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에서 시드마이어의 문명 시리즈 대표작인 문명5와 문명 온라인의 진행 방식, 문명의 종류, 도시 등에 대해서 간단하게 다뤘다.

이번에는 문명의 핵심 시스템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전쟁외교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온라인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기는 문명은 어떤 방식으로 싸우고, 협상하게 될까?

※ 기사에 언급된 문명5는 모든 DLC를 포함한 최신 버전 기준입니다.




■ 전쟁 - 쉬운 참여를 위해 공방전 시간 고정, 인구 밸런스는 풀어야 할 숙제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 그 말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좋든 싫든 전쟁이 벌어져서 기술이 크게 발전한 건 사실이다. 말 그대로 살기 위해 기술을 발전시켜야 했으니 얼마나 절박하게 연구를 했을까.

게임의 이름이 아닌, 인류가 이룩한 물질이나 기술, 혹은 사회의 구조적인 발전을 의미하는 단어인 '문명'도 전쟁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살기 위해 전쟁 기술을 갈고 닦아서 승리한 문명의 기준으로 역사가 쓰이기 때문이다.

문명5나 문명 온라인에서도 전쟁은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진 콘텐츠 중 하나다. 먼저, 문명5에서는 병력만 있으면 언제라도 싸울 수 있다. 물론 막대한 병력(=생산력) 소모와 다른 문명의 비난을 감당할 수 있고, 확실하게 이길 자신이 있을 때에만 싸워야 한다.




그냥 옆에 있는 문명이 좋은 사치 자원을 가지고 있어서, 혹은 자꾸 내 옆에 도시를 짓는 게 거슬려서 홧김에 시작한 전쟁은 이도 저도 아니게 끝날 가능성이 크며, 문명에 불행 폭탄과 '전쟁광' 페널티만을 안겨줄 뿐이다.

게다가 정복 승리가 아니라 외교 승리나 과학 승리 등을 목표로 한다면 내정에 치중하면서 되도록 평화적으로 지내는 것이 좋다. 전쟁을 많이 하면 행복도가 큰 폭으로 낮아지고 다른 문명에 '전쟁광'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있어서 외교 승리의 가능성이 물 건너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너하고는 싸우지도 않았는데 왜 이러니···.


마음 단단히 먹고 전쟁을 시작해야 하는 문명5와 다르게 문명 온라인에서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도시 공방전이 시작하고, 도시를 건설하거나 파괴하기도 쉽다 보니 공방전이 한 차례 끝날 때마다 전체 지도에서는 대격변이 일어난다.

문명 온라인의 모든 활동은 다른 문명과 싸우는 '도시 공방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바위산 파밍은 공방전에서 사용할 탈것의 구매 자금을 모으는 것이 목적이고, 건물을 건설하는 이유는 적의 탈것이 시청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늦추려는 것이며, 공방전에서 사용할 강력한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 채집을 하는 것이다.

처음 공방전에서 앞뒤 안 보고 상대 문명의 도시를 최대한 부수는 데 주력하다 보면 어느새 공방전이 끝나 있다. 그러면 다음 공방전까지 다시 열심히 도시를 재건하고 골드를 모아야 하며, 공방전이 다시 시작하면 빼앗긴 도시를 탈환하거나 반대로 쳐들어오는 적들을 정신없이 막아야 한다.


▲ 문명 온라인의 공방전 1시간 동안에는 참 많은 일이 일어난다.


이처럼 명확하게 차이 나는 전쟁 시스템은 턴제 싱글 게임과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게임의 차이, 그리고 지도자와 시민의 차이를 대변한다.

문명의 대표자로서 모든 권한을 거머쥔 채 전쟁의 승리 가능성과 주변 국가의 상황을 느긋하게 고민할 수 있는 문명5는 유저가 원할 때 전쟁을 시작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문명 온라인은 유저의 지위가 아무리 높아 봤자 '길드장' 정도다. 유저 한 명이 문명을 대표할 수도 없을뿐더러, 전체 문명 구성원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전쟁에 투입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전투가 벌어지는 편이 오히려 유저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쉽다.


▲ 정해진 시간에만 열리는 문명 온라인의 공방전은 더 많은 유저들이 참여하기 쉽다.


게다가 '많은 유저들'의 참여가 중요한 온라인 게임에서 전쟁의 난이도를 높여버리면 그들만의 리그가 되거나 진입 장벽이 될 수 있기에 적절한 참여 난이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많은 온라인 게임에서 PvP가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문명 온라인은 도시 공방전이 열리는 시간에 접속만 하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세션별로 공방전 시간과 횟수가 달라서 자신에게 맞는 시간대의 세션을 즐기면 된다. 전투 직업이 아니라도 시대에 맞는 탈것만 타면 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어서 다른 게임에 비해 진입 장벽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이 적절한 참여 동기를 이끌어내지는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무나 참여할 순 있지만, 지속적으로 참여할 만한 동기가 약하다는 것이다. 일정한 주기로 반복하는 세션에서 매일 같은 시간에 도시 공방전이 열리다 보니 패턴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 유저들은 '나만의 역사'를 쓰고 싶어하지, '남들과 같은 역사'를 쓰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문명 온라인은 많은 유저들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인 만큼, 유저의 쏠림 현상도 자주 거론되던 주제 중 하나다. 유저들의 문명 선호도는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고, 특정 문명에 유저가 집중되면서 인구 차이가 심해지면 인구가 적은 문명이 시작부터 불리함을 안고 가게 된다.

흙수저를 들고 금수저와 대결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별다른 보상도 없으면서, 인원수에서 압도적으로 밀리는 싸움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더 많은 유저들이 꾸준하게 도시 공방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인구가 적어도 대등하게 싸울만하다고 생각되거나 불리하게 싸워도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유저가 많은 문명에 접속이 제한되는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접속 시간이 곧 비용으로 직결되는 PC방에서도 대기열을 기다리거나, 특정 문명이 크게 열세인 상황에서 나머지 문명에 전부 대기열이 걸려버리는 상황은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이에 유저들은 인구수가 적은 문명에 버프를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거론하고 있지만, 또 다른 밸런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섣불리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지금은 유저가 많은 문명의 접속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문명별 인구를 조절한다.




■ 외교 - 시스템 없이 자유로운 외교 보장! 단, 길드장에게 권한 집중돼

문명5는 대사관을 수립하거나 스파이를 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 연합에서 안건을 지지하거나 세계 지도자를 선출해서 '외교 승리'를 노리는 등 강력한 외교 시스템을 지원한다.

문명의 AI가 똑똑하지는 않지만 무턱대고 싸움을 걸다 보면 다른 문명들에 '전쟁광'으로 낙인찍혀서 순식간에 왕따를 당하게 된다. 그래서 정복 승리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전쟁 한번 제대로 하기도 어렵다.

반대로 모든 문명과 친한 척을 하다 보면 사이가 안 좋은 문명의 틈바구니에 껴서 난처한 꼴을 당하기도 한다. 처음에 사이가 좋았던 문명이라도 이념이 다르거나 영토가 맞닿아 있으면 언제든지 사이가 틀어질 수 있어 마냥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이렇게 외교가 복잡하다고 해서 마냥 포기할 수도 없는데, 다른 문명과 사치 자원을 거래해서 행복도를 관리해야 하고 연구 협약으로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등 유용한 기능이 많아서 외교 없이는 정상적으로 게임을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쟁도 선전포고부터 시작해야 하니 말이다.


▲ 사치 자원을 거래할 수 없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반면에 문명 온라인은 공식적인 외교 시스템과 외교 승리가 없다. 물론 시스템만 없을 뿐이며, 외교를 제대로 안 하면 승리와 한없이 멀어지는 건 문명5와 마찬가지다. 수많은 유저와 함께 하는 온라인 게임인 만큼 오히려 외교의 비중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문명 온라인의 외교는 다른 문명이 아닌 다른 길드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별한 외교 시스템이 없다 보니 주로 길드장끼리 외부 채팅 프로그램 등을 사용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러한 길드 간 외교가 문명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간혹 외교 때문에 문명 내부에서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가령, 로마의 A길드와 이집트의 B길드가 서로 불가침 조약을 맺었는데, 해당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이집트의 C길드가 로마 A길드를 공격하는 등의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외교 내용에 동의하지 않거나 길드에 소속되지 않아서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유저들이 있어 약속한 내용이 항상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점은 게시판의 분쟁이나 길드 간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 길드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지금같이 외교 시스템을 따로 만들지 않고 유저들의 자율에 맡기는 방식은 호불호가 갈린다. 만약 문명 온라인도 문명5처럼 정해진 외교 시스템을 따른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이집트와 로마가 동맹을 맺어서 서로 공격할 수 없고, 다음 공방전에서 아즈텍을 공격하기로 했다고 가정하자. 문명의 모든 구성원에게 이러한 외교 결과가 알려진다면 게임이 더 직관적으로 변할 것이다. 길드에 가입하지 않은 유저도 문명의 공통 목표, 적과 아군을 더욱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교의 주도권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길드 간 외교라면 길드장에게 모든 책임과 권한을 주면 되지만, 문명 전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문명 대표는 어떻게 선출할 것이며, 언제까지 권한을 수행할 건가?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문명 대표를 선정하지 않고 지금처럼 길드 중심의 외교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다만, 지금도 길드장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으로 볼 때 오히려 시스템이 생기면서 길드장의 권한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 길드장만 시청을 건설할 수 있는 것처럼, 모든 권력이 길드장에게 집중되어 있다.


문명 온라인의 매력은 유저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것인데, 문명 온라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교를 특정 유저 몇 명이 주도하게 되면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길드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투표 방식이 적용되면 이러한 논란이 줄어들 수 있겠지만, 돌도끼를 들고 다니면서 코끼리를 타고 싸우는 고대 시대부터 투표를 진행하는 것도 조금 이상하다. 시대가 흐르면서 기술이 개발되는 것처럼, 투표같은 외교 시스템도 연구되는 것은 어떨까.

문명을 온라인으로 바꾸는 새로운 시도는 많은 유저들의 기대를 불러왔다. 하지만 문명 온라인의 시스템에 대한 평가는 아직 물음표가 남아 있다. 문명 온라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쟁, 즉 도시 공방전과 길드 간 외교 시스템은 아직 보완할 부분이 남아 있다.

유저들은 자신이 원하는 문명을 선택하면서도 문명 간 밸런스가 유지되고, 유저 스스로 문명의 주인공이라고 느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려운 부분이지만, 문명 온라인의 흥행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마지막 3부에서는 불가사의, 야만인, 승리 방식 등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