 취향저격이 된 모습이다.

함께 즐기는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형성이 되면 그 안에서 소소한 행복도 찾아오기 마련이다. 새로운 재미도 많다. 개인이 직접 상품을 준비해서 낚시 대회를 열기도 하고, 특변한 곡을 준비해서 많은 이들을 초청한 후 그 앞에서 멋지게 연주도 한다. 낚시 대회에서 우승을 못해도 괜찮다. 그 과정이 재미있는거니까.




많은 이야기를 접하다가 직접 낚시를 해본 것은 시간이 약간 지난 주말이였다. 우연히 에반스빌 호수에 낚시대를 던져 본 것이 시작이다. 앞쪽 채널도 아니라서 한적함을 즐기던 와중 다른 이가 내 옆에 앉아 낚시대를 던졌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자 묘한 어색함이 나를 반겼다. "인사를 해야할까?", "조용히 있고 싶어하는 사람일지도?" 그렇다. 고민도 많이 했다.

고민을 하던 중 또 다른 이가 와서 낚시찌 주변에서 수영하더니 옆에 앉아 낚시대를 드리웠다. 그러고 몇 분이 흘렀고 정신을 차리니 내 손가락은 춤을 추고 있었다. 다들 무슨 드립이 그렇게 끊이질 않던지. 지렁이가 없다고 하면 가지고 있는거 퍼주고, 다같이 경매장에 다녀와서 새로운 낚시대로 깔맞춤도 했다.

단계가 오르면 다같이 낚시터를 옮겨갔고, 월척이라도 낚으면 축하와 시기의 세례에 진짜 월간 낚시왕이 된 기분이었다. 가끔씩 지나가며 기분 좋은 음악을 선사해준 악사들은 언제나 고마웠다.

이른 저녁에 시작한 낚시는 어느새 자정을 훌쩍 넘겼다. 생각해보니 일일 퀘스트도 안했고 4인 던전 순회도 안했다. 평소같으면 하루를 날렸다는 기분에 "망했다"라고 했을 터. 그런데 여전히 낚시대를 드리우는 내 모습은 마음의 평화를 찾은 도인과도 같았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낚시를 마무리 할 때 쯤이다. 기분 좋은 하루를 마감하며 다음에 또 같이 만나 낚시 하자는 우리의 인사는 이랬다.

"메이플스토리2를 하면서 이렇게 여유롭게 즐기며 시간을 보낸건 처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