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프릭스 블루의 시작은 리그 오브 레전드 전설의 팀인 MIG였다. 많은 팬은 MIG라는 이름을 계승한 이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MIG 프로스트는 정규 리그가 생기기 이전 각종 컵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이후, MIG 프로스트-블레이즈는 아프리카 프릭스라는 후원사를 만나 블루와 레드로 바뀌었지만, 그 실력이 어디 가지 않았다.

어떤 e스포츠 종목에도 초기에 두각을 나타내는 팀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후발 주자들의 발전 속도는 항상 선발 주자들에게 큰 부담감을 준다. 하지만 초창기에 잠깐 반짝이고, 지는 팀이 아닌, 명문 팀이 되기 위해서는 그 압박감을 원동력 삼아 발전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아프리카 프릭스는 현재 후발 주자들이 주는 스트레스를 동기 부여의 에너지로 사용해 발군의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활약한 감독, 코치를 겸임하고 있는 '타이롱' 김태영과 블루 팀 부동의 에이스 '아르한' 정원협이 있었다. 그들이 들려주는 오버워치 월드컵의 뒷이야기부터, 해외 팀들과 솜브라 이야기까지 한 번 들어보자.



Q. 먼저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타이롱' 김태영 : 아프리카 프릭스 팀의 감독이자 코치인 '타이롱' 김태영이다.

'아르한' 정원협 : 아프리카 프릭스 블루에서 딜러를 맡고 있는 '아르한' 정원협이다.


Q.우선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우승하신 것을 축하한다. 단, 상금이 없어서 아쉽진 않았나?

'타이롱' 김태영 : 아쉽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사전에 알고 있던 것이었다. 상금은 없지만, 초청비는 있었다. 무엇보다도 국가의 위신을 올린 것 같아 자랑스럽다.

'아르한' 정원협 : 나도 동감한다.


Q.일반적으로 팬들이 보기엔 쉽게 이겼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붙어봤을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

'타이롱' 김태영 : 상상 이상으로 껄끄러웠던 팀이 미국이다. 사실, 미국 팀은 할 수 있었던 플레이가 엄청 많았는데,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인 것은 단순한 연습 부족이다. NRG e스포츠의 '시걸' 선수에게 물어보니, 예선에서 러시아에게 패배한 뒤부터 연습을 거의 안 했다더라.

스크림에서는 캐나다가 어려웠다. 최고 수준의 딜러로 알려진 '슈어포' 선수를 처음 만났는데, 정말 잘하더라. 맥크리를 겐지처럼 플레이한다. 정면 교전이 아닌, 뒤로 돌아가는 플레이로 나와 류제홍 선수를 계속 자르며 게임을 계속 터트렸다. 그 선수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일인군단(one man army)'라고 할 수 있겠다.

'아르한' 정원협 : 내가 겐지로 많이 말렸다. 겐지는 뒤로 도는 플레이로 적을 흔들어야 하는데, '슈어포' 선수와 동선이 계속 겹쳤다. 1:1 상성으로 겐지가 밀려 힘을 쓰지 못했다. 많이 아쉬웠다.


Q.이번 월드컵에서 김태영 감독님의 활약이 엄청났을 거라는 추측이 많다. 밴픽과 전략 전술에서 어떤 부분을 도왔나?

'타이롱' 김태영 : 딱히, 전략을 짜거나 하진 않았다. 팀원 개개인이 게임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나 자신의 실력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부족하다 보니 그걸 채우려고 노력했다. 경기 중 픽 예측은 내가 전담했던 거 같다. 이번 월드컵을 위해서 사비를 털어 노트북을 샀다. 이를 통해 상대 예선 픽들을 기록하고, 분석해 선수들에게 자료를 전달해줬다. 전체적으로 나 자신에 대한 준비를 많이 했다.

숨은 전략 같은 것도 솔직히 필요가 없었다. 개개인이 상황별로 오더가 가능해서 게임이 매끄럽게 승리로 향했다. 대신, 팀 외적인 부분에서 많이 도움을 줬던 것 같다.


Q. '준바-미로'가 인터뷰에서 팀 분위기 메이커가 '타이롱'이었다고 했는데, 어떻게 팀을 이끌었나?

'타이롱' 김태영 : 원래부터 분위기는 훈훈했던 거 같다. 월드컵 멤버 중에서 내가 유일하게 영어 회화가 조금 됐다. 다들 미국이 처음이다 보니 곤란한 상황이 있는데, 그때마다 내가 도움을 줬다. 쇼핑, 음식점 등등 사소한 것을 내가 챙기다 보니 그런 이야기를 해준 것 같다. 예를 들어 방안에 호텔 키를 놔두고 나왔던 선수가 있는데, 프론트에 문의해 해결해주는 등 잡다한 일을 해줬다.

스크림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했는데, 국대 팀에 속한 선수들 대부분이 팀 포트리스2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이야기하기 편했다. 당연히 스크림을 잡는데도 큰 문제가 없었다. 접근성 면에서 팀 포트리스2를 했던 내가 가진 메리트가 있었다. 중국 팀은 국대 팀들과 접점이 없어서 연습을 잡는데 애를 먹었던 걸로 알고 있다.



Q. 월드컵 16강 핀란드전에서 3탱을 상대로 겐지를 꺼내드는 과감함을 보였다. 탱커 위주 조합 상대로 겐지가 효용성이 있다고 보나? 팀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줘야 하나?

'아르한' 정원협 : 나 스스로 겐지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리퍼가 3탱 조합을 상대로 좋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팀을 믿었다. 3탱 조합의 중심은 로드호그다. 부족한 화력을 어느정도 메워주고, 갈고리로 상대 템포를 끊는다. 그 로드호그를 집중 마크하면 된다. 궁극기 게이지도 로드호그를 상대로는 빠르게 채울 수가 있다. 용검 타이밍에 맞춰 로드호그만 끊어 낸다면 상대의 화력에 큰 구멍이 생긴다.


Q. 겐지를 절대 픽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있다면?

'아르한' 정원협 : 나 스스로 겐지 플레이가 잘 안된다고 생각할 때다. 상대에 겐지를 잘하는 선수가 있으면 자존심 때문에 1:1 싸움을 이기고 내리는 편이다. 겐지 하는 사람이 없으면 빠르게 내린다(웃음). 겐지로 1:1을 한 번 이기면 상대가 겐지를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면 심리전이다. 하지만 팀의 승리가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 오늘 잘 안된다 싶으면 빠르게 바꾸는 편이다.


Q. 월드컵 한국 팀은 공격, 수비에서 바스티온을 활용한 것으로도 화제가 됐다. 바스티온 픽으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이나 전장은 어떤 것이 있나?

'아르한' 정원협 : 전장은 모르겠고, 상대 픽에 따라 갈리는 것 같다. 상대방이 겐지를 잘쓰는 팀이면 바스티온을 꺼내기 꺼려진다. 그런데 상대가 겐지를 쓸 수 없다고 생각되면 전장과 상관없이 쓰려고 했다. 예를 들어 핀란드 전중 아누비스 신전에서 바스티온을 꺼냈다. 원래라면 겐지가 활약하기 좋은 아누비스 신전에서는 바스티온을 쓰지 않았겠지만, 핀란드 팀은 겐지를 쓸 줄 모르더라. 그래서 바스티온을 꺼냈다.

'타이롱' 김태영 : 핀란드도 겐지를 쓸 수 있었지만, 로드호그를 주력으로 선택한 것 같았다. 이해도 면에서 겐지 보다는 로드호그가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해서 그런 선택을 한 것 같다. 바스티온이 조건부 이니시에이팅 능력을 갖춘 조합에게 강하다. 바스티온 자체가 수동적인 픽인데, 언제든지 이니시에이팅이 가능한 조합을 상대로는 휘둘릴 수 밖에 없다.


Q. 현재 PTR에는 루시우 치유량 10% 감소, 아나 궁극기의 이동속도 증가 감소 등 지원가 하향이 진행됐다. 만약 현재 PTR 패치가 그대로 라이브 서버에 적용된다면 루시우 픽률이 크게 떨어지는 등의 괄목할만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타이롱' 김태영 : 루시우는 계속 쓸 거다. 캐릭터 자체의 매커니즘을 바꾸지 않는 이상 쓸 수밖에 없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다른 선수들과 밸런스 관련해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프랑스의 '알파캐스트' 선수는 루시우에게 근접할수록 효과가 크게 하고, 멀어질수록 낮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팀에 꼭 필요한 캐릭터라 웬만한 너프로는 사장되지 않을 거다.

'아르한' 정원협 : 아나의 궁극기 너프는 적절한 것 같다. 이제는 나노 강화제만으로 활약하긴 힘들다. 이동속도 증가 감소의 영향이 크다. 단, 여기서도 루시우와 합을 잘 맞추면 패치 전과 똑같다(웃음). 아나는 무엇보다 대미지를 너프해야한다. 힐러의 탈을 쓴 딜러다.


Q. 월드컵에서는 한국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단일팀으로 대결한 APAC이나 APEX에서는 전반적으로 해외팀이 강세였다. 국내팬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국내 선수들의 한정된 픽이 원인이라고 보는가? 아프리카 프릭스 감독으로서의 견해를 듣고 싶다.

'타이롱' 김태영 : 어느 팀이던 약점이 있다. 루나틱은 딜러 영웅 선택 폭이 좁고, 우리 아프리카 프릭스 블루는 탱커들의 이니시능력이나, 개인 이해도가 떨어진다. 경기에서 계속 보여줬다. 반면, 서양 팀들은 대체로 딜러 폭이 넓다. 많은 가짓수를 바탕으로 상황에 맞는 조합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다. 로그가 그래서 강력한 것 같다. 엔비어스가 해외에서 대회를 싹쓸 때도 나는 로그가 엔비어스 보다 잘한다고 생각했다. 전략의 유연성에서 크게 앞선다. 엔비어스도 상황별 대처 능력이 뛰어난 편인데, 팀워크가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로그의 단점을 꼽자면 윈스턴인데, 그걸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 유연성이 있다.



Q. 경기력이 굉장했다. 아직 선수로도 충분하다는 평을 받았는데, 선수에 대한 욕심은 없나?

'타이롱' 김태영 : 욕심이 없다. 내 게임 이론이나 철학이 팀 포트리스2에서 많이 쌓았다. 그러나, 그 시절 화를 제어하지 못했던 나에게 상처를 받았던 분들이 있다. 그분들이 나를 TV에서 보면 기분이 어떻겠나. 그 죄책감 때문에 선수를 못하겠더라. 그래서 코치를 전향했다. '아르한' 같은 선수를 키우는 맛도 있다.


Q. 아프리카 프릭스 팀에서의 전략과 월드컵 국가대표의 전략은 어떻게 달랐나?

'타이롱' 김태영 : 아프리카 프릭스 블루는 '아르한' 선수를 주축으로 게임을 풀어간다. 오버워치 한국 팀은 누가 주축이라고 할 것 없이 모든 선수가 게임을 끌어갔다. 개개인 기량 면에서도 한국 팀이 훌륭했지만, 오더 체계가 아주 유동적이었다. 예를 들어 윈스턴이 서포터를 잡고 살 수 있는 상황에서는 '미로' 선수가 오더를 내리고, 겐지가 활약할 수 있으면 '아르한' 선수가 오더를 했다. 모든 선수가 자신이 할 수 있는 플레이에 확신하고 명령을 내리니 우승을 못할 수가 없었다.


Q.선수들을 뽑을 때, 어떤 기준으로 뽑았나? 또, 가장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능력치가 있다면?

'타이롱' 김태영 : 게임을 하는 걸 몇 번만 봐도 센스가 보인다. FPS의 기본이 있나 없나가 바로 보인다. 그런데, FPS 베이스를 가져도 게임을 보는 눈이 없는 선수가 있다. 오버워치 같은 빠른 템포의 게임이 이전까지 없었다. 몇 초마다 바뀌는 상황에서 빠르게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선수를 뽑으려고 노력했다. 결국, 오버워치도 에임이 중요한 FPS라고 하지만 상황 판단도 에임만큼이나 중요하다.

선수에게 가장 요구하는 능력치는 책임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면 그 선수는 발전한다. 책임감이 없는 선수는 발전하기 어렵다.

'아르한' 정원협 :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웃음).

'타이롱' 김태영 : 원협이가 아무 생각이 없다고 말했지만,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겐지를 잘한다는 사람이 있으면 영상을 보고 연구를 한다. 겐지 플레이어들 중 최고가 되겠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책임감이다.


Q. 요즘 겐지를 잘하는 선수가 많다. '아르한'이 보기엔 어떤 선수의 겐지가 가장 위협적인가?

'아르한' 정원협 : 내가 보기엔 다들 잘한다. 그런데 내가 더 잘한다(웃음). 제일 기대했던 선수가 '쉐도우 번'이었는데, 확실히 에임도 안정적이고 판단도 뛰어나더라. 하지만 내가 겐지를 해온 경력이 있는데, 한 번만 붙어봐도 느낌이 온다. 내가 위라는 생각이 들더라. 개인적으로 내가 인정하는 겐지들은 스스로 상황을 만들 줄 아는 이들이다. 누가 판을 만들어 주고, 겐지 중심으로 움직여 줬을 때 잘하는 겐지는 인정하지 않는다. '학살' 선수는 아직 스스로 판을 만드는 능력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Q. 다른 겐지들과 차별성을 보이는 부분이 맵 활용 능력 차이인 것 같다. 어떤 식으로 연구를 했나?

'아르한' 정원협 : 잠깐 혼자 맵을 돌아다니며 연구를 해봤다. 도라도에서 한 5시간 정도 이곳저곳의 포인트를 파악했는데, 그걸 베이스로 삼아 다른 맵에도 적용 시켜보니 매커니즘이 비슷한 면이 많았다. 미끄러지는 지점, 벽타는 지점이 감이 온다. 나는 경쟁전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일단 시도 해보고 죽으면 빠르게 익혀지더라(웃음).



Q. 해외 선수들과 국내 몇몇 팀은 경쟁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타이롱' 김태영 : 한국에 온 해외 프로 선수들도 처음에는 경쟁전을 왜 하는 것인가, 스크림으로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데?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다르지 않나. 한국 팀이 지금 강세를 떨치고 있는 이유의 핵심은 경쟁전이다. 경쟁전은 프로 선수가 다수의 랜덤 유저를 만난다. 여기서 스크림에서는 발생할 수 없는 상황들에 대한 경험이 쌓이고, 대회에서도 그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된다.

스크림 중심으로 게임을 해온 해외 선수들은 일정 상황에서는 완벽한 판단을 내리지만, 돌발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경쟁전은 위에서 이야기했던 유연성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게 실질적으로 발휘됐던 곳이 리유나이티드와 러너웨이의 경기였다. '학살' 선수의 겐지가 만드는 변수에 적응을 못 하더라.

'아르한' 정원협 : 나는 해외 팀들도 이해가 간다. 북미의 경우 경쟁전 수준이 아주 낮다. 경쟁전을 하는 풀이 적다 보니, 그 경기의 질이 다르다. 한국은 큐를 10분간 돌리더라도 최소 마스터 이상이 잡히는데, 미국은 다이아 티어가 잡히고 빠르게 큐가 잡혀도 평균 점수 4천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상위권 선수들은 잘하지만 극소수다. 그래서 해외 팀들이 스크림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것 같다.


Q. 사실 오버워치 프로씬의 역사가 짧아서, 선발 주자의 메리트 보다는 부담감이 더 심할 것 같은데?

'타이롱' 김태영 : 부담감이라는 게 있을까? 팀을 만들 당시 첫 목표로 삼은 것이 프로게이머의 커리어도 중요하지만, e스포츠 팬들을 위해 뛰어난 경기력을 보이는 것이었다. 사실, 스포츠는 팬들이 없다면 돌아갈 수가 없는 구조다. 좋은 경기가 없으면 팬들은 떠나게 돼 있다. 그래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아르한' 정원협 : 나는 다르다. 선수로서는 부담감이 크다. 우리 팀이 명성을 떨치던 팀들을 잡아내고, 잠깐 상한가를 쳤는데 그 후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때 정말 걱정과 스트레스가 많았다. 비판을 받는 것은 상관없는데,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플레이를 할 때 스트레스가 정말 심하다. 후발 주자들이 치고 올라오는 것도 부담스럽다. 리그 오브 레전드 씬을 봐도 프로게이머 세대교체가 빠르다. 그걸 보면서 무서웠다. 내가 언제 갈 줄 모른다(웃음). 하루하루가 스트레스다. 겐지 잘한다는 선수들이 있으면 강한 척 내가 훨씬 잘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속으로는 다 챙겨 보면서 나보다 나은 점이 있다. 많이 배우고 있다.

'타이롱' 김태영 : 선발 주자들은 계속 개척을 해나가야 한다. 후발 주자들은 앞서 닦인 길로 금세 따라잡는데, 상대적으로 선두 그룹의 발전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결국, 같은 베이스에서 누가 응용을 잘하느냐 싸움으로 갈릴 것이다.


Q. '아르한' 정원협을 영입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당시에는 AOS 종목의 프로게이머를 하고 있었는데...

'타이롱' 김태영 : 레이브를 인수할 당시 원협이를 보고 든 생각이 얘는 게임을 하는 법을 안다였다. 대신, FPS의 기본기는 조금 부족해 내가 도와주면 아주 좋은 선수가 될 거로 생각했다. 마우스, 패드, 자세 교정, 감도 등등 내가 봐줬다.

'아르한' 정원협 : 사실, 나는 FPS를 통해 게임에 입문했다. 메탈레이지라는 게임을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 게임에서 꽤 이름을 떨쳤다.. 거기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으로 넘어간 것이다. 내가 오버워치 영상을 보자마자 든 것이 '아 이건 나를 위한 게임이다'였다. 내가 하면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Q. 월드컵 이후 각성했다는 평이 많다. 큰 무대 경험이 확실히 도움된 것 같나?

'아르한' 정원협 : 다들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전혀 플레이가 바뀐 것이 없다. 월드컵 이후에 자신감이 붙은 건 맞는데, 원래도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팀원과의 호흡에서는 부족했었던 시기가 있었고, 이번에는 팀워크를 끌어 올렸기에 경기력이 상승한 것처럼 보이는 거다.

'타이롱' 김태영 : 아프리카 프릭스 블루가 폼이 좋지 않던 시기에 원협이가 들어가는 플레이를 팀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 많았다. 거기서 원협이가 비판을 많이 받았다. 이러다 보니 딜레마에 빠지는 거다. 자신은 맞는 판단을 내렸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플레이에 대한 확신이 흔들렸던 것 같은데,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그 확신을 되찾은 것 같다. 선수에게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중요하다.


Q. '아르한'은 팬들의 기대가 부담스럽진 않나? 조금만 못하더라도 비판이 쏟아진다. 이던 상황이 지속하면, 안정적인 플레이를 지향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르한' 정원협 : 전혀 없다. 비판이 무서워 안정적으로 하지 않는다. 나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비판하는 분들도 나에게는 원동력이 된다. '오늘은 경기력에 대한 비판이 쏙 들어가도록 완벽한 플레이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게임을 하면 집중이 잘된다. 연습할 때도 좋은 동기 부여가 된다. 대회를 하다 보면 감이 온다. 오늘은 칭찬이 많겠다는...(웃음).



Q. 로그에게 APAC과 APEX에서 두 번이나 패배했다.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고, 피드백은 어떻게 하고 있나?

'타이롱' 김태영 : APAC 당시 우리가 침체기였다. 탱커들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로그와 맞붙었는데,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가 없다. 로그의 탱커진이 압박 플레이를 굉장히 잘한다. 블루 팀 탱커들이 당시에 그 공격적인 플레이에 주눅이 들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탱커진이 흔들리니, 당연히 딜러와 서포터들이 활약할 수가 없었다.

'아르한' 정원협 : 딜러 입장에서 로그가 잘해서 압박을 받는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딜러를 정리하고 오는데 뒤가 모두 죽어 있는 상황이 많았다(웃음). 나는 'TViQ'나 'AKM'보다 잘한다고 생각한다. 스크림을 해보면 각이 보인다. 잘하는 선수는 인정하지만, 나보다 못하는 선수들이 인기가 많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내 포지션과 겹치는 선수들을 굉장히 경계하는데, 일부러 1:1을 걸어 싹을 잘라내려고 한다(웃음). 정말 1:1은 자신 있다.


Q. 솜브라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주류 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타이롱' 김태영 : 솜브라는 주류 픽이 될 거다. 궁극기가 광역 이니시에이팅 능력을 가졌는데, 기동성이 좋다보니 자신이 원하는 언제든 교전을 열 수가 있다. 원하는 장소와 시기에 교전을 걸 수 있다는 메리트는 상상을 초월한다. 솜브라만큼 혼자서 게임을 휘두를 수 있는 영웅이 없다. 이전에는 윈스턴과 겐지였는데, 솜브라와 비교가 안된다. 'iddqd' 선수가 말했듯이 솜브라의 출시로 오버워치 패러다임이 바뀔거다.

'아르한' 정원협 :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솜브라는 뒤를 잡는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딜러끼리 1:1 상황이 자주 발생할 거다. 나는 1:1에 자신이 있으니 좋다.


Q. 사실 APEX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LW의 강세와 엔비어스의 강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로그가 엄청난 실력을 뽐내고 있고, LW와 아프리카 레드가 챌린저스로 내려갔다. 예선 경기장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인가?

'타이롱' 김태영 : 가장 큰 점은 역시 겐지 플레이를 간과한 거다. PC방에서 치러진 예선의 특성상 60hz 모니터로 플레이해야 하는데, 거기서 가장 강한 영웅이 겐지다. 모니터 주사율이 높아야 에임의 정확도가 올라가고, 겐지를 제압하기 쉬운데 그게 힘들다. 특히, 144hz로 플레이하던 선수가 60hz에 적응하는 게 정말 어렵다. 겐지가 초강세를 띨 수밖에 없었다.

아프리카 프릭스 레드 팀에게 내가 겐지를 쓰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겐지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는 파라를 많이 썼다. 히트 스킬이 중요한 맥크리, 솔져 보다 탄속이 있는 영웅이 60hz에서 더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겐지에 휘둘려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아르한' 정원협 : 아마추어들은 60hz에서 하다 보니 이점이 있었다. 내가 파라를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원래 5발 안에 잡던 것을 10발은 쏴야 잡더라. 정말 안맞더라... 그래서 예상보다 훨씬 예선 경기가 힘들었다. 겐지에 휘둘리고, 자신들의 평소 경기력이 안 나오다 보니 멘탈도 흔들렸을 거다.



Q. 오버워치 리그가 더욱 성공하기 위해서는 옵저빙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딜러들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어떤 식으로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나?

'타이롱' 김태영 : 옵저빙 시스템 자체는 여기서 더 발전하기 어렵다고 본다. 아무리 개선해도 시청자들의 만족을 이끌어낼 수 없다. 대신, 통계적인 지표가 경기 중 계속 나타났으면 좋겠다. 선수의 딜 량 그래프, 적중률, 킬 관여율 같은 것들. 이런 객관적인 지표를 띠운다면 어떤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지 좀 더 직관적으로 보이지 않겠나?

'아르한' 정원협 : 도타2나 CS:GO 대회는 스팀에서 직접 내가 원하는 선수를 볼 수가 있다. 그게 오버워치에도 적용이 됐으면 좋겠다. 사실, 오버워치는 팀 팬보다는 선수 개인 팬이 많다. 나부터가 전황을 보여주기 위해 시점을 위에서 잡으면, 흥미도가 싹 사라진다. 시청자들도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포지션의 선수가 어떤 플레이를 하는 지 보고 싶을 것이다. 분명히 다른 선수들도 잘하고 있는데, 딜러들만 보여주니까 그들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팀을 위해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선수들도 그 롤 안에서는 발군의 기량을 보여주는데... 스포트라이트는 전혀 받지 못한다. 여러모로 개선이 필요하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타이롱' 김태영 : 먼저 우리를 후원해주는 아프리카, 로지텍에게 감사하다. 철없던 시절 나 때문에 상처를 받았던 분들에게 미안하다.

'아르한' 정원협 : 항상 응원해주는 팬분들과 가족에게 고맙다.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 보여줘서 만족스러운데 APEX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사진 : 박채림(tti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