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도 굉장히 좋은 편이다.


몰려오는 적을 방어하는 ‘디펜스’는 마니아층이 확실한 장르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미리 ‘타워’를 지어놓고 정해진 경로를 이동하는 적을 처치하는 ‘타워디펜스’는 과거 실시간 전략 게임의 모드로도 나오면서 팬층을 넓혀나갔다. PC 게임에서의 인기는 모바일게임에서도 이어져 타워디펜스와 실시간 조작을 절묘하게 조합한 ‘킹덤러쉬’는 큰 인기를 끌며 시리즈로 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타워디펜스의 모바일에서의 인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타워디펜스 장르의 재미는 액션이라기보다는 ‘퍼즐’에 가까운 속성을 지니고 있고 그 퍼즐을 올바르게 풀어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는데서 오는 쾌감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인앱 결재가 활성화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퍼즐을 푸는 재미는 ‘결재’로 대체되었다. 동 장르가 RPG 방식과 결합된 경우 허들이 지나치게 높아 지나친 반복 작업이나 결재 없이는 퍼즐을 풀 수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퍼즐보다 육성에 지친 유저들은 이 장르를 떠나갔고, 자연스럽게 신작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에픽 워 TD2(Epic War TD2, 이하 에픽 워)’의 의미는 남다르다.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는 인앱 결재 방식을 과감하게 배제하고 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유료 어플리케이션으로 출시됐기 때문이다.

▲ 현재 플레이스토어 유료게임 1위에 올라있다.


그 결과는 타워티펜스 장르 본래의 재미였다. 매번 달라지는 적들의 구성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위치에 가장 효율적인 타워를 배치하는 재미. 빡빡하게 정해진 비용 안에서 어디에 놓아야 적을 상대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재미. 이 타워를 업그레이드할까 새로운 타워를 배치할까 생각하는 재미.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모든 의도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져 경로를 통과하지 못하고 산화하는 적을 볼 때의 시각적, 심리적 쾌감이 있다.

‘에픽 워’는 기존의 타워디펜스 장르 게임보다 퍼즐 요소를 더욱 강조했다. 모든 타워는 특정 적에 큰 효율을 보여준다. 그리고 매 웨이브마다 등장하는 적의 구성이 달라진다. 비용을 고민하지 않고 타워를 다수 배치한다면 한 웨이브는 막을 수 있지만, 그랬다간 다음 웨이브에 달라진 구성을 방어하지 못하고 뚫리게 된다. 때문에 언제나 ‘아슬아슬하게’ 막을 정도로만 타워를 건설해야 한다. 돌파 직전의 적을 처치하는 쾌감은 이 장르를 해보지 않은 게이머라면 알 수 없을 것이다.

스테이지는 모든 적을 처치하거나 10기 이상의 적이 맵을 통과하면 종료된다. 다시 말하면 10기까지는 통과시켜도 클리어는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모든 적을 처치하지 못하면 신규 타워 잠금 해제나 기존 타워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별 포인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가급적 모든 적을 처치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라도 통과하면 이상한 패배감이 들며 기분이 매우 나빠진다.

인앱 결재가 없다는 것은 각 스테이지별로 ‘파훼법’이 무조건 존재한다는 뜻도 된다. 퍼펙트 클리어를 달성해야만 다음 타워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타워들로 무조건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스테이지가 그렇게 설계됐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것은 플레이어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할 여지와 함께 자발적인 반복 플레이의 이유가 된다.

이에 더해 타워 잠금 해제나 업그레이드는 이전 단계를 완료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선형 구조이기에 플레이어가 고민할 것이 전혀 없다. 별이 있으면 열고, 별이 없으면 별을 얻어서 열면 된다.

▲ 업그레이드 화면. 별이 있으면 누르고, 없으면 못 누르는 단순한 구조이다.


▲ 적의 특성별로 강력한 타워가 있다.



‘에픽 워’에는 유저 편의 기능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게임 화면 상단에서는 다음 웨이브에 나올 적의 구성을 미리 볼 수 있기에 타워를 얼마나 지을지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스테이지 다시하기, 웨이브 다시하기 기능이 있어 실패의 부담도 덜하다. 물론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대부분의 경우 웨이브 다시하기 기능을 통해 파훼법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스테이지 중간에도 언제든 진행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며 타워 배치 위치를 느긋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때문에 플레이어가 생각할 것은 오로지 ‘어디에 어떤 타워를 얼마나 놓느냐’ 뿐이다. 이런 저런 배치를 시험해보고 최적의 배치를 찾아 적을 막아내는 것만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이는 자칫 게임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가볍게 즐긴다는 모바일게임의 특징을 생각해보면 장점으로 다가온다.

에픽 워의 가장 큰 단점은 콘텐츠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편이고 스테이지가 진행될수록 더욱 어려워지기는 하지만, 파훼법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만 찾아내면 넘어갈 수 있다. 그런 식으로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공략하면 더 이상 할 것이 없다. 멀티 플레이 요소 없이 오로지 싱글 플레이로만 진행된다는 것도 약점 중 하나이다. 말하자면, 혼자서 느긋하게 플레이하는 것 외에는 다른 즐길 거리가 없다. 게임의 ‘끝’이 분명하게 보인다고도 말할 수 있다.

▲ 상단에 이번과 다음 웨이브에 등장하는 적이 보인다. 꿀 포인트를 잡아 타워를 배치!


▲ 언제든 게임을 멈추고 타워를 배치할 수 있다.


▲ 어쩔 수 없이 범위를 손해봐야 하는 상황


유료 게임에 대한 인식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과열되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해 F2P 게임에 부담을 느끼는 유저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한 번의 결재로 게임 내 콘텐츠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유료 게임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게임의 구매와 결재에 대한 저항감이 과거에 비해 약해진 것도 유료 게임의 부상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 중요한 것은 유료 게임이 얼마나 ‘돈 값’을 하냐의 문제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에픽 워’는 부담 없는 가격에 원조 타워디펜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이다. 유저 편의 기능이 많아 긴장감은 과거보다 조금 떨어졌지만, 그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요소가 가득하다. 단, 타워디펜스 장르는 워낙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싱글 플레이를 지루해하거나 타워디펜스 장르에 흥미가 없다면 후회할 수 있다.

오랜만에 ‘진짜’ 타워디펜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모바일게임, ‘에픽 워 TD2’.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지루할 때, 잠자기 전 침대에서, 화장실에서 볼 일 보며 가볍게 즐길 만한 게임이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