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국 후반의 모습. 이후 알파고의 좌변을 찌르는 한 수에 이세돌 9단은 크게 흔들렸다.(출처: 네이버 실시간 중계)

프로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세계 최강의 바둑 인공지능인 '알파고'를 상대로 제1국에서 불계패('계가'를 하지 않고 패배를 인정)를 당했다.

'알파고'는 '머신러닝' 기반의 프로그램으로 자신과의 미러매치를 통해 학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알파고는 개발 이후 다른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과의 대결에서 500전 499승을 거두며 최강의 바둑 인공지능으로 거듭났으며, 패배의 원인마저 완전히 보완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알파고'가 화제가 된 이유는 프로 바둑기사인 '판 후이' 2단을 꺾으면서였다. 알파고는 중국 프로기사이자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 후이' 2단을 상대로 5전의 대국을 펼친 끝에 전승을 거두며 프로 바둑기사를 꺾은 최초의 바둑 인공지능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2016년 3월 9일,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격돌했다. 제 5국까지(승패에 관계없이 제5국까지 모두 진행된다.) 치러질 이번 대국은 알파고의 기반이 된 중국식 룰을 따르며, 각자 2시간의 시간이 허용되었다. 또한, 백을 잡은 '알파고'는 선수를 내주는 대신 7집 반을 받은 채 대국을 시작했다.

백을 잡은 '알파고'는 실제로 탄탄한 기력을 보여주었다. 상변에서 시작한 싸움은 우상귀를 거쳐 우변으로 넘어갔고, 비교적 교전이 적었던 좌변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반반씩 나눠 가져가며 전선을 형성했다. '알파고'는 기본적인 바둑 논리에 밝았고, 비교적 정석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이세돌 9단과 치열한 싸움을 만들었다.

하지만 알파고는 아직 '완벽한'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인간은 실수를 하지만 기계는 실수하지 않는다'라는 클리셰도 바둑에서만큼은 통하지 않았다. 알파고는 인간 기사라면 절대 범하지 않을 몇 번의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큰 손해를 보았고, 우변을 헤집고 들어온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무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중반 이후 승기를 잡은 이세돌 9단도 아직 기뻐할 때는 아니었다. 알파고의 기본 착수는 너무나도 효율적이었고, 통상적인 구도의 수 싸움에서 최선의 수를 놓치지 않았다.

대국의 마지막 승부처는 좌변의 싸움이었다. 좌변은 각각 좌상귀를 차지한 알파고와 좌하귀를 차지한 이세돌 9단이 필연적으로 다투게 될 공간이었다. 이세돌 9단은 좌하귀에 들어온 알파고를 견제함과 동시에 좌하귀의 완벽한 확보를 노렸고, 알파고는 이 견제에 응하지 않은 채 좌변을 그대로 찌르고 들어오는 공격적인 착수를 보여주었다.

나아가 좌하귀의 돌마저 살려낸 알파고. 이세돌 9단의 표정은 어두웠고, 대국의 흐름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 이후 이어진 몇 번의 착수.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이세돌 9단이 대국을 포기하며 제1국은 알파고의 불계승으로 마무리되었다.

한편, 대국은 계속 이어진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5판 3선 승으로 진행되며, 오는 15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또한 다음 대국인 제2국은 10일 오후 1시에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