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IEM 시즌10 월드 챔피언십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에서는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우승을 거머쥐었던 SK텔레콤 T1, 그리고 아마추어 신분으로 내로라하는 강팀을 꺾고 KeSPA컵과 IEM 쾰른을 우승하는 대이변을 연출한 ESC 에버가 참가하고 중국에서는 롤드컵 시즌4 우승의 주역 '마타' 조세형과 '루퍼' 장형석이 있는 RNG, '스위프트' 백다훈과 '도인비' 김태상이 있는 QG가 참가한다.

제왕 자리를 내려놓지 않는 한국과 국제 대회만 나갔다 하면 자존심을 구기기 일쑤였던 중국. 위상이 극과 극으로 갈린 두 지역은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이번 IEM 월드 챔피언십에 나선다.


■ 화려한 재기를 노리는 SK텔레콤 T1, 또다시 이변을 연출하려는 ESC 에버

한국에 LoL이 뿌리를 내린 후, 국제 대회는 대부분 한국의 독무대였다. 롤드컵부터 IEM까지 한국이 휩쓸지 못한 대회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한국은 전 세계의 공공의 적이자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됐다. 많은 팬들이 우승을 당연시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에 거는 기대치는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롤드컵 시즌5 챔피언이라는 빛나는 기록을 남긴 SKT지만 현재 롤챔스 내에서의 성적은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5승 4패 승점 +3으로 10개 팀 중 6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토록 압도적인 경기력을 자랑했던 롤드컵 때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이것이 SKT의 현 성적표라고 쉽게 믿기 힘들 정도다.

SKT는 '마린' 장경환이라는 메인 오더가 팀을 나간 후 아직까지 확실한 오더 체계를 잡지 못한 듯 이따금씩 오더가 갈려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OGN을 통해 방송되는 오프 더 레코드를 보면 때때로 지나치게 과감한 오더가 발목을 잡는 상황을 볼 수 있었다.

물론 현재의 모습만 가지고 SKT의 미래를 속단할 수는 없다. SKT는 지난 시즌에도 국내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할 때 MSI에서 준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둔 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최강 팀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최근 부진에 빠진 '벵기' 배성웅 대신 '블랭크' 강선구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든 SKT. 분명 작년과 같은 최강 팀의 포스는 다소 옅어졌지만 SKT가 늘 그랬듯이 다시 한 번 답을 찾아낼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SKT가 부활을 노리고 있다면 ESC 에버는 자신들이 일으켰던 이변을 이어가려고 하고 있다. 프로도 아닌 아마추어 팀 ESC 에버는 지난 KeSPA컵에 참가해 온갖 프로 팀들을 꺾으며 돌풍의 중심이 됐다. 롤드컵 시즌5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무적의 팀이라 생각됐던 SKT조차 ESC 에버를 막지 못했고, 결국 그들은 결승에서 CJ 엔투스까지 꺾으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ESC 에버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KeSPA컵 우승을 통해 IEM 쾰른 출전 기회를 얻은 ESC 에버는 이번에는 세계의 프로 팀들까지 꺾으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정도의 성적은 단순히 '운' 정도로 설명되는 수준이 아니다. ESC 에버는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실력을 지닌 팀이란 사실을 성적으로 증명했다.

비록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주력 멤버 중 하나인 '아테나' 강하운을 떠나보내긴 했지만 프로 팀을 상대로도 조금도 밀리지 않았던 바텀 듀오 '로켄' 이동욱과 '키' 김한기가 건재하다. 온갖 프로 팀들을 상대로 경기를 펼친 경험도 갖고 있고, 국제 대회 무대까지 있는 ESC 에버. 이들의 스펙은 더 이상 아마추어의 그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ESC 에버는 이번 IEM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또다시 돌풍의 핵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 무너진 중국의 자존심 세우러 온 QG와 RNG

중국은 늘 강하다는 평을 듣지만 실상 국제 대회에서는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과 중국 국적의 선수들이 섞인 팀이 많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타 지역 팀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롤드컵 시즌5에서 위상이 크게 추락한 중국은 IEM 월드 챔피언십을 통해 무너진 자존심을 세우려 하고 있다.

▲ 사진 출처 : lolesportspedia

LPL 스프링 7승 1패 A조 1위. 바로 이번 IEM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중국의 QG의 성적표다. QG는 거칠고 투박한 운영이 자주 나오는 LPL 내에서도 가장 거친 운영으로 타 팀들을 격파하면서 단독 1위까지 올라섰다. 항상 국제 대회에서는 맥을 추지 못하던 중국은 이번에야말로 가장 기대를 걸 만한 팀을 내보내게 됐다.

QG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는 '도인비' 김태상이다. 특이하게 중국에서 프로 데뷔를 한 김태상은 최상급 라인전 및 스킬 활용을 통해 중국 최고의 미드 중 하나로 거듭나고 있다. 빅토르 활용이 극에 달했기 때문에 상대 팀 입장에서는 밴 카드 하나를 강요당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다만 너무 기본적인 실수를 종종 저지르는 탓에 팀이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위프트' 백다훈과 김태상으로 구성된 한국인 2명과 다른 중국인 3명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프로 대회에서 나와선 안될 실수를 저질렀고, 이는 RNG전에서의 패배로 이어졌다. IEM 월드 챔피언십은 LPL보다 빡빡하면 빡빡했지 느슨하지 않다. QG가 국제 대회에서 추락한 중국의 자존심을 세우려면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 사진 출처 : lolesportspedia

RNG는 LPL 스프링 B조에서 6승 2패를 기록, iG와 함께 공동 1위를 기록하는 등 LPL 내에서도 위상이 높은 팀이다. 특히 '마타' 조세형은 중국으로 떠난 후 VG에 처음 자리잡았을 때는 기량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RNG에서는 다시 한 번 '14시즌 마타'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신들린 오더를 내리면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게다가 RNG에는 삼성 화이트 롤드컵 시즌4 우승의 주역인 '루퍼' 장형석까지 함께하고 있다. 조세형과 장형석은 같은 팀에서 오래 생활한 적이 있기 때문에 호흡이 잘 맞을 수밖에 없고, 이들의 '케미'가 현재 RNG의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마냥 완벽한 것은 아니어서 QG와의 경기 때에는 라인 스왑 단계에서 실수를 하면서 힘든 경기를 펼치기도 했지만 여전히 중국 내에서 손꼽히는 강팀인 것은 분명하다.

RNG 역시 두 명의 한국인과 세 명의 중국인으로 구성된 탓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는 않겠지만 조세형이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활동을 오래 한 만큼 QG보다는 상황이 나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 강력한 QG에게 유일하게 패배를 안겨준 팀이 바로 RNG 아니던가. 'Royal Never Give Up'이란 팀명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