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블랙,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정복하다!

3일 올림픽홀에서 펼쳐진 2016 히어로즈 스프링 글로벌 챔피언십(이하 HSC)에서 독보적인 국내 원탑 MVP 블랙이 무실세트 전승우승을 달성하면서 본인들의 기량을 한껏 과시했다. 4강에서 MVP 블랙은 중국 1위 팀 eStar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뒀다. 결승에서 EDG를 만난 MVP 블랙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경기를 펼쳤지만 끝까지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채 EDG를 무너뜨렸다.

이하는 전승우승을 한 MVP 블랙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Q. 전승우승을 축하한다. 소감이 어떤가?

'메리데이' 이태준 : 우승도 좋지만 전승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워서 더 기쁘다. 다음 대회 때 부담감이 심해질까봐 약간 걱정도 된다.

'리치' 이재원 : 그토록 바라던 우승을 해서 정말 기쁘다. 앞으로도 대회가 많이 남아있는데 그 대회에서 전부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사케' 이중혁 : 참 많은 대회를 우승했는데 유일하게 블리자드가 주최하는 글로벌 리그만 우승을 못했다. 이번에 그 한을 풀고 세계 최고의 팀이 된 것 같아서 정말 기쁘다.

'사인' 윤지훈 : 작년에 블리즈컨을 못가서 TNL 경기를 보며 대신 응원을 했다. 경기를 보면서 우리가 저기 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더 열심히 연습했다. 지금과 같은 기분을 앞으로도 계속 느낄 수 있게 노력하겠다.

'교차' 정원호 : 우승한 건 정말 기쁘지만 게임 내에서 내가 다른 팀원보다 미흡했던 것 같아서 그게 마음에 걸린다. 블리즈컨까지 전승우승으로 달리고 싶다.

김광복 감독 : 이 순간을 정말 기다려왔다. 기존의 MSI나 WCA에서는 세계 강호 중 몇 팀이 꼭 빠져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팀이 다 모인 자리에서 우승해서 정말 기쁘다. 이제 진정한 세계 랭킹 1위가 된 기분이다.


Q. 이 정도로 전승우승을 할 정도의 비결이 있나?

이중혁 : 여러 조합을 시도했던 경험을 토대로 현 상황에서 최선의 조합을 만들어내는 밴픽을 할 수 있게 됐다. 그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윤지훈 : 다른 팀에 비해서 피지컬은 우리가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경우 조합, 날빌, 세부적인 운영에서 변수가 만들어지는데, (정)원호가 밴픽 연구를 많이 하면서 최선의 수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선수들의 포텐셜도 높아서 우리가 다른 팀에 비해 뒷심도 강한 것 같다.


Q. 결승전 1세트에서 말했던 뒷심이 발휘된 것 같다. 상당히 장기전을 펼쳤는데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나?

정원호 : 상대가 줄을 썼는데, 그 캐릭터가 원래 뒷심이 약하다. 반면 우리 픽은 뒷심이 상당히 강한 편이었다.

윤지훈 : EDG가 eStar나 타 지역과 달리 자신들만의 스타일이 있더라. 상대 팀에서 여러 영웅이 측면에서 각을 재는 모습이 보여서 당황스러웠는데, 나중에 가니 오히려 그게 약점이란 걸 알고 이용할 수 있었다. 중국 두 팀 중 뒷심이 더 강했던 쪽은 오히려 eStar였던 것 같다.


Q. TNL과 EDG의 경기를 본 감상은 어땠나?

이중혁 : 경기를 보니 첫 밴에 폴스타트, 2밴에 티리엘을 밴하면 상대가 뭘 할지 눈에 보였다. 어제 숙소에서 eStar를 만날 경우엔 정예 타우렌 족장 밴을, EDG를 만날 경우 맞춤형 밴을 하기로 했는데 그게 잘 통했다.

윤지훈 : TNL과의 3세트에서 EDG가 운영하는 걸 보니 공포의 정원은 주면 안될 것 같아서 그 맵만 자르기로 했다.


Q. 이번 대회 준비를 많이 했다고 했는데, 자신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픽이나 운영을 한 팀이 있었나?

이중혁 : 의외성은 C9에 있었던 것 같다. 어느 팀도 이길 수 있지만 어느 팀에게도 질 수 있는 팀 같았다. C9을 만날 경우 꽤 힘들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윤지훈 : 우리가 상대하기 힘든 팀은 없었다. 다만 나벤틱이 우리에게 경기를 지고 나서 다른 팀과 경기를 할 때 우리가 썼던 영웅 5명을 그대로 가져가 쓰는 걸 보고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Q. 승리 후 인터뷰에서 C9에게 "이제는 우리가 챔피언이다"라고 말했다. 그런 말을 한 배경이 무엇인지?

이중혁 : 영상을 보니 C9이 "우리는 아직 세계 챔피언이다"라고 말을 하더라. 그걸 보고 역시 세계 챔피언의 패기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고,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는 걸 선포하고 싶었다.

윤지훈 : 예전에 MSI에 출전했을 때 템포스톰이 C9을 이기고 결승에 오는 바람에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 대회에서 C9이 사전 인터뷰 당시 한국의 MVP 블랙은 뭐하는 팀이냐며 우리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더라. 그걸 보고 꼭 이기고 싶었는데 MSI에서는 C9이 못 올라왔고, 블리즈컨에는 우리가 진출을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갚아주고 싶었다.


Q. 마지막 우승 세레모니로 '빠따'를 치는 건 누구 아이디어였나?

이중혁 : 처음에 우승 트로피 생김새를 보고 그냥 우리끼리 "저거 '빠따' 닮지 않았냐"는 말을 했었다. 우승 후에 아무 생각 없이 트로피를 들고 있었는데 (정)원호가 오더니 갑자기 엎드리면서 치라고 하더라(웃음).

정원호 : 이번 대회만큼은 숟가락을 많이 얹은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에 엎드렸다(웃음).


Q. 감독 입장에서 보기에 준비한 만큼의 경기력이 나왔다고 생각하는지?

김광복 감독 : 우리 팀이 강팀이라는 걸 체감했을 때가 WCA 대회에서였다. 현지에서 너무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당시 대회가 반복될수록 누가 컨디션이 안 좋더라도 다른 선수가 캐리를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강팀이란 확신이 들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해외 팀과 스크림을 했는데 그걸 보면서 안 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선수들도 그런 생각을 했을텐데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진 못하더라. 게임 내용, 밴픽, 맞춤형 운영 모두 만족스러웠다.


Q. 섬머 챔피언십은 드림핵에서 열린다. 그때는 이번에 해외 팀이 겪은 문제를 똑같이 겪을텐데, 자신 있나?

김광복 감독 : 지난 WCA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그것보다 힘든 상황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시차 적응도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무실세트는 힘들더라도 우승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사실 시차 적응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한국이 더 힘들었다(웃음).


Q. '리치'는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했는데, 팀 합류 후 소감이 어떤가?

이재원 : 전 시즌에는 스네이크에 있었는데, 그때는 게임을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 MVP 블랙에서는 팀을 믿으면서 게임을 할 수 있게 됐고, 그 덕분에 던지는 일도 줄어들었다.

이중혁 : WCA가 끝나고 '락다운'이 나간 후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이)재원이가 1월에 들어오고 3개월 만에 팀과 잘 어울려주고, 분위기도 밝게 만들어줬다. 재원이가 아니라 다른 선수였다면 이 정도는 되지 않았을 것 같다. 우리 팀에 와 줘서 고마운 마음이 든다.


Q. 지금은 해체한 MVP 스카이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있는지?

김광복 감독 : MVP 스카이 선수들이 나갈 때 따로 송별회를 해주지 못했다. 괜히 울고 그럴까봐 그냥 보냈는데, 선수들을 보낼 때가 감독 입장에서 가장 힘든 순간인 것 같다. 선수들은 정말 고생했는데, 거기에 비해 내가 해 준 건 없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어느 팀에 가든 잘할 선수들이기 때문에 꼭 경기장에 와서 높은 무대에서 만났으면 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김광복 감독 : 오늘 우리 총감독님의 생일인데 선물을 드린 것 같아서 매우 만족스럽다. 선수들이 모인지 1년 정도 된 것 같은데, 1년 동안 옆에서 그렇게 욕 먹어가면서도 참아주고 노력해준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 우승을 축하한다.

이중혁 : 4월 중순에 골드시리즈와 슈퍼리그를 치르게 되는데, 우승했다고 해서 자만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해서 완벽한 모습을 차기 시즌에서도 보여드리겠다.

이태준 : 커뮤니티를 볼 때마다 우리보다 TNL을 응원하는 분들이 많아서 질투를 했는데, 막상 오늘 보니 팬분들이 많으시더라. 우리 팀이 그냥 이길 것이라고 믿어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감동받았다.

이재원 : 우승해서 정말 기쁘다. 나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이룬 성과인 것 같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겠다.

윤지훈 : 이번 대회를 겪으면서 타 국가 탱커들은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다만 이번 대회를 준비하느라 새 패치에 적응을 전혀 못했는데, 쉬기보다는 더 연습을 해야할 것 같다. 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블리즈컨에서 우승을 하고 그때 마음 편하게 쉬고 싶다.

정원호 : 이상하게 우승을 했는데 엄청나게 기쁘거나 하진 않더라. 막상 우승을 하니 이제부터가 시작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점을 찍었던 팀이 내려오는 경우를 워낙 많이 봐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중혁 : 이번에 휴가를 받으면 제발 원호가 집에 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밥 먹고 화장실 갈 때를 빼면 집 밖으로 나가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웃음).

김광복 감독 : 마지막으로, 기가바이트에서 유니폼을 준비해줬는데 정말 감사드린다. 후원사인 롯데칠성에게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