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세미나의 2부 주제는 지난해부터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었던 '모바일게임과 확률형 아이템'이었다.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이슈는 지난 2015년 3월, 정우택 의원이 일명 '확률형 아이템 규제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불거졌다.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종류와 구성 비율, 확률 등의 정보를 밝히라는 목적의 개정안에 대해 게이머와 게임업계, 정부가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며 논란이 된 것이다.

비록 19대 국회의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 절차를 밟게 된 법안이지만, 이번 이슈로 인해 게임업계는 지난 2015년 하반기부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적 규제를 시행해 왔다. 유저들로부터 사행성으로 비난받을 여지를 줄이고, 산업의 질적 하락을 막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자율규제의 도입 배경 및 성과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발제가 이어졌다.


■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도입 배경과 성과

▲ 법무법인 화현의 하성화 변호사


  •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와 종류, 그리고 문제점

    하성화 변호사는 게임업계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 도입하게 된 배경과, 지난 6개월간 자율규제를 실시해오면서 나타낸 성과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의가 필요했다. 그는 확률형 아이템을 '게임 내 아이템 중, 미리 설정된 아이템 중 하나를 일정 확률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정의하고, 이러한 아이템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 이용자가 캡슐 등과 같은 아이템을 개봉해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는 '캡슐형 아이템'과, 무기 혹은 방어구 등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소위 '인챈트 아이템' 이 두 가지다. 특히, 인챈트 아이템의 경우는 인챈트 행위 중에 확률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확률형 아이템에 해당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의와 그 종류에 대한 설명 이후, 그는 확률형 아이템이 야기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게임 이용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특정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 '과소비를 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많은 금액을 투자해도 자신이 원하는 특정 아이템을 획득할 수 없어 게임 이용자들에게서 확률과 관련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 마지막으로는 일부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성을 띄고 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 일본의 '확률형 아이템' 사례

    확률형 아이템의 기원은 이웃 나라인 일본인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난 2004년 6월, 일본에서 서비스 중이던 메이플스토리에서 '가챠포티켓'이라 불리는 아이템을 판매한 것이 그 시초가 되어, '가챠'라는 단어는 현재 일본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본에서는 소위 '콘푸가챠'라는 시스템이 도입되게 된다. 이는 가챠를 통해 특정 아이템을 모으면 또다를 레어 아이템을 추가로 획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컴플리트(complete)와 가챠의 합성어인 것이다.

    ▲ '콘푸가챠' 시스템은 일본이 자율규제를 시행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2년 초, 일본에서는 가챠 시스템으로 인한 미성년자의 소셜 게임 결제와 과소비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특히, 언론은 '콘푸가챠'시스템을 중점적으로 다뤘으며, 2012년 5월 일본 소비자청이 게임 내 콘푸가챠 판매를 전면 금지시킨다. 부당경품류 및 부당표시방지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비록 '콘푸가챠'는 법률에 근거한 제한을 받았으나, 일본은 현재 '콘푸가챠'를 제외한 나머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일본온라인게임협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른 자율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어떤 것을 규제하고 있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란 게임업계의 소비자 보호정책의 일환으로,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 협회(K-iDEA)의 주체가 되어 행하는 자율적인 규제다. '캡슐형 유료 아이템'과 '유료 인챈트'의 결과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여 예측 가능성을 인지하게 하고,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자율규제가 적용되는 플랫폼은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이며, 대상 등급은 청소년 이용가 게임인 전체,12세,15세 이용가 게임에 한한다. 또한, 캡슐형 유료 아이템과 유료 인챈트같이 현금 재화를 사용해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만이 자율규제의 대상이 된다.

    규제형식은 해당 유료아이템의 목록과 게시장소를 공개하는 것으로, 모바일게임의 경우는 특성상 커뮤니티에 공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캡슐형 유료아이템의 결과물 목록을 공개하고, 아이템의 구간별 확률을 공개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구간별 아이템 확률을 합산해서 공개하는 방식이나 구간별 획득 확률을 최소, 최대값으로 공개하는 방식이 널리 쓰인다. 유료 인챈트의 경우는 해당 인챈트의 확률 존재 여부와 경고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 '캐시'나 '꽝' 포함 금지와 같은 설정에 대한 내용 또한 규제된다


  • 자율규제의 성과와 추가적 규제 주장에 대한 검토

    2015년 후반기부터 2016년 3월 말까지 자율규제를 통해 규제되고 있는 게임은 총 116개다. 또한, 자율규제 적용 대상 게임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 자율규제가 시행되기 시작한 2015년 10월부터 꾸준히 90% 가까이 되는 게임들이 자율 규제를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적 규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들에 대해서 하성화 변호사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고 이야기하며 발의를 마무리했다. 먼저, 현재와 같이 확률을 지적해도 불구하고 최상위 아이템을 얻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대수의 법칙'을 인용해 설명했다. 즉, 획득 확률이 1%인 아이템이 꼭 100번 캡슐을 열면 한 번은 나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각 결과물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자는 주장에 대해서 그는 이와 같이 주장했다. 확률형 아이템에서 각 결과물의 획득 확률을 지정하는 것은 게임 전체의 밸런스를 고려해 설정하는 게임회사만의 영업 비밀이다. 때문에 이를 공개하는 것은 지나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금지하자는 주장에 대해서 그른 미국 IT매체 '벤처비트'의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미국 모바일게임의 0.23%의 유저로부터 60%의 매출이 나온다. 확률형 아이템이 존재하지 않는 미국도 소수의 인원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그만큼 확률형 아이템이 매출에 차지하는 부분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 확률형 아이템 규제방식에 대한 고찰

    ▲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박종현 교수

    하성화 변호사에 이어, 국민대학교 법과대학의 박종현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를 어떻게 규제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며, 이상적인지에 대한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확률형 아이템의 특징으로 투입금액 대비 높은 성과를 낼 수도 있다는 점을 들며, 이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한 소비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는 결국 이 '과소비'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새로운 규제 방식이 꼭 필요한가?

    현재의 규제 방식은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협회 중심의 자율규제로 이뤄지고 있는데, 자율규제가 아닌 법적 규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 바로 지난 2015년 3월 9일 정우택 의원에 의해 대표 발의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다.

    해당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게임 내 유,무형의 결과물에 대한 종류, 구성비율 및 획득 확률 등을 게임물내용정보로 추가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과소비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법률을 개정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인 셈이다. 박종현 교수는 입법을 통해 국민의 과소비를 제한하는 것이 적정한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자율규제를 통해 정부의 입법 및 집행비용을 줄일 수 있다


  • 자율규제는 어디에 적합한가?

    이어 그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에 대해, 자율에 맡기는 것과 법을 통해 강제하는 것 중 어느 방법이 가장 적절한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자율규제는 변동성이 심한 환경에 유연하게, 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규제방안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정부의 위임을 통한 자율규제는 정부의 규제 및 입법, 집행 비용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환경에 있어 경성법(Hard law, 개정이나 제정의 절차가 까다로운 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자율규제 대상들의 상호감시를 통한 서비스의 질 유지, 소비자의 보호를 실현을 노릴 수도 있다.

    반대로 자율규제의 단점은 규제의 주체가 이익집단인 데서 드러난다.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집단이 자체적으로 규제 내용을 정하므로 상호 견제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즉, 자율규제는 보통 규제해야 하는 대상의 환경이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역동적인 경우와, 법 제정 및 집행비용이 과도한 경우에 그 장점이 빛을 발한다.

    ▲ 규제 대상 환경이 역동적일 때 자율규제가 장점을 갖는다


  •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는 적절한가

    그렇다면, 이번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 과연 자율규제가 적절한가를 살펴봐야 한다. 이를 살펴보기에 앞서 박종현 교수는 과연 '과소비'를 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어느 정도 소비를 해야만 '과소비'라고 부를 수 있는지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소비 행위는 일반적 행동자유권, 자기결정권에 따른 문제로, '적당한 소비'를 법으로 판단하기는 난해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소비를 방관하지 않고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려는 노력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어서 확률형 아이템의 속성에 대한 그의 고찰이 이어졌다. 확률형 아이템은 기본적으로 '기획된 운'의 효과를 갖는다. 이는 게임의 핵심 사항으로, 흥미와 몰입을 높이는 게임 내 중요한 장치로서 작동하게 되는데, 이는 곧 '확률형 아이템'이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속성을 갖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역동적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법적 규제 마련의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

    비즈니스 모델로서 '확률형 아이템'을 바라보면,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설명하는 '영업비밀'과 상당히 유사한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개정안의 취지에 따라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법적으로 강요하게 되면 영업상 비밀을 누설할 위험이 따르게 된다.

    그는 제약업계와 '타이레놀'에 대한 예를 들어 설명했다. 타이레놀과 같은 의약품의 경우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위해 주요 성분의 함량이 표시될 뿐 영업비밀 상 전체 성분 및 비율 등은 공개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의 역동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모바일게임에 있어 소비자의 선호와 비즈니스 모델은 하루가 다르게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법적 규제를 마련하기에는 비용이 과다하게 든다는 것이다.


  • "자율규제 유지 위해선 '신뢰'가 필요해"

    발제를 마무리하며, 박종현 교수는 자율규제 유지를 위해서는 민간과 정부기관, 그리고 게임업계 간의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협력적인 자율규제 시스템을 마련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한편, 사업에 방해가 될 정도의 영업비밀은 누설하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 자율규제가 유지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신뢰'가 필요하다



    ■ 관련 토론



  • 김영진 교수 "게임물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전제에서 벗어나야"

    인천대학교 법학과의 김영진 교수는 "게임상 확률형 아이템에 본질적으로 사행적 요소와 정보의 비대칭성이 내재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특징을 확대해석해 '강한 규제가 필요한 것'으로 상정하고, 국가가 이에 대해 반드시 규제를 가해야만 한다는 식의 접근은 본질적으로 전근대적 차원의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들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알 수 있듯 게임 관련 산업을 바라보는 시야가 아직 협소하며, 편향적으로 왜곡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확률형 아이템 획득 확률에 관한 개정안 또한 게임물에 대해 '규제가 필요한 것'으로 여기는 시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 안길한 변호사 "확률형 아이템 규제 논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해"

    법무법인 태평양의 안길한 변호사는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의 법리적 문제를 지적하는 것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그는 개정안이 규제하고자 하는 확률형 아이템을 어느 범위까지 의도했는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하며, 이대로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물내용정보에 포함된다면 몬스터를 사냥하고 얻게 되는 아이템조차 확률형 아이템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어서 그는 확률형 아이템과 과소비 사이에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고 밝히며, 지금껏 가장 고가로 거래되어 화제가 된 특정 게임 아이템이 확률형 아이템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용자들이 아이템 구매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는 이유는 능력치가 높은 '희소한 아이템'이 있기 때문이지, 확률형 아이템이 존재하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함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만 한다"며,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사행성 방지 내지 과소비 방지 같은 목적에 치중해 다른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는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 제1부 ‘모바일 게임의 결제와 환불’
    [취재] 게임법과정책학회, "결제 취소 악용, 게임산업 피해액 연 274억 원에 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