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외모와 훤칠한 키, 부드러운 웃음을 가진 미남. 게임 해설가 김동준을 처음 봤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다. 이런 이미지 덕분에 그가 e스포츠의 태동부터 현재까지 15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해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9살 프로게이머로 e스포츠와 인연을 맺고 게임 해설가로 지금까지 활동해온 지 15년. 그간 많은 선수, 관계자들이 e스포츠를 떠난 와중에도 김동준 게임 해설가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이 일을 해오고 있다. 한우물만 파고 한 길만 걷기를 좋아하는 그의 뚝심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예시다.

김동준 게임 해설가를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의 비전과 e스포츠에 대한 생각, 게임 해설가로서 과거와 미래를 엿보았다.


Q. 이 글을 읽는 독자를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게임해설가 김동준이다. 스타크래프트 1세대 프로게이머였고 2001년부터 게임해설가로 활동해왔다. 인생, 특기, 취미 모든 것이 다 게임이다(웃음). 20대를 하얗게 불태우고 30대도 불태우고 있는 중이다.


Q. 게임과 관련된 일을 직업으로 한다는 것은 게임과 관련된 기성세대의 생각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힘들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e스포츠와 연을 맺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20대 중반, 후반에는 이 일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하지만 언제나 고민 후에 나왔던 결론은 내가 좋아하는 것은 게임이고 e스포츠의 태동과 함께했다는 자부심이 있어 e스포츠를 떠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취미가 직업이 됐을 때 오는 스트레스가 있다. 하지만 내가 게임과 e스포츠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이 일을 하면서 인정받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왔다. 이 두 가지가 나에겐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Q. 굉장한 뚝심이 느껴진다.

내가 은근히 한 우물만 파는 스타일이다. 한 쪽에 집중하면 다른 것을 잘 보지 못하고 관심이 없다. 그래서 게임도 한 게임만 하는 경우가 많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접하기 전에는 블리자드 게임만 했다. 그 외에는 흔한 핸드폰 게임도 잘 하지 않는다.

지금 내가 집중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는 내게 가장 의미가 각별한 게임이다. 그 전에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3만 종목만 게임 해설을 맡았는데 LoL은 게임 해설가로 제 2의 인생을 살게 해주었다.


Q. 15년의 e스포츠 경력, 프로게이머 선수 생활 경험 등을 가지고 있다. 오랜 경력을 가진 분에게 항상 묻는 말이다. e스포츠가 스포츠가 될 수 있을까?

10여 년 동안은 e스포츠는 스포츠라고 생각해왔다. 지금은 그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e스포츠가 스포츠가 될 수 없다가 아니라 '왜 꼭 스포츠가 되어야만 하는가'라고. 게이머로서는 내가 즐기는 게임이 스포츠인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e스포츠의 스포츠화는 차츰차츰 해결해 나갈 문제고 e스포츠가 스포츠가 된다면 여러 가지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지금처럼 우리가 즐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을까(웃음).



Q.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해설을 맡은지 5년 째다. 스타크래프트 해설 경험까지 따진다면 2001년부터 지금까지 15년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이제는 별생각이 없다(웃음). 군대를 다녀와서 게임 해설가 생활을 뒤돌아본 적이 있는데 20대를 하얗게 불태웠더라. 임요환, 홍진호 등 함께 프로 생활을 했던 1세대 프로게이머들이 결승전에 오르거나 경기를 뛰는 모습을 볼 때면 프로게이머 생활을 더 하고 싶다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내가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알기 쉽게 풀이해서 말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게임 해설가라는 직업이 잘 맞는 것 같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방송 일이라는 게 주목을 받는 일이고 여러 면에서 지칠 때가 있다. 그래도 매 경기 게임 해설가로 일을 잘 마무리했다고 느낄 때면 언제나 기쁘고 즐겁다.


Q. 해설할 때는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해설을 하는가?

정보전달과 정확한 해설을 하는 것이 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해 선수, 코치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고 해외 경기도 많이 챙겨보는 편이다.


Q.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는 등 해설 스타일이 약간 바뀌었다는 평가가 있는데?

정확하게 꿰뚫어 보신 것 같아 놀랍다(웃음). 축구, 농구와 같은 스포츠 중계처럼 e스포츠 중계도 진중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선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경기 때 나온 실수로 희화화되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었다. 그렇지만 경기가 늘어지거나 소강상태거나 지루함을 느낄 때는 유머러스한 코드를 접목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Q. 중계를 하는 동안 인상적인 경기를 손꼽는다면?

정말 많은 경기가 떠오르지만 그 중에서도 롤드컵 결승전 SKT T1과 쿠 타이거즈의 4세트 경기가 떠오른다. 그 경기를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페이커' 이상혁은 하늘이 내렸구나 라고. 2015년 최고의 선수는 '마 린' 장경환이라고 생각한다. 탑 라인이 캐리할 수 있는 메타였고 장경환이 있었기 때문에 이상혁이 더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혁의 비범함은 탑 캐리 메타에서도 빛나더라. 이상혁은 라이즈로 그 중요한 경기에 킬각을 잡고 상대를 잡으러 뛰어드는 판단을 했다.

롤드컵 결승이 한국 내전으로 치러졌던 것도 내겐 특별한 기억이다. MSI에서 SKT T1이 EDG에게 패하고 IEM 카토비체에서 한국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롤챔스에 대한 비난과 조롱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해외리그 경기를 보면서 '이건 아닌데'라고 항상 느꼈다. 한국 리그를 중계하는 입장에서 자존심도 상했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한국 리그의 경기력이 타국 리그보다 더욱 뛰어났다. 롤챔스를 사랑하는 분들이 이런 현상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그러다 보니 롤드컵 결승이 한국 대 한국으로 열리면서 울분을 토했던 것 같다.


Q. 81년 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인데 결혼할 생각은 있는가?

결혼은 어른들이 하는 거 아닌가? 나는 한우물만 파는 아이라서(웃음). 결혼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해본 적이 없다. 이 일이 좋고 어쩌다 보니 나이가 먹었을 뿐이다. 언젠가 결혼을 하고 싶어진다면 할 것이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Q. 다른 게임의 해설을 할 생각이 있는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고 싶다. 다른 게임에 대해 내가 해설을 잘할 자신만 있다면 할 것이다. 사실 이런 자리를 쉽게 주진 않지만, 이제는 조금 활동 영역을 넓히고 싶고 LoL 리그 해설과 관련해서는 좀 더 다양하게 활동하고 싶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충분한 준비과정을 통해 인정받을 수 있다면 다른 종목 해설도 좋다.



Q. LoL과 e스포츠가 어느 정도의 수명을 가질 것 같은가?

관계자들 사이에 이에 관한 관심이 정말 많고 예측도 많이 한다. 가장 먼저 e스포츠는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다. e스포츠 리그와 게임에 대한 인식은 우리가 나이를 먹을수록 주류가 바뀔 것이고 점점 더 대중화될 것이라 믿는다. LoL도 그렇다. 시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기 위한 라이엇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고 현재 LoL을 즐기는 어린 친구들이 나중에 커서도 게임을 즐길 것이다. 우리가 십수 년이 지난 후에도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


Q. 앞으로 어떤 해설가로 기억에 남고 싶나?

개인적으로 약간의 변화를 꾀하고 있긴 하지만 언제나 한결같은 느낌의 해설가가 되고 싶다. 채널을 돌리다가도 우연히 게임 관련 방송을 볼 때면 '아직도 해설을 하고 있네'라는 느낌이 드는, '한결같아서 보기 좋네'라는 느낌이 드는 해설가가 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인터뷰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지난 수년 동안 몇몇 방송 말고는 롤챔스 중계만 해왔다. 이제는 다른 방송 제의가 와서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해볼 생각이다. 소나무같이 한결같은 장점을 유지하면서 좀 더 다양한 활동으로 인사드리고 싶다. 그때 예쁘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