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조이2016의 둘째 날, 잠시 행사장을 벗어나 바로 옆에 있는 캐리 호텔 로비로 향했다. 엄연히 행사장 안에 B2B가 존재하고, 그 안에서 수많은 사업적 미팅이 이뤄지지만, 캐리 호텔 로비에서도 그만큼 많은 미팅과 제안이 오간다. 거대한 규모의 차이나조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캐리 호텔 또한 또 다른 차이나조이다.

'제페토'의 해외 사업을 담당하는 권영수 팀장을 만났을 땐 한창 이 열기가 절정에 달할 무렵이었다. 꽤 널찍한 호텔 로비였지만, 설 틈 없이 들어선 사람들 때문에 결국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나눌 장소를 찾아야 했다. 결국, 우리가 택한 장소는 CGDC가 열리는 행사장 앞 로비. 작은 스탠딩 테이블에 노트북을 놓고 이야기를 꺼냈다.

몇 년 전, 수없이 많은 밀리터리 FPS가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 등장했다. 몇몇 게임은 크게 성공해 이름을 알렸지만, 모든 게임이 성공할 수는 없었다. 한국 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게임들은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아직 누구의 발도 닿지 않은 미답지였지만, 그들에게는 유일하게 남은 기회였다. 그렇게 몇몇 게임이 해외 시장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제페토'도 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동남아, 러시아, 그리고 남미까지. 흔히 게임업계 안에서는 '제 3세계'로 통하는 시장들이 그들의 주 무대다. 그리고 2016년. '포인트블랭크'라는 게임 하나로 명성을 이어온 제페토가 새로운 IP의 게임을 선보였다. '배틀 카니발'. 이들에게는 앞으로 몇 년의 시간을 더 만들어줄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제페토', 그리고 '배틀 카니발'. 권영수 팀장은 어떤 마음으로 차이나조이2016에 발을 디뎠을까?

▲ 제페토, 권영수 사업팀장


Q. 만나게 되어 반갑다. 보통은 관 안에서 만나곤 하는데 어쩌다 밖에 있는 건가?

내가 잡힌 미팅이 전부 행사장 밖 호텔 쪽에서 진행되다 보니 안에는 들어간 적이 없다.(웃음) 아예 뱃지도 팀원에게 맡긴 상태다. 그러고 보니 한번 들어가 보긴 해야 할 텐데 생각난 김에 이따가 한번 가 봐야겠다.


Q. 차이나조이는 몇 년째 방문하는 건가? 매년 방문했었나?

개인적으로는 7번 정도 온 것 같다. 지금이야 제페토에서 사업 총괄로 일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나도 게임 전문 기자였다. 2000년대 초반까지 말이다. 그러고 나서 몇몇 회사를 거쳐 제페토로 오게 되었고, 포인트블랭크의 해외 서비스를 총괄하다가 회사를 나와 창업을 시도했다. 물론 시원하게 말아먹었고, 결국 대표님이 불러주셔서 다시 제페토로 오게 되었다.

▲ 제페토는 한국 공동관에 자리잡았다.


Q. 보통 제페토 하면 '포인트블랭크'만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어떤 게임을 선보였나? 여전히 '포인트블랭크'가 메인인가?

여전히 포인트블랭크와 그 IP를 이용한 모바일 게임이 메인이지만, 다른 작품도 있다. '배틀 카니발'이라고 포인트블랭크와는 완전히 다른 컨셉의 FPS 게임이다. 아마 여기까지를 메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세 종 정도의 모바일 게임을 더 가져왔다. 보통 차이나조이 하면 모바일 게임과 웹 게임이 주류를 이루는데, 우리는 PC 온라인 게임을 주력으로 삼았다.


Q. 제페토는 늘 한결같았다. 포인트블랭크의 해외 서비스에 주력하고, 그 외에는 항상 조용했다고 해야 할까? 올해도 똑같은가?

앞서 말했듯, 우리의 주력 게임은 PC 온라인 FPS다. '배틀 카니발'또한 똑같이 PC 온라인 FPS다. 올해의 가장 큰 목표는 이 기반을 유지하고, 관리해나가는 것이다. '배틀 카니발'이라는 새로운 배를 띄워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기반을 만들어 두는 것이 1차 목표다. 그 이후엔 '배틀 카니발'의 순항을 빌어야겠다.


Q. '배틀 카니발'에 대해 더 이야기를 해보자. 기존의 FPS와는 다른 게임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게임인가?

일단 게임 컨셉부터가 매우 가볍고, 진지하지 않다. 팀 기반의 논 밀리터리 FPS로, 캐릭터의 비중이 큰 게임이다. 기존 게임보다는 '오버워치'에 더 가까운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5년 전부터 개발해왔으니 오버워치 공개 이전부터 개발하고 있었지만, 어쩌다 보니 오버워치가 먼저 공개되어 버렸다.(웃음)

▲ 밀리터리가 아닌, 보다 가벼운 FPS '배틀 카니발'


Q. 비슷한 장르에서 '오버워치'가 먼저 시장을 선점한 셈인데, 아쉽지는 않나?

아쉽기는커녕 찾아가 절이라도 하고 싶다.(웃음) 사실 이전에 '배틀 카니발'의 샘플을 들고 퍼블리셔들을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모든 곳에서 퇴짜를 맞았는데, 이유인즉 "그런 컨셉과 스타일의 FPS는 통하지 않는다."였다.

하지만 오버워치가 등장해 보란 듯이 성공했고, 지금에 이르러 당시 우리를 퇴짜놓았던 퍼블리셔들이 우리에게 연락을 먼저 하는 상황이다. 너무나 고마운 일 아닌가?


Q. '오버워치'가 전 세계적으로 퍼진 이후, '포인트블랭크'의 상황은 어떤가? 큰 변화 없이 그대로인가?

우리 게임의 최대 시장은 동남아, 러시아, 터키, 그리고 브라질인데, 게임을 하는 유저의 수는 크게 변화가 없다. '포인트블랭크'의 경우 이제 게임보다는 하나의 플랫폼에 가깝다. 할 수 있는 콘텐츠도 많고, 익숙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도 비슷한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왜 사람들이 계속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건가?" 그래서 동남아 쪽 게이머에게 직접 물어보았는데, 애초에 이들은 게임을 하는 목적부터가 한국 게이머들과는 조금 다르더라. 우리는 게임을 이기는 데 목적을 두는 경우가 많다. 더 이기고, 더 강해지고, 더 높은 위치에 서는 것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저 '친구들과 놀 것'의 하나로 게임을 누린다. 그 수단이 포인트블랭크인 이유는 그저 익숙해서일 뿐이다. 그들에게 최고의 목표는 그저 1시간 동안 친구들하고 웃고 떠들면서 재미를 얻는 것이다. 한국 게이머들이 게임을 '정복'하려고 하는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 이제 해외 시장에서 '포인트 블랭크'는 게임을 넘어선 플랫폼


Q. 두 번째 주력 PC 온라인 게임을 공개한 만큼, 긴장도 될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예정인가?

기조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짧은 시간이나마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놀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 아마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게임사가 바라는 일종의 추상적 목표가 아닐까 싶다. 나 또한 마찬가지고 말이다.

이 마음을 유지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늘 한결같지만, 점점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