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앤파이터에서 매년 진행하는 대규모 유저 이벤트인 2016 던파페스티벌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은 단연 신규 캐릭터인 여프리스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저에 따라서는 여프리스트보다 더 반갑고 더 놀랐던 화제가 있다면 지옥 초대장 3천장 지급을 들 수 있다. 페스티벌의 주인공인 여프리스트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신규 지역 공개, 비탄의 탑, 길드 대전 등 다소 맥빠지는(?) 이야기의 연속이었지만, 여프리스트 카드와 함께 모든 유저에게 지옥파티 초대장 3천장을 지급하는 이벤트가 공개되자 현장은 순식간에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지옥파티 초대장이 어떤 물건인가. 바로 던파의 최종 콘텐츠인 헬 모드를 돌 수 있게 해주며, 각종 에픽에 자신의 모든 운을 맡겨보는 최고의 인기 아이템이 아니던가. 누군가 레이드를 가는 이유는 다시 헬 모드를 돌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할 만큼 지옥파티 초대장은 소중하다.

당장 현재 경매장 시세로 한 장당 34,000에 거래되고 있을 정도로 가격이 나가는데, 그걸 3,000장이나 뿌렸으니 순식간에 현장이 열광의 도가니로 불타오른 것은 두말 할 것 없다.

그리고 던페에서의 약속대로 초대장은 12월 29일 접속한 모든 유저에게 지급되었고, 동시에 전용 이벤트 던전도 열어 본격적으로 헬 러닝을 개시했다.


▲ 던파 유저에 한해 약 10만원어치의 문화 상품권을 뿌린것이라 보면 된다




■ 처음부터 김칫국? 이계의 틈에 왔다면 찜빔부터 설정해야지!

지옥파티 초대장 3천장 지급과 함께 열린 서조의 계곡에서는 '카이류' NPC를 통해 자신이 먹고 싶은 에픽 아이템을 미리 '찜'할 수가 있다. 찜하기는 총 6개까지 가능하며 찜해둔 에픽이 드랍되면, 평소의 에픽빔과 다른 좀 더 화려한 이펙트가 발생한다.

물론 찜한다고 해당 에픽의 드랍 확률이 올라간다거나, 조각이 더 많이 떨어진다고 하는 효과는 없으니 섣불리 김칫국부터 마시는 일은 없도록 하자. 오히려 커뮤니티의 반응을 보면 찜하기로 올려둔 아이템을 뺀 나머지의 드랍 확률이 상승한다는 흉흉한 소문마저 있을 정도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기자 역시 찜하기 목록에는 당당히 최고 존엄 무기인 '암흑의 별'을 시작으로 통칭 삼신기라 불리는 '로제타스톤', '파르스의 황금잔', '바벨로니아의 상징'을 비롯해 예전부터 먹고 싶던 무기인 '천총운검'을 넣어 두었다.

나올 리가 없다며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누구나 포부는 크게 가져야 하는 법이다. 무엇보다 신규 계정에 있는 비기너즈 럭(beginner's luck)의 힘을 한번 믿어보고 싶었다.


▲ 누구나 그렇지만 포부는 크게 가져야하는 법! 암흑의 별과 삼신기 먹고 말거야





■ 이계의 틈 외곽 - 저레벨 유저에게 너무 가혹했던 첫 탐방

지급되자마자 다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벤트 던전으로 출발했지만 기자는 그러지 못했다. 이제 막 새로운 마음으로 키우기 시작한 터라 계정 내에 별다른 캐릭터도 없었고, 특별히 자본을 투자하지도 않아 초라한 스펙을 지닌 마신만 있었기 때문이다.

레벨도 이제 85레벨을 갓 넘긴 상태라 이계 크로니클 세트 장비를 맞추는 도중이었고 퀘전더리 세트는 이벤트로 지급받은 2피스, 무기 역시 이벤트로 지급받은 리버레이션 블레이드(+2재련)가 전부였다. 그나마 도저히 맨몸으로 할 수는 없어서 레어 아바타와 쓸만한 칭호, 크리쳐를 가지고 시작했다는 정도가 전부다.


▲ 흔한 던파 20일차의 아이템 현황



그래도 이벤트 던전인데다 보스가 평소보다 약화된 상태로 나온다는 말도 있었기에 '어떻게든 잡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진입했다. 집행자 튜리엘이나 처형자 바리엘이야 익숙한 모습 그대로며, 던페에서 언급했듯이 확실히 공격력은 많이 약화되어 한 방 맞고 죽는 일은 잘 없었다.

다만 문제는 310줄에 달하는 체력이다. 방어구가 딜하는 세상에서 아무런 장비 없이 리버레이션 블레이드(+2재련)만 덜렁 들고 잡으려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거기다 바리엘은 특유의 바닥 패턴 때문에 소환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마신과 시너지를 일으켜 더 오랜 시간을 끌게 만들었다. 지속딜이 힘든 이상 시간이 될 때마다 희생폭탄과 제노사이드 크러쉬, 각성기로 딜할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중간중간 다시 소환하는 동안 온갖 장판으로 괴롭히니 미치고 펄쩍 뛸 지경이다.


▲ 특히 그냥 뚜까패면 되는 튜리엘과 달리 바리엘은 스펙 낮은 마신에게 악몽이었다



한참을 때렸는데도 아직 절반이 넘는 체력이 남아있고, 아무리 지나가면서 부하들이 툭툭 쳐준다지만 이미 던전에 진입한 지 2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결국 클리어와는 별개로 이건 지금의 스펙으로는 도저히 돌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눈물을 머금고 조용히 에픽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며 또 다른 에픽 명소인 '시간의 광장'으로 목표를 변경하기로 했다.


▲ 누가 쉽다고 했냐? 리버레이션 무기 하나만으로 깨기에는 벅찬 곳이었다




■ 레벨업과 스펙 상승 후, 도착한 에픽 명소 '시간의 광장'

초대장을 받은 시점이 이제 막 85레벨에서 86레벨을 달성한 시기였고, 남은 에픽 시나리오를 깨면서 88레벨을 달성했다. 물론 그동안 이계 던전과 고대 던전을 돌면서 3차 크로니클과 퀘전더리 장비를 모으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모든 에픽 시나리오를 클리어 한 시점이 되자 3차 크로니클 세트는 약 6피스가 모였고, 퀘전더리 또한 4피스가 모이게 되었다.

마신이 안톤 레이드에 입문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조건은 다크퀸 9세트와 그라시아 6세트, 그리고 '브레인 스톰' 스킬 스위칭용 아이템 및 리버레이션 소드였는데, 그중 절반 정도의 조건을 달성한 셈이다.

엄청나게 강해진 것은 아니지만 나름 그라시아 세트 3세트 효과와 다크퀸 3세트 + 데몬 매지션 3세트의 효과가 쏠쏠했고, 무엇보다 '시간의 광장'은 이런 아이템 스펙을 신경 쓰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참' 던전이었다.


▲ 1, 2각 각성기와 대난투 한 방이면 정리되는 시간의 광장은 정말 쉽다



■ 나루의 헬 러너 1일차

사실 3일동안 모든 피로도를 헬 러닝에 쓴 것은 아니다. 아직 크로니클을 비롯한 퀘전더리 세트를 맞춰가는 과정이기에 순수 헬에 들어간 피로도는 대략 120 전후가 쓰였다.

도는 곳은 역시 시간의 광장으로 헬 파티의 난이도도 낮을 뿐만 아니라 소모되는 피로도도 4에 지나지 않아 돌기가 편하다. 입장에 초대장이 28장 소모되기에 이계의 틈 외곽보다 지옥파티 초대장이 2장 덜쓰인다는 점도 깨알 같다.

단점으로는 이계의 틈 외곽보다 에픽 드랍 확률이 낮다는 건데, 많은 던파 유저들은 공감하지만 확률은 확률일뿐이다. 쉽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 데다, 피로도와 초대장도 아낄 수 있는 시간의 광장에 유저가 몰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쿨하게 헬 파티만으로 킹을 뚫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익스퍼트 난이도를 기준으로 첫 출발을 끊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첫 헬 파밍에서 2개의 에픽 아이템을 얻었다. [밤의 그림자 상의] 및 [마나 번 로브] 두 종류다.

비기너즈 럭은 정말 존재하는 것인가. 이상하게 상의만 먹었다는게 기분이 묘했지만, 한 번에 두 개를 얻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위시템은 아니고 그라시아 상의를 이미 맞춘 상태였기 때문에 괜히 기분만 싱숭생숭해지는 효과를 얻었다. 한술 더 떠 밤의 그림자 상의는 이계의 기운이 서린 상태였다.

물론 당연하지만 이후 남은 피로도에서는 전부 에픽 조각이 나왔다.


▲ 비기너즈 럭은 정말 존재한단 말인가? 첫 헬에서 무려 1타 2피가 떳다



■ 나루의 헬 러너 2일차

1일차에 먹은 상의는 딜량을 체크해봤지만 그라시아 세트와 큰 차이가 나지 않기에 그냥 신성한 빛 옵션으로 아재컨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그라시아 상의를 좀 더 입고 다니기로 했다. 솔직히 던전 입장하자마자 대놓고 쫄 소환을 시작하면 십중팔구 맞고 시작할 텐데, 신성한 빛이 켜지면 소환이 매우 편해진다.

2일 차도 별로 달라진 것 없이 시간의 광장 헬을 돌기 시작했는데, 마일리지 샵에서 피로도 회복의 비약까지 구입하여 달렸지만 에픽 조각만 줄창 모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마지막 피로도에서 기적같이 에픽 아이템이 드랍되었다. 획득한 아이템은 바로 [정제된 망각의 마석 반지] 통칭 '정마반'이라 불리는 반지였다.

순간 잘못 봤나 눈을 비벼봤지만 틀림없는 정마반이었다. 머리속에서는 과거 본캐였던 배틀메이지가 잠시 스치고 지나갔지만 분명 먹은 것은 '마신'이었다.

물론 정마반의 쿨타임 초기화 옵션은 어느직업에게나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하지만 배틀메이지가 저것만 있으면 세팅의 90%는 끝난 셈인데, 정작 다른 캐릭터에 뜨고 나니 기분이 묘해진다. 그래도 쓸만한 에픽 아이템을 얻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 던파에서 몇안되는 쿨 초기화 옵션을 지닌 정마반은 어느 직업에게나 좋다



■ 나루의 헬 러너 3일차

2일차에 먹은 정마반은 확실히 좋았다. 특히 2차 각성기를 2연속으로 쓸 때의 쾌감이란 던파를 하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물론 본래대로라면 딜부족 현상이 일어나는 레이드 던전에서 보스 방이나 특정 네임드 방에 진입하기 전에 쿨 초기화를 하는 목적으로 쓰이지만, 기자는 아무런 아이템이 없는 관계로 상시 착용하며 스킬을 펑펑 쓰는 것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됐다.

그리고 정마반도 먹었겠다, 스펙도 조금 오른 느낌이라 3주전 쓴 맛을 봤던 '이계의 틈 외곽'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그리고 약 2주일간에 걸친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아니면 단순히 그라시아 세트의 효과 덕인지 훨씬 수월하게 클리어가 되었다.

약 1~2분 사이로 클리어가 가능해졌고, 다소 까다로운 바리엘도 강해진 화력과 정마반의 쿨타임 초기화를 이용하여 빠르게 잡아내는 것이 가능했다. 방 하나를 더 전진하는 시간의 광장보다 클리어 시간이 빨라진 셈이다. 다만 에픽 아이템 드랍 확률 두 배라는 광고가 무색하게 조각만 주구장창 먹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의 마지막에 와서 대망의 에픽이 드랍됐다. 당시 상황은 어제 정마반을 먹었을 때와 비슷했다. 피로도를 거의 다 소진하여 마지막 헬이었고, 흔한 11연차 뽑기 실패의 느낌을 가지고 집으로 퇴근하려던 찰나였다.


▲ 어...?


▲ 진짜로 찜빔이 나와버렸다.



3주 전 찜해놓고 거의 잊은 채로 살았던 [천총운검]이 드랍된 것이다. 마신에 한해서는 암흑의 별 다음으로 쳐줘도 아깝지 않을 성능의 무기다. 3천장을 다 태우고 정마반 하나만 먹었다고 해도 만족했을 텐데 전혀 예상치 못한 찜빔이 등장해버렸다.

솔직히 지금도 심하게 고민이 된다. 본래 의도라면 3천장 + 800장 정도를 시원하게 말아먹고 멘붕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정말 찜한 에픽을 먹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이제 갓 헬을 돌기 시작한 터라 초대장은 아직 2천 5백 장이 남아있다.

남은 초대장도 빠르게 태워야지만 전부 태우기에는 시간도 에픽 로드 이벤트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특히 찜빔을 목격하는 데 성공한 시점에서 3천장의 가치(?)는 충분히 하였으므로 3일차에서 결과 보고를 마치도록 한다. 역시 비기너즈 럭은 무섭다. 그리고 찜빔은 실화로 존재한다.


▲ 여러분 찜빔은 존재합니다. 안심하고 헬을 도십...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