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와 두통현상으로 1인칭 슈팅 게임(FPS)을 너무나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극도의 몰입감으로 인해 카페인이 없다는 펜X까지 먹어가며 밤을 지새우게 했었던 게임 중 하나로 남아있는 그 게임을! 그리고 친구 중 하나를 완벽한 카스 폐인으로 만들어 버린 그 게임을!



[ FPS와는 선천적으로 친하지가 않다. 오버를 살짝 붙이자면 이렇게 토할 것 같다. ]




[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이 게임에서 파생되었다. ]



작년에 결혼에 골인한 이성 친구 (여성) 가 한명 있다. MMORPG를 좋아했던 기자와는 반대로 이상하리만큼 FPS에 심취했던 그녀는,

기자가 학교 수업을 땡땡이 치고 울티마 온라인을 할 때 하프라이프 싱글을 클리어했고...
DAOC(Dark Age Of Camelot)하고 있을때도 카스를 하고...
기자가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만났을 때도 카스 1.6을 했고...
WoW에서 레이드를 할 때, 그녀는 WoW에서도 하지 않았던 음성채팅을 하며 카스를 했고...
아이온과 워해머의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현재까지도 카스온라인을 하고 있다.
(헉헉.. 내가 온라인 게임 몇 개를 하는 동안 주구장창 카스만 한거야?)


최근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 - 좀비모드가 업데이트 되고 인기가 높아져서 많은 이야기들이 들려오고 있던 차, 결혼하고 지방에 있기 때문인지 연락도 뜸했던 옛 친구에게 안부 차 연락하니 아직도 시간 날때 마다 카스 1.6과 카스 온라인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니...


그녀의 게임 인생 10년의 역사는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대부분이었고, 이런 유저들은 아마 한두명이 아닐 것이다. 하프라이프로 시작된 게임이었으나, 수많은 MOD를 비롯해 온라인 버전까지 출시해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니, 지금까지 출시된 제목들과 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인기의 반감기(Half Life)가 없는(Zero)게임이라는 생각도 들 법 하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하프라이프의 MOD로 1999년에 출시되어 컨디션 제로를 비롯해 수많은 버전이 나왔고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레인 보우 식스’를 제치고 1인칭 슈팅 게임(FPS)의 절대강자로 자리잡았다. 국내에는 스팀이라는 서비스로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하다가 (물론 스팀을 통해서가 아닌 카스1.6, 컨디션 제로를 이미 즐기고 있던 국내유저들이 있었지만) 2008년 1월말에 넥슨에서 국내 퍼블리싱을 맡아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을 정식 서비스 하기까지 시작한 단연 FPS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온라인 버전인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이하:카스온)은 좀비 업데이트 하나로 1달 사이에 급속도의 순위 상승을 과시하며 (들리는 말에 의하면 동시접속자가 3배 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국내에서 수 많은 유저들을 확보하고 있는 ‘워록’과 ‘아바‘를 제치고 ‘써든어택’과 ‘스페셜포스’을 위협하는 3인자로 등극했다.


그 인기폭풍의 핵인 이지팩의 ‘좀비 모드’‘왜? FPS가 주 장르가 아닌 유저들도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라는 질문을 가지고 FPS에 대해선 생초보인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보았다.



[ 이지팩 업데이트의 효과를 확실하게 본 카스온 ]





카스온을 설치하면서 카스만 8년째인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FPS를 싫어하는 기자 : “야. 카스온라인 좀비모드가 요즘 재미있다며? 그래서 나 한번 해보려고 하는데, 뭐 어렵지 않겠지?”

카스만 8년째인 친구 : (의외라는 듯이) “아 풉~ 와우에서 레이드나 하던 애가 왠 카스온?! 인기가 대단하긴 대단하나 보구나~ 카스를 다 해보려고 하다니...”


FPS를 싫어하는 기자 : (걱정했던 바를 솔직하게 말하며) “아, 그런데 FPS를 하면 멀미와 구토증상 때문에 말이야;"

카스만 8년째인 친구 : “아~ 그 고질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이 안되지만, 이지팩 나오고서 그렇게 힘든 게임은 아니니깐 한번 해보든지~”


FPS를 싫어하는 기자 : “어 그래그래 일단은 같이 해보자. 좀 도와줘봐~~”

카스만 8년째인 친구 : “오케이~ 바이오 하자드나 우리 극장에서 영화시간 기다릴 때 했던 타임크라이시스 같은 느낌으로 하면 된다. 지금 접속!”





기자는 게임하기 전에 공식 홈페이를 먼저 들어가서 기본적인 분위기를 먼저 파악하는 편인데, 카스온은 ‘이지팩’ 업데이트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카스 유저들이 대폭적으로 증가하게 된 일등공신 업데이트인 이 ‘이지팩’의 주요 내용은 기자가 체험해 볼 ‘좀비모드’ 업데이트, 카스의 높은 진입 장벽이었던 ‘피격범위의 완화’서버인 캐주얼 서버의 등장, 그리고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는 ‘봇 모드’를 업데이트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었다.



[ 진입장벽을 낮추려고 노력한 업데이트들이다. ]



0레벨 캐릭터로 게임에 접속하고, 좀비 모드로 선택하니 카트라이더 만큼이나 쉽게 게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친구 曰 : 세상 참 좋아졌다고 한다~)


로딩 화면에서 잠깐 나온 설명에 의하면 테러리스트와 대테러리스트가 교전하던 지역에 갑자기 돌연변이가 나타났고, 둘이 치고 박고 싸우다가 갑자기 나타난 좀비 때문에 힘을 합쳐 좀비에 대항한다는 살짝 유치한 스토리이다. (왜~ 전장에서 둘이 잘 싸우다가 좀비 숙주가 나타나는 거냐고~)



[ 이 스토리로 영화 만들면 딱 B급 호러가 탄생한다. ]



즉, 갑자기 나타난 좀비 숙주는 엄청난 체력과 빠른 이동속도를 과시하며 모든 유저를 좀비로 만들려는 ‘나쁜놈’이고, 아무리 전과가 있고 악질인 테러리스트도 이 좀비방에서 만큼은 ‘좋은놈’이고, ‘나쁜놈’한테 당해 멀쩡했다가 좀비로 변해서 둘 사이에 어정쩡해진 ‘이상한놈’란 3자 구도가 형성되는 것.



[ 좀비 모드의 출연진들 ]



초반에 기존 FPS와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이 착용할 장비를 선택하고, 게임이 시작되면 방에 들어와있는 인원수에 비례해서 몇 명이 좀비 숙주로 변신하게 된다. 왜 변했는지는 묻지 말자. 그냥 자신이 변했으면 술래라고 생각하고 닥치는대로 잡아서 모두 다 좀비로 만들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지는 것.



[ 좀비모드의 기본 컨셉은 뭉치면 인간, 흩어지면 좀비. ]






게임 시작 전까지 술래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서로 살아 보겠다고 뭉치라고 하는데... 그 뭉쳐있는 한가운데에 좀비 숙주가 나오면 순간 방은 비명과 유혈이 낭자하는 좀비방으로 변해 버리고, 그렇다고 서로 떨어져서 한명씩 있다가는 각개격파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초반부터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혈안이 된다.



[ 살려고 뭉쳐 있는데 한가운데에 좀비 숙주가 나타나면... ]



[ 순식간에 이렇게 되면서 아수라장이 된다. ]



사실 게임은 정말 단순했다. 오히려 ‘이렇게 단순한데 갑자기 유저수가 급증한 이유?’라는 반문이 생길정도 였으니...


하지만 게임을 몇 판 하다보면 질문에 대한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그 동안 카스가 다른 국내 FPS에 비해 어렵다는 진입장벽의 문제점들을 이번 이지팩 업데이트를 통해 얼마나 잘 해결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단순하면서도, 게임에 몰입하면 할수록 게임은 재미가 있다. 인간이든, 좀비 숙주가 되든 죽이려고 노력하고 살아보려고 집중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중독되는 자신을 경험 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좀비가 되면 세상살기를 포기한 채 자신만의 놀이를 하는 유저들도 보였다. 팀킬을 한다거나, (그런데 좀비들의 체력이 높아서 워낙 죽지를 않는다;) 길막을 한다거나 별별 사람들이 다 있다.



[ 닭과 놀아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



게임에 너무 집중을 한 나머지 음성채팅으로 욕설이 난무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물론 부정적인 부분이고 분명 시스템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문제라 할 수 있지만, 어쩌면 진정한 전장에서 싸움하는 기분을 배가시켜주는 플러스 요소일지도 모르겠다.



[ 리얼리티성은 실제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



높은 체력을 가지고 있고, 인간보다 이동속도가 빠른 좀비를 상대로 일반적인 플레이를 펼치다가는 모두 다 좀비로 변해버릴 상황이라, 인간 유저들은 한번 살아보겠다고 그 맵에서 쓸 수 있는 버그란 버그는 모두 다 사용한다.


또 근접 공격밖에 하지 못하는 좀비 유저는 버그 지형에 올라가 있는 인간 유저를 한번 잡아 보겠다고 좀비 사다리를 구축하는 등, 좀비 유저들도 나름대로 쓸 수 있는 버그란 버그는 다 사용한다.


이렇게 필사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며, ‘21세기에도 이런 버그를 악용하게 두는 게임이 있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한번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 치는데 버그쯤이야 눈감아 주는 개발사일까?’라는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하게 된다. (친구는 이런 지형을 이용한 플레이는 버그라기 보다는 FPS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암묵적인 룰이라고 했다.)


이 말도 나름 이해가 되는 것이, 유저들이 버그를 서슴없이 사용하는데도 한판은 ‘좀비승리’, 한판은 ‘인간승리’의 업치락 뒤치락하는 전세를 보인 다는 것. 묘하게 밸런스가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한판 한판을 진행하면서 각 맵에 대해 지형을 이용하는 법도 알게되고, 기자가 숙주로 당첨된 후 모여있던 근처 인간들을 모두 좀비로 변신시키는 짜릿한 손맛도 경험하고, 지형을 이용한 버그였지만 제한 시간동안 생존해 ‘생존자’라는 쾌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좀비모드가 왜 재미있는지, 왜 입소문으로 퍼져가고 있는지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 저렇게라도 살면 그것이 바로 쾌감! ]





카스온을 시작하기 전에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카스 잼있지... 처음하는 사람은 좀비 모드도 재미있고, 카스는 최강 FPS인데 좀비 모드만 하면 1주만에 질린다. 그렇다고 원래 카스에 익숙해지기도 좀 그렇고...”


이렇듯 좀비 모드에서는 장점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좀비 모드를 처음 접한 유저가 느끼는 쾌감은 크다. 그 어떤 FPS에서 느끼지 못했던 스릴을 느낄 수 있고, 여러 성향의 유저들을 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들이 있기에 갑자기 많은 유저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부분일이지 모른다.


친구의 말처럼 키스온의 좀비모드가 재미있기에 처음에 열심히 하다가 질린 유저들은 다시 자신이 하던 FPS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지팩 업데이트로 적응하지 못하는 유저들도 꽤 있다는 소리다.


좀비 모드가 카스온만의 신선한 업데이트라고 말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좀비 모드는 이미 외국에서 개발되었던 MOD이기 때문에 카스를 했던 유저들이라면 전혀 신선하지가 않은 MOD 이다. 좀비모드도 좀비모드지만, 온라인시장에서 황금기인 여름방학이라는 ‘타이밍적’인 이유와 이지팩 업데이트에 포함되어 유저들이 ‘즐길거리’를 하나 제공했다는 부분도 유저 급증을 설명할 수 있는 또다른 이유일 것이다.


[ 이렇게 숨어있는 것도 하루, 이틀이어야지! ]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점은 바로 '카스온이 앞으로 써든어택과 스페셜포스를 따라 잡을 수 있느냐?' 라는 것.

카스온이 앞으로 MOD를 계속 업데이트 해 ‘Natural Selection 모드’(히드라와 싸우고 시뮬레이션을 접목한 하프라이프의 스타크래프트 모드)같은 업데이트를 통해 카스온만의 장점을 계속 이어나갈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암울했던 상황(한때 동시접속자 1만 이하까지 떨어졌던)을 타개하고 급반전을 이룩하며 중견 FPS를 모두 제치고, 순식간에 국내 FPS시장의 3위에 등극한 ‘카스온’이 이룬 성과는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유저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넥슨의 저력이라고나 할까?


앞으로 ‘써든어택’‘스페셜포스’에 어떤 새로운 업데이트로 회심의 도전장을 던질지 이미 많은 FPS 유저들은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카스만을 오랫동안 해온 유저들의 이야기를 빌어 그들의 조언을 전하자면, 좀비 MOD로 오래 해먹을 생각은 안하는게 좋지 않을까?


FPS에 생초보인 기자를 끝까지 도와주며 카스의 온갖 버그 지형을 다 알려준 친구에게 감사의(?)말을 전하며...



Inven ULF - 채성호 기자
(ulf@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