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데스크는 자사의 3D 모델링 툴 '3DS 맥스'를 사용하는 이용자들과 소통하고, 요청 사항들을 추후 버전에 반영하기 위해 직접 소비자와 대화하는 행사를 매년 진행해오고 있다.

3Ds 맥스는 3D 컴퓨터 그래픽을 위해 개발된 디자인 소프트웨어로, 주로 3D 애니메이션이나 VFX, 게임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활용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한국 게임 시장에서는 "게임은 3D 맥스, 애니메이션은 마야"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온라인게임 위주의 한국 게임 시장에 종사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올해에는 조금 특별한 사람이 한국의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왔다. 바로 3Ds 맥스라는 프로그램을 가장 처음 개발해낸 프로그래머 중 한 명인 톰 허드슨(Tom Hudson)이다. 1980년 아타리 컴퓨터매거진에서 프로그래밍 관련 업무를 하던 그는 어떻게 오늘날 전세계 3D 산업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게 되었을까? 톰 허드슨 주개발자와 에디 펄버그(Eddie Perlberg) PM을 만나 3Ds 맥스의 탄생 비화를 들어볼 수 있었다.


■ 시작은 아주 개인적인, 오토데스크 '3Ds 맥스' 탄생 비화


모두가 3Ds 맥스의 탄생이 1990년대라고 알고 있지만, 톰 허드슨과 그의 3D 그래픽에 대한 열정은 그보다 더 전인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톰 허드슨은 아타리 컴퓨터 매거진에 다니고 있던 중이었고, 시각적 효과를 위해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 영화 '트론'과 '스타 파이터'가 영화관에서 개봉을 하게 된다. 허드슨은 이 두 영화에 큰 감명을 받았고, 그때부터 3D 그래픽에 심취했다. 언젠가 자신만의 3D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날을 목표로.

그렇게 톰 허드슨은 차근차근 3D 개발 툴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그가 시도했던 것은 아타리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는 "Solid states"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물리적인 모델을 선으로 된 컴퓨터 이미지로 구현하는 데 성공하고, 곧바로 아타리 ST를 위한 페인팅 프로그램에 대한 작업을 진행했다.

▲ 1982년에 개봉한 공상과학 영화 '트론'

▲ 그때부터 그의 책상 한편에는 3D 영화에 대한 꿈이 자리하게 된다

1985년 COMDEX를 통해 초기 3D 오브젝트 뷰어 프로그램을 발표한 톰 허드슨은 이어 아타리 ST 기반의 CAD-3D 1.0 개발에 착수한다. 이때부터 전체적인 UI에서 현대적인 3D 프로그램의 모습을 띄게 된다.

CAD-3D 1.0에 이어 2.0 또한 아타리 ST를 기반으로 개발하지만, 아타리 ST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 번째는 지원할 수 있는 색상이 16가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여러 가지 시도는 계속했으나, 그 한계점은 분명했다. 결국 톰 허드슨과 동료 개발자들은 아타리 ST와 새로운 도전 사이의 결정의 기로에 서게 된다.

허드슨과 개발자들은 먼저 아타리 ST와 다른 컴퓨터들의 비교를 하기 시작했다. 우선, 아타리 ST는 너무 느렸다. 수치연산프로세서가 없었던 것은 물론이며 16가지 색상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래픽 성능 또한 열악했다. 그에 비해 IBM PC의 경우 80386 프로세서가 탑재되어 있고, 256색을 지원하는 그래픽카드 또한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트루컬러 그래픽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톰 허드슨과 동료 개발자들에게 아주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톰 허드슨은 당시를 회상하며 "매킨토시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지만, VGA 그래픽카드 때문에 PC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그래픽카드 옵션과 더 큰 시장이 PC를 선택하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 아타리 ST의 성능은 그의 꿈을 실현시키기에는 성능이 부족했다

아타리 ST에서 벗어나, PC로 새롭게 출발한 톰과 개발자들은 처음 DOS용 '오토데스크 3D 스튜디오'를 개발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모델러와 키 프레이머, 렌더러를 동시에 지원했으며, 오토 CAD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설계되었다. 한가지 문제는 당시의 제약적인 메모리 용량 때문에 3D 스튜디오가 4가지 각기 다른 프로그램으로 분할되어야만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은 DOS 익스텐더가 출시된 이후 프로그램들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해결하게 된다.

톰 허드슨과 동료 개발자들이 DOS용 3Ds 스튜디오로 이뤄낸 성과를 살펴보면 대략 이러했다. 먼저, 프로그램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수치연산프로세서가 필수적이었고, 트루컬러 그래픽카드를 이용해 이전과는 비교도 안되는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었으며, 기존에 아타리 ST를 이용했을 때보다 무려 15배 이상 빠른 작업 속도를 이뤄낼 수 있었다. 이 모든 특징을 구현할 수 있을만한 컴퓨터의 가격은 그 당시 5,000달러에 달했다.

▲ 톰 허드슨의 첫 번째 3D 단편 애니메이션 '코너 스톤'

3Ds DOS를 통해 톰 허드슨은 맨 처음 꿈꿔왔던 자신만의 3D 영상을 제작하는데 성공한다. 그의 첫 작품 '코너스톤'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의 3D 기술과 비교하면 다소 원시적이지만, 각종 파편 오브젝트들의 물리효과까지 충실하게 구현해 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3Ds DOS는 이후 '터미네이터 2', '트루 라이즈'같은 헐리우드 영화들을 비롯해 다양한 영상매체, 비디오게임 등에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기술의 발전은 계속되어 고성능의 CPU, 그래픽카드가 대중화되었고, 그때마다 오토데스크의 3Ds 맥스 또한 발전의 발전을 거듭했다. 영화 '트론'을 보고 감명을 받은 한 프로그래머의 열정이 만들어 낸 3D 모델링 프로그램이 지금은 전 세계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 톰 허드슨, 에디 펄버그 인터뷰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게 된 목적은 무엇인가?

[톰 허드슨 주개발자] : 매년 각국의 개발자들을 만나 정보를 교류하고, 피드백을 구하기 위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한국의 고객들을 만나 정보 공유와 함께 기존 맥스에 대한 요청 사항들을 알아보기 위해서 방문했다. 개발 도중 애로사항이나 이슈가 있었는지,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중점적으로 알아보고자 했다.


고객들과 만나서 들었던 이야기 중 기억에 남았던 것은 없는지?

[에디 펄버그 PM]: 한국 고객들은 이번 맥스와 관련해 새롭게 변경된 부분들에 대해 특히 큰 반응을 보여주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개선 사항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은 없었다.


3Ds 맥스는 주요 분야인 애니메이션과 함께 게임 시장 등 여러 분야에서 그 쓰임이 활발하다. 게임 시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에디 펄버그 PM]: 게임 시장은 지금도 3Ds 맥스의 이용자 그룹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우리가)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시장 중에 하나다. 이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용자 그룹의 크기 때문은 아니라, 게임 산업을 넘어 거의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 영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게임 분야의 생산성을 위해서 맥스가 제공하는 툴들이 실질적으로 실시간 프레젠테이션이 필요한 건축 설계에도 마찬가지로 유용할 수 있으며, 렌더링 워크플로우같은 경우는 어느 산업군이건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향후에는 영화, 게임, 기타 다른 산업군 등에서만 쓰이는 기능이라는 것 없이 서로 요구하는 사항들이 비슷해지는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게임 시장에서 3Ds Max를 특히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은 마야, 게임은 맥스"라는 관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톰 허드슨 주개발자] : 개별 프로그램들이 상대적인 강점들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오토데스크의 다양한 제품군이 산업 현장에서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맥스를 개발할 때의 의도는 '어떤 용도로든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어떤 분야건 모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제공하도록 한다는 데 목표가 있다.


처음 맥스를 개발할 때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당히 개인적인 이유로 3D 툴을 개발한 것 같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쓰이게 될 줄 알았나?

[톰 허드슨 주개발자] :어떻게 보면 취미처럼 시작했던 일이고,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전 세계의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맥스가 활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아주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에디 펄버그 PM]: 사실, 이런 개인적인 관심으로 시작한 일이었기 때문에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내부에서 팀원들 개개인이 추가하고 싶고, 바라는 부분들을 매 업데이트에 반영하고 있는 편이다.

가끔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에게 드리는 말씀인데, 개발할 때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진다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3Ds 맥스 하면 플러그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플러그인들이 워낙 많은 점이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어렵다는 평가가 있는데, 인터페이스를 조절하거나 하는 등의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에디 펄버그 PM]: 이미 그런 부분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2017 버전에서는 '스타일 가이드'라는 기능을 선보일 예정인데, 이는 같은 스타일이나 철학을 공유하는 플러그인 개발자들끼리 연동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맥스의 가장 핵심적인 성격과 유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플러그인은 3Ds 맥스를 성공할 수 있게 한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플러그인들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자신의 용도에 맞는 개인화된 맥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점에서 지금도 플러그인을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 커뮤니티에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톰 허드슨 주개발자] : 여담이지만, 맥스 초기에는 개발자 둘이서 무엇이든지 다 개발해야만 했다. 많은 플러그인 개발자 여러분들이 계시다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웃음)


이런 플러그인 개발자들을 인수할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에디 펄버그 PM]: 독립성이 그들에게 힘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의 시각에서 프로그램을 바라보기 때문에 더 유용한 플러그인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늘 해왔고, 이러한 개발자들이 만들어 낸 창의적인 요소를 모든 이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끼리 하는 얘기지만, 개발된 플러그인들이 어떤 분야에서 쓰이는지 보고 있으면 정말 흥미롭다. 예를 들면 톰 허드슨이 개발한 '그리블' 같은 아주 간단한 플러그인 같은 경우에도 최근 모션 픽쳐 작업 쪽에서 쓰이고 있을 정도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플러그인 개발자 커뮤니티에 대해 지속적인 지원을 할 예정이고, 관심 있게 지켜볼 예정이다. 또한, 맥스 크리에이션 그래프와 같은 새로운 툴을 제공하는 등 여러 방향으로 실질적인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그래픽 관련 기술이 상당히 발달한 오늘날, 맥 OS에 대한 지원을 기다려봐도 좋을까?

[에디 펄버그 PM]: 안될 건 없다고 본다. 많은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최근 이미 실질적인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 다시 말해, 맥을 지원하기 위해 한 단계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중점적으로 기획하고 있는 부분은 3Ds 맥스를 OS 의존성 없이, 가령 웹 브라우저에서도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맥스가 플랫폼을 막론하고 어디서든지 사용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태블릿PC, 스마트폰, 어디서든 말이다.

이런 작업들은 내부적으로 준비가 필요하지만, 주변 인프라에서도 보완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요즘 VR이 게임업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데, 이와 관련해서 개발, 혹은 준비 중인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에디 펄버그 PM]: VR은 전사적으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분야고, 맥스 또한 이 새로운 환경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최근 VR 콘텐츠 개발자들에게 서베이를 진행했는데, 맥스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다는 의견을 많이 받았다.

우선은 VR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개발자들의 최대한의 생산성을 보조하기 위한 콘텐츠가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콘텐츠들에 대한 신속한 제공과 함께, 다양한 소프트웨어적인 작업들, 이를테면 '스팅레이' 등 새로운 렌더링 기술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개발자들이 보다 몰입할 수 있는 VR 환경을 제작할 수 있게 도와주고자 한다.

그밖에 더 많이,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 이상의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수 없는 점은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하지만, VR은 현재 가장 높은 우선순위에 있다고 봐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