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간조는 시로코와 직접 맞서싸운 4인의 웨펀마스터 중 하나로 대전이 이전의 스토리에선 굉장히 높은 비중을 보여줬던 캐릭터다. 비록 NPC로 등장하진 않았지만, 꾸준히 스토리에 언급되어 왔으며, 과거의 비명굴 전투는 최초로 사도가 전이된 중요한 사건인 만큼, 모든 캐릭터의 인트로 카툰에 빠짐없이 등장했을 정도.

그러나 스토리를 대대적으로 리부트하는 대전이 패치를 겪고 난 후에는 아간조의 비중이 심각하게 줄어들었다. 맨 처음 던전에 잠깐 등장하긴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딱히 기억나는 활약이 없어 아쉬운 부분이 많다.

대전이로 인해 지금은 아간조의 스토리를 볼 수 없게 되었지만, 과거 아간조의 활약을 이대로 기억 속에 묻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공식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아간조와 록시의 첫만남 스토리부터 비명굴 사건까지, 한곳에 모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 대전이 후에는 NPC로 등장해 북의 쉼터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대전이 이전의 아간조 스토리

◈ 모든 일의 시작, 록시와의 만남

▣ 에피소드 01 - 한낮의 강도

'대체 언제까지 따라올 생각이지......'
일주일 전부터 나를 따라오는 존재가 있다.

낡아서 색이 바랜 천을 입가까지 올려쓴 그 체격은,
인간의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균형잡혀 있었고,
특히 이목을 끄는 것은 왼손 팔꿈치까지 올라오는 비정상적으로 긴 장갑과
날카롭게 빛나는 눈, 그리고 검은 빛이 감도는 길고 뾰족한 귀였다.

그렇다. 이 속을 알 수 없는 흑요정이 일주일간 나의 곁을 떠나지않고 맴돌고 있다.

사실 흑요정이란 그리 쉽게 접할 수 있는 종족이 아니다.
특히 활이 아닌 검을 사용하는 흑요정 검사란 더욱 희소하다.

하지만 그대, 흑요정 검사를 마주했을 때 긴장의 끈을 놓치말아라.
호기심과 같잖은 기사도에 취해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 다시는 검을 쥘 수 없게 될지도 모르니.
<보이는가. 저 보이지않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이라는 아라드의 격언은 그냥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아라드의 검사들이 접하게 되는 흑요정이란 대부분 거칠고 사나운 뒷세계의 암살자들이었으니,
이렇게 그들을 경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들의 검은 항시 상대의 등 뒤와 약점을 노린다.
그, 아니 그녀라고 해야겠군. 그녀와의 첫 만남도 그리 유쾌하지는않았다.

"그.. 그.. 지갑을 여기 두고 가라!"

백주대낮에 길을 걷고 있던 내 앞에 나타난 그녀가 내게 던진 첫마디였다.
나는 적잖이 놀랐다. 이 강도는 내 고정관념을 파괴하고 있었다.

상대의 정면에서 나타난 것은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여긴 마을의 한복판이었다.
게다가 한낮의 강도라니...

"......"

"......"

그때 옆의 분수에서 힘차게 물줄기가 뿜어져 올랐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더듬더듬 말을 뱉는 모양새라니...

"훗.. 이거 원"

내가 할 수 있는 건 콧방귀를 끼며 길을 재촉하는 것뿐,
그리고 실소를 흘리며 몸을 돌리려는 찰나, 뒤에서 매서운 검풍이 나를 덮쳐왔다.


▲ 썩 유쾌하진 않았던 록시와의 첫 만남.


▣ 에피소드 02 - 붉은 눈

< 체쳉! >

검을 굳게 쥔 손이 살짝 아려왔다. 이유도 없이 나를 공격한 상대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지만,
주위에는 아직 도망가지 못한 사람들이 공포에 몸을 떨고 있었다.

"이곳은 사람이 너무 많군. 따라와라."

사람들을 피해 숲 속으로 장소를 옮긴 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다시 서로를 향해 몸을 날렸다.
제법 괜찮은 검술이었지만 평정심을 잃은 듯, 그녀의 검 끝은 흔들리고 있었다.
굳이 피를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나는 적당히 힘을 조절해 상대를 제압하는데 주력했다.
오래 지나지않아 주인 잃은 검 한 자루가 땅바닥에 깊숙이 박혔다.

"고작 그런 실력으로 강도질인가... 한심하군. 흑요정 검사란."

나의 이 말이 아니었다면 시뻘겋게 변해버린 그녀의 눈을 보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땅을 짚은 손은 떨리고 있었다. 꽤나 자존심이 상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이 정도의 실력 차라면 어렵지않게 패배를 인정하리라, 그렇게 생각했었다.

나는 대검을 어깨에 걸치고 그녀를 뒤에 남겨둔 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길을 재촉하기로 했다.

그때였다. 공기의 흐름이 바뀌며, 등 뒤에서 거대한 압박감이 몰려왔다.
그것은 야수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살기였다.
아까와는 너무나도 다른 기세에 나는 그녀의 패거리가 마각을 드러냈다고 생각했다.

"이제 보니 무인의 긍지조차 상실한 쓰레기였군. 뒤에서 기습한다고 그게 통할 것 같나!"

하지만 고개를 돌린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패거리 따위가 아니었다
그녀가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순수한 분노로 이글거리는 야차의 피를 눈에 담은 체,
심장의 바닥을 긁는 듯한 괴성과함께 뿜어내는 거친 숨.

'저 눈은!'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그녀는 풀을 잔뜩 먹인 활시위에서 막 해방된 활과 같이 튕겨져 왔다.
세상의 강한 적은 충분히 만나보았다고 자부하던 나였지만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것은 정녕 처음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눈에서는 피와 분노의 뜨거운 열기만이 느껴질 뿐, 한 가닥의 이성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 아이템의 플레이버 텍스트를 통해 그 당시의 상황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다.


▣ 에피소드 03 - 카잔 증후군

'카잔 증후군! 흑요정에게도 카잔 증후군이?'

그녀의 변해버린 눈과, 떨리던 손이 겹쳐지면서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상태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검을 잡은 자라면 능히 알 수 있을것이다.

더는 방심할 수 없었다. 방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광풍과도 같은 그녀의 공격은 쉴새없이 나의 빈틈을 노려왔다.
마치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폭발한 듯, 거침이 없어보였다.

그 순간, 태양을 등진 그녀가 하늘 높이 몸을 날려왔다.
무게를 실은 공격으로 일격에 나를 요절낼 심산이었던 듯하다.
아무리 힘이 강해도 이처럼 무게가 실린 공격을,

그냥 받아서 튕겨낸다는 것은 자살행위.
그리고 자연스럽게 몸이 반응했다.
검을 횡으로 치켜올려 검을 막아냄과 동시에 나는 검의 끝을 살짝 땅으로 향하게 했다.

대륙을 종횡하면서 몸으로 익힌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항상 그래왔듯이 이번 상대 역시 날을 따라 흘러가는 스스로의 검과 마찬가지로 균형을 잃고 허우적댔다.

'빈틈!'

온 힘을 다해 그녀에게 몸을 부딪혀갔다. 무언가 하얀 천이 뺨을 스쳐 지나갔다.
오랜만에 전력을 다한 싸움이었다. 그녀의 공격은 빠르고 강력했지만, 절묘하지 못했고 빈틈이 많았다.
그리고 온 몸이 땀으로 젖어버렸을 즈음, 나는 간신히 상대의 목숨을 빼앗지않고
땅바닥을 바로 마주하게 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호기심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싸움의 와중에 장갑이 벗겨진 그녀의 왼손은
마치 수분을 모조리 흡수당한 나무줄기처럼 흉측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형이라 생각했지만 그 손에서 뿜어져나오는 극히 사악한 기운에
곧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깨어나면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곁을 지키고 있다가 붉게 변한 태양이 긴 그림자를 만들어갈 때
그녀가 서서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아까와는 다른 그 맑은 눈동자를 보는 순간
떨어지지 않던 입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
나는 주머니의 돈을 몇 푼 던져주고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발을 움직였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는 소리, 뒤를 따라오는 발자국 소리까지.
일주일 째 계속되고 있는 소리. 하지만 대화는 없었다.


▲ 아간조 스토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카잔 증후군.

▣ 에피소드 04 - 카잔 증후군

언제부턴가 주위의 풍경이 너무 익숙해졌다. 아무래도 길을 잃은 것이 분명했다.
지도에 이런 좁고 외진 길이 나올 리 만무하고... 아무래도 그녀에 대해 신경을 쓰다,
떠돌이 장사꾼이 알려준 길을 벗어난 것 같다. 한심하군....

"어디로 가는거지?"

"엘븐가드, 대삼림의 경계지역이지. 부탁 받은 것이 있어서."

그녀였다. 당황스러웠다. 너무 오랜 침묵에 입이 근질근질했던 것일까.
나도 모르게 솔직하게 말해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기다렸다는 듯 바로.

"알지 모르겠지만 그곳은 우리 흑요정의 고향과도 가깝다. 보아하니 길을 잃은 것 같은데... 길 안내가 필요하지 않겠나?"

바람이 불어서일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려왔다.
워낙 자존심이 강한만큼 이런 말을 하기도 힘들었을테지.

아마 이 말을 꺼내는데 꽤 긴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녀의 뒤에 펼쳐진 하늘에는 저녁 노을이 깔려있었다.
그녀의 피부색과 꽤 어울리는 듯했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그녀의 부탁을 거부하지않기로 마음 먹었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긴 했지만,
확실히 나는 지금 길을 잃은 상태였다. 그리고 왠지 거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않았다.

"마음대로..."

"그렇다면...... 이쪽으로 계속 가면 헨돈마이어를 거쳐 엘븐가드로 가게 된다. 하지만 인적이 드문 길을 좋아한다면..."

"그 길로 하지. 인적이 드문 길로."

그녀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조용히 내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어느순간부터 그 발걸음이 조금씩 느려지는듯 싶더니 더이상 소리를 내지않았다.

"내 이름은 록시. 괜찮다면... 이름을 알려줄 수 있겠나, 방랑자?"

그녀의 목소리가 전과는 다르게 생기에 차 있다고 느낀건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우리는 몇 번을 빙빙 돌아왔던 길을 이제 제대로 걸어가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귀신을 품은 그녀가 나의 이름을 물어왔다.

"아간조"


▣ 에피소드 05 - 열쇠

우리는 여러 날을 걸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무가 우거진 삼림을 지나 희미하게 나있는
산등성이의 지름길을 통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일까.
의뢰받았던 일은 생각보다 몇 일이나 빨리 끝낼 수가 있었다.

굴뚝에서 하얀 김이 솟아나오는 평화로운 마을의 표정은 대륙을 휘감고 있는 검은 기운과는 전혀 상관 없는 듯, 보는 이의 마음을 정화시켜주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흑요정은 그리 달갑지 않은 존재인 듯,
흑요정의 마을과 멀지 않은 이곳에서도 나의 동행자는 보이지 않는 축객령을 몸으로 받고 있었다.

"이제 떠나지."

"왜? 오랜만에 사람 사는 곳에 도착했는데 이렇게 빨리 가면 억울하지않아?"

어떤 인생을 살아왔기에 이런 사람들의 시선에도 전혀 개의치 않을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사람 많은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떠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나는 갈 테니 이곳에서 쉬어가고 싶다면 알아서 해. 언제 내가 너의 행동을 구속했던가."

"훗. 지금까지 같이 다니면서 가장 긴 말이었던 것 같네. 됐어, 나도 인간의 마을에는 별 흥미가 없는걸. 고향에서조차 버림 받은 몸이니."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우리를 지켜보던 부락의 꼬마 녀석들과 경계를 풀지않는 노인장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우린 다시 나무 사이의 길로 걸음을 옮겼다. 몇 시간 전에 걸어왔던 길이지만 이제 더는 앞이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더 이상 무리겠군.'

준비해둔 땔감에 불을 붙이니 저 멀리 있는 별보다 따뜻하고 밝은 불길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만들어내는 그림자도 훨씬 짙고 길었다.

"이제 더는 쫓아오지 않아도 돼... 길 안내는 고마웠다."

"그래?...... 그런데 하나 궁금한게 있어. 처음 나를 보았을 때 내게 무언가 묻고 싶은게 있지않았어? 대답해줄게. 솔직하게, 또 이성을 잃지않고."

작별을 고하려 했던 나의 인사는 그녀의 말과 함께 없던 말이 되어버렸다.
다시 생각해보니 확실히 그녀의 모습에 호기심이 작용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글쎄, 이제 와서 그런 질문들이 무슨 의미가 있지."

"이거 받아. 지금 딱히 좋은 먹거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남은건 딱딱한 말린 고기 뿐이잖아. 술이라도 한 잔 하는게 좋겠어."

말 없이 그녀가 내미는 술병을 받아들고 한 모금, 독한 술기운을 목으로 받아넘겼다.
그래, 그랬었지. 그녀의 벗겨진 긴 장갑. 그리고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섬뜩한 팔.

그녀를 혼자 두지 못했던, 또 예전의 나와는 다르게 동행을 허락하게 했던(비록 암묵적인 동의였지만), 그리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맹렬했던 폭주의 거센 바람, 그녀의 팔과 무슨 연관이라도 있는 것일까.

"장갑, 벗겨진 적이 있었지. 물어봐도 될지 모르겠군."

"오래됐어. 하지만 별 기억은 나지 않아. 아니면 기억은 남아있지만 기억해내기 싫은 걸 수도... 지우려 애를 쓸 수록 더욱 생각난다고 하잖아. 하지만 지워졌어."

"부럽군, 그런 게 가능하다니."

"하루하루 살아가는게 지옥이라면, 과거의 잔상들은 모두 타 없어지지 않을까.
그냥 죽어버리고 싶을 때... 그럴 때가 있잖아.
그건 지금 당장 힘이 들어서, 견딜 수가 없어서 그런 게 아냐.
내일도 오늘과 같이, 한 달 뒤에도, 그리고 일 년 뒤에도 여전히 희망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자신이 없어져, 내가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
마치 낙엽을 떨어뜨리는 바람은 나와는 무관한 곳에서 불고 있다는 그런 비슷한 느낌...
태양은 내리쬐지만, 내게는 그림자가 허락되지 않는다는 그런 생각......"

"......"

"모르겠어. 내게 열린 지옥은 이 팔이 열쇠였어. 너무 분명해서 이것만, 이것만 어떻게 할 수 있다면 다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쉽지 않네."

"그 팔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라도 알고 있는 건가?"

"아니, 전혀. 그런데 요즘 들어 이상한 게, 잊고 있었던 팔의 통증이 다시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거야. 너를 만나고 이 산 속의 길을 헤매고, 점점 통증이 더 강렬해져, 마치 무언가에 반응하는 것처럼."

<끼아악!>

그때 어딘가 멀리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찰나였지만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졌던 것도 같았다.

"...달을 보니 이제 잠들어야 할 시간인 것 같군. 그럼 난 이만..."

이게 마지막 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날은 마지막 밤이었다. 낯선 동행자로의 밤은.

열쇠를 손에 쥔 이상, 아니 몸 자체가 열쇠인 이상, 이제 해야 할 일은 그 열쇠에 맞는 문을 찾는 것.
그녀는 아마 그 문을 찾아 세상을 떠돌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


▲ 이 때 록시가 아간조에게 다른 마음을 가지게 된 걸까?



◈ 비명굴 사건

아무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고 의문의 비명 소리만 들려온다는 비명굴. 행방불명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 수상함을 느낀 제국은 비명굴에 조사단원을 파견한다.

조사단원으로는 당시 검사였던 라이너스를 포함한 제국의 병사들, 제국 소속의 엘리트 검사 , 제국의 의뢰를 받고 비명굴 탐사에 참여한 시란, 브왕가가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비명굴의 이상한 기운에 끌려와 합류한 아간조 일행이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비명굴 탐사, 제국의 조사단원들은 인원을 분배해 지역별로 탐사를 진행하고, 반, 시란, 브왕가, 아간조, 록시는 한 조가 되어 비명굴의 깊숙한 곳으로 나아갔다.

오랜 시간 탐사가 진행된 끝에 비명굴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비명굴 행방불명 사건의 원인이자 최초로 전이된 사도, 무형의 시로코를 발견하게 되었고 4인의 웨펀마스터와 대결을 펼치게 된다.

달인의 경지에 오른 웨펀마스터 답게 시로코와 대등한 실력으로 막상 막하의 전투를 보여줬으나 시로코의 능력, 정신 지배에 당해 위기 상황에 빠지게 된다, 내면의 어두움이 없는 브왕가만이 정신 지배를 피해 일격을 가했으나 큰 피해는 주지 못했다.

정신 지배 능력으로 서서히 쓰러지는 웨펀마스터 일행들, 움직일 수 없는 아간조를 시로코가 죽이려고 달려들자 이에 록시는 목숨을 버릴 각오로 스스로 귀수를 해방시킨다. 폭주 상태로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된 록시는 이 빈틈을 노려 시로코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는데 성공하며 사도를 쓰러트린다.

아간조를 지키고자 귀수를 해방하고 모든 생명력을 쏟아부은 록시는 이 전투로 목숨을 잃었고,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던 아간조는 큰 절망감에 빠져 록시를 잊지 못한 채 달빛주점에서 술을 마시며 하루하루 의미없는 생활을 하게 된다.


▲ 아간조를 지키기 위해 귀수를 해방한 록시.

▲ 폭주 상태로 시로코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는데 성공하지만...

▲ 무리한 폭주로 인해 목숨을 잃고 만다.

▲ 록시의 죽음으로 절망에 빠진 아간조.



◈ 아간조, 록시와의 만남 ~ 비명굴 사건 플레이버 텍스트




◈ 잃어버린 연인, 슬픔에 빠져있는 영웅

비명굴을 다녀 온 후 아간조는 록시의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녀를 구하지 못 했다는 죄책감은 세월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상념이 들때마다 그의 대검을 묵묵히 휘둘렀고 그래도 가슴이 죄어오면 술을 들이켰다.

정신을 잃고 쓰러질 때야 그녀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항상 생각한다. 왜 그렇게 강하지 못 했었나? 왜 그녀를 지키지 못 했었나? 왜 그녀가 자신을 구하도록 내버려 두었나? 그의 인생은 과거에 묶여있었고 과거에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의 모습이 더 뚜렷해진다. 그럴 수록 괴로워 진다. 오늘도 괴로움을 술 한잔으로 씻어 내린다.


▲ 달빛주점에서 만날 수 있는 술취한 아간조.




■ 모험가 퀘스트 속의 아간조

◈ 사도의 정체는 무엇인가? 아간조를 찾아서

대륙을 둘러싼 모든 일들이 사도들의 전이라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모험가들은, 그 역사의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 결국 옛 비명굴에서 사도 시로코와 직접 대면한 적이 있는 영웅들의 존재를 생각해내게 된다.

그리고 도의 달인 시란과 함께 비명굴로 들어가 생존했던 반투족의 족장 브왕가를 만나기 위해 만년설산을 향하게 되나, 이방인에게 베타적인 그들의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브왕가의 대련을 마치고 알게된 진실, 알수록 더욱 알 수 없는 사도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이제는 회색의 검사, 아간조를 찾아내야 한다.


▲ 브왕가의 언급으로 아간조를 알게 된다.



◈ 회색의 검사

회색의 검사 아간조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여년 전, 비명굴 이후로 사람들의 주의와 시선에서 멀어진 그를 찾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으나, 가끔 그와 연락을 주고 받던 브왕가의 도움으로 헨돈마이어의 달빛 주점으로 향하게 된다.

주점에서 난동을 부리는 헨도니스파와의 난전속에서 발견한 회색의 검사, 비록 그때 당시는 그가 아간조임을 몰랐으나, 아간조는 그들을 브왕가가 말했던 모험가들임을 후에 인지하고 편지로 시로코와의 사건을 이야기해준다. 결국 마지막 한 마디는 듣지 못하고, 록시의 죽음에 아간조와 함께 가슴아파하며 사도에 대한 단서 찾기는 일단 중지되고 만다.


▲ 술에 취한 상태여도 아간조를 쓰러트리는 것은 쉽지 않다.

▲ 아간조가 보낸 의미심장한 편지.



◈ 다시 열린 비명굴, 조력자로 등장한 아간조

제 5사도 시로코가 록시의 손에 죽은 후 비명굴의 그 끔찍한 비명소리도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다시 비명굴에서 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불안함을 느낀 라이너스가 모험가들에게 비명굴의 탐사를 요청했으나, 비명굴의 저주로 인해 모험가들의 힘만으로는 그곳의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비명굴의 기운이 점차 흉흉해지자 라이너스는 비명굴 사건의 전우인 아간조를 조력자로 불러들인다.

달빛주점에서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아간조는 비명굴 사건을 떠올리며, 자신이 직접 비명굴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끝내기 위해 술잔을 놓고 전장으로 향한다.

저번과 같은 실수는 하지 않기 위해 아간조는 처음부터 전력으로 몬스터를 상대했다. 이윽고 시로코가 있었던 위치에 도달한 아간조 일행은 거대한 누골을 발견하고, 감상에 젖어있던 것도 잠시, '극 귀검술 -폭풍식' 을 사용해 비명 소리의 원인이였던 누골들을 완전히 제거하는데 성공한다.


▲ 스토리를 진행하는 캐릭터가 도적이라면, 흠칫 놀라는 아간조를 볼 수 있었다.

▲ 거대 누골이 단 한방에! 본 실력을 발휘한 아간조의 모습.



◈ 앞을 향해 나아가다

비명굴에 나타난 거대누골을 제거한 아간조는 이대로 슬픔에 빠져 술만 먹고있을 수는 없다는 결심을 한다. 록시가 구해준 목숨에 보답하기 위해, 귀검사의 질병 '카잔증후군'에 대해 그 현상과 치료법을 연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 세월이 흐르고 강해진 아간조. 대전이 이후 검성에서 검신이 되었다.




■ 지금은 사라진 설정

◈ 기억을 잃은 아간조?

아간조와 웨펀마스터 4인방의 초기 스토리는 지금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 대략적인 스토리는 비명굴 사건 이후 4인의 웨펀마스터는 시로코에 대한 더욱 확실한 조사를 하기 위해 시로코가 이동해온 차원의 틈을 이용, 마계로 원정을 간다는 내용.

그러나 조사 도중,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의 습격을 받아 시란은 마계에서 실종, 아간조는 큰 부상으로 인한 기억 상실, 브왕가와 반은 큰 중상을 입고 귀환하며, 마계원정은 실패로 끝이난다.

사랑하는 연인 록시를 잃은것도 모자라 마계이탈 후, 기억까지 잃어버린 아간조는 반 폐인 상태가 되며, 시란의 제자인 '우'가 아간조를 보살피게 된다.


▲ 단종된 에픽 아이템에 남아있는 마계이탈 스토리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