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기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다양한 경기를 나름대로 분석하는 기사나 경기 내용을 요약한 종합 기사를 매번 작성한다. 이에 일부 독자는 e스포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댓글로 표현하곤 한다. '그까짓 게임질' 혹은 '게임쟁이' 등 대체로 e스포츠나 프로게이머를 깎아내리는 내용이다. 직접 '게임질에 관심 가지지 말고 그 시간에 자기 계발이나 하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까짓 게임질'로 국위선양을 해낸 사람들이 있다. 한국시각으로 30일에 마무리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시즌 6에 출전했던 대한민국 프로게이머 18명이 그 주인공이다.

국위선양이란 '나라의 위세를 널리 드러내다'라는 뜻이다. 최근 유행하는 표현으로 '주모'를 외치게 하는 모든 행위를 일컫는 말로, 세계 각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파하는 많은 사람에게 따라붙는 표현이기도 하다.

유명 스포츠 스타들도 국위선양을 해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대한민국 피겨 스케이팅의 위상을 드높인 김연아, 영국 프리미어 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맹활약했던 박지성, 토트넘 핫스퍼의 히어로로 떠오른 손흥민, 올림픽에서 멋진 모습을 보인 수많은 선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롤드컵에 출전한 프로게이머가 이처럼 대단한 사람들과 비슷한 일을 해냈다고 하면 믿어지는가. 그들 역시 전 세계 수많은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에게 대한민국의 긍정적 이미지를 전파했고, 그들의 입에서 '대한민국이 최고'라는 말을 끌어냈다.


매년 열리는 롤드컵은 그 애칭답게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에게는 축구의 월드컵과 같다. 전 세계 최고의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단이 출전해 우승컵인 소환사의 컵을 놓고 대결을 벌인다. 지난 30일에 열린 대망의 결승전을 시청한 인원은 상상을 초월했다.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경기를 시청한 인원은 약 18만 명이었으며 해외 유명 플랫폼으로 경기를 지켜본 이는 90만 명에 육박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경기를 시청한 수까지 합하면 엄청난 인원이 롤드컵 결승전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현장 입장권도 빠른 속도로 매진됐다. 이번 롤드컵 결승전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스테이플 센터에서 열렸는데, 준비된 15,000석이 45분 만에 매진됐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수많은 인원은 경기장 밖에 자리를 잡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경기를 시청했다.

이처럼 전 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의 지대한 관심을 끈 롤드컵 결승전에 한국 두 팀이 진출했다. 얼마 전에 프로게이머 사상 최초로 플레이어스 트리뷴에 기고한 '페이커' 이상혁이 소속된 SKT T1과 '언더독의 반란'을 해낸 삼성 갤럭시가 그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마지막 5세트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벌였고, 그 결과 SKT T1이 세트 스코어 3:2로 대회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또 다른 한국 팀인 ROX 타이거즈 역시 4강에 올라 명경기를 만들어낸 바 있다.

각기 다른 한국 세 팀이 거둔 좋은 성적의 영향이었을까. 약 한 달 동안 롤드컵이 진행된 미국 현지에서는 대한민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빠르게 퍼졌다. 현지 취재를 떠났던 동료 기자는 어느 해외 매체 기자가 한국인 기자에게 간단한 한국어 인사와 감사의 말을 배우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또한, 경기장 근처를 지나가다 보면 미국 현지 팬이 다가와 "대한민국은 정말 대단한 나라"라며 존경심과 동경을 표현하기도 했단다.


동료 기자의 경험담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가 국위선양을 해냈다는 것은 방송 화면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경기 시작 전에 현지 캐스터는 직접 한국말로 "선수들, 자리에 착석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멘트를 했다. 이 간단한 멘트를 한국어로 하기 위해 정말 오래 연습했다고 한다. 또한, 한국 팀의 경기가 있는 날에 현장을 찾은 현지 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SKT T1과 ROX 타이거즈, 삼성 갤럭시를 응원하는 다양한 도구를 들고 다녔고, 그들이 멋진 경기력을 선보일 때마다 주저 없이 그들의 팀명 혹은 해당 선수의 이름을 연호했다. 마치 우리가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의 멋진 경기력을 보면서 환호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비단 이번 롤드컵 만의 일은 아니었다. 몇 년 전부터 대한민국 e스포츠의 위상은 최고조에 달했다. 해외 스포츠 구단에서 월드 클래스 급 선수들을 거액의 금액을 들여가며 영입하는 것처럼 수많은 해외 프로게임단은 대한민국 프로게이머를 '모셔가고' 있다. 북미 지역과 유럽 지역에서 e스포츠의 판이 점차 거대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다양한 증거가 대한민국 e스포츠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은 대한민국에 대한 존경심과 동경을 느끼고 있으며 우리나라 프로게이머의 실력에 대한 질투 어린 시선마저 보내고 있다.

혹자는 여전히 '그까짓 게임질'이라며 e스포츠를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까짓 게임질'로도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파하는 국위선양을 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수의 대한민국 프로게이머가 그랬고, 이번 롤드컵에서도 그랬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대한민국의 프로게이머는 국위선양을 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