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년이나 됐다. 3D 격투 게임으로 명맥을 꾸준히 이어와 이제는 가장 오래된 격투게임 중 하나가 된 철권 시리즈. 철권은 이제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격투 게임이라고 말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2D 격투게임을 선호하는 편이라 '철권'을 잘 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격투게임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잊지 않고 꼭 즐기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물론 주력 캐릭터들이 계속 너프를 당하거나 참전하지 않으면서 강제로 손에 익숙치 않은 캐릭터를 갈아타야되는 슬픔도 있고 유독 기자에게 철권은 꽤나 자주 캐릭터를 갈아타게 만들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다른 G모 작품을 제외한 다른 격투게임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캐릭터를 갈아탄 것 같긴 하다.

아무튼, 철권은 20년이라는 세월을 버티며 꾸준히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왔고 그만큼 내공도 쌓아왔다. 자연스럽게 팬도 많아졌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게다가 이번 시리즈는 최초로 PC로도 출시되면서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았다. E3에서 발표된 후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TGS에서도 여전히 철권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

TGS 하루 전 날 미디어를 대상으로 열린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의 'PRE-TGS'에서도 철권 세션과 하라다 PD는 매체의 방문과 인터뷰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매체들의 관심을 받았다. 아쉽게도 국내 매체 인터뷰 일정이 따로 잡히지 않았지만, 많은 국내 매체들의 요청으로 다행히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라다 PD와의 인터뷰도 성사될 수 있었다.

철권의 '하라다 카츠히로' PD


Q. PS4 버전의 철권에서 VR 대응 관련 이슈가 많이 나오고 있다. VR을 공식적으로 대응할 생각인가?

=철권 VR 버전은 여러가지 방식을 시도해보고 있다. 말했던 대로 1인칭 격투의 느낌을 알고 싶다면 가족이나 형, 누나에게 부탁해서 눈 앞에서 주먹을 휘둘러보면 된다. 쉐도우 복싱처럼. 해보면 알겠지만, 그게 결코 재미있거나 유쾌한 체험은 아니다.

VR은 1인칭이라는 생각을 많이들 하시는 것 같다. 하지만 '철권'에게 1인칭은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가한다. 철권을 VR에서 어떻게 전개해야할지는 내부에서 좀 더 생각을 해보고 있는 상황이다.


Q. 이번에 PC로도 동시에 출시되는데, PC 키보드는 다소 조작에 어려움이 있는 캐릭터가 있다. 카즈야나 헤이아치와 같은 풍신류 캐릭터나 '킹'의 자이언트 스윙같은 부분이다. 이런 스킬들을 키보드로 입력하기 어려운데, PC와 콘솔의 조작의 실력차와 조작감은 어떻게 조정할 예정인지 궁금하다.

=철권을 PC로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PC 게임을 즐기는 많은 유저들이 키보드로 조작을 하는 편이라 키보드 조작 자체를 버리고 갈 순 없는 상황이다. 철권은 원래 스틱(아케이드) 기반의 게임이고, 컨트롤러 플레이에 최적화 되어 있기도 하다. 우리도 그래서 많이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감각을 살려서 플레이하려면 스틱이나 컨트롤러를 쓰시는 게 좋을 것 같다.

현재 컨트롤러 자체도 8방향 입력이 되는데, 어떤 유저들은 그런 방향에 대한 버튼을 만들어 키보드로 피아노 치듯이 조작을 하기도 한다. 키보드에 여러가지 조작을 입력할 수 있도록 하면 더 편하게 유저들이 조작할 수 있을 것 같다.


Q. PC와 콘솔 버전의 크로스플랫폼 멀티플레이를 구현중인지 궁금하다.

=크로스플랫폼 멀티플레이에 대해서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그리고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이 있어서 고민이 많은 부분이다. 그런 부분을 신중히 고려해서 결정하고 싶다. PC게임은 불법적인 방법을 이용하는 치터들의 위험이 있을 수 있고, PC와 PS4가 크로스플레이가 되더라도 PS4 유저들이 PC 플레이어에게 치트를 썼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런 부분으로 볼 때는 나눠서 대전하는게 좋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처음에는 PC와 콘솔을 나눠서 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중이다. 확실히 정해지지는 않았고, 고민을 하고 있다.

크로스플랫폼 멀티플레이는 여전히 고려중인 사항이라고.

Q. 발매 후에도 앞으로 추가 캐릭터를 유료 DLC로 낼 생각인지 궁금하다.

=한 캐릭터에 한 백만원정도? 물론 농담이다. DLC도 고민중인 부분이다. 일단 몇년 전만 해도. 격투게임에서 DLC를 내는것이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유료 DLC에 대해 거부감이 심했지만, 요즘에는 추세가 많이 바뀌어서 차라리 유료 DLC나 시즌 패스를 내서라도 유저들이 장기간 플레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 좋지 않을까는 이야기도 들으면서, 고민해볼만한 가치는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좀 번외적인 농담으로 생각하는 것이지만, 한국은 통화가 일본에 비해 0이 하나 더 붙어있어서 깜짝 놀라곤 한다. 3만원이라고 하면 일본에서는 3만엔으로 오해해서 대체 왜이렇게 비싸냐는 느낌도 있다. PC게임도 한국의 원화 가격을 보면 일본 입장에서 볼 때 깜짝 놀랄 때가 있다.


Q. '고우키'가 추가되면서 철권에도 장풍 캐릭터가 생겼는데, 철권의 오리지널 캐릭터들도 이런 액션을 추가할 예정인가?

=뭐, 일단 철권에 장풍 캐릭터가 그동안 없던건 사실이다. 하지만 뭐…눈에서 빔도 쏘고 공도 굴리고 그랬다. 비슷한 예로 '드라그노프'도 있고...꼭 '장풍'은 아니지만, 비슷한 공격을 하는 캐릭터들이 있었다. 그래서 장풍 캐릭터라기보다는 '다양한 공격 방법'이라는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그동안 매 시리즈마다 비슷한 공격들은 있던 것 같다. 그냥 공격 방법의 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는 생각해볼만한 이야기인 것 같다.

이번 시리즈에서 깜짝 등장한 '고우키'

Q. 그동안 콘솔 버전에 아케이드판 철권을 이식해올 때 다양한 가정용 콘솔만의 콘텐츠들이 있었는데, 이번 시리즈도 마찬가지인가?

=맞다. 지금까지 철권은 콘솔버전에서 단순 이식이 아니라 콘솔에 대한 요소들을 많이 넣어 발매를 했는데, 이번 시리즈도 FR을 포함한 내용 뿐 아니라 스토리모드 등 다양한 요소를 넣고 있다. 기대하실만한 볼륨을 만드는 걸 목표로 제작에 임하고 있다.
여담으로 한국 캐릭터로 배용준을 넣자고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그건 이제 너무 옛날거 아니냐고 하더라.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연예인이다. 송강호도 좋아하고.


Q. 그동안 출시됐던 철권3라던가, 철권TT등 인기작을 PC로 리마스터나 리메이크할 생각은 없는지 궁금하다.

=음…2D와 3D의 차이일 수도 있는데, 길티기어라던가 하는 그런 게임들은 '스타일'은 좋아서 그 장르만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3D는 즐기고 나면 그 시리즈를 계속 즐기기보다는, 새로운 시리즈나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는 게임을 선호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여태까지 예전 버전의 철권을 리마스터해달라는 그런 의견이 많이 오지는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 좋겠네~' 정도랄까? '나온다면 꼭 하겠어!'라는 느낌으로는 받아들이시지 않는 것 같다. 예전 작품을 리마스터 할 시간에 새 시리즈라 만들라는 느낌이다(웃음). 오히려 중간에 기다리면서 하는 듯한 콘텐츠로 흥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예전 시리즈만 즐기도록 리마스터 해달라고 하는 형태는 거의 흥미를 보이시는 것 같지 않다.


Q. 철권이 어느덧 발매 20주년을 맞이 했는데, 긴 세월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아케이드' 시장이 좀 줄어드는 모습도 있고…철권은 좀 그런 것 같다. 아케이드 게임이 일본은 100엔, 한국은 500원이나 다른 해외는 1달러에 한 판을 즐기지 않나. 조금밖에 즐기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지면 계속 플레이를 할 수 없는 단점이 좀 있다. 그래서 계속 가정용 콘솔로 이식을 하고는 있지만, 아무튼 짧게 즐기는 순간동안이라도 흥분할 수 있고, 기분좋게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노력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있던게 아닐까 싶다.

앞서 말한 내용은 좀 코어한 유저들에게 맞는 이유인 것 같고, 캐주얼적인 측면도 있다고 본다. 오프닝을 멋지게 만들려고 노력한다던가, 스토리의 엔딩을 볼 수 있는 시스템 등등…혼자서도 가정용 콘솔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풍부한 콘텐츠를 매 번 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가볍게 유저들도 즐길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그동안 사랑을 받아왔던 것 같다.


Q. 20주년이나 된 지금, 혹시 철권을 영화처럼 풀어볼 생각은 없나?

=철권 실사 영화를 말하는줄 알고 깜짝 놀랬다(웃음). 확실히 지금은, 철권으로 애니메이션이라던가 만화 같은 여러 콘텐츠적인 발매를 해보는게 어떠냐는 오퍼도 많이 오고 있는 편이다. 제대로 할 수 있다면 해볼 생각은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개발에 너무 바빠서 직접할 수 없어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좋은 파트너가 있다면 해볼만한 일인 것 같다.


Q. 이번 새 시리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일단 시리즈 전체적으로 감정이입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건, '헤이하치'다. 아, 이번 시리즈를 관련해서 말하자면…음…처음에 '럭키 클로에'를 발표했을때 북미지역에서 반감을 정말 많이 샀었다. 그래서 나는 억지로라도 제일 좋아한다고 말을 하고 있다.

▲ 의외로 반감을 크게 산(?) 럭키 클로에.

Q. 이번 시리즈에서 미시마 가문의 이야기가 대단원을 짓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음…뭐 7로 철권을 마무리할 것도 아니고, 그냥 이야기가 정리되는 한 시리즈라고 보고 있다. 철권을 20년동안 만들어왔고, 철권의 스토리도 많은 유저들이 좋아하시는 콘텐츠다. 이번 시리즈로 철권을 딱 끝내버릴 생각이 있는 건 아니다.


Q. 철권vs스트리트파이터는 현재 개발되고 있는중인지 궁금하다.

=철권vs스트리트파이터 프로젝트를 캔슬한 건 아니다. 대략 35%정도는 개발되어 있다. 다만 마케팅에서 어떤 캐릭터를 조명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 여러분이 다 잊었을때 쯤에 발표하는게 제일 좋지 않을까(웃음).


※ 인터뷰를 마무리지을 무렵, 갑작스레 하라다 PD가 이 말은 한국 매체 인터뷰에 꼭 넣고 싶다고 부탁했다.

=아, 여담인데 이건 꼭 좀 기사에 넣어줬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정말 맛있는 간장게장 식당이 있으면 좀 소개를 해줬으면 좋겠다. 트위터로 알려주셔도 좋다. 한국에 방문하면 서울 근교에서만 있게 되니까 서울이나 너무 멀지 않은 곳으로 추천해주시면 좋겠다.

전에 택시를 타서 서울에서 어떤 분이 알려준 맛있는 간장게장 집을 갔었다고 자랑했는데, 택시기사 아저씨가 이거 완전 초짜라고 놀려서 좀 억울하다(이 말을 하면서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했다). 서울에 일 년에 두 번 정도 가는데, 앞으로는 놀림 당하지 않게 정말 맛있는 집에 꼭 갈 생각이다.

하라다 카츠히로 PD 트위터 : https://twitter.com/Harada_TEKKEN

마이클 무라이(2p)와 대전중인 하라다 PD(1p). 무라이씨가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