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반가웠다, 내년에 또 보자."

일본의 요코하마에서 개최된 개발자 컨퍼런스 'CEDEC 2016(이하 세덱)'의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미나토미라이 항만을 배경으로 하염없이 회전하는 대관람차를 바라보며 말로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이 북받쳐 올랐습니다. 초보 기자 시절부터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해외 취재 일정이 눈 깜박할 새에 지나가 버린 듯한 기분, 남몰래 선망하고 상상했던 꿈의 한 페이지가 어느새 막바지에 다다른 순간이었기 때문일까요.

3박 4일간 진행된 해외 취재 일정을 마무리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무엇보다도 '아쉬움'이었습니다. 자신감 가득 품고 떠난 타지에서 느낀 현장 취재의 어려움, 자신의 역량 부족에 대한 반성은 물론, 혼자서 멋대로 꿈꿔왔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어떤 괴리감을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아플 수 있는 당시의 기억을 더듬으며 이렇게 탐방기를 작성하는 이유는 '그래도 참 즐거웠다'라는 기억이 함께 공존했기 때문입니다. 입사 포부를 밝히던 그 순간부터 오랫동안 품어왔던 해외 취재의 소망이 처음으로 이루어졌던, '세덱' 행사 당시의 소소한 기억들을 지금 공개합니다.




■ 1. "요코하마로 떠납니다", 설레는 첫 해외 출장!

여느 때와 같은 평범한 하루. 하나하나 새로운 지식을 배워가며 기자로서의 역량을 키워가던 어느 날, 꿈에 그리던 해외 취재의 기회가 불쑥 찾아왔습니다. '세계 3대 게임쇼'라 불리며 많은 게임 기자들이 한 번쯤 경험해보길 꿈꾸는 'E3', 'TGS', '게임스컴' 행사가 아닌 개발자 컨퍼런스 '세덱'이 그 목적지였으나, 해외에서 며칠간 숙박하며 취재를 위해 뛴다는 상상만으로 괜스레 가슴이 설렜죠.

부푼 기대감에 서둘러 저렴한 숙소와 항공권을 예매하고, 취재로 나가 있는 동안 돌봐주지 못할 모니터 속 분재에게 작별의 인사를 하고, 차근차근 생애 첫 해외 취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준비를 해 나갔습니다.


그리하여 찾아온 대망의 출국일. 전날 저녁에 준비해둔 짐을 바리바리 챙겨 들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잠에 빠져 있을, 출근 시간보다 한참 이른 새벽임에도 부족한 수면에 의한 피곤함보단 새롭게 마주할 경험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찼습니다. 공항은 이미 새벽부터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지만, 그들조차도 마치 첫 해외 출장을 기념하기 위해 모여준 환송객들처럼 느껴질 정도였죠.










■ 2. 전방에 위치한 관람차의 유혹을 이겨내라! 본격적인 CEDEC 취재

일본 현지에서 맞이한 첫 아침. 본격적인 '세덱' 행사가 시작된다는 생각에 잠들지 못할까 걱정도 했지만, 이러한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푹 잠든 덕분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호텔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개발자 컨퍼런스 '세덱' 취재 일정은 이른 아침에 진행되는 첫 강연부터 마지막 강연까지 쉴 새 없이 소화한 후, 호텔에 돌아와 일본어로 진행된 강연 내용을 번역하고, 이를 기사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기본적인 일본어를 할 줄 알지만, 전문 용어로 진행되는 강연 내용을 이해하고, 기사 형태로 가공해 유저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미리부터 걱정이 많이 됐는데요. 물론, 걱정에 사로잡혀 머뭇거릴 여유는 없었습니다. 미처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이미 '세덱' 행사가 진행되는 미나토미라이의 컨벤션 센터, '퍼시피코 요코하마' 앞에 도착했거든요.














■ 3. 여유를 갖고 살펴보면 많은 것이 보인다. 취재 중에 발견한 현장의 이모저모

호텔 측의 고마운 배려로 기사를 쓰고 휴식을 취할 방이 두 배로 넓어져 마음의 안정이 생겼지만, 매일 '기상-강연-식사-강연-식사-기사작성-취침'으로 이어지는 단조로운 생활 패턴에 아쉬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왕 나온 해외 취재이니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해진 일정을 전부 소화하기 위해서는 따로 여가 시간을 내기 힘들었죠.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얼핏 단조로운 것처럼 보이는 일정 중에도, 가만히 돌아보면 일상에서 보지 못했던 다양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계속 밀려드는 바쁜 일정에 쉴 시간이 나지 않는 힘든 순간이 올지라도, 언제나 마음에 여유를 갖고 돌아보는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 4.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파란만장할 앞으로의 취재 일정을 떠올리며

하나의 해외 취재를 끝냈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지난 세덱 행사의 사진을 돌아보고 있으니, 돌아가는 관람차를 바라보며 느꼈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어렵고 힘들기도, 즐겁기도 했던 그 날의 기억이 이번 한차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새롭게 쌓여나갈 것이라는 기대감이었죠.

기자로서 정말 다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첫 해외 취재의 기억을 정리하며, 다음 해외 취재에선 마지막에 남을 기억이 '아쉬움'이 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만나서 반가웠다, 내년에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