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이 인정하는 이가 있다. 극단에 가까울 정도로 폭넓은 아트 스타일을 아무렇지 않게 구사하며, 깊은 매력을 발산하는 천재 아티스트. 심지어 성품까지 좋다."

-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 임학수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NDC. 오랜 기간 다양한 강연은 물론 아트전, 게임 체험회, 음악전 등 다양한 행사들로 행사를 가득 채워왔다. 하지만 올해 처음 열리는 행사도 있으니 바로 아티스트의 '개인전'이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실력파 아티스트 '이근우'다.

2004년부터 넥슨과 인연을 맺은 이근우 아티스트는 '어둠의 전설', '테일즈 위버', '마비노기', '마비노기 영웅전', '프로젝트 A1' 등에 참여하며 다양한 작품을 그려왔다. 특히, 이근우 아티스트는 게임의 분위기에 맞춘 다양한 화풍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NDC2017의 열기가 한창 뜨거워진 마지막 3일차에는 이근우 아티스트와 함께 이야기 나눌 시간이 주어졌다. 그는 첫 개인전에 실린 작품 소개부터 원화가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 넥슨의 이근우 아티스트.


Q. 개인전 제안을 받았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

주변에서 개인전 추천을 해주어 작품을 출품하게 됐다. 회사에 오래 재직한 데 대한 예우는 아닐까.(웃음)

우선, 넥슨에 저보다 더 그림을 더 잘 그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NDC 첫 개인전 기회를 얻게 되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더불어 내년에는 저보다 훌륭한 아티스트가 출품할 것이기에 기대하고 있다.


Q. 이번 개인전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딱히 콘셉트가 따로 있기보다는 한 회사에 오래 재직했기에 가능했던 많은 작품을 연대기 형식으로 보여드리듯 구성했다. 이근우의 넥슨 히스토리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Q. 원화가가 프로젝트에서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최근에는 게임의 장르가 많아져 회사나 팀마다 원화가의 역할이 다르지만, 원초적인 원화가의 역할은 프로젝트가 시작할 때 무에서 시각적인 비전을 최초로 제시하는 일을 한다. 초기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Q. 디렉터의 요청을 받아 원화를 제작하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우선 발주가 들어가기 전 업데이트나 작품과 관련한 콘셉트에 관해 설명을 듣는다. 그럼 여기에 맞게 시안을 작성하면서 디렉터와 다양한 방식으로 협의를 진행한다. 보통 이 단계에서 오랜 기간이 걸린다. 시안이 만들어진 후에는 채색 등의 작업을 거치는데 이 기간에는 아티스트의 역량에 따라 작품의 결과가 좌우되게 된다.


Q.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 영감은 어디서 얻는가.

영감이 갑자기 떠오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보통은 기획자들과 회의를 거쳐 만들어지게 된다. 스토리는 무엇이고 성격은 어떤지, 무기는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화이트보드에 그림도 그려보면서 캐릭터를 만들어나간다. 또한, 레퍼런스나 자료를 참고하면서 만들고자 하는 캐릭터를 구체화해나갔다.

어느 정도 캐릭터가 완성되면 이후에는 원화가의 역량에 따라 채색은 어떻게, 체형은 어떤 식으로 할지 생각해 살을 덧붙이는 방향으로 나간다.



Q. 프로젝트 결과물에 아티스트만의 개성을 넣는 것이 가능한가.

원화가의 역할 중 중요한 것이 프로젝트 스타일에 맞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오던 작업 습관이 있어 아티스트만의 스타일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다만, 내 스타일을 더 드러낼 것인지, 아니면 프로젝트에 맞출 것인지는 프로젝트마다 다르다.


Q. 프로젝트마다 원화 스타일이 다르다. 따로 노력하는 부분이 있나. 또한, 다양한 작품 중 자신의 스타일을 잘 살렸다고 생각되는 작품은 무엇인가.

한창 운영 중인 게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내 스타일을 크게 드러내기보다는 프로젝트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그래서 기존 스타일에 맞출 수 있도록 기존 작품을 연구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작업 자체를 본다면 마비노기 영웅전에 참여했을 때가 가장 즐거웠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작품 스타일을 꼽자면 '테일즈위버'나 '마비노기'의 애니메이션 스타일이고. 그런데 그런 스타일의 작업을 맡을 기회가 쉽게 생기지는 않더라.(웃음)



Q. 원화와 완성된 게임 속 캐릭터의 괴리감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가.

이런 괴리감은 2D 게임보다 3D 게임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보통은 완성된 모델 위에 직접 그림을 리터칭해 모델러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교환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 '마비노기 영웅전'의 '린'과 '벨라'가 그렇게 작업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괴리감이 적은 편이라고 느끼고 있다.


Q.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결방안을 찾는가.

다른 일을 미뤄두고 영화를 보는 편이다. 새로운 영화보다는 과거에 재미있게 봤던 영화들. 이런 영화를 보면 아이디어가 직접 생각난다기보다는 이런 장면을 그려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겨난다고 할까?



Q. 미래의 원화 트렌드는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나.

지금 아티스트들은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국적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을 공유할 수 있다. 과거처럼 '동양풍', '서양풍'의 작품이라는 경계는 사라지는 셈이다. 그래서 굳이 트랜드가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시기가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