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투스튜디오 김종연 대표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에 VR PARK가 오픈 됐다. VR PARK는 한국 최초로 STEAM이나 OCULUS 스토어의 콘텐츠를 이용한 VR 체험관이 아닌 독자적인 한국 내 개발 콘텐츠만으로 구성된 오프라인 VR 테마파크로 관심을 끌었다.

엔투스튜디오의 김종연 대표는 2016년 12월 개관을 준비하며 고민했던, 그리고 개관 이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경험과 교훈을 공유했다.

관련기사
[취재] 나 혼자 다녀왔다! VR 체험존, 영등포 'VR 파크' 탐방기


VR파크는 국내 최초로 자체 콘텐츠로 운영되는 VR 체험 존을 기획하다가 시작했다. ViVE를 사용하지만, 스팀을 통한 게임 공급이 아니라 순수하게 VR 테마파크를 위해 개발된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처음부터 마음먹었다.

이 사업은 CGV와 바른손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업이었다. 두 개의 큰 손이 투입되는 사업이기에 VR 사업의 청신호로 판단했다.

그들이 우리에게 준 미션은 간단했다. VR 파크에 들어갈 5개의 게임을 만들어라. 사실 오프라인 콘텐츠 5개를 짧은 시간 안에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프라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사전 분석을 했다. 가장 먼저 타겟 유저층을 정했다. 타겟 유저 층 자체는 공간을 기반으로 정리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디에 매장을 만들고 누가 게임을 하게 만들 것인지 맥락이 연결됐다.


VR 파크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설립하기로 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는 배후지역으로 영등포, 강서 멀게는 인천까지 가지고 있었다. 또한, 몰링 문화의 선두주자였다. 그래서 많은 인원이 방문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또한 영화관 안에 위치할 예정이어서 가족, 연인, 학생 등 다양한 방문객이 찾아올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물론 사람이 많은 만큼 타겟팅을 하기 힘든 공간이긴 했다. 일단 영화관 측은 가족적인 콘텐츠를 원했다.

그래서 가족적인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가족적인 콘텐츠라 함은 폭력, 도박, 선정성이 배제된 콘텐츠로 정의했다. 아울러 '덕'스럽지 않은 콘텐츠를 만들기로 했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으면 했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VR 파크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게이머가 아닌 확률이 있으므로 난도도 낮게 잡았다. 이들은 VR 장비 자체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므로 게임적인 요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재미없어할 확률이 높았다.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지고 이 100평 남짓 되는 공간을 어떻게 꾸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해리포터 존처럼 만들기로 했다. 대기부터 어트랙션까지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가족 단위 사용자들이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해리포터 존을 고려했다.

어트랙션 라이딩 콘텐츠는 CGV와 나누어 개발했다. 우리는 영상을 개발했고 CGV는 체어의 움직임을 제어했다. 기어 VR을 통해 영상을 투시하고 4D체어의 움직임을 통해 체감을 극대화하기로 한 전략이었다.

어트랙션 영상 제작 자체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유니티 엔진을 사용하였고 에셋을 받아 영상을 촬영했다.

제작 작업 자체는 순조로웠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니 잘못된 점이 많았다. 우선 멀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오랜 콘텐츠 제작사로서 멀미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영상은 우리가 만들고 어트랙션 제어는 우리가 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문제가 발생했다.

멀미는 갑작스럽게 이동속도가 감소하는 부분에서 발생했다. 직선 운동 중에 발생한 속도 감속이 멀미를 일으키는 주요 요소였다. 탑승물의 속도 감소는 직선 운동에서 금기사항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상승과 하강과는 다르게 직선 운동 중에는 의자를 움직일 수 없다. 그래서 유저가 속도가 줄어든다는 것을 느끼기 힘들다. 속도를 조절하고 그에 맞추어 체어의 움직임을 만들어야 제대로 된 영상을 제작할 수 있음을 알았다.


이 어트랙션 영상은 완급조절에서도 실패했다. 우리는 그냥 빠르게만 하면 반응이 좋을지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계속 질주만 하니까 긴장감이 없었다. 추락, 충돌, 급상승, 급하강 등 긴장감을 줄 만한 요소가 필요함을 배웠다. 연출작인 요소를 반드시 가미해야 한다.

리더의 부재도 영상의 문제점이었다. 사람을 끄는 리더가 아니라 선행 자를 뜻하는 리더다. 오락실에서 라이딩 필름을 보면 거의 100% 선행 열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완급조절이나 속도 조절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먼저 앞서 달리는 오브젝트가 있어야만 탑승자가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이다. 상당히 잘 알려진 이론이므로 우리도 이것을 알고 있었고, 비슷한 의도로 눈앞에 레일이 생성하게 했으나 효과는 미비했다.

앞서 말했듯 스팀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게임은 배제하기로 했다. 그런 상태에서 스팀 게임과 차별화된 게임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답은 2인 협동 플레이였다. 물론 솔로도 할 수 있게 제작은 하긴 했는데... 2인 협동 플레이를 단정하고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방 문화를 생각해 협동 플레이를 고안했다. 한국은 방에서 노는 문화에 굉장히 익숙하다. 골프존, 스트라이크존, 노래방처럼 독립된 방에서 노는 것을 굉장히 즐거워하고 커뮤니케이션에 중점을 둔다. 그 안에서 게임을 즐기게 했다. 독립된 공간에서 즐기면서 "다음에는 이렇게 해보자"라는 식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했다. 이게 스팀을 이기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 슈팅팝 플레이 화면

빌리언 후드와 슈팅팝 모두 2인 협동 형태로 개발했다. 개발 기간이 짧아서 동료가 보이지도 않았고 같은 역할이 중첩되는 협동 플레이였다. 나중에 동료가 보이고 서로 상호보완하며 게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바꿨지만, 처음에는 그랬다.

버블팝의 경우 UI를 3D로 제작했다. 화면에 직접 붙이지 않고 고유의 좌표를 가지도록 설정했다. 그래서 초점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했다.

UI가 고정돼서 좋은 점도 있었지만, 단점도 있었다. UI가 안 보이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래서 캐치 캣이라는 새로운 게임에서는 팝업을 활용해 3D좌표를 설정했다. HMD가 바라보는 방향에서 일정 거리에 UI가 등장하도록 했다.


VR파크는 오픈 후 첫 3일간 1,200명을 끌어모았다. 그 후 근 2개월간 주중 하루평균 입장객 100명을 기록했으며 주말에는 2배 이상이 입장하기도 했다. 주 고객층은 20대가 50%였으며 30대가 26%, 10대가 12%로 그 뒤를 이었다. 처음 기획했던 '가족'이 즐기는 콘텐츠 의도와는 달라졌다.

방문 고객의 대부분은 커플이었고 그다음으로는 가족이었다. 친구끼리 온 경우는 여성 친구끼리 온 비율이 높았다. 드물게 어르신들도 찾아왔다. 공간의 특성상 커플이 많았지만 때때로 단체 관객도 찾아왔다. 특히 개강, 개학 이후 단체 관람객들이 많이 찾았다.

대체적으로 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그리고 게이머보다는 일반인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사실 우리 처지에서는 게임이라 보기도 힘든 간단한 게임들이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 게임답지 않은 콘텐츠가 접근성이 높았다.

서비스로 하나의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다. 콘텐츠에 멀미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고객은 VR에 돈을 지급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재미있게 즐기기까지 하는 것이 현재의 VR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