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광섭 에픽게임스코리아 / 리드 프로그래머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신광섭 에픽게임스코리아 리드 프로그래머는 언리얼 엔진2, 3를 이용해 '마그나카르타'의 PS2/PSP 버전을 개발하였으며 Xbox 360 버전도 개발에 참여했다. 현재는 에픽게임스 코리아의 개발 관련 부서의 리드 프로그래머로 재직중이다.

가장 핫한 게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제가 다르고 오늘 다시 다른 게임 제목이 나올 정도로 게임 콘텐츠 시장의 변화는 빠르다. 하지만 가장 핫한 플랫폼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VR'과 'AR'을 꼽는 것이 당연하게 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 위세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에 맞게 많은 기업이 VR 개발에 뛰어들었고 다양한 엔진이 기업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VR에 최적화된 툴을 꺼내 들고 있다.

항상 '최고의 퀄리티'를 목표로 내세웠던 '언리얼 엔진'도 VR 시장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품질을 중시하는 기조에는 변화가 없지만, 모바일 등 다양한 기종에서도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퍼포먼스에 신경 쓰고 VR에 필요한 '90FPS' 구현에도 앞장서고 있다.

VR 대중화를 선도한 '오큘러스'와의 협업을 꾸준히 진행하며 VR 콘텐츠 개발에 가장 최적화된 툴임을 알리고 있는 '언리얼 엔진4'. 그리고 20년이 넘게 언리얼 엔진을 개발하고 있는 '에픽게임스'. IGC2016 첫날 단상에 오른 신광섭 에픽게임스코리아 리드 프로그래머는 언리얼 엔진4가 VR 개발에 얼마나 적합한 기능을 지원하고 있는지, 또 VR 콘텐츠 개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설명했다.

▲ 접근성을 높이며 VR 개발자에게 쉽게 다가가고 있는 언리얼 엔진.

※ 내용 전달 및 편집의 용이성을 위해 신광섭 프로그래머의 시점에서 서술합니다.



■ 강연주제: 언리얼 엔진4, VR과 AR

⊙ 'VR의 대중화와 함께하다', 언리얼 엔진4 VR 

머리에 쓰는 VR 기기. 일명 HMD의 개념은 20년 전에도 있었다. 그런데 왜 최근에서야 너도나도 VR 개발에 뛰어드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인제야 VR이 대중화되었기 때문이다. 비싸기는 하지만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오큘러스'의 등장이 그 시초였는데 언리얼은 오큘러스의 프로토타입부터 서로 도움을 주고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VR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사실 오랜 기술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VR 게임마다 기술적인 부분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를 유저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고 이를 풀어나가는 '방법의 차이'가 존재한다. 우선 현재 개발 중이거나 상용화 중인 게임들이 VR의 기술적인 이슈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 언리얼 엔진4를 이용한 VR 게임들.


현재 VR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캐릭터의 이동을 어떻게 표현하냐.'이다. 헤드 트래킹으로 시점을 조작하고 컨트롤러를 통해 화면 안에서의 조작을 적용하면, 일반적인 게임의 방식으로는 '나'의 이동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 몇몇 VR 게임은 이런 이동을 게임의 콘셉트와 조합해 해결하고 있다.

우선 이브 온라인을 VR로 옮긴 이브 발키리는 이런 한계를 극복한 예로 가장 적합한 콘텐츠다. 이 게임은 거의 자동으로 운항하는 비행선을 조작해 적을 무찌르는 방식이기에 이동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또한, 게이머가 머리를 움직여 더 넓은 시야를 체험할 수 있기에 평면 게임의 시야 한계를 확장해 실제로 우주에 있는 듯한 기분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브 발키리는 VR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장점을 살렸다고 할 수 있다.

데미지드 코어는 간단한 입력을 통해 이동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를 구축한 시스템이 바로 '빙의'다. 플레이어는 영혼이기에 적들의 몸을 옮겨 다니며 다른 적군을 제압한다는 콘셉트인데 이를 통해 간단하지만, 효과적으로 캐릭터의 이동할 수 있게 했다.

로우 데이터는 내가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적군이 나에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이동 이슈를 해결하고자 했다. 대신 적군의 종류나 공격 패턴을 다양하게 만들어 제자리에 있어도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구현해 제자리에서 플레이한다는 단조로움을 피했다.

▲ 이브 온라인의 VR 스핀오프 작품, '이브 발키리'


VR의 기술적인 문제는 이동만이 아니다. 유저는 HMD를 쓰고 있기에 복잡한 움직임에 쉽게 멀미를 느끼기도 한다. 3명의 개발자가 만들기 시작한 게임 아드리프트는 게임의 콘셉트를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했다. 유저는 우주인이 되어 우주 정거장 등을 탐험하게 되는데 무중력 상태에서의 느린 움직임 탓에 비교적 멀미를 하지 않게 된다.

대중에게는 게임 분야에서의 VR 콘텐츠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비게임 부분에서의 개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오큘러스에서 만든 헨리는 정해진 플롯에 따라 진행되는 애니메이션이다. 하지만 유저의 눈이 곧 카메라가 되어 감독이 의도한 구도 대신 다양한 시점에서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마치 자신이 직접 게임의 기획자가 되는 셈이다. 이런 참신함에 힘입어 방송계의 아카데미 시상식이라 할 수 있는 에미상을 받기도 했다.

또한, 스타워즈 VR이나 영화 '호빗'의 한 장면인 스마우그 등장 장면을 VR로 옮긴 호빗: 그림자 속 도둑처럼 기존의 콘텐츠를 다른 방식으로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VR 시장의 기기 보급률이 높지 않기에 기기를 구매하도록 하는 킬러 콘텐츠의 존재도 중요하다. 많은 남성팬이 기대하고 있는 PS VR의 섬머 레슨이 좋은 예다.

▲ '헨리'는 비게임 분야에서의 VR 기술이 가진 영향력을 증명했다.


한편, 많은 개발자가 PS VR에 집중하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PC용 VR이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 만큼 별도의 비용이 들고 높은 사양의 컴퓨터가 필요하다. PS VR은 정식 발매를 통해 구매도 쉽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한국에서도 많은 개발사가 조용히 VR게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EVR 스튜디오'가 만든 게임은 풀 바디 스캐닝을 통해 실제 사람을 만나고 있는 착각이 들게 한다. '프린세스 메이커'나 '모탈 블리츠' 등도 언리얼 엔진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공개되지 않은 게임들도 한창 제작 중이다.

▲ 감정 이입의 극을 보여주는 EVR 스튜디오의 '프로젝트 M'



⊙ '언리얼 엔진4, 선택에는 이유가 있다' VR 지원 기능 

그렇다면 왜 많은 기업이 VR 콘텐츠 개발에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예전에는 VR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렌더링되는 기술이 이용됐다. 언리얼은 보이지 않는 부분을 찾아내고 그 영역을 체크하는데 이런 옵티마이제이션을 통해 0.25ms에서 1ms 정도의 결괏값을 얻어내게 된다. 1/1000초 정도의 차이가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90프레임의 콘텐츠를 12ms 안에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결코 적은 수치라고 할 수 없다.



또한, 한 번의 드로우셀로 렌즈 좌우를 그려내는 기술인 인스턴스드 스테레오 렌더링(Instanced Stereo Rendering)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언리얼 엔진은 PC, PS VR에서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했으며 모바일 지원도 구현 중에 있다. 내부적인 테스트로는 60% 이상의 속도 증감을 얻어낼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일반적으로 콘텐츠 내의 의자나 모니터 등 움직이지 않는 오브젝트에 사용하는 얼리지 패스(Early-Z)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 같은 오브젝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을 추가하기도 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드로우(Draw)가 늘어나지만, GPU값은 줄어 더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게 된다.





VR 콘텐츠 개발에 있어 가장 불편한 부분은 일반적인 콘텐츠와 달리 개발과 테스트가 이원화되어있다는 점이다. 키보드와 마우스로 개발하다 VR 기기를 착용해 테스트하고, 이를 벗은 후 잘못된 점을 다시 키보드와 마우스로 수정하는 작업 말이다.

이런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근에는 VR 에디터 기능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쉽게 말해 VR기기를 착용한 채 개발하면 제작과 테스트를 더 쉽게 할 수 만든 것이다. 이를 위해 메시, 폴리시 페인팅이나 색 선택 등의 기능을 VR 내에서 지원하고 테스트를 위한 플레이도 바로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손전등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단순한 기능 같지만, 실제 플레이어의 화면에서 보이는 라이팅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활용도가 큰 기능이라 할 수 있다. 개발 화면에서만 보이는 오류를 확인하기 위한 스크린샷 기능도 지원한다.

VR 에디터 기능을 개발하며 3D 화면에 익숙하지 않은 개발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평면의 화면에서는 입체감을 느낄 수 없는 사람도 VR을 이용해 눈앞에 보이는 대로 쉽게 3D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덕에 건물 디자인 등 VR 콘텐츠를 제작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VR 에디터 기능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는 현재의 제작 방식을 대체할 것이다. 다만, 아직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한 제작만큼의 활용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VR 테스트와 기존의 제작 방식을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VR기기를 사용하면 바로 테스팅 모드가 되고 기기를 벗으면 바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해 수정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









▲ 쓰면 VR 에디터, 벗으면 키보드&마우스 수정 모드



⊙ '처음 해봐도 문제없다' 언리얼 엔진4를 이용한 VR 개발 

언리얼 엔진4를 이용한 VR 개발은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한국어화한 입문 문서를 읽고 따라하며 시작하면 된다. 언리얼 엔진4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도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 관련 콘텐츠 바로 보기)

또한, VR 콘텐츠를 한참 개발하는 도중에 생각과 다르거나 사소한 실수로 제작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실수를 막기 위해 '가상 현실 실전 사례'를 숙지하면 사고의 90% 이상을 방지할 수 있다. 런처를 통해 '펀 하우스'라는 게임을 다운받아 어떻게 제작했는지를 확인하면 VR 제작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공기 소총 쏘기 같은 축제 게임 모음인 이 콘텐츠는 모든 소스를 유저가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어떻게 제작됐는지 배우고 세부 내용을 바꿔가며 VR 콘텐츠 개발의 실전을 익힐 수 있다.

몇몇 개발자는 VR 제작하고자 마음먹고 시작했지만, 손이나 머리의 움직임을 인식하거나 텔레포트(이동) 등의 기능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몰라 제작에 애를 먹기도 한다. 언리얼 엔진4는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기본적인 템플릿을 제공했다. 즉, 미리 준비된 설정을 그대로 사용해 앞선 문제를 해결하고 바로 기획한 부분을 제작할 수 있게 했다.

▲ 샘플 콘텐츠를 직접 뜯어보고 분석해 배울 수 있다.



⊙ 'AR, MR 모두 지원' 언리얼 엔진4의 미래 

그렇다면 언리얼 엔진4 VR는 어떤 변화를 앞두고 있을까?

우선 VR과 실사를 합성한 MR(Mixed Reality)의 지원이다. VR 콘텐츠는 체험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제삼자에게 이를 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즉, 몇 년 새에 크게 성장한 '보여주는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이 작다.

MR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다. 실제 플레이하는 장면을 리얼타임 렌더로 구현해 실사와 융합해 보여주는 방식이다. MR은 VR 콘텐츠를 체험하는 사람이 가상세계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더 능동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유튜브에서나 보던 보는 VR의 가능성을 열 것이다.

화면을 깨끗하게 출력할 수 있는 MSAA나 더 빠른 렌더링 패스를 지원하는 데스크탑 포워드 렌더러 구현도 우선 과제 중 하나다. 데스크탑 포워드 렌더러는 기존의 디퍼드 렌더러 보다 제한적인 렌더링 기능만을 제공한다. 하지만 더 낮은 해상도로 작업을 해도 더 깨끗한 화면을 보여줄 수 있기에 큰 퍼포먼스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제한적으로 지원 중인 포워드 렌더러는 이르면 다음 버전이나 그다음 버전에 추가될 것이다. 현재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언리얼 엔진4의 미래에는 VR 외에 AR의 구현도 있다. '포켓몬 GO'의 흥행과 함께 대중에 알려진 AR은 사실 게임에서 사용된 것보다 더 발전된 기술이다. 실제 지형이나 사무실 위에 가상의 오브젝트를 띄우는 기술로 산업용으로는 큰 성장세를 보였지만, VR 대중화의 시작인 '오큘러스'와 같은 대중화된 디바이스가 없다는 약점이 있다.

다만, 알리바바나 구글이 투자하기도 하는 전도유망한 기업인 '매직 리프'나 실제 지형을 인식하고 오브젝트를 띄우는 구글의 '프로젝트 탱고', 언리얼 마켓 플레이스에서 다운받아 이용할 수 있는 언리얼4 AR 등 개발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 '매직 리프'가 보여주는 AR기술의 미래



⊙ 'VR, 지금이 개발하기 딱 좋아!' 

다양한 콘텐츠가 저마다의 강점을 가지고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VR은 다른 플랫폼에 비해 경쟁상대가 적은 편이다. 당장 모바일만 생각해도 노출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가. 수익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대할 수 있다. VR을 산 사람들은 높은 가격대에도 기기를 샀을 정도로 구매욕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기 보급이 시작되고 있고 비교적 적은 기회비용으로 콘텐츠를 알릴 수 있는 지금이 VR 콘텐츠를 개발하기 좋은 시기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