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팀 24시는 기자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글로 풀어보는 코너입니다. 기사로는 쓸 수 없었던 취재 후기나 기자들의 취미활동, 관심 사항 등 자유로운 주제를 선정해 다룰 예정입니다.



LA야 기다려라!
[Game] 열흘 앞으로 다가온 세계 3대 게임쇼 'E3'

[글_Frann 김규만] 게이머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E3는 말 그대로 ‘꿈만 같은’ 장소다. EA, 베데스다 등 내로라하는 게임회사들이 발표하는 신작들을 누구보다 빨리 체험할 수 있는 데다, 입장료가 무려 1,000달러(백만원이 넘는다!) 가까이 하기에 개인적으로 참가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올해 초 E3 취재팀에 포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너무나도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물론 선배 기자들의 고난으로 얼룩진 경험담을 들을 때마다 한껏 주눅이 들긴 했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잘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를 다짐하면서 처음 밟아보게 될 미국 땅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쳐나갔다. 아주 희망차고, 즐거운 상상을... 그리고 이제,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만을 남겨놓고 있다.

E3 출장을 위해서는 꽤 시간을 두고 모든 일정을 준비해야만 했는데, 주로 항공기 티켓이나 호텔 같은 것들은 일찍 예약할수록 가격이나 편의성 측면에서 훨씬 좋기 때문이었다. 아직 쌀쌀했던 3월 즈음부터 호텔을 찾아봤지만 그 때도 이미 LA 컨벤션 센터 근방에 있는 숙소들은 예약이 끝난 상태였다.


그 다음은 미국 방문을 위한 ESTA와 E3 기자등록을 할 차례, 기자 등록에는 일련의 신분증과 여권 사본 등을 PDF로 만들어서 제출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또한 그동안 써온 기사 몇 개의 링크도 함께 제출해야만 했는데, 갓 인벤에 입사한 신입 기자로서는 이 부분이 조금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이왕이면 콘솔 게임과 관련된 기사가 좋겠다 싶어 몇 개의 리뷰를 추려서 신분증 사진과 함께 제출했다. 한글로 쓴 기사를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심사할까? 살짝 궁금한 부분이다.

기자등록을 한다고 해서 바로 승인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한 2주 정도는 걸린다는 선배들의 말을 듣고 예상은 했었지만, 이정도로 승인이 늦게 날 줄은 몰랐다. 4월 말 쯤 신청했는데 5월 중순 무렵에나 승인이 난 것이다. 그동안 메일주소를 잘못 쓴 건 아닌지, 승인 메일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건 아닌지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별 탈 없이 모든 승인을 무사히 받을 수 있었고, 지금은 올해 E3에 등장할 신작들의 리스트를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다음주 일요일이면 LA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된다. 처음 E3에 가보는 게이머로서의 설렘과 세계 3대 게임쇼를 잘 취재해서 독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기자로서의 사명감(?), 그 중간쯤에 서 있는 복잡한 심정은 아마도 E3가 시작하는 6월 14일까지 계속될 것 같다. 그 날 이후부터는 선배들의 경험담처럼 고난으로 얼룩진 일주일이 될 테지만, 다시한번 이렇게 다짐해 본다. "나는 잘할 수 있어!"





WAAAGH!! 전쟁을 원한다면 일으키면 되지!
[GAME] '토탈워: 워해머'로 행복한 시간

[글_ Sawual 이명규] 세상에는 많은 돈을 잡아먹는 온갖 취미가 즐비하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꽤나 희귀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이다. 누군가는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게 뭐야?" 라고 되물을, 인지도 조차 팍팍 낮은 취미다. 쉽게 설명하자면, 규격에 맞춰 만들어진 미니어처를 가지고 게임판 위에서 줄자와 주사위를 가지고 펼치는 좀더 복잡한 체스라고나 할까.

그리고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프랜차이즈가 하나 있는데, 바로 '워해머'다. 이쯤되면 알아 듣는 사람이 좀 나오기 시작한다. 사실 내가 즐기는 미니어처 게임은 '워해머'가 아니고, 심지어는 미니어처 게임으로서 '워해머'는 어느정도 싫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세계관은 무척이나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원래 꿈도 희망도 없는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취향인 사람이었다.

그런 면에서, 일주일 전 출시 된 '토탈워: 워해머'는 수개월 전부터 발구르며 기다려 왔던 게임이었다. 사실 국내에서는 '워해머' 중에서도 판타지 세계관의 인지도가 무척이나 미약하기에 걱정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알만한 덕후들은 다 알고 있었다. 단지 나와 같이 테이블 건너편에서 미니어처 게임 상대로 만나지 못했을 뿐이지. '토탈워: 워해머'의 고무적인 판매성적은 참 근거없게 나마저 뿌듯하게 만들었다.

사실 미니어처 게임들, 특히 '워해머' 세계관의 비디오 게임들은 그전에도 많이 만들어져 왔지만, 어째선지 대체로 좋지 않은 최후를 맞곤 했다. 그래서 '던 오브 워' 이후로 "나 워해머 좋아해" 라고 해도 "응? 그거 망한 회사 게임 아니냐?" 라고 하는 통탄할 상황을 타개해줄 게임이 필요했다. 그래도 지난해 출시되었던 '워해머: 엔드타임-버민타이드' 역시 굉장히 재미있고 멋진 퀄리티로 출시되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시작해서, '토탈워: 워해머' 마저 이런 멋진 결과물로 만나게 되니 그저 원본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의 팬으로서 감개무량할 밖에.

'워해머', 그리고 내가 즐겨하는 '워머신&호드', '인피니티' 를 비롯해 수많은 미니어처 게임들이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 마이너하디 마이너한 취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뭐, 같이 주사위를 굴리지 않아도 상관이 없으니, 좀더 멀리멀리 퍼져나가서 관련 세계관이나 캐릭터 같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그런 각오로 오늘도 올드월드 재패를 위해 게임을 켠다. 이번엔 그린스킨으로. WAAAGH!!





요즘 젊은이들은 테크노인지 뭔지하는것들만 좋아한다니까!
[GAME] 사운드, 더빙으로 살아나는 '오버워치'

[글_Lavii 양영석] CBT 때 즈음일 거다. 이제 막 오버워치를 시작할 무렵, 나름 리퍼와 맥크리, 파라, 김병장(?) 같은 딜러 영웅과 라인하르트, 윈스턴 등의 탱커 영웅들도 어느 정도 운용을 하고 나니 당연히 힐러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선택한 영웅은 루시우. 하나무라 전장에서 수비할 무렵이었을 거다.

아군에 듬직한 라인하르트가 등장했다. 햐. 저분 배우신분. 그리고 딜러들도 제법 괜찮은 조합이었다. 라인하르트는 뭔가 신이 나는지 "흐랴! 흐랴!"하고 열심히 해머를 휘두르고 있었다. 수비지역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라인하르트 나에게 말을 건다. 말을 거는 도중에도 흐랴흐랴하고 망치를 휘둘러댄다.

"요즘 젊은이들은 (흐랴!) 테크노인지 뭔지하는것들만 좋아한다니까(흐랴아!!). 핫셀 호프 같은 고전 음악을 들어보게나!"

'…아니 저 할배가 뭔소리를 하는거야?'는 생각을 하던 찰나 내 루시우가 대답한다. "하, 저게 진심으로 하는 소리라니. 아으!" 뭔가 진지한 전장 속에서 저런 만담 같은 대화를 하고 있는 걸 보니 헛웃음이 터졌다.

오버워치는 '소리'가 정말 중요한 게임이다. "저격수다. 머리통 날아가기 싫거든 숙여!"라던가, "적에게 순간이동기가 있네!" 등등, 전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정보를 영웅들이 알려주기도 하고, 적을 물리치면 근처에 있는 아군 영웅들이 "잘하셨습니다!", "쓸만한 공격이었다." 등 격려(?)의 말을 건네기도 한다.

아군이 건네는 대사 하나하나가 내가 전장에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고, 영웅들이 정말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게임에 몰입하게 되기도 하고. 간혹 영웅끼리 뒷이야기가 있으면 다른 대사가 나오기도 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

CBT에는 너무 딜러만 플레이해서, 지금은 균형적으로 하고 있는 크-린 유저입니다.

캐릭터를 변경할 때도 "한조, 대기 중!", "윈스턴 보고합니다!" 등의 소리가 정말 크게 아군에게 울린다. 방패를 들고 있는데 방패 뒤에 자리 잡을 딜러와 힐러가 없어서 답답할 때 "오늘 당직은, 메르시입니다."와 "솔저:76, 작전을 시작한다"라는 소리가 얼마나 반갑던지!

캐릭터와 거리마다 들리는 발소리가 달라져 적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지레짐작도 가능하고(젠야타를 제외하고...), 몇몇 궁극기의 경우는 아군과 적군의 발동 소리가 다르다. 게다가 적의 궁극기에 내가 영향을 받는 정도에 따라 들리는 또렷함도 달라진다. 궁극기 시전 도중 사망해도 정말 또렷하게 들린다. "석양이…우어억!", "류진노-켄우으으으억" 같이…정말 세밀하게 설계된 사운드다.

말 그대로 오버워치는 사운드로 훨씬 풍요롭고 재미있는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성우들의 멋진 더빙과 영웅들의 만담 같은 대화, 격려나 응원의 대사는 캐릭터를 정말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중 하나다.

그래서 오늘도 주력 캐릭터인 리퍼를 골랐다. 옆에 윈스턴은 계속 "아니요, 바나나 안 주셔도 됩니다…"고 투덜거리는데, 리퍼가 시비를 건다. "불쌍한 윈스턴, 애들 놀랄까 봐 숨어다니는 꼴이라니." 하긴, 둘이 많이 싸웠지. 그러자 윈스턴이 응수한다.

"애들도 안 무서워하는 그쪽보단 낫죠." 하, 원숭이가 제법 독설도 할 줄 아는군.





일본에는 AV 빼고 지지 말랬다
[Culture] 아시아챔피언스 리그 16강전 관람기

[글_Valp 이현수] 비장함이 선수 못지않았다. 지난 25일(수) 오후 7시 30분. 서울과 우라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16강전, 우리는 지난 1차전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1차전에서 0:1로 패배했다. 원정 골 규칙이 적용되는 대회이니 그만큼 불리했던 거다.

일본의 축구팀 우라와는 지난 조별예선 포항과의 경기에서 난동을 부렸다. 일부 포항 서포터들과 물리적 충돌까지 벌였다. 우라와의 스폰서는 대표적인 전범 기업으로, 한국인 강제노역 문제를 언급할 때 항상 언급되는 기업이니 감정이 좋을 수 없다. 게다가 서포터는 '막장'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우익 성향이 강하다. 'Japanese Only'라는 현수막이나 욱일기도 심심찮게 사용한다. 어찌 감정이 좋을 수가. 덕분(?)에 그날 N석은 유난히 크게 응원가가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전반 28분 서울의 공격수 데얀이 선제골을 넣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만 11호 골을 터트린 우리 귀여운 아드리아노는 연장 전반 박주영의 골을 돕기까지 했다. 상암벌은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우라와의 재일 리 타다나리가 연장 후반에 두 골을 몰아넣는 바람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경색됐다. W나 E석 관중은 연장 후반 추가시간이 발표되자 빠져나가기도 했다.

바로 그때 고요한이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왼발로 때린 통렬한 중거리슈팅이 우라와의 골망을 흔들면서 승부를 승부차기까지 끌고 갔다. 너무 기쁘고 너무 좋아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만큼 소리를 질렀다. 98년 이민성의 슛보다 02년 안정환의 골보다도 기뻤다. 누가 날 껴안길래 동행인 줄 알았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었다.

승부차기는 더 극적이었다. 서울의 주장 오스마르가 먼저 실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골키퍼 유상훈이 두 골을 선방한 덕에 7-6으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었다. 승리도 승리지만 죽상이 돼서 S석에서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우라와 서포터들의 얼굴을 보는 게 너무나도 좋았다. 어제 스페인전에서 골을 넣은 주세종은 상대 서포터석을 바라보고 우리 엠블럼을 들어 올리는 도발까지 했다. 좋아 날뛰느라 그들의 썩어가는 표정을 눈앞에서 보지 못한 게 아쉽다.

혹자는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경쟁 스포츠의 본질은 전쟁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배경 스토리만 보아도, 고대 올림픽의 기원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경기장에 들어설 때까지도 알지 못했던 사람과 껴안은 일을 계기로 술 한잔 할 수 있는 것도 동질성 혹은 성별을 뛰어넘는 전우애라는 감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N석 출입구에서 뒤풀이를 하고도 남아있는 흥분감에 경기장을 쉬이 떠날 수 없었다. 얼마나 노래를 부르고 방방 뛰었는지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한동안 고생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