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타2 관련 방송에서 자신을 내려놓으며 '동물적인 예능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삼인방이 있습니다. '유채꽃'이란 이름으로 활약하는 유대현-고인규-채민준은 전문 예능인이 아니지만, 팬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죠.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형과 동생 같은 호흡을 자랑하는 이들의 비결이 궁금해질 정도입니다.

방송 이미지를 통해서 재미있는 형 같은 모습을 보여줬던 그들. 하지만 스타2와 e스포츠에 관해서 누구보다 진지한 태도와 남다른 열정을 느낄 수 있었죠. e스포츠와 스타2가 단순히 일이 아닌 자신 삶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2016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통합 포스트 시즌 결승전을 앞두고 '유채꽃' 삼인방은 스타2와 프로리그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아쉬움과 새로운 기대가 교차하는 그들의 마음을 인터뷰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죠.




Q. 반갑습니다. 독자 여러분에게 간단한 인사와 함께 유채꽃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고인규 : 유채꽃에서 얼굴을 담당하고 스타2 게임 실력까지 갖춘 고인규입니다. 말은 뭐 형들이 잘 해주고, 제가 유채꽃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해요.

채민준 : 고인규 해설은 얼굴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얼굴 크기'를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게임 실력은 떨어지지만, 두 해설 사이에서 '드립'과 '난동', 그리고 중재 역할까지 맡은 채민준이에요. 관심을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관종왕'이라고 할 수 있죠.

유대현 : 저는 '성난 개들'을 조련하는 조련사 유대현입니다.

채민준 : 하지만 '성난 개들'은 조련사가 자신들의 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죠(웃음).


Q. 요즘 스타2 관련 예능에서 세 분을 빼놓을 수 없네요. 세 분이 서로 어떤 '예능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유대현 : 제가 예전 MBC 게임시절부터 '스무도' 및 여러 예능을 주도했던 사람으로서 능력있는 친구들과 함께 예능 할 때 재미있더라고요. 고인규 해설을 보는 순간 '아 바로 이 친구다!' 싶은 느낌이 들었어요. 이 친구라면 나의 예능 후계자로 손색이 없겠다고 생각했죠. 채민준 캐스터도 스포츠 캐스터 출신이지만, 어디에도 잘 녹아들더라고요. 서로 잘 맞는 것도 있지만, 둘 다 방송을 잘해서 좋은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아요.

채민준 : 저는 그동안 스포츠 방송인으로서 뭐든지 진중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어요. 대략 3~4년 전만 해도 그런 인식이 있었죠. 그런데, e스포츠와 예능 프로그램을 해보면서 저의 내면적인 것을 끌어낼 만한 계기가 찾아왔네요. 사실, 프로리그에서도 진지한 모습만 보여주려고 했지만, 대현이 형이 "너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줘라"고 말해줬죠. 그러면서 즐겁게 방송하고 팬들이 좋아해 주니 동기부여가 저절로 되더라고요.

고인규 : 그동안 e스포츠에 캐스터가 많이 없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채민준 캐스터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죠. 어디에 있어도 잘 적응하는 '변신수' 같은 모습을 보여줬어요. 물론, '변신수'는 한 번에 사라지는 존재라 아쉬움이 남지요(웃음).

대현이 형은 같이 방송하는 데 부담이 없어요. SKT T1 시절에 (임)요환이 형을 보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없이 순수한 형으로 자기 일에 열중하고 동생들에게 잘 해줬죠. 그리고 저는 원래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아요. 승부의 세계 속에 살아야 하는 프로게이머로 경쟁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형들이 저에게 잘해줘서 이제 집에 초대할 수 있을 정도가 됐네요. 초등학교 4학년 이후로 집으로 주변 사람들을 초대하지 않았지만, 두 형에게는 마음의 문을 연 거죠.




Q. 채민준 캐스터가 스포츠 관련 일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합류하게 됐어요. 처음 중계를 맡았을 때와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유대현 : 채민준 캐스터가 스포츠 관련 일을 하고 있을 때부터 같이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어떻게 말이 잘 돼서 e스포츠 캐스터 역할을 하게 됐고, 같이 첫 방송을 해보고 다시 한 번 좋은 느낌을 받았죠. 게임을 예전부터 즐겨왔던 친구라 그런지 예전부터 함께 해온 캐스터 같더라고요. 그리고 지금까지 함께 열심히 잘 해왔던 것 같아요.

예전과 다른 점은 채민준 캐스터가 영리해졌다는 거예요. 당시에는 열정만으로 열심히 했다면, 요새는 팬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파악하더라고요. 꾸준히 발전하는 친구예요.

고인규 : 채민준 캐스터가 합류할 당시에 저도 거의 해설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어요. 신도림에서 프로리그를 할 당시에 해설하긴 했지만, 일주일 한 번 정도 해본 상황이었죠. 민준이 형은 대현이 형한테 피드백 받으면서 함께 잘해나갔다고 생각해요.

채민준 : 처음에는 중계진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됐어요. 처음에는 어려워서 장난할 엄두조차 못 냈죠. 저한테는 대현이 형이나 인규 모두 TV로만 봤던 존재였죠.

고인규 : 처음 만났을 때, 우리를 보고 90도로 인사할 정도로 프로게이머를 우상, 연예인으로 생각해서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민준이 형 싸이월드에 가보면, 프로필 사진을 프로게이머사진으로 설정해놓거나 '병구야, 축하한다'와 같은 말을 올려놨더라고요.

유대현 : 평소 생활을 보면 진짜로 e스포츠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잖아요. 채민준 캐스터 SNS를 보면 힘든 스케줄을 끝내고도 e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더라고요. 새벽 방송이 끝나고도 게임을 연습하거나 프로팀에서 함께 축구하자는 연락이 오면 힘든 와중에도 참여하더라고요. 이런 모습이 e스포츠와 게임에 마음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거든요. 다른 분들은 일로서만 e스포츠를 대하지만, 채민준 캐스터는 삶의 한 부분으로서 e스포츠를 생각하더라고요.


Q. (채민준에게) 두 해설은 전직 프로게이머 출신인데, 본인은 평범한 스타2 유저의 입장에서 함께 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채민준 : 제가 게임을 많이 보고 해서 습관처럼 상황을 판단하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해설자가 전문적인 내용을 말하고 저는 그림을 읽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었죠. 상황 판단은 제가 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어요.

두 해설과 티어와 실력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 팬들이 질문하기도 해요. 혹시 인규나 대현이 형이랑 정식으로 1:1 대결을 펼쳐봤냐고. 그런데 인규와 1천 판을 해도 못 이긴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대현이 형도 프로게이머 출신이기에 1:1 대결을 하는 것 자체가 예의가 아니라고 봐요.




Q. (고인규에게)요즘 ‘방송천재’라는 이미지가 생겼어요. 프로게이머 시절에는 조용하고 표정 변화가 없었는데, 어떻게 넘치는 끼를 어떻게 숨기고 살았나요?

유대현 : 고인규 해설은 오버워치의 캐릭터 메이, '메이코 패스'와 딱 어울리는 것 같군요.

고인규 : 먹고 살기 위해 자연스럽게 저를 내려놓게 됐어요. 방송에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함과 동시에 스타2 팬들에게 재미도 선사해야 하기 때문이죠. 원래 굉장히 내성적인 성격이에요. 아프리카tv에서 전 스타1 프로게이머들이 선수 시절에 대해 말할 때, 저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해요. 숙소에서 조용히 게임만 하고 여자친구 만나러 나가는 게 전부였죠. 다른 프로게이머들과 함께 놀지 않았어요. 당시 모두 경쟁 상대라고만 생각했죠. 팀이지만 언젠가는 만날 상대이기에 친하게 지내지 않았죠. 사람들이 보기에 숫기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냥 말을 아끼면서 살았어요. 그리고 오랫동안 방송에 얼굴을 비쳐와서 카메라를 두려워하진 않았어요. 카메라에 거부감이 없었던 게 방송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긴 하네요.


Q. (채민준에게) '유채꽃'을 보면 가장 많이 벌칙의 희생양이 되더라고요. 고인규, 유대현의 몰아가는 것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채민준 : 벌칙을 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기준은 역시 게임 실력이에요. 그렇게 하면 당연히 제가 걸릴 수밖에 없죠. 너무 나만 걸리니까 대현이 형과 인규가 자기가 대신 받겠다고 한 적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몰아간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시청자와 연출진이 걱정했을 뿐이지, 저는 영상하나 더 나온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했어요. 3연속 벌칙 때문에 제 이미지가 '희생양'처럼 됐는데, 대현이 형이나 인규 모두 두 번씩 받아서 저보다 한 번 덜 받은 정도에요.




Q. (유대현, 고인규에게)드디어 2016년 프로리그를 마무리할 결승전을 앞두고 있어요. kt 롤스터와 진에어 그린윙스 결승전 승자 예측을 해보자면?

(인터뷰는 프로리그 결승전 엔트리가 확정되기 전에 진행했습니다)

유대현 : 팀 분위기만 봐서 진에어 그린윙스가 좋지요. 하지만 저는 kt 롤스터의 우승을 예측해요.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는 말처럼 2014년에 kt 롤스터가 우승을 해봤기에 잘할 것 같아요. (주)성욱이의 기세가 주춤해서 진에어 그린윙스가 개인 기량에서는 앞선다고 볼 수 있죠. 그렇지만 결승이라는 큰 무대는 또 다르거든요. kt 롤스터가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장면이 눈에 들어오네요. 프로리그 다섯 시즌 동안 승부 예측 1등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어요.

고인규 : 저는 반대로 진에어 그린윙스가 우승할 거라고 봐요. 일단, kt 롤스터의 주성욱-전태양-김대엽은 강력해요. 주성욱 선수가 조금 하락세지만 큰 무대에서 강하죠. 진에어 그린윙스도 마찬가지로 조성주-김유진-이병렬이라는 강력한 카드가 있죠. 승부는 네 번째 카드부터 결정될 거에요. 진에어 그린윙스의 김도욱-조성호가 큰 무대 경험이 많으므로 유리할 거에요. 조성호는 IEM 월드 챔피언 결승전에 나가봤고, 김도욱은 GSL 4강, 레드불 대회 등 경험이 있죠.

유대현 : 저와 고인규 해설이 여기서 의견이 갈리네요. 저는 큰 무대에 서보는 '경험'이 아니라 어떤 '성적'을 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성호는 큰 무대에서 그동안 아쉬운 성적을 거뒀어요. IEM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성욱이에게 무너졌죠. 큰 무대에서 성적을 낸 선수는 kt 롤스터가 많아요. (이)동녕이와 (정)지훈이 모두 자유의 날개 시절부터 큰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경험이 있어요. 결국, 돌아올 사람은 돌아옵니다. 성욱이를 비롯해 kt 롤스터 선수들이 활약할 거라고 믿습니다!

고인규 : 저는 자유의 날개 시절 당시 공군에 있어서 잘 몰랐네요. 하지만 자유의 날개와 공허의 유산 무대는 다를 거에요(웃음).


Q. (채민준에게) 경기를 예측할 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자주 가더라고요. 이번 결승전 세트 스코어를 어떻게 예측하나요?

채민준 : 승패와 상관없이 풀 세트 결승전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어느 팀이 우승하더라도 멋진 스토리가 완성될 거에요. 그동안 결승전에서 풀 세트가 잘 안나와서 아쉬웠는데, 이번에야말로 접전을 보여줬으면 하네요.


Q. 구체적으로 양 팀에서 어떤 선수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유대현 : 성욱이는 돌아올 거에요. 2년 전에 제가 kt 롤스터의 핵심이 누구냐는 질문에 영호라고 말했어요. 당시 영호가 잘하면서 팀 분위기가 살아났는데, 이번 시즌에는 그런 역할을 성욱이가 해낼 거에요. 대엽이는 항상 팀의 중심을 잡아줬고, 태양이가 프로리그에 전념해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요. (최)성일이나 (이)동녕이도 잘해낼 거라고 믿어요.

고인규 : 일단 유진이가 프로리그 3라운드 상해 결승전처럼 기가 막힌 전략하나 들고 올 거예요. 성주는 늘 잘해왔잖아요. 병렬이도 '섹시한 빌드' 하나 준비해오겠죠.

채민준 : 저는 진에어 그린윙스의 병렬이와 kt 롤스터의 성일이가 활약할 거로 생각해요. 성일이가 이번 통합 포스트 시즌에서 준비된 빌드는 전혀 긴장 안 하고 잘 보여주더라고요. 병렬이도 준비한 빌드는 완벽하죠.




Q. (채민준에게) kt 롤스터에 아쉽지만 이제 이영호가 없네요. 일관되게 응원 표를 주고 싶은 새로운 선수가 있나요?

채민준 : 요즘에는 kt 롤스터의 전태양, 김대엽과 진에어 그린윙스의 이병렬을 응원하고 있어요. (이)영호를 포함해 모두 대전 출신이네요. 처음에는 그냥 이영호에게 투표했어요. 그런데 점점 그게 제 캐릭터로 자리잡게 되고 대전 출신을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유대현 : 저는 승자 예측에서 이영호를 안 찍어서 승부 예측률 1위를 받았고, 채민준 캐스터는 이영호에게 투표해서 마음을 얻었죠.


Q. 플레이오프에서 SKT T1의 '싸이클론 빌드'처럼 독특한 빌드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요?

고인규 : 없을 거에요. 싸이클론 말고 획기적인 유닛이 나올 만한 유닛이 없네요. 싸이클론도 염두에 두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빌드에요.

유대현 : 진에어 그린윙스의 분위기가 현재 좋아서 새로운 모험 수는 두지 않을 거 같아요. 그나마 유진이가 전략을 시도할 것 같은데, 운영의 범주를 벗어난 빌드까진 안 나올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프로리그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채민준 : 앞으로 프로리그와 스타2 더 잘되길 바라요. 이번 시즌 프로리그에서 받은 팬들의 사랑에 정말 감사하죠. 성원과 격려가 '유채꽃'이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네요. 올해의 마지막 프로리그 결승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중계할게요.

고인규 : 프로리그는 신도림 때부터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네요. 하지만 매번 프로리그 결승전은 많은 분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왔잖아요.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믿어요. 팬들이 너무 내년의 프로리그를 걱정하지 말고 현재를 즐겨줬으면 해요. 프로리그를 시작으로 GSL-스타리그 결승전이 열리니까 즐겁게 즐기고 2017 시즌은 내년에 걱정해도 될 것 같아요.

유대현 : 블리자드 쪽에서 마지막 전략 시뮬레이션인 스타2에 내년부터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말이 있어서 기대하고 있어요. 우리도 그렇고 블리자드도 스타2의 발전을 위해 많은 기획을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프로리그 팬분들도 결승전에 많이 와줬으면 좋겠네요. 리그의 '흥망' 여부를 떠나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사진 : 남기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