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스노우폴게임즈 ⊙서비스: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장르: RPG
⊙플랫폼:
안드로이드 ⊙출시: 2016년 3월 예정


모바일 액션 RPG '거신전기'의 정식 출시가 3월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영화 명량이 천만 관객을 돌파해 최대 흥행을 기록하던 2014년 8월, 프로젝트 R이라는 이름으로 티저 포스터가 처음 공개되었으니 1년 7개월이 걸린 셈입니다.

그동안 거신전기는 작년 8월에 있었던 1차 CBT를 제외하면 그야말로 숨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CBT 이후에도 반년동안 아무 소식이 없다가, 최근에서야 출시와 마지막 테스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동안 모바일 액션 RPG 시장에 많은 게임이 출시된 만큼, 이를 지켜본 거신전기가 어떻게 준비했을지 궁금했습니다.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진행된 거신전기의 파이널 테스트를 통해 정식 출시를 앞둔 거신전기의 모습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이건 분명했습니다. 거신전기는 잘 만든 액션 RPG입니다.


피와 살은 그만! 감성이 튀는 RPG - 거신전기의 장점

다른 액션 RPG가 강렬함과 화끈함으로 무장했다면, 거신전기는 '감성'을 무기로 내세웁니다. 거신전기는 밝은 색감의 원색을 많이 사용했으며, 화려한 효과 대신 깔끔한 연출을 추구했습니다. 많은 액션 RPG가 메인 화면부터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거신전기의 메인 화면은 별이 빛나는 맑은 하늘과 푸른 초원으로 우리를 맞이합니다. 두 명의 주인공 캐릭터도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성 캐릭터입니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배경 음악 역시 거신전기의 장점입니다. 10여 개의 BGM은 평온함과 장엄함, 긴장감을 느낄 수 있으며, 각 지역과 콘텐츠의 특징과 잘 조화되어 유저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번 파이널 테스트에서 진행된 이벤트에서도 OST를 목표로 삼은 유저들이 많았습니다.

▲ 밝은 배경의 메인 화면에서 잔잔한 오케스트라를 감상하면 절로 힐링이 됩니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 역시 거신전기의 장점입니다. 벨라는 자신의 어머니인 여왕과 스승의 원수를 갚기 위해, 비에타는 몰살당한 외할머니와 마을의 복수를 위해 거신의 힘을 빌리러 모험을 떠납니다. 다른 사연을 지닌 두 캐릭터지만 같은 대상을 향해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고, 그 안에서 둘의 이야기가 맞물리기도 합니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조연인 요정과 악역 캐릭터, 주인공을 돕는 거신까지 저마다 개성을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이야기와 각자의 개성이 개연성 있게 어우러져 거신전기라는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악몽에 시달리면서 점차 비정한 복수귀로 변하는 주인공들, 그리고 주인공을 지켜보며 걱정하는 요정의 모습을 통해 복수라는 단순한 주제 안에서 많은 것을 풀어내기도 합니다.

▲ 복수에 물들어가는 두 주인공을 보면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 조연 캐릭터 울단도 캐릭터가 명확합니다

거신전기의 전투는 쉬운 조작과 호쾌한 타격감이 특징입니다. 근접 캐릭터인 벨라를 선택했다면 적진 한가운데로 파고들어 적을 몽땅 날려버릴 수 있고, 마법사 캐릭터인 비에타라면 강력한 화력으로 적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플레이로 통쾌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거신전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거신'입니다. 거신은 전투 중 소환해 주인공을 등에 태우고 대신 싸울 뿐만 아니라, 전투에 동행하며 공격과 버프 등 많은 도움을 줍니다. 각각의 거신은 공격과 방어, 스킬 등 특화된 성능을 갖고 있어 자신의 성향에 맞는 거신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스킬 한 방에 몽땅 쓸어버리는 맛은 최고입니다

▲ 원하는 스타일의 거신을 선택하고

▲ 전투 중 소환해 싸울 수 있습니다


장비는 다 맞췄는데 이제 뭘 하지? - 높은 장비 의존도, 부족한 콘텐츠

거신전기의 이번 파이널 테스트와 작년 여름에 있었던 거신전기의 1차 CBT를 비교하면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은 게임이지만, 손에 쥐는 순간 상당히 다른 게임이 되어 있었음을 느꼈습니다. 파이널 테스트에서 달라진 점에 주목하면 거신전기가 어떤 게임을 지향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제가 본 거신전기는 '쉬운 RPG'로 변해 있었습니다. 어려웠던 전투 난이도는 쉬워졌고, 복잡했던 시스템은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바뀌었으며, 컨트롤 실력에 따른 격차도 크게 줄었습니다. 특히 장비를 다른 세트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캐릭터의 성향을 공격 지향, 방어 지향, 속도 지향의 세 가지로 바꿀 수 있습니다.

1차 CBT에서는 장비의 등급, 모험 진행 정도, 스킬 포인트 분배, 거신 육성, 컨트롤 모든 것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파이널 테스트에서는 장비의 등급과 세트 구성 여부에 집중하면 됩니다. 그래서 '장비 의존도가 높은 게임'이라는 특징은 바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게임을 쉽게 즐길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 지난 6개월간의 변화는 현실적인 측면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 무기의 종류와 등급에 따라 그에 맞는 스킬을 사용하게 됩니다

그러나 쉽게 접할 수 있어도 즐길 거리가 없다면 문제가 됩니다. 요일별 공성전과 4인 협동 레이드 등 여러 콘텐츠를 준비했지만, 모험에서 찾을 수 없는 어떤 재미를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거신대전을 제외한 모든 콘텐츠는 같은 콘텐츠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예를 들어 실시간 PVP 콘텐츠인 투기장에서도 컨트롤이나 전략이 중요하지는 않았습니다.

거신전기는 장점이 많은 게임입니다. 하지만 이 장점을 개성이라고 부르기는 힘듭니다. 지금의 거신전기는 '거신이라는 새로운 요소만 있는 잘 만든 액션 RPG'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범람하는 모바일 액션 RPG 시장에서 유저들을 끌어들이려면 거신전기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장점을 잘 살리는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파이널 테스트의 거신전기는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콘텐츠가 대부분입니다.

▲ 거신대전을 빼면 색다른 콘텐츠가 부족합니다


거신전기만의 장점으로 유저를 붙잡아라!

거신전기는 여러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밝고 깔끔한 그래픽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감성적인 RPG를 만들었습니다. 오케스트라는 이를 뒷받침하고, 거신이라는 고유 요소까지 갖고 있습니다. 시스템도 개편해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준비도 마쳤습니다. 하지만 아직 다듬을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작년 여름의 1차 CBT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거신전기는 복잡한 장비 시스템과 어려운 난이도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즐기기 힘든 게임이었습니다. 이 점을 개선해 대중성을 추구한 것은 바람직한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거신전기가 갖고 있는 여러 장점을 콘텐츠로 만들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저는 두 캐릭터를 레벨 40까지 키우면서 지루한 적도 있었습니다. 모험 지역의 진도가 막히면 장비를 강화하고 레벨을 높이기 위해 자동 사냥을 반복하거나 필요한 여러 콘텐츠를 기계적으로 반복하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거신전기의 장점인 다양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탐닉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었으면 하는 안타까움도 느꼈습니다.

▲ 성능을 쫒아 장비를 선택하면 외모를 포기해야만 하나요?

작년의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액션 RPG가 대세를 차지했습니다. 올해도 신작 게임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여러 액션 RPG가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인 거신전기는 다른 게임에 없는 감성으로 유저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제 유저들을 붙잡아둘 수 있는 모습을 정식 출시 이후에 보여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