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그리고 액션 게임. 이 두 조합은 언제나 개발자들에게 도전이며, 동시에 숙제와 같았다. 빠른 순발력과 높은 수준의 조작감을 요구하는 액션 게임은 그에 따른 플랫폼을 필수로 요구한다. 액션 게임 애호가들이 괜히 게임 패드와 조이스틱을 사는 게 아니다. 그게 더 빠르고,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사는 거다.

하지만 '조작감'이라는 측면에서, 모바일은 너무나도 약하다. 마치 모래 위에 놓은 건물과 같다고 해야 하나? 미끄러지기 일쑤인 가상 스틱과 스킬 버튼, 그리고 모바일 특유의 작은 화면과 발열까지, 모바일이라는 기기는 최대한 손이 가지 않아도 되는 게임에 적합한 플랫폼이다.

그래서 이 두 개념의 융합은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조작감을 살리는 게임을 만들자니 손이 너무 피곤해지고, 자동 전투를 넣자니 액션 게임 본연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린다. 자동 전투가 들어가는 순간 액션 RPG는 그냥 RPG가 되고, 쿼터뷰 액션 게임은 그냥 쿼터뷰 게임(?)이 되어 버린다. 어려울 수밖에.

얼마 전, '크로커스'라는 작품으로 존재를 알린 '오리진 게임즈'는 액션 게임을 파온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작은 규모의 스튜디오다. 그간의 모바일 액션 게임에 만족할 수가 없어 직접 만들겠다는 각오로 스튜디오를 차린 '오리진 게임즈'. 과연 그들의 말처럼 완전히 다른 액션 게임을 보여줄 수 있을지 살펴볼 기회가 필요했다.

'차이나조이 2016'의 세 번째 날. B2B관의 끄트머리에 작게 만들어진 오리진 게임즈의 부스를 방문했다. 그리고 '크로커스'와 현 모바일 액션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 '오리진 게임즈' 정무정 대표


Q.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다. '오리진 게임즈'는 아직 게이머 사이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개발사인데, 회사 소개를 좀 해줄 수 있나?

일단 액션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인 개발사다. 'R2'와 'C9', 그리고 '크리티카' 등의 게임을 개발하던 이들, 그 외에도 다양한 액션 게임을 개발하던 개발자들이 같이 모여 '크로커스'라는 게임을 만드는 중이다. 현재는 35명 정도가 함께하고 있다.


Q. 한국 공동관으로 출전했을 줄 알았는데 독립 부스라 놀랐다. 독립 부스를 꾸리게 된 이유가 있나?

사실 한국 공동관이 있다는 사실을 늦게 알았다.(웃음) 그와 별개로 독립 부스로도 보여줄 자신이 있었다. 중국에도 게임이 매우 많은 만큼, 이들 사이에서 우리 게임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게다가 운이 좋다면 중국 퍼블리셔를 구할 수도 있지 않겠나?(웃음)

▲ 한국 공동관의 존재를 몰랐다고 한다...


Q. 첫 작품인 '크로커스'가 플레이 영상 외에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게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다양한 조작을 요구하는 실시간 액션 모바일 게임이다. 그래픽은 깔끔하게 만화 풍으로 잡았다. '크로커스'를 만들게 된 계기는 우리 스스로 그동안 나온 게임에 만족할 수 없어서였다. 그간 모바일 액션 게임은 상당히 있었지만, 조작을 통한 쾌감을 주는 게임은 볼 수 없었고, 결국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Q. 조작감을 살리기 어려운 문제는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의 특성 탓도 있지 않나?

분명히 모바일에서 살릴 수 있는 조작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게임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충분히 그 느낌을 살릴만한 기반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가 본 게임 중에 만족스러운 액션 게임은 없었다.

▲ 모바일과 액션의 융합은 지금도 어려운 과제다


Q. 모바일 액션 게임에 있어 '자동 전투'는 언제나 논란의 중심이 되곤 한다. '크로커스'는 어떤 방법을 택했나?

액션 게임에 자동 전투가 들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조작의 불편함에 대한 피드백이다. 하지만 조작을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게 만든다면, 매우 훌륭한 게임 요소가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일단 '크로커스'는 한번에 오랜 시간 플레이하지 않게끔 만들어져 있다. 짧게는 세 판, 길어야 다섯 판 정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1회 적정량이다. 이 정도 플레이하고 나면 어떤 모바일 액션이라도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아마 그 외에 편의 요소는 조금 더 편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 조작 그 자체를 재미로 살리기 위해 노력중이다


Q. 그럼 게임의 가장 큰 재미요소는 무엇인가?

'액션의 성장'이라 말하고 싶다. '크로커스'의 캐릭터 성장 곡선은 온라인 게임과 비슷하다. 최고 레벨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이렇다 할 허들이나 블러핑이 없고, 누구나 쉽게 최고 레벨을 달성할 수 있다.

최고 레벨이 되고 나면 그 후 진짜 모드와 콘텐츠가 열린다. 최고 레벨을 달성하는 과정에서는 스킬 트리를 찍어가며 성장하고, 그 이후부터는 아이템을 파밍해 특정 스킬을 강화시키고, 이를 통해 새로운 콤보를 만들어나가는 거다.

특정 아이템을 얻게 되면, 스킬 자체가 변한다. 그리고 그 바뀐 스킬은, 디아블로의 파밍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Q.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차이나조이2016에서는 어떤가? 반응이 괜찮은 편인가?

솔직히 말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서 놀라고 있다. 차이나조이에 오기 3주 전부터 계속 연락이 오더라. 도착 후에는 부스 앞에 플레이 영상을 보고 많은 분이 들어올까 말까 고민하다가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곤 하셨다. 심지어 일본이나 동남아, 북미에서도 유명한 회사들이 와서 당황하곤 했다.

도착 후, 공사 중이던 부스에 리허설로 영상을 틀었을 때도 공사하시던 분들이 다들 쳐다보셔서 조금 놀랐다.(웃음)

▲ 현장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Q. 이 정도 게임 퀄리티면 모바일이 아닌 다른 플랫폼으로도 나쁘지 않을듯한데, 계획에 없는가?

요즘 보면 대세를 이루는 게임들이 거의 다 IP 게임들이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우리는 만들어진 IP를 활용하는 것이 아닌, IP를 새로 만들어나가는 단계에 있다. 일단은 다음 단계보다도 크로커스 자체를 하나의 의미 있는 IP로 만드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Q. 중국에 와서 보니 어떤가? '크로커스'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 같나?

진짜 게임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모바일 MMORPG가 많이 눈에 띈 것 같다. 하지만 한참 보다 보니 대부분 게임이 거의 비슷비슷하더라. 어째서 IP 게임이 대세가 되는지 알 것 같았다. 게임의 시스템이 대동소이하니 결국 더 유명한 IP를 가져오는 것이 승리의 비결인가 싶었다. '크로커스'가 다른 게임들과 달라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게임은 유명함으로 주목받는 게임이 아닌, 아예 다른 게임이니 말이다.


Q. 그럼 '크로커스'는 언제쯤 해볼 수 있는 건가?

내년 상반기 즈음에 출시 예정이다. 사실 아직 게임에 대해 많은 것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게 조심스럽다. 하지만 어떤 분이 플레이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게임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고, 우리의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 액션의 진짜 재미를 보여줄 게임을 만들어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