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엽의 8년은 보상받을 수 있을까?

9일 세종대 대양홀에서 펼쳐지는 2016 스포티비 스타2 스타리그 시즌1 결승전에서 김대엽(kt)이 8년이란 세월을 뚫고 생애 첫 결승 진출에 성공, 막강한 포스를 자랑하는 박령우(SKT)를 상대한다. 브루드워 시절부터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했으나 유독 개인리그와는 인연이 멀었던 김대엽이 데뷔 이래 처음으로 이룬 성과이기 때문에 결승전에 임하는 각오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할 것이다.


■ 김대엽은 회사원? 멀고도 멀었던 개인리그와의 인연


데뷔 이후 8년 간 한 번도 소속팀 kt를 떠나지 않고 팀을 위해 헌신한 김대엽은 프로리그에서는 kt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대들보 역할을 했다. 2015 프로리그에서도 팀 내 가장 많은 승수를 쌓았던 선수는 주성욱(kt)이었지만 실제로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한 선수는 김대엽이었다.

그러나 예전부터 김대엽은 '경기력은 좋으나 임팩트 있는 한 방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 때문인지 프로리그에서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개인리그에서는 '임팩트 있는 한 방'의 부족으로 인해 늘 아쉬움을 남겼다. 프로리그에서 잘하고 개인리그에서는 맥을 추지 못하는 모습 때문에 김대엽은 '회사원'이라는 불명예스런 별명까지 얻기도 했다.

많은 팬들은 김대엽이 개인리그에서 부진한 이유를 '무난함'으로 꼽았다. 한 경기만 열심히 준비해서 나가는 프로리그에서는 그런 무난함이 빛을 발하지만 다전제 판짜기와 심리전, 허를 찌르는 빌드가 중요한 개인리그에서는 무난함 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우려를 증명하는 것처럼 개인리그에서의 김대엽은 한없이 작은 존재일 뿐이었다.


■ 감격의 4강 진출, 그러나 우승자들에게 무너지다


영 개인리그와 인연이 없었던 김대엽은 2015년도부터 드디어 개인리그에서 더 높은 무대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한 번도 4강 문턱을 밟아보지 못했던 김대엽이 네이버 스타리그 2015 시즌1에서 처음 4강에 진출한 것이다. 데뷔 후 7년 만에 이룩한 4강 진출의 쾌거였다.

하지만 4강 진출의 기쁨도 잠시, 김대엽은 조성주(진에어)에게 2:4로 무너지면서 결승전 무대를 밟는 데는 실패했다. 김대엽을 무너뜨리고 결승에 진출한 조성주는 이 대회를 제패하면서 사상 첫 스타리그 우승자가 되었고, 김대엽은 자신을 무너뜨렸던 선수가 우승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

이어서 펼쳐진 스베누 스타리그 2015 시즌2에서도 김대엽은 8강에서 팀 동료 주성욱을 잡으면서 또다시 4강에 진출, 2연속 4강 진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대엽의 여정은 거기까지였다. 4강에서 김대엽은 김도우(SKT)에게 2:4로 패배하면서 또다시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김대엽을 잡은 김도우는 우승자가 됐다. 김대엽은 2연속 '우승 청부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 집념이 이뤄낸 결승 진출, 남은 것은 우승 뿐


김대엽은 8년 간 숱한 좌절을 겪었고, 특히 2015년에는 두 번 연속 4강에서 미끄러지면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래도 무너지지 않았다. 비록 스베누 스타리그 2015 시즌3에서는 16강에서 탈락해버리면서 마지막 군단의 심장 개인리그를 마감했지만 공허의 유산 출시 후 첫 개인리그인 2016 스포티비 스타2 스타리그 시즌1에서 다시 한 번 저력을 발휘했다.

김대엽의 스타일에 약간의 변화가 가미된 것도 한 몫을 했다. 마냥 무난하기만 했던 기존의 김대엽에서 벗어나 기본적인 점멸 추적자나 사도 운영 등은 물론이고 분열기 드랍, 공허 포격기, 특히 변현우(X팀)와의 경기에서는 빠르게 폭풍함과 우주모함을 모으는 '황금 함대' 전략을 펼치는 등 개인리그에 걸맞는 스타일을 장착하고 나선 것이다.

강민수(삼성)와의 패자전 결승에서는 두 세트를 미리 따내고도 3번을 연달아 패배하면서 또다시 결승 진출이 좌절되는 듯했다. 그러나 김대엽은 놀라운 막판 집중력을 발휘해 4:3으로 경기를 역전, 생애 첫 결승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김대엽은 승자전 4강에서 결승전 상대이기도 한 박령우(SKT)에게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0:3으로 무너지기도 했지만 인터뷰에서 그 패배에 크게 개의치 않는 여유로움을 보이기도 했다. 김대엽은 "비록 내가 0:3으로 지긴 했지만 상대의 초반 공세만 막아내고 경기를 중후반으로 이끌고 가면 무조건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결승전에서는 다를 것임을 시사했다.

물론 박령우는 굉장히 강한 선수다. 비록 최근 GSL 코드S 16강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하루에 프로리그 2승, 스타리그 결승 진출 등 경기에 나서면 대부분을 승리로 이끌었고, 무엇보다 결승 상대인 김대엽을 0:3으로 손쉽게 꺾기도 했다.

하지만 김대엽은 박령우가 아직 가지지 못한, 8년 간의 간절함을 담고 있다. 결승에 올라간 선수들 중 누가 간절함이 없으며 누가 우승할 이유가 없겠냐만, 김대엽은 그 어떤 선수들보다 더더욱 우승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8년 간 응원해준 팬들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그토록 오래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판은 완벽하게 깔려져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김대엽이 8년 간 갈고닦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우승이라는 이름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2016 스포티비 스타2 스타리그 시즌1 결승전

김대엽(P) VS 박령우(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