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 '오버워치 월드컵' 국가별 대표팀이 공개됐습니다. 대한민국은 루나틱 하이의 Miro, 류제홍, EscA, 그리고 아프리카 프릭스 블루(구 MiG Frost)의 MiGArHaN, 감독인 MiGTaiRong, 무소속으로 경쟁전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zunba까지 총 6인이 국가대표로 출전하게 됩니다.

이번 국가대표 선발은 자국 플레이어들의 온라인 투표와 '주장 추천' 제도로 진행됐습니다. 플레이어들의 표를 많이 받은 순서대로 4인이 먼저 선발되고, 이 중에서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선수가 '주장'이 되어 국가대표 후보 중에 2인을 직접 지정하는 방식이었죠.

득표율 47%로 주장 자격을 얻게 된 루나틱 하이의 Miro 선수는 아프리카 프릭스 블루의 MiGTaiRong(지원)과 MiGArHaN(공격)을 국가대표로 추가 선발했습니다. 후보 중에는 같은 팀 소속의 지원가인 Dean 선수도 있었으나, 팀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지원과 공격 선수를 같은 팀에서 뽑아온 것으로 보입니다.




대회 일정상으론 이번에 공개된 국가별 대표팀은 9월부터 예선을 거쳐 11월의 블리즈컨 2016 대회 진출권을 얻어야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블리즈컨 자동 진출 대상에 포함되어 예선을 거치지 않고 싱글 엘리미네이션 방식의 결선으로 직행하게 됩니다. 즉, 예선을 통해 실력이 검증된 강팀과 바로 경쟁하게 된다는 뜻이죠.

블리즈컨 자동 진출이 확정된 국가는 대한민국, 미국, 캐나다, 브라질, 중국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2개 국가이나 팀은 하나로 구성)까지 7개국의 총 6팀이며, 예선을 거칠 예정인 팀은 45개나 됩니다.


▲ 별 표시가 붙은 국가는 블리즈컨 대회 자동 진출 대상이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 한국 대표팀이 경계해야 할 '강팀'은 어디일까요?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국가별 팀 명단은 그 수가 너무 많고 선수 닉네임과 모스트 픽 정보만 나와 있어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제 해외 대회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유명 팀, 선수가 다수 포함된 '유력한 우승 후보'들을 따로 모아봤습니다.

※ 본 기사의 선수별 전적 정보는 8월 30일 오후 5시 오버랭크 통계를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 대한민국 - 루나틱 하이와 아프리카 프릭스의 콜라보

해외팀을 살펴보기 전에, 한국 국가대표들은 해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과연 경쟁력이 있을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가대표팀은 국내 유명팀인 루나틱 하이와 아프리카 프릭스 블루 소속으로 5명이 채워졌고, 자리야 장인이자 전세계 평점 1위로 유명한 zunba가 포함됐습니다.

한국 대표팀의 특징이라면 유독 평점대가 높다는 겁니다. 대부분 선수들이 89~93의 평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세계 순위로 따져도 6명 중 4명이 10위 안에 듭니다.


▲ 평점만 놓고 보면 엄청난 강팀


물론 프로팀들은 대개 스크림 위주로 플레이하므로 경쟁전 비율이 낮은 편입니다. 이 때문에 단순히 평점만으로 그 선수를 평가할 수는 없는 게 사실이죠. 하지만 이건 엔비어스의 Taimou가 80점이라고 해서 평점 91의 Miro 선수보다 한참 떨어지는 실력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의미이지, 평점 90대가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즉, 높은 평점은 그 선수의 실력을 상당 부분 보증해준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라는 거죠.


▲ 겐지의 평점별 폭주 평균 그래프. 확실히 점수가 높을 수록 통계적으로 실력이 좋다


또한 FPS 경력면에서도 우수한 선수들이 대표로 선발되어 낙관적입니다. Miro, 류제홍, EscA까지 세 명의 대표 선수가 소속된 루나틱 하이는 스페셜포스, 블랙스쿼드 등 다양한 FPS 게임 대회를 통해 경력을 쌓아온 선수들이 모인 팀입니다.

EscA는 무려 2010년부터 스페셜포스 프로리그부터 월드챔피언쉽까지 우승을 휩쓸었습니다. 류제홍 선수 역시 2011년부터 FPS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으로,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과 스페셜포스2 등에서 대회 우승을 해왔습니다.

팀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력이 적은 Miro 선수는 오버워치 출시 이후 참가했던 KT 레전드 BJ리그에서 윈스턴 고수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국내 최상급 탱커 중 하나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zunba 선수와 함께 투표율 1위를 달성할 정도가 됐습니다.


▲ 무지막지한 경력의 EscA 선수
※ 이미지 출처 : 루나틱 하이 공식 홈페이지


한편 Miro 선수의 '주장 추천'으로 선발된 MiGTaiRong과 MiGArHaN 선수는 MiG Frost를 통째로 인수한 아프리카 프릭스 블루 소속입니다. 중국 넥서스컵에 진출해서 그야말로 압도적인 스코어로 결승까지 올라, 현재 EHOME으로 활동 중인 UW Artisan까지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넥서스컵은 지역 예선을 거쳐 올라가는 메이저급 대회였기에 블루팀의 실력을 입증하기엔 좋은 무대였습니다. 넥서스컵 우승 이후에도 중국의 판다TV 죽순컵에서 우승하는 등, 아시아 강팀으로 군림하던 중에 이번 오버워치 월드컵 대표로 참가하게 된 것이죠.




마지막은 무소속인 zunba 선수입니다. 8월 4일 인벤 방송국에 직접 초대해서 자리야 플레이를 감상한 적이 있죠. 당시 경쟁전 점수 92점으로 세계 1위였는데요, 약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평점 93으로 굳건히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zunba 선수의 강점은 무서울 정도의 '안정성'입니다. 평균 딜량은 12,466으로, 소위 천상계라고 부르는 80점 중반대 자리야들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닙니다. 다만 KD가 무려 5나 되죠. 80점 중반의 자리야 유저들은 대개 4~4.17 정도의 KD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해외 강호들을 살펴봤던 지난 기사에서 Cloud9의 탱커 KyKy와 zunba 선수의 자리야를 비교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zunba 선수는 KyKy에 비해 판수가 7배나 많음에도 KD, 평균 처치 등 주요 지표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죠.

zunba 선수는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 프로팀에 들어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오버워치 월드컵 국가대표 선발로 인해 입대 계획을 미뤘다고 합니다.


▲ C9 탱커 KyKy와의 평균 통계 비교. 준바 선수의 판수가 7배 가까이 많다


그렇다면 블리즈컨 무대에서 한국 대표팀은 어떤 조합을 선보이게 될까요? 국가대표 선발이 역할군을 나누어 진행된 것이 아니므로 대부분 팀은 조합 밸런스가 맞지 않는 상황입니다.

한국팀 역시 돌격, 공격 쪽으로 크게 쏠려 있긴 하지만, 다행히 류제홍 선수가 '아나' 장인으로도 유명한 뛰어난 올라운더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류제홍 선수가 조합에 따라 지원과 공격 영웅을 바꿔가며 플레이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한국 대표 선수들의 각 역할군은 아래와 같습니다.

■ 공격
- EscA / MiGArHaN

■ 돌격
- zunba / Miro

■ 지원
- MiGTaiRong

■ 올라운더
- 류제홍


불가리아같이 대표 선수 중 세 명이 모스트 겐지이고 지원가가 하나뿐인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므로, 한국 대표팀은 상대적으로 밸런스가 잘 맞는 편입니다. 다만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인 독일의 경우, 한국팀과 마찬가지로 역할군이 잘 분배되어 있으므로 대회 조합을 어떻게 맞춰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할 전망입니다.




■ 미국 - 강력한 딜러진으로 블리즈컨 직행

첫 번째로 살펴볼 팀은 미국입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블리즈컨 진출권이 주어졌기에, 결선 무대에서 만나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팀 중 하나죠.

라인업만으로 보자면 오버워치 국가대표팀 중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로 강력합니다. 우선 구 Luminosity, 현 NRG 소속인 Seagull과 Gods가 딜러진에 들어가 있고, EnVyUs의 메인 딜러 Talespin도 함께 선발됐습니다. 여기에 Cloud9의 지원가인 Adam까지 합세해서 딜과 힐은 탄탄한 편입니다.

다만 돌격 영웅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선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대회에서 돌격군을 주로 사용하는 선수는 Team Liquid의 탱커인 MESR 뿐입니다. Talespin도 돌격 영웅을 잘 다루긴 하지만 주포지션인 공격을 포기해야 해서 전력상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죠.

또한 이번 미국 대표팀에는 ster라는 팀포트리스2 출신의 스트리머가 포함됐습니다. 무려 33%나 되는 득표율로 31%를 기록한 Talespin보다 인기가 더 좋았는데요, 모스트 픽이 저격형 지원 영웅인 아나이므로 Adam과 함께 지원가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 공격군이 시걸과 테일스핀으로 구성되어 무서운 팀이 됐다


번외로, 미국팀의 '주장 추천'에는 득표율 57%로 주장이 된 Seagull의 '안으로 굽는 팔'이 조금-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투표순으로 뽑힌 미국 대표 4인은 Seagull, ster, Talespin, Adam으로 2딜, 2지원가였습니다. 조합상으로 보면 돌격군 선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요, 막상 Seagull이 뽑은 선수는 같은 NRG 소속 Gods와 아마추어 시절 함께 팀 생활을 했던 MESR이었죠.

물론 MESR은 돌격 영웅을 잘 다루는 선수지만, Gods의 경우 공격군 위주의 픽을 하므로 경기 조합이 다소 애매해진 상황입니다. 단순히 아는 사이라는 이유로 선발한 것은 아니겠지만, 표면적으로 봤을 때 안정적인 조합을 포기했다고도 볼 수 있으므로 이 선택이 훗날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스웨덴 - 이걸 어떻게 이겨..

세계 랭킹 1위 EnVyUs 만큼의 포스를 자랑하는 월드컵 대표팀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스웨덴입니다. 다행히(?) 블리즈컨 자동 진출 대상은 아니라서 예선을 거쳐야 하지만, 이변이 없는 이상 결선에서 만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 선수 6인 모두 세계 상위권 팀으로만 짜여졌습니다. 세계 1위 EnVyUs가 2명, 3위인 Rogue에서 1명, 5위인 fnatic에서 1명, 세계 6위이자 유럽 3위팀인 Misfits에서 1명, 마지막으로 8위인 Luminosity에서 1명입니다. 화려한 라인업을 역할군별로 보시죠.

■ 공격
- iddqd (fnatic) / TviQ (Rogue)

■ 돌격
- cocco (EnVyUs)

■ 지원
- chipshajen (EnVyUs) / Zave (Luminosity) / Zebbosai (Misfits)

투표순으로 뽑힌 선수는 득표율 54%의 주장 iddqd와 Zave, chipshajen, Zebbosai까지 4인이었습니다. 역할군으로 따져보면 1딜 3힐입니다. 역할 비율이 무척 좋지 않은 상황에서 주장인 iddqd의 고민이 보통이 아니었을 것 같네요.

결국 iddqd가 주장 추천으로 뽑은 선수는 Rogue의 딜러인 TviQ와 EnVyUs의 탱커 cocco로, 어떻게든 딜과 탱은 맞춰보자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이렇게 해서 스웨덴은 2딜 1탱 3힐이라는 다소 특이한 역할 구성으로 마감을 하게 됐습니다. 선수 개개인의 커리어는 뛰어나지만 전체적인 그림은 이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딜러진의 피지컬이 워낙 뛰어나고, 이를 뒷받침할 돌격과 지원가들도 전부 검증된 고수들인 만큼, 오버워치 월드컵을 휘어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 독일 - 탄탄한 조합을 완성한 강팀

독일팀은 주장으로 득표율 50%를 기록한 INTERNETHULK가 선발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EnVyUs의 주장이자 올라운더 플레이어거든요. 그와 함께 선발된 선수들은 아마추어 선수인 BUR1X와 Asura, 그리고 Le Mixx 팀의 kr4tosdigga입니다.

kr4tosdigga는 유럽 강호 Misfits의 전신인 Gravition Surge 팀 소속이었지만, Misfits 창단 때에는 합류하지 못하고 독자적으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인지도로 따지자면 투표순으로 선발된 독일 선수 중에서 INTERNETHULK를 제외하곤 '네임드'라고 부를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나 INTERNETHULK는 주장 추천 권한으로, 독일 후보에 들었으나 대표로 선발되지 못한 Misfits의 탱커 skipjack과 Team Dignitas의 딜러 art1er를 선발해 라인업을 탄탄하게 다졌습니다.


▲ 딜과 탱 라인이 해외 유명팀으로 꾸려진 독일


art1er는 2016년 4월부터 Creation eSports에서 딜러로 활동하던 선수입니다. 최근에는 경쟁전을 플레이하지 않아 평점이 79에 머물러 있지만, 오버워치 경쟁전 도입 초기에는 항상 순위 1페이지에서 이름을 볼 수 있던 고수죠. 그가 속해 있던 Creation eSports는 팀원을 그대로 유지한 채 Team Dignitas로 소속을 바꿨고, 현재 세계 7위, 유럽 4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조합상으로 보면 독일팀은 2딜 1탱 2힐 1올라운더로 비교적 구성이 양호한 편입니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끼어 있긴 하지만 안정적인 조합을 강점으로 내세워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네요. 올라운더인 INTERNETHULK가 공격과 돌격 영웅을 번갈아 가며 팀 구성을 맞출 것으로 보입니다.






■ 프로 대회를 방불케 하는 강팀들의 등장! 과연 한국 우승 가능할까?

지금까지 유명 선수들이 다수 포함된 일부 국가대표팀을 살펴봤습니다. 특히 공격군이 강력한 미국이 블리즈컨 자동 진출 대상이라는 것은 한국팀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 같네요. 또한 EnVyUs부터 Rogue까지 강팀의 화려한 콜라보로 꾸려진 스웨덴도 강력한 우승 후보입니다.

하지만 한국팀 역시 국내 최정상급 선수들이 역할군별로 모인 만큼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쟁전 세계 1위의 탱커와 7년 가까이 FPS 선수 생활을 한 루나틱 하이 멤버들, 그리고 아시아 최정상급 프로팀인 아프리카 프릭스 블루의 시너지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네요!

다음 시간에는 이번 기사에서 다루지 못한 해외 대표팀들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EnVyUs의 메인 딜러 타이무가 소속된 핀란드, 유럽 강자들이 모인 프랑스까지, 오버워치 월드컵 다크호스들을 찾아내어 다시 뵙겠습니다.


▲ Invictus Gaming Fire로 대동단결한 중국도 살펴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