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정환 오리진게임즈 크로커스 PD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오리진게임즈의 고정환 PD는 메이플스토리 파트장을 역임하고 넥슨 라이브개발 팀장으로 활동했으며 이후 던전앤파이터의 부팀장을 맡았다. 현재는 오리진게임즈에서 모바일 액션 RPG 크로커스를 개발 중이다. 본 강연에서 고정환 PD는 밸런스 기획자로서 얻었던 인사이트를 개발중인 "자유도 높은 모바일 액션" 크로커스에 적용하는 과정들을 소개한다.

오리진게임즈의 고정환 PD는 7일 진행된 IGC 2016 둘째 날 강연을 통해 '액션 감성을 밸런싱하다'라는 주제로 연단에 섰다. 그는 먼저 밸런스 기획자로서 문득 고민하게 된 유저들이 생각하는 밸런스에 대한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신작 모바일게임 '크로커스'을 개발하면서 맞닥뜨렸던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자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 강연주제: 액션 감성을 밸런싱하다: 감성과 수치 밸런스 고군분투기


⊙ 유저가 생각하는 '밸런스'란 무엇일까?

게임 기획자로서 밸런싱 작업을 하다 보면, 기획자가 느끼는 게임의 밸런스와 유저가 느끼는 밸런스의 '의미'가 여러 관점에서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게임은 다양한 종류의 불확실성으로 이뤄져 있다. 크리티컬 공격력이 들어가는 것도, 가장 단적인 예를 들어 강화의 성공 확률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불확실한 과정에는 고정된 확률이 존재한다.

'강화'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면, 유저가 생각하는 '밸런스'가 무엇인지 보다 확실하게 생각해볼 수 있다. 한 번 강화할 때 성공할 확률이 10%라고 가정할 때, 여기서 생각해볼 것은 과연 열 번 시도하면 과연 +1강을 띄울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성공과 실패, 두 가지의 결과만 있는 걸 이항분포라고 부르는데, 열 번 강화를 시도하면 누군가는 한 번 성공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열 번 모두를 성공할 수 있다. 또 누군가는 모두 실패할 경우도 물론 존재한다.


이것을 숫자로 나타내면 열 번 강화를 시도해서 한 번 성공할 확률이 약 38.74%, 모두 실패할 확률은 34.87%다. 그밖에 두 번, 세 번 성공할 확률 등은 모두 저 사이에 있게 된다. 하지만, 유저들은 이런 확률을 궁금해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강화하는데 얼마만큼의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지, 또 몇 번의 시도를 해야 +10에 성공한 무기를 가질 수 있게 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고정환 PD는 밸런스가 잘 된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확률과 같은 수치와 함께 게임성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설명하며, 수치와 게임성이 잘 갖춰진 게임은 의도된 실패 횟수 안에서도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테면 유저가 강화에 실패했을 때에도 좌절 대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게임성의 역할이 된다.



⊙ 밸런스 기획 사례: '던전앤파이터' 이벤트 던전 기획

고정환 PD는 자신이 '던전앤파이터' 이벤트 던전을 기획했던 당시를 사례로 들며 밸런싱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당시는 던전앤파이터의 최고 레벨이 70이었던 시절로, 유니크 아이템을 던전에서 습득할 확률이 굉장히 낮았다. 이벤트 던전은 그동안의 던전들보다 좋은 보상을 확정으로 지급하는 콘셉트로 설계되었는데, 3인이 동시에 참여해서 주사위로 숫자만큼 칸을 이동하면서 보상을 얻고, 전투를 하는 형식의 던전이었다. 주사위를 굴려 유니크 발판을 밟게 되면 100%로 확정 유니크 아이템을 지급했다.


이벤트 던전을 기획하면서 유저들의 플레이를 유도할 기대치는 바로 유니크 아이템 100% 지급이라는 부분이었다. 당시 유니크 아이템 드랍 확률과 비교하면, 30개 정도 되는 말판 중 유니크 발판 하나를 밟는 것은 유저들에게 상대적으로 아이템 획득이 쉽게 보이게 할 수 있었고, 이를 이용해 마케팅 또한 유니크 아이템 100% 지급에 주안점을 뒀다. 하지만, 이러한 이벤트는 그동안 게임을 열심히 해 온 고레벨 유저들에게 박탈감을 줄 수 있는 소지도 물론 존재했다. 때문에 이벤트 던전을 통한 보상은 비교적 낮은 레벨의 아이템으로, 또한 교환 불가 아이템으로 설정했다.

유저가 유니크 발판을 밟을 확률을 구체적으로 기획하기 전에, 우선은 발판들의 배치를 통해 유저가 던전 한 번을 돌 때 경험한 플레이 시간을 대략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초기 기획안의 경우 9번 정도 주사위를 던지면 마지막에 도달할 수 있었고, 그 중간에 4,5회의 전투를 경험할 수 있게 설정했다. 전투 당 걸리는 시간이 2분 내외라고 친다면 전체 던전을 도는 플레이 시간을 10분 정도로 설정하는 것이 가능했다.



⊙ 아무것도 없이 밸런스 맞추기 - '크로커스'를 개발하며...


위의 사례에서 유저들이 플레이할 던전의 시간을 대략적으로 설정하고, 유니크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확률을 쉽게 기획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던전앤파이터를 서비스하면서 누적된 정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떤 몬스터는 상대하기 어렵고, 어떤 몬스터는 상대하기 쉽다는 것들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면 게임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게 되는데, 만일 이러한 사전 정보가 없이 게임의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정환 PD는 새롭게 개발중인 액션 모바일RPG '크로커스'는 스킬의 개수가 많고, 지상 및 공중 공격 등의 요소가 많아 전투 난이도 밸런스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공방을 결정짓는 요소가 복잡하다는 것이었다. 주인공 캐릭터들의 차별화 문제 때문에 스탯도 다양하고, 다단히트 콤보 콘셉트로 스킬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각 몬스터들의 공격 패턴도 다양한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에서 밸런싱을 하기 위해서는 공방 수치를 대분류로 크게 나누는 것이 필요했다.

또한, 밸런스의 종류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스테이지를 거듭하며 높아지는 몬스터들의 방어력은 수치 밸런스로, 주인공의 공격력과 유저들의 조작에 의한 요소는 액션 밸런스로 나눌 수 있다. 이때 수치 밸런스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관적으로 균형을 맞추고, 액션 밸런스의 경우는 몇몇 구간에 맞춰 밸런스를 맞추면 좋다고 고정환 PD는 설명했다.

예를 들면, 주인공의 공격력과 몬스터의 방어력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몬스터의 높아진 방어력만큼 공격력을 높이는 것 보다는 '피니시' 동작 같은 액션 요소나 '출혈' 등의 상태 이상 요소를 추가하는 등 구간에 맞춰 밸런싱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종합적인 공방의 수치를 밸런스 할 대분류는 어떻게 정의할까? 고정환 PD는 크게 아이템이 미치는 영향과 스킬이 미치는 영향, 그리고 스탯이 공방에 미치는 영향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며, 각각 비교 가능한 축을 두는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15레벨 유니크 아이템과 20레벨 레어 아이템의 성능 차이를 표현하기 위해선, 가치 레벨이라는 것을 아이템 축에 두어 아이템 별 강함의 정도를 세분화해 수치별 공격력 차이를 어느 정도 표현할 수 있다. 또, 스킬의 경우는 SP(스킬포인트)를 이용해 강함의 정도를 표기할 수 있는데, 스킬 포인트 하나 당 효율과 SP 투자량을 통해 각 스킬의 레벨별 강함을 비교할 수 있는 것이다. 몬스터들의 다양한 공격 패턴에 대한 밸런스의 경우 패턴별로 배점을 나눈 뒤 총합을 난이도라고 할 때, 상승곡선을 고려해 몬스터를 배치하면 종합적인 난이도를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 "이 수치가 과연 맞을까?" 검증을 통한 밸런싱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게임 내 공방의 밸런스를 어느 정도 수치로 표현해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제는 밸런스를 확인할 차례, 고정환 PD는 이와 같은 검증을 위해 개발팀에게 부탁해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틀을 짜서 로그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유용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과정을 반복해 데이터를 만들어낼수록, 스테이지당 승패율을 예상할 수 있는 차트를 만들 수 있을뿐더러 몇몇 옵션들의 강함과 약함 같은 정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시뮬레이션 한 결과들이 일반적으로 나타내는 측정치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변수의 경우 밸런스 조절이 필요한 요소라고 판단할 수 있게 되며, 여러 차례의 시뮬레이션에도 변화가 없는 변수라면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옵션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큰 틀의 옵션에 대한 관리가 어느 정도는 가능해지는 것이다.

고정환 PD는 수치 밸런스를 정량테이블로 밸런싱하는 이점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며, 올해 초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알파고의 이야기를 언급했다. 알파고가 프로 바둑 기사들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던 방법론은 딥 러닝을 이용해 많은 수의 대국을 참조해 최적의 수를 찾는 일이었고, 정량 테이블을 이용해 밸런스를 찾는 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를 시스템화 한다면 미래에는 자동적인 밸런싱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고정환 PD는 덧붙였다.



⊙ 알파고가 만든 게임은 재미있을까? - '액션 레벨링'이 필요한 이유

마지막으로 고정환 PD는 액션 밸런싱(액션 레벨링)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정량테이블이 수치 밸런스를 어느 정도 구현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과연 알파고가 게임을 만들면 재미가 있을까? 액션 밸런싱은 게임에 재미를 찾고, 해당 게임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수치 밸런스와 달리, 액션 밸런스는 정형화된 공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제대로 된 레벨링 구간을 많이 만드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게임이 줄 수 있는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확장시키고 발전될 수 있다면 좋은 밸런스라고 이야기한 고정환 PD는 '크로커스'의 개발 사례를 통해 액션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우선, '크로커스'를 통해 유저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감정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볼 때 느낄 수 있는 긴장감과 흥분, 환호의 감정이었다. 이러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UI에 익스트림 스포츠에서 자주 쓰이는 응원문구, 폰트 등을 차용했다. 캐릭터 선택창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익스트림 스포츠를 연상시킬 수 있는 그라피티 효과, 캐릭터 별 개성이 돋보일 수 있는 배경음 등을 사용했다.

▲현재 개발중인 '크로커스'의 캐릭터 선택 창

리플레이와 같은 부분 또한 레벨링에 중점을 뒀다. 액션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게임에서 리플레이의 존재는 숙련도 향상과 함께, 이를 통해 더 높은 난이도를 클리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전보다 높은 점수를 달성하고자 하는 경우도 여기에 포함된다. 따라서, '크로커스'는 점수를 전투의 핵심이 되도록 기획, 마치 스포츠 경기에서 스코어를 갱신하는 느낌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

PVP 밸런싱에서도 이러한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 뒷골목, 옥타곤, TV 중계 쇼 등으로 나누어진 PVP 콘텐츠의 테마는 각각 캐주얼, 실시간 PVP, 래더 경기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각 콘텐츠의 난이도 밸런스와 함께 익스트림 스포츠의 느낌을 담아낼 수 있도록 배치할 수 있었다고 고정환 PD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