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NDC 2017에서는 화제의 강연 '게임 관련 법령 2017 리뷰'가 진행됐다. 올해 강연도 "세션의 내용은 회사의 공식 입장과 무관하며, 편의와 쉬운 이해를 위해서 극단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도 있다"는 선서와 함께 시작됐다.

얼핏 어렵게만 느껴지는 게임과 관련된 각종 법과 사례를 만담으로 풀어낸 이번 법령 시간에는 3년째 계속되고 있는 킹닷컴과 아보카도의 소송전을 시작으로 올해 유달리 많았던 각종 표절 관련 송사, 그리고 장안의 화제 확률형 아이템 규제와 관련된 다양한 얘기들이 오갔다.

이런 이전 사례와 더불어 앞으로 바뀔 게임 법령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알기 쉽고 재밌게 풀어낸 '게임 관련 법령 2017 리뷰'를 들어보자.

▲ 좌측부터 이홍우 법무실장, 이원 프로젝트 A1 라이터, 김관중 IP팀 팀장



■ 지난 줄거리 - 끝나는 듯 끝나지 않은 킹닷컴 VS 아보카도 소송전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이들은 지난 NDC 2015와 2016에서 다뤘던 킹닷컴과 아보카도 간의 소송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난 2014년 9월 18일, 킹닷컴은 아보카도가 자사의 게임을 표절했다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서울 중앙지법 민사합의 12부는 킹닷컴의 일부 승소를 인정해 당시 11억 6800만원+매월 8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내용상으로는 킹닷컴의 완승에 가깝웠다.

하지만, 저작권법에 대해서 승소를 받은 건 아니어서 아쉬움도 있었다. 정확히 말해 1심 판결은 저작권 침해가 아닌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을 적용해 그 위반 여부로 판결을 내린 거였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NDC 2016에서는 당시 킹닷컴과 아보카도 간의 소송은 끝난 게 아니며, 저작권과 관련된 조항도 아닌 만큼 판결이 뒤바뀔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아보카도는 항소했고 그 결과 2심 판결에서 판결이 뒤집어져 킹닷컴이 패소했다. 2심에서는 규칙, 화면 구성 등을 세분화해 분석했고 그 결과 아보카도가 킹닷컴을 표절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우선 실질적 유사성에 대해서는 3매치 퍼즐이라는 규칙은 기본적인 아이디어의 영역이기에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게임 화면 구성 및 디자인 역시 기타 3매치 퍼즐 게임에서 많이 사용된 형태였고 그중에서도 퍼즐 구성의 경우 '팜히어로즈 사가' 이전에도 많은 3매치 퍼즐 게임들에서 있었던 레벨 디자인이라고 2심은 판단했다. 단순히 비슷하고 유사하다는 측면만으로 표절이라고 판단하긴 어렵다는 게 2심의 판결이었다.


이로써 킹닷컴은 패소했다. 그렇다면 이대로 끝난 걸까? 그렇지는 않다. 킹닷컴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된 상태이고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지만 소송의 주체인 킹닷컴은 남아있어 3심 결과 예측 불가 상황이다. 이러한 킹닷컴과 아보카도의 소송은 게임의 표절은 저작권법에서 인정받기 매우 어렵다는 사례를 보여줬다. 하지만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아이디어 보호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 만큼, 대법원 판례 결과에 게임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2016년, 유달리 많았던 표절 관련 송사


이어서 이들은 지난 한 해 유달리 많았던 표절 관련 송사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한 해는 유달리 표절 관련 송사가 많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주목할 만한 판결이 제대로 난 사례가 없어 아쉬움이 있었다. 명확한 판결이 없으니 표절이 난무했고 이에 송사가 많아졌다.

여러 게임의 사례를 정리하자면 같은 IP로 같은 장르의 게임을 만드는 '프렌즈팝'과 '프렌즈팝콘'같은 경우와 게임 규칙이 저작권으로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터져나온 '모두의 마블'과 '부루마블' 소송 사건 등이 있었다. 물론 그 외에도 리소스를 도용한 '트리 오브 세이비어'와 '로스트테일' 사건이나 액토즈/샨다 VS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 IP 쟁탈전 등 온갖 표절 관련 송사가 난무했다.


이런 송사가 증가한 데는 게임 시장 환경이 변화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었다. 온라인 게임 시장은 줄고 모바일 게임 시장은 증가하고, 중국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개발사에선 사업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리스크를 낮추고 수입을 낮게 조정하는 식이었는데 여기서 바로 자체적으로 보유한 IP를 이용한 라이선스 사업이 두드러졌다. 문제는 중국이라는 변수가 개입하면서 생겼다.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며 중국 개발사들이 표절 및 도용작 같은 저품질 게임을 만들어 치고 빠지는 전술을 하다보니 한국에서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로스트테일'이 대표적인 예로 무결성 조항을 넣어 IP를 침해하지 않았음을 명확히 표시해 문제가 생길 경우 개발사에서 나서겠다고 했지만, 정작 문제가 생기니 개발사는 속된 말로 배째라 하는 식으로 계약을 무시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이런 분쟁을 막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계약을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IP 라이선스 사업이 두드러진 만큼, 해외 게임 수입, 수출할 때는 필수다. 또한, 이들은 일상적으로 업계에서 사용되는 용어라 할지라도 법원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용어와 규정 등을 정의하는 데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액토즈/샨다 VS 위메이드의 사례를 들어 공동저작물 선언은 될 수 있으면 안 하길 추천했다.

여기에 더해 계약의 기간에도 유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계약이 언제 끝나는지 자동갱신이 되는지 언제부터 기산되는지 등 잘못해서 영구무한 계약의 늪에 빠지는 건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앞선 킹닷컴과 아보카도의 소송 사례로 볼 때 저작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는 IP와 관련해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추정했다. 거기에 더해 중국이라는 변수의 등장으로 리스크는 더욱 증가할 게 자명한 만큼, 꼼꼼하게 계약해야 함을 강조했다.




■ 자율이냐 타율이냐 -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


다음으로 이들은 최근 가장 게임업계에서 화두인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2015년 3월 9일 발의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에는 사행성 여부와 정도를 게임물에 표기해야 한다고 규정했었다. 이 발의안은 19대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지만 당시 확률형 아이템이 얼마나 뜨거운 감자였는지 알 수 있는 사례였다. 이렇듯 정부에서 규제하려 나서자 한 발 먼저 게임업계가 나섰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를 중심으로 개발사가 모여 사행성으로 비난받을 여지를 줄이기 위해 자율규제를 하겠다고 밝힌 거였다. 하지만 정부와 게이머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말 뿐인 자율규제라고 생각했고 그럴거면 아예 확률을 공개하라고 거세게 압박했다. 그렇지만 업계에서는 확률을 표기하는 건 자칫 영업 비밀을 침해할 수 있다면 강제적 확률공개는 거부했다.


하지만 자율규제는 어설펐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정확한 확률이 아닌 구간별 공개하는 식이었으며 자율규제였기에 안 지킨다고 패널티를 받지도 않았다. 이에 다시금 20대 국회가 나섰다. 자율규제의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해 지난 2016년 7월 4일 노웅래 의원을 중심으로 개별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게임 내 공개하라는 법안을 발의, 추진 중이다.

한편, 그러던 중 터진 '데스티니 차일드'가 확률 논란은 게임업계가 제시한 자율규제를 더욱 벼랑 끝으로 몰았고, 결국 게임산업협회(전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는 새로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안을 들고 왔다. 하지만 지금도 자율규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지금까지 자율규제를 하겠다고 해놓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는데 확률형 아이템을 강제로 규제한다고 하니 그걸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얘기다.

과연 확률형 아이템은 자율규제로 남게 될까? 아니면 정규가 법제화해 타율규제의 길을 걸을까? 게임산업 발전을 저해한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논란인 만큼, 앞으로도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그 외 화제의 법령은? - 외부감사법 전부 개정안 & 청탁금지법 * 자체등급분류제도


마지막으로 이들은 그 외 화제의 법령으로 외부감사법 전부 개정안과 청탁금지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국내에서는 많은 개발사가 분기별, 연간 매출을 공개한다. 그런데 이때 공개되지 않는 거대 개발사가 있다. 바로 국내 PC방 순위 1, 2위에 있는 '리그오브레전드'와 '오버워치'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와 블리자드다. 그들은 주식회사가 아니기에 국내에 매출을 공시할 의무가 없다.

하지만 외부감사법 전부 개정안의 경우 유한회사도 외부감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 상정된다면 수년간 국내 게임 시장에서 최상위에 군림한 그들의 실적이 그대로 공개될 것이다.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의 경우 공무원, 공기업, 공공기관 공직자 등이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를 금지한 법안이었는데 아직은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형사고소 피해자가 담당 수사관에게 떡 상자를 제공한 게 위반으로 판정돼 떡값의 2배인 9만 원 상당의 과태료를 부과했다든지 공무원끼리 음료수를 건넨 걸 위반으로 판정한 사례 등이 있었다.

게임업계에서는 최근 낙성대 의인 사건으로 화제가 됐다. 낙성대 의인이었던 곽경배 기자는 게임 전문지 기자였는데 그의 치료비를 LG와 엔씨에서 지원한다고 하자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냐는 얘기가 들려왔다. 다행히 국가국민권익위원회의 유권해석에서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정이 됐지만, 청탁금지법의 허술함이 노출된 사건이었다. 이는 청탁금지법이 아직 정착되지 못해서 생긴 해프닝으로 향후 제도가 보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자체등급분류제도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게임등급제도는 점차 민간으로 이양됐지만, 중간에 '바다이야기'사건이 터짐으로써 정체됐다. 이양이 늦춰지면서 어느새 심의기구가 세 개나 되고 PC와 모바일을 따로 심의받는 복잡한 형태가 됐다. 다행히 올해부터 모바일 게임은 오픈마켓 사업자가 자율 심의를 정할 수 있게 되는 등 점차 정부에서 민간으로 이양되고 있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