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보호법과 셧다운제란 ?

최근 온라인 게임의 셧다운제가 다시 추진되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셧다운제란 게임 관련 법률이 아닌 청소년보호법의 개정안에 내용이 담겨 있어 전 국민이 아닌 청소년만 해당되는데, '특정 시간대에는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 자체를 강제적으로 차단하는 제도'이다.


지난 7월 제출된 셧다운제 도입 내용을 담고 있는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안의 발의자는 대표발의를 맡은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 (경남 진주을) 등 국회의원 30 명이다. 원 구성이 마무리되는 대로 법사위 및 해당 상임위의 검토를 거쳐, 올 가을의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으로, 계획대로 이루어진다면 적용을 위한 유예 기간을 둔다고 할지라도 2009 년중에는 셧다운제가 정식으로 도입되는 셈이다.


셧다운제의 도입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번 개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지난 2005 년에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공청회나 간담회 등을 열었지만, 정부부처와 업계의 반대로 인해 무산되었다. 2006 년에는 역시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이 '정보통신 서비스 중독의 예방과 해소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여 셧다운제의 도입을 재추진했지만, 마찬가지로 무산되었다. 따라서 이번 셧다운제는 3번째로 시도되는 것이기도 하다.


김재경 의원이 제출한 청소년보호법 개정법률안 (의안번호 213) 에서는 이번 셧다운제의 제안 이유와 목적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 청소녀보호법 개정안의 제안 이유

최근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이용시간이 과도하게 증가하면서 인터넷중독, 사이버폭력 등 사회적 문제가 심화되어 가고 있으나 가정 및 학교차원의 자율적 감독만으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효율적인 대처가 어려운 실정임.

또한 2007년 1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게임과몰입의 예방 등’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었으나 청소년의 과도한 온라인 게임 이용 방지에 적절한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음.

따라서 심야의 특정시간대에는 청소년에게 온라인게임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청소년이 온라인 게임에 중독되지 않고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임.


■ 청소녀보호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온라인 게임물은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청소년에게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안 제19조의2 및 제51조제5호의2 신설).




[ 12시면 땡! 모든 청소년을 신데렐라로 만들어 줄 것만 같은 셧다운제 ]



▣ 셧다운제는 형평성과 실효성 모두 제로!

요약하자면,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의 6시간 동안, 청소년은 모든 온라인 게임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것이다. 관용을 베풀어 청소년이 게임에만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의'의 조치로 이해한다 할지라도 이 법률은 몇가지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번째로, 형평성의 문제를 들 수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자정이 되면 계정의 접속을 차단하고 접속중인 계정을 강제로 로그아웃 시키는 것이므로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이런 통제가 가능한 것은 온라인 게임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이 아닌 PC 게임이나 콘솔게임의 경우 이런 통제 자체가불가능하다. 즉 같은 게임물이지만, 게임의 플랫폼에 따라 어떤 게임은 제한을 받고 어떤 게임을 제한을 받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청소년이 밤새 자신의 컴퓨터에서 삼국지를 하건, 스타크래프트를 하건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지만 카트라이더를 접속하는 것은 금지된다. 진삼국무쌍을 플레이함에 있어서 자정이 넘어서 콘솔기기로 진삼국무쌍을 플레이하는 것은 문제 없지만, 진삼국무쌍 온라인을 플레이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게임을 하고 싶은 청소년이 접속 제한 조치가 취해진다고 해서 접속을 안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부모님 등 가족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서 만든 계정으로 얼마든지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게임을 시작할 때부터 청소년들은 자신의 계정이 아니라 아예 부모님 계정으로 접속할 수도 있다.


따라서 청소년의 심야 접속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고 할지라도 (영화에 종종 나오는) 지문 인식, 홍채 검사 후 게임 접속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면 막을 도리가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무척이나 떨어진다는 점이다. 밤 10시 이후 청소년의 PC방 출입이 금지되었다고 해서 청소년이 주 대상인 게임의 매출이나 동시접속자가 떨어지지 않은 것처럼, 초등학생이 주요 대상인 게임의 회원가입자의 다수가 3~40대가 되는 현상만 불러오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셧다운제는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고 실효성도 별로 없는, 언뜻 보기에 전시 효과만 높은 규제 정책에 불과할 뿐이다.



▣ 청소년은 정말 중독되어 있는가 ?

그러나 셧다운제의 내용, 그리고 그것이 실효성이 있느냐를 따지기 전에 먼저 생각해볼 것은, 청소년들이 정말로 중독되어 있는가 ? 에 대한 답이다. (어디까지를 중독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도 없으며, 나아가 중독이라는 단어가 적절한 단어 사용인가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있기도 하다)


TV 에서 종종 게임 중독을 다루고 있고, 가출한 청소년들이 게임을 주로 하고 있기에 청소년 중독이 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공중파 및 기성 신문들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언사로 일관한 것이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몇몇 연구는 그와는 사뭇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지난 7월, 한국게임산업협회와 문화사회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게임문화이론 강좌가 총 8회에 걸쳐 진행된 바 있다. 이중 여섯번째 강의의 주제는, '화폐경제와 게임세계, 아이템 현금거래의 문화' 였는데, 문화사회연구소의 김성윤 상임연구원이 강좌를 진행했다.


이때의 강의 내용중, 연령대별로 과연 게임을 얼마나 하고 있는가에 대한 조사 결과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조사 결과 20대의 게임 시간이 제일 많았고, 30대가 그 다음이었으며, 10대가 가장 적은 시간을 기록했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상관없이 10대의 게임 시간이 제일 낮았던 것이다.




[ 강연 자료에서 발췌한 게임시간과 연령의 상관성 ]



이 조사 결과는, 청소년들은 학교와 학원 등 외부적 제약 조건으로 인해 애초에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대학생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본격적인 직장 생활을 시작하기 전이라 할 수 있는 20 대가 제일 높고, 꾸준한 경제활동을 영위한다고 볼 수 있는 30대가 그 다음인 것에서 추정이 가능하다.


노동/학습 시간과 게임시간 의 상관관계를 다룬 도표 역시 상식과는 조금 달랐다. 노동/학습 시간이 길어질수록 게임시간은 줄어든다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특정한 지점을 지나면 노동/학습 시간이 길어질수록 게임시간도 길어지는 기현상을 보였던 것이다.




[ 특정 시간을 넘기면, 학습시간과 게임시간이 동시에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



문화사회연구소 및 강연을 맡은 김성윤 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 주당 노동시간이 15~45 시간인 사람들의 1일 평균 게임 시간은 약 142 분이었고, ▲ 46~50 시간인 사람들은 약 132분, ▲ 51시간 이상인 사람들은 약 167분인 것으로 조사되어, 노동시간이 주당 48 시간을 넘어서면 게임시간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런 양태는 청소년들의 학습시간과 게임시간의 상관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주당 학습 시간이 5~10 시간에서는 1일 평균 게임 시간이 약 138분 ▲ 11~25 시간인 청소년들은 약 136분 ▲ 26 시간 이상인 청소년들은 180 분인 것으로 나타나, 학습시간이 주당 26 시간을 넘어서면 게임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즉, 노동 48 시간, 학습 26 시간까지는 게임플레이 시간이 줄어들지만, 이 지점을 넘어서는 순간 게임 플레이 시간이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따라서 노동시간과 학습시간이 증가할수록 게임시간이 줄어든다는 사회적 관념이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며, 과도한 노동/학습 시간이 각종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여가 시간을 빼앗아 여가 문화를 획일화시킴으로써, 오히려 게임에 대한 몰입을 가져온다는 역설적인 해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 정말 보호가 맞을까? 청소년과 보호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

게임에 대한 기성 사회의 인식은 부정 일변도이다. 예전의 오락실은 불량청소년이 되는 지름길이었고, 공부를 방해하는 장소였던 것인데, 이제 그것이 온라인 게임으로 바뀐 것 뿐이다. 지금 높으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은 십년전이나 이십년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게임은 열심히 공부해야 할 청소년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방해물일 뿐이다. 어떻게 하면 게임의 마수로부터 우리 아이, 우리 청소년을 '보호'해서 열심히 공부시킬 것인가 하는 관점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즐거이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여가문화와 놀이문화, 새로운 사회성을 지닌 사이버 공간이라는 개념은 별달리 들어갈 자리가 없다.


청소년의 또다른 말은 미성년이다. 성년이 되지 못한, 성년만큼 사물과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워 성년들이 도와줘야 하고 보호해줘야 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래서 청소년 보호라는 것에 대한 언급은 항상, 무언가를 규제하고 통제하는 것으로만 나타나곤 한다.


기존 사회의 관념에 맞게 청소년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것이 현재의 청소년 보호이다. 그래서 장려와 육성이 아닌 규제와 통제, 즉 억압이 청소년 보호의 핵심적인 양태로 나타나고 있다. 항상 무엇에 대해서 접근을 못하게 하는 차단형 방식만 있을 뿐이며, 누리고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다른 것들을 '진흥'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보호의 명목으로 이것저것 다 빼고나면 학교와 학원밖에는 없지 않을까 ? 그런 현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특정한 그 무엇(=게임)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은, 그 무엇이 지닌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애초에 그가 처한 현실적 상황이 그러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유도되는 귀결이다.


게임은 놀이문화, 즐길거리의 하나이다. 청소년들이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문제라면, 강제로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말고 다른 즐길거리가 많아야 한다. 다른 즐길거리가 없다면 게임 외에는 할 것이 없기에, 오히려 인터넷과 게임에 더 집착하게 된다. 겨우 한두개 남은 이것, 겨우 한두개 남은 자유마저도 빼앗아 가려 하느냐는 반발심 외에는 나올 게 없다.


청소년의 핵심 문제는 게임이 아니라 교육이다. 모든 문제는 교육에서 파생된다. 유치원때부터 영어교육을 시키고 여러 학원을 보내는 현실속에서 게임은 얼마나 매력적인 놀이문화인가. 청소년 스스로의 욕망과 문화적 감수성과 놀이와 활동을 해소할 통로가 마련되지 못한 채 계속적으로 차단된다면, 이는 청소년의 문화적 인권을 억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 대상이 꼭 게임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 활동, 여가, 놀이문화일 수도 있다.




[ 오히려 이게 더 문제 아닐까 ? ]



즉,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에 대한 대책은, 사실 중독이나 과몰입 현상이 특수한 것이냐 일반적인 것이냐부터 따져봐야 하지만, 교육환경의 개선 그리고 청소년과 청소년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공부만 하라고 주문하거나 당장 일부 청소년들이 게임많이 해서 공부 안하고 잠 덜잔다고 덜컥 차단시켜버리는 행위로는 도저히 답이 나올 수 없다.


오히려 그 시간에 청소년들이 자기 스스로 그리고 자율적으로 게임문화를 형성하도록,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욕구와 문화적 감수성을 해결할 수 있는 시설이나 행사를 만드는 것, 나아가 교육 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이것은 마치 시민의식의 성숙이라든가 민주주의의 발전처럼 사회의 가치관 자체가 변해야만 가능한 것이기에, 정권과 시기를 떠난 수십년간의 장기적인 정책 방향속에서 도출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별로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번에 셧다운제의 도입이 삼세판으로 성공하든 또다시 무산되든 그리 중요치는 않다. 무산되면 일이년 뒤에 또 들고 나올 것이고 그 사이 방송과 기성 언론에서는 게임중독에 대해서 떠들 것이 자명하다. 도입되더라도 셧다운제가 효력이 별로 없으면, 셧다운제보다 더 강력한 제도를 도입할 것이 뻔하니, 청소년과 게임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없다면 청소년이든 게임업계든 앞으로 남은 것은 가시밭길이 될 것이다.


위의 연구결과는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도 않고, 또 이와 유사하게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 대한 다양한 문화적, 사회적 연구가 수행되지도 않았고, 사회에 제대로 알려진 적도 없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해서라도, 각종 게임 관련 기관과 연구소들이 꾸준히 연구를 하고 그 성과를 알려야 하며, 게임업계가 정책적 방햐에서 그런 연구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중독과 과몰입의 기준이 무엇인지, 청소년들이 게임을 어느 정도 즐기는지, 실제로 청소년 과몰입의 현황은 어떠한지, 왜 과몰입하게 되는지, 과몰입의 원인이 개인적 특수성인지, 게임의 컨텐츠와 시스템의 문제인지, 그의 가정/교육/사회적 환경이 문제인지, 놀이문화의 다양성과 게임 몰입간의 상관관계는 어떠한지, 학습과 게임의 상관관계는 어떠한지, 게임과 청소년보호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청소년 보호가 규제 위주에서 문화 진흥과 장려 위주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사회적 기반은 무엇인지 등등에 대한 기나긴 연구가 수행되면서 다양한 실험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가 아니라, 실태 조사이다.


Inven LuPin -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