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to-play(F2P), 즉 부분유료화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요금제다. 명실공히 PC온라인 게임에서 가장 먼저, 가장 활발히 F2P 를 정착시킨 나라가 바로 한국이니 말이다. 게임의 서비스라고는 오직 패키지 판매, Buy-to-play(B2P) 뿐이던 시절 당연하게 여겨지던 초기 구입 비용. 그것은 마음대로 언제 어디서나 다운로드 받아 시도해보고,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빠져들기 마련인 온라인 게임에서는 높은 진입 장벽이 되어버렸다.

특히나 MMORPG 처럼 유저들의 충성도가 높고, 일정 수 이상의 유저가 보장되어야 제대로 운영되기 마련인 게임들은 게임을 처음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수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때문에 차츰 MMORPG 를 중심으로 해외에서도 F2P 가 퍼지기 시작했고, 현재는 오히려 게임의 수만 따지면 대세인 과금제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해외 시장에서 F2P MMORPG의 큰 손으로 유명한 회사가 하나 있다. 바로 퍼펙트월드, 누군가에겐 '완미세계'라는 중국식 명칭이 더 익숙할 그곳이다. 특히나 퍼펙트월드 미국 지사는 최근 PS4 와 Xbox One 으로 내놓은 F2P MMORPG '네버윈터' 가 큰 성공을 거두며 '자이겐틱'의 베타 테스트를 시작하는 등 좋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이면에는 퍼펙트월드의 자체 퍼블리싱 플랫폼인 '아크(Arc, 홈페이지)' 와 F2P 서비스에서 다년 간 축적된 노하우 덕분이 크다.

퍼펙트월드 미국 지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레드우드 시티에 입주해 있다. 이 지역은 산호세까지 이어지는 실리콘 밸리의 일부로, EA, 2K, 유비소프트 등 수많은 게임 회사의 본사와 스튜디오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퍼펙트월드는 전체 건물을 모두 사용하며, 산하 스튜디오가 입주하여 같은 공간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회사의 사무실 답게 매우 알찬 카페테리아와 간식거리 뿐만 아니라 개개인별로 넓은 사무 공간, 다양한 놀거리를 구비한 휴식 공간을 갖추고 있었다. 본래 크립틱 스튜디오가 같은 건물을 쓰고 있었으나 현재는 사무실을 분리하였고, 퍼펙트월드 인력이 주로 이 사무실을 이용한다.

과연 어떻게 B2P 의 천국이던 북미에서 F2P 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었는지, 퍼펙트월드 미국 지사를 방문, 회사를 둘러보고 서비스 인력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인터뷰는 한국어와 영어 모두를 사용하여 묻고 답하며 재미있게 진행됐다.

퍼펙트월드 제이슨 박(좌), 임윤(중), 정주영(우)



Q. 안녕하세요, 각자 회사 내 역할에 대해서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정주영 : 저는 퍼블리싱 분야와 플랫폼 분야를 총괄하며, 퍼펙트월드의 퍼블리싱 플랫폼인 '아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크’는 퍼펙트월드를 통해 서비스를 하고자 하는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서드파티들의 게임을 원활하게 퍼블리싱 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입니다.

제이슨 박 : 저는 사업개발 부분의 시니어 디렉터를 맡고 있습니다. 제 역할은 새로운 게임들을 발굴해내고, 그 게임들에 투자를 하거나 이 게임들을 미국, 유럽, 또 한국,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 이 게임들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임윤 : 여기 캘리포니아 오피스 뿐만 아니라 산하의 여러 스튜디오들 또한 관리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도 유럽 오피스가 있고,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퍼펙트월드의 자체 퍼블리싱 플랫폼 '아크(Arc)'


Q. 퍼펙트월드는 중국에서 시작해 현재는 전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퍼블리셔이지만, 한국에서는 미국 지사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 않습니다. 미국 지사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임윤 : 미국 지사의 간략한 약력을 말씀드리는게 빠를 것 같습니다. 이 지사는 2008년 시작됐고, 최초에는 다른 지역의 게임들을 가져와 현지화를 거쳐 서비스를 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중국에서 개발된 게임들을 현지화해 미국 시장에 퍼블리싱했죠. 다양한 MMORPG 들을 높은 퀄리티로 현지화하고 이를 미국에 소개했는데, 그 당시 미국 시장에는 F2P 게임이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F2P 게임들은 아시아에서 전해진 것들이었고, 넥슨이나 gPotato 게임즈 등의 회사들이 선두에 있었죠. 그리고 이런 퍼블리셔들은 당시에 미국에서는 큰 회사들이 아니었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가 그런 비즈니스, F2P 모델에 진입하기에 최적의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상대로 사업 진출은 성공적이었고, 진출 첫 해부터 수익을 성공적으로 거두었습니다. 사실 이런 성공은 많은 중국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는데, 중국에서는 게임 산업이 이렇게 성공적인 거대 마켓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찌되었건 진출 세 달 만에 우리는 큰 이익을 창출했고, 더 많은 게임을 가져와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약 1년에 4-5개 정도의 게임을 현지화하고 출시했죠.

반면에 미국 지사의 자리를 확고히 다져가면서도, 그만큼 미국 F2P 시장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짐을 깨달았습니다. 대표적인 게임으로 ‘리그오브레전드’와 ‘반지의제왕 온라인’이 시장에 나왔고, ‘반지의제왕 온라인’ 을 필두로 많은 회사들이 그들의 게임을 F2P 방식으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미국 시장에 맞는 게임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지역의 게이머들에게 맞는 게임을 제공해야 했습니다.

2010년 크립틱 스튜디오를 인수한 뒤, 먼저 우리는 ‘스타트렉 온라인’ 을 F2P로 전환하고 ‘네버윈터’ 의 개발에 착수 했습니다. 그리고나서 몇몇 스튜디오들을 추가로 영입했습니다. ‘토치라이트’ 시리즈의 루닉 게임즈, ‘서브노티카’와 ‘네추럴셀렉션’의 언노운 월드 등이 그렇죠. 현재는 ‘자이겐틱’ 의 개발사인 모티가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외에도 아직 말씀드리지 못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스튜디오가 몇 개 더 있고, 이런 신규 프로젝트들은 2년에서 3년 안에 모두에게 보여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퍼펙트월드 US는 현지화를 위한 지사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미국에서 직접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다음 단계는 미국 지사에서 만들어낸 콘텐츠를 다시 아시아 시장에 선보이는 것입니다. 우리가 늘상 해왔던 것처럼 말이죠. 현재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서 그 어느 회사도 콘솔 게임, PC 게임을 만들지 않습니다. 게임 산업은 B2P 에서 F2P로 전환되었고, 이는 우리의 사업 모델이 성공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지사로서, 우리가 개발한 많은 PC와 콘솔 게임들을 아시아 시장에 퍼블리싱하고 싶습니다. 또한 현재 중국은 모바일 시장 위주로 개편되고 있고, 이것이 우리가 이외의 아시아 시장을 개척하고 집중하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Q. 퍼펙트월드 US 가 미국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간략히 자랑을 해주신다면?

임윤 : 우리는 PS4 와 Xbox One 두 플랫폼 모두에서 가장 잘나가는 F2P MMO 퍼블리셔입니다. 또 양대 플랫폼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F2P 퍼블리셔이기도 하죠. ‘네버윈터’ 뿐만 아니라 ‘스타트렉 온라인’ 등의 게임과 함께 이제 곧 ‘자이겐틱’ 또한 Xbox One 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지금 베타를 진행중이기도 하죠.

현재 우리가 개발하고 출시할 게임들은 모두 PC와 콘솔 멀티 플랫폼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정확히 얼만큼의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는지 정확한 숫자를 드리기는 어렵지만, 굉장히 훌륭한 수준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웃음).


퍼펙트월드의 대표적 히트작이자 D&D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MMORPG '네버윈터'


Q. 퍼펙트월드는 '네버윈터'를 비롯한 F2P MMO 게임들을 콘솔 플랫폼에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퍼블리셔이기도 한데, 최초 서양 콘솔 시장에 F2P 게임을 출시할 때의 계획이나 그런 사업 진출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임윤 : 미국, 서양의 게이머들, 그리고 게임 시장은 철저히 콘솔 중심입니다. 미국의 모든 아이들은 콘솔 게임을 하면서 자라나죠. 닌텐도 64, 세가 제네시스 같은 게임 콘솔들이 지금 게이머 세대를 이루고 있는 역사 중 하나입니다. 이들이 부모 세대가 되면 그들의 아이들 또한 콘솔 게임을 하며 자라게 될 겁니다. 그런 거대한 콘솔 시장은 당연히 매력적일 수 밖에 없지요.

사실 우린 언제나 콘솔 시장에 F2P 게임을 내놓기를 바래왔습니다. 하지만 이전 세대 기기들까지도 네트워크 환경, 그리고 양대 콘솔 플랫폼 홀더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의 비즈니스 모델은 F2P를 시행하기에 아직 부족했습니다. 그러다 PS4 와 Xbox One 의 새로운 세대 콘솔이 나오자, 플랫폼 홀더들의 노력 끝에 비로소 환경이 갖추어지기 시작했죠. 물론 아직 콘솔 F2P 환경은 완벽하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만, 이제 콘솔 시장에서도 F2P 는 확고한 자기만의 영역을 갖추었습니다.

재미있게도, ‘네버윈터’를 통해 MMO 게임을 처음으로 접한 게이머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전까지 게이밍 콘솔을 기반으로 하는 MMORPG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점이 ‘네버윈터’가 콘솔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네버윈터’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MMORPG 장르여서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MMORPG 이기 때문입니다. 게이밍 콘솔이 가지는 큰 장점들인 굉장히 큰 마켓 쉐어를 가지고 있고, 미국 시장에서 PC보다 훨씬 많은 게이머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이자 쉽게 접근하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이 맞아 떨어진 것이죠. 콘솔 게이머들이 MMORPG를 플레이해보고 싶다고 해서 더이상 PC를 따로 마련하지 않아도 되었던 겁니다.




Q. F2P 게임을 개발하고 퍼블리싱할 때, 가장 크게 힘써야 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임윤 : 가장 어려운 과제는 바로 Pay-to-win(P2W) 과 Free-to-play(F2P) 의 중심을 잡는 것입니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퍼펙트월드는 양쪽 모두에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아시아 시장은 P2W에 보다 온정적인 편이기 때문에, 아시아 쪽의 게임들은 보다 P2W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시아 유저들은 게이머가 돈을 투자한 만큼 강해지고 우위에 서는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고, 오히려 강력하게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국 게이머들은 그런 시스템을 강력히 거부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시간과 보상의 밸런스를 잡는데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죠. F2P 게임을 개발할 때마다 게이머가 받아들일 수 있으면서도 회사가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선을 잡고자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게임 내의 모든 것을 무료로 즐길 수 있지만, 돈을 지불하면 보다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죠. 비록 무료 유저가 모든 것을 즐기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돈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은 없도록 하는 겁니다.

모바일, PC, 콘솔 각각의 F2P 마켓은 몇가지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은 좀더 실험적이고 가벼운 게임이 많습니다. 개발 되는 모습을 보면, 그게 어떤 게임일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반면 PC나 콘솔 게임들은 경험을 해봐야만 알 수 있는 게임들이 주류를 이룹니다. 사람들은 스토리를 따라 이런 게임들을 플레이 하죠.

우리가 플레이어들에게 제공하고 판매하고 싶은 것은 바로 경험입니다. 플레이어들이 금전적인 요인으로 인해 한계를 가지게 되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게임을 즐기길 원합니다. “이 게임을 하려면 돈을 꼭 써야만 하는건 아니지만, 그럴만큼 충분히 즐겼고 가치가 있으니 지불하겠어.” 라는 생각을 하길 바랍니다. 그게 우리의 가장 중요한 철학입니다.

아시아 시장의 모든 게임들이 P2W 으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몇몇 고전, 성공사례 속에 그런 주류 경향이 크게 있어왔지요. 저는 아시아 게임 시장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한국 게임들이 P2W과 F2P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PS4 와 Xbox One 의 양대 콘솔로 활발히 게임을 출시 중인데, 이 두가지 플랫폼의 차이나 그 때문에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있나요?

임윤 : 콘솔계의 양대 산맥인 PS 와 XBOX는 아무래도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책적인 부분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든 결정이 본사가 위치한 미국 시애틀에서 이루어집니다. 유럽이나 오스트레일리아, 아시아 등 어느 지역에 관한 것이건, 마이크로소프트는 연락창구나 결정권, 계획 등을 중앙에 결집해 놓았죠. 모든 것이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와 연락하여 진행됩니다.

하지만 소니는 각 지역별로 독립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북미를 총괄하는 SIEA, 그리고 유럽과 그 외의 지역을 담당하는 SIE 가 있고, 아시아와 일본 지역을 총괄하는 SIEJA 도 있지요. 이런 소니의 지사 독립성이 우리가 유럽 지사를 운영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PS4 로 게임을 낼 때, 영국에 위치한 우리 인력이 직접 소니의 유럽 지부에 연락을 취하고 협업을 진행합니다. 북미의 경우는 여기 퍼펙트월드 US 에서 담당을 하죠.

마케팅 부분에서 출시에 관한 사항과 마케팅 전략 등은 모두 미국 지사에서 수립되고, 유럽 팀이 이를 현지화 합니다. 유럽 팀에게는 최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어떤 게임인지, 이 마케팅의 목적이 무엇인지,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지 등등 말이죠. 그렇게 하여 유럽 팀에서는 유럽의 게이머들에게 최선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현지화를 진행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매우 잘 해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Xbox One 과 Windows PC 쪽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자이겐틱'을 퍼펙트월드 US 가 퍼블리싱하게 되었는데, 어떤 이유로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임윤 : 우리 회사는 MMO 로 많은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많은 게임을 출시하고 있고, 게임 라인업을 보다 다양화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작업의 일환으로 우리는 슈팅 게임도 개발하고 있고, 서로 다른 타입의 게임들을 퍼블리싱하고자 노력하고 있죠. 그게 ‘자이겐틱’ 이라는 MOBA 게임을 주목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또 ‘자이겐틱’의 장르인 MOBA 그 자체도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있고 많은 이들이 플레이하고 있는 장르이며, 이것이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도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이고, 일단 게임이 정말 멋졌기 때문입니다. 그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 개발 되어가는 것 모두가 멋졌고, 모티가의 개발 팀을 신뢰할 수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Q. 모바일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임윤 : 안타깝게도 현재 모바일 시장은 새로이 진입하기엔 매우 힘든 시장이 되었고, 아직까지 우리는 그를 해결할 확실한 방법을 찾아내지는 못했습니다. 우리가 영영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어떤 특별한 계획은 없다는 것이지요. 이는 우리가 게임을 통해 추구하는 바와도 연관이 있는데, 우리는 주로 재미있는 경험을 창출하는데 집중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그와는 좀 다릅니다. 우리가 그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닐지 확신할 수 없고, 그를 뒷받침할 계획도 아직은 없기에, 현재는 우리가 잘하는 것, 우리가 잘 아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한국 게임들에 관심이 무척 많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방법으로 한국 게임들에 대한 정보를 얻는지, 또 어떤 이유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임윤 : 유투브를 통해서 한국 게임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고 있습니다. 한국 게임을 플레이하고 스트리밍하는 이들도 있고, 한국 게임에 대한 정보만을 모아놓은 채널들도 있지요. 또 여러 한국 게임 매체들을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제이슨 박 : 한국 게임들 중에서도 AAA 급 대형 게임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곤 하는데, 흥미로운것은 이들은 수많은 리소스를 투자하여 더 깊이 있고 매력 있는 게임 플레이를 만들어내고자 한다는 겁니다. 특히나 재미있게도 그런 특징들은 많은 미국 게이머들의 욕구와 맞아 떨어지기도 합니다. 많은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임윤 : 몇 주 전에 지스타에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볼 것이 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년 전에 처음 지스타에 갔을 때는 마치 사탕가게에 온 아이 마냥 이것저것 구경하고 온통 들떠 있었는데 말입니다. 물론 대단한 게임들이 많았지만,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더 많은 AAA급 게임들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Q. 구체적으로 기대하시거나 지켜보고 있는 한국 게임이 있다면?

임윤 : 개인적으로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를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NC소프트의 새 ‘리니지’ 도 매우 기대하고 있고요. ‘블레스’, ‘아스텔리아’, ‘블레이드앤소울’ 등, 주로 MMO 게임들입니다. 우린 언제나 한국 게임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대중인 한국산 MMORPG '로스트 아크


Q. 퍼펙트월드는 자체 퍼블리싱 플랫폼인 '아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체적인 퍼블리싱 플랫폼을 도입한 이유, 또 퍼블리싱 플랫폼으로서 개발사들이 '아크'를 선택했을 때 가지는 강점은 무엇인가요?

정주영 : 아크는 4년 전에 처음 알파 버전을 선보였고, 2년 전부터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쉽게 이해하자면 밸브의 ‘스팀’ 같은 방식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개발사에서 게임을 내놓기까지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생각보다 많은 편입니다. 게임을 개발하다 보면 퍼블리싱 부분에서 놓치게 되는게 많습니다. 이를테면 계정 관리 시스템, 커뮤니티 시스템, 매치메이킹 등이 그것인데, 아크는 그런 부분에 대해 SDK 를 제공하고, 아크가 보유하고 있는 유저 커뮤니티 인프라를 모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이런 퍼블리싱 플랫폼의 장점 중 하나인 다른 게임과의 크로스 프로모션이 가능하다는 것이 있겠습니다.

임윤 : 아크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스팀’에 많은 감명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그 당시 스팀에는 F2P 게임이 없었고, 때문에 아크의 기본 컨셉은 F2P 버전의 스팀이었습니다. 그러나 곧 스팀도 F2P 게임을 도입하기 시작했죠. 우리는 아이디어나 시스템 계획을 좀더 발전시켜야 했고, 스팀이 가진 것과 우리가 가진 것, 그리고 가지지 못한 것을 다시 고려해보기로 했습니다. 게임 마케팅에서 ‘스팀’은 절대적인 왕입니다. 스팀은 굉장한 브랜드이고, 우리가 그걸 전부 다 뛰어넘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퍼블리싱, 라이브 서비스에 보다 초점을 맞춘 것이죠.

스팀은 게임을 판매하는데에 있어서 굉장히 훌륭한 플랫폼입니다. 만약 단순히 게임을 팔고 싶다면, 스팀에 올려 50% 세일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됩니다. 분명 효과를 거둘 겁니다. 하지만 F2P 게임은 다릅니다. 대다수의 미국 게임 개발자들은 F2P 게임을 개발해 본 경험이 전무합니다. 저희는 F2P 게임을 어떻게 개발해야 하고, 서비스 해야하는지,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우리는 수많은 노하우와 분석 결과를 가지고 있고, 이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게임을 어떻게 선보일지 고민이 많은 개발자들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겁니다. “아무 것도 걱정할 것 없어. 네가 해야 할 숙제는 내가 다 해놓았으니, 그저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데 집중하도록 해. 나머진 우리가 맡을게.” 라고요.




Q. 플랫폼을 사용하는 유저들은 얼마나 되며, 유저 간의 커뮤니케이션 등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임윤 : 아크 플랫폼에는 4천만 명 이상이 가입해 있습니다. 콘솔에서는 각각의 플랫폼에 있는 별도의 앱 등을 활용해 커뮤니케이션을 하죠. 이전에는 이런 앱 조차 없었고, 지금도 콘솔 플랫폼에서 게이머들이 서로의 정보와 소식을 교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별도로 사용자들의 세세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지 않기 때문에, 각각의 유저들을 어떻게 이어줄지, 어떻게 같이 우리 게임을 즐기고 새로운 우리의 게임을 플레이하게 할지에 대해 항상 연구하고 있습니다.

정주영 : PC 유저들은 모두 동일한 조건의 동일한 앱에 모여 있으므로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같이 게임을 하기에 용이한 조건인데, 아무래도 콘솔은 두 가지 큰 플랫폼으로 나뉘어 있고 각자 조건이나 방식이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이들 유저들을 어떻게 한데 모아서 같이 즐길 수 있도록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Xbox One 의 경우 게임과 별개인 앱을 마켓을 통해 유통시키고, 그 앱에서 유저들이 소통할 수 있는데, PS4는 정책적으로 그런 앱을 런칭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현재 별도의 모바일 앱 등을 통해서 유저들을 한데 모을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쉽지는 않으나, 유저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중요하니까요.

아크의 이용자들은 북미 유저들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65:35 정도 비율로 북미와 유럽이 나뉘어 있고, 유럽에서는 러시아 유저들이 꽤 많은 편입니다.




Q. 한국에서는 PC 온라인 게임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콘솔이 자리잡지 못하는 상황인데, 그 이유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임윤 : 아무래도 마켓 환경의 차이가 크다고 봅니다. 한국의 콘솔 유저들은 아직 극소수지요. 한국은 여전히 PC 우선의 시장이고, 수많은 PC 방과 유저 풀이 그를 증명합니다. 모두가 PC를 직접 만지고 PC 게임을 즐기며 자라납니다. 하지만 미국 시장은 다르죠. 콘솔을 주로 플레이하고, PC는 부차적인 기기입니다.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도 기본적으로는 게이머이기 마련이고, 그들이 익숙하고 그들이 열정이 있는 기기에 맞춰 게임을 만드는게 당연합니다.

이전 만 해도 중국 시장에는 게이밍 콘솔이 없었습니다. 3년 전에서야 비로소 중국 정부는 게이밍 콘솔의 판매를 허가 했고, 우리는 최초로 Xbox 와 파트너쉽을 맺고 중국에 게이밍 콘솔을 출시한 몇몇 회사들 중 하나입니다. 중국은 성장중인 시장입니다. 콘솔 게임이 가지는 장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더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문화적인 차이도 있을 겁니다. 저도 한국에서 생활하며 느꼈던 것들이니까요. 한국에서 거실이란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TV가 있고, 부모님들을 위한 공간이죠.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더 큰 집에서 같이 살고, 아이들은 모두 자기만이 사용하는 TV와 게이밍 콘솔,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한국에서 PC는 교육용을 겸하므로 집마다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만 콘솔은 그렇지 못하고요. 이런 다양한 원인들이 어우러져서 한국 시장이 콘솔과는 거리가 먼 시장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Q. 한국 개발사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가장 고려해야 할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임윤 :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시장을 이해하는 겁니다. 이는 기존의 엔터테인먼트 산업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만약 제가 한국의 영화 감독이고 미국 관객을 위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면, 그건 정말로 크나큰 도전일 겁니다. 이와 반대로 미국 영화 감독이 한국 관객을 위한 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마찬가지겠지요. 결국 미국 시장에 콘솔 게임을 출시하고자 한다면 중요한 것은 그런 소비자, 게이머들의 욕구와 니즈를 파악하고, 자신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좋은 예가 바로 삼성전자입니다.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이지만, 미국에서 굉장히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 어떻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케팅 전략을 현지화하고, 시장이 어떻게 그들의 제품을 받아들이게 할지 알고 있어요. 어떤 지역, 어떤 문화 배경에서도 공통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온라인 게임으로 무척이나 유명하고, 충분히 미국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에 자사의 게임을 출시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임윤 : ‘자이겐틱’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한국 쪽의 퍼블리셔와 논의를 진행중입니다. 또 추가로 3~4개의 게임을 한국 시장에 출시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Q. 한국 뿐 아니라 여러 지역 간의 문화 차이에 따라 서로 캐릭터 취향이나 문화적 요소로 호불호가 나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런 차이를 고려하고, 현지화 시에 적극 고려하고 있는지요?

임윤 : 물론입니다. 우리는 퍼블리셔로서 다양한 경험과 통찰을 가지고 있고, 개발자들과 이를 자주 공유합니다. 만약 게임 내 어떤 요소들이 지나치게 거슬리거나 유쾌하다던지 하여 특정 지역의 게이머들에게 방해가 된다면 개발자들에게 그 요소를 제거하거나 수정하도록 요청할 겁니다. 그런 일련의 것들 모두가 우리가 개발 스튜디오와 협력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많은 게임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 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있고, 모든 게임이 한국, 중국, 미국 등 전세계 어디서나 성공할 수 있는 게임이길 바라고 그렇게 만들어가고자 협력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게이머들과 개발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주영 : 퍼펙트월드라는 회사가 개발자분들 사이에서 이름은 나 있지만, 우리가 어떻게 일을 하고 얼만큼의 성과를 얻고 있는지는 알기 어려웠을 겁니다. 이번 기회를 빌어서 퍼펙트월드가 미국에서 F2P 시장을 선도하고 퍼블리셔로서 잘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하고, 또 한국의 좋은 게임들, 함께 할 개발사들은 언제나 환영이라는 것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제이슨 박 : 우리에겐 멋진 게임들이 아주 많이 있고, 한국 게이머들도 이를 좋아할거라 확신합니다. ‘자이겐틱’과 더불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다른 게임들이 한국 유저분들에게 찾아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기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임윤 : 두분이 이미 제가 할 말을 다 하신 것 같은데요(웃음). 우리는 콘솔과 PC 양쪽에서 더 많은 게임을 발굴하고, 콘솔과 PC 시장이 더욱 더 성장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현재는 모바일 시장의 비중이 무척이나 큰 편이지요.

우리 회사의 모두는 게임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멋지고 훌륭한 게임을 만들어내고 싶고, 우리의 고객과 개발자 모두가 즐겁고 멋진 경험을 공유케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걸 잘 해낸다면, 시장에서의 성공 또한 따라올 것입니다.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