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 신규 확장팩 '운고로를 향한 여정'이 적용된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이쯤이면 슬슬 메타가 안정화된 모습을 보여줄 시기인데도 여전히 여러 종류의 덱들이 순위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습니다. 1티어 덱이 없다고 평가될 만큼 다양한 덱들이 활약하는 환경이 조성되어 모든 직업이 운고로 메타를 신나게 즐기고 있죠.

지난 확장팩에서 힘들었던 성기사는 긴 암흑기를 지나 화려하게 부활했고, 사제도 재미와 승률 둘 다 잡은 덱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냥꾼의 승률이 주춤하고 있지만 아직은 양호한 상태고, 주술사는 꾸준히 연구가 진행 중이죠. 전사, 도적은 퀘스트 카드만으로도 강력한 덱을 만들 수 있고, 드루이드와 마법사는 이미 운고로에 적응을 마친 상태입니다.

그러나 단 한 직업, 흑마법사만은 이 상황을 즐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흑마법사는 유례없는 최악의 승률과 점유율을 기록하며 가장 약한 직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최고의 영웅 능력을 갖추고 있는 흑마법사가 어떻게 이런 지경까지 이르게 된 걸까요? 그 이유가 뭔지, 나아가 선수들은 어떤 방향으로 흑마법사의 재기를 꾀하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 '흑마'당한 위니 덱과 컨트롤 덱, 그리고 악마 덱

일부 유저는 흑마법사 부진의 이유로 기존 카드의 야생 편입을 꼽습니다. 특히 '리노 잭슨'과 '압도적인 힘'이 사라진 것이 가장 크다고 말이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뒤가 생략된 이야기입니다. 다른 직업도 동일하게 기존 카드가 야생으로 편입되었기 때문이죠. 지금 흑마법사가 약해진 정확한 이유는 기존 카드 대신 추가된 카드가 다른 직업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흑마법사의 영웅 능력은 오리지널 시절부터 최고의 효과로 평가되었습니다. 카드의 성능이 같다면, 흑마법사가 가장 강한 직업이 될 가능성이 높았죠. 따라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흑마법사 직업 카드는 어느 정도 비효율적인 효과를 추가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아니면 다소 수동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든지요.

하지만 단순히 이것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지난 정규전까지는 흑마법사도 괜찮았거든요. 진짜 문제는 흑마법사에게 확실한 테마 카드를 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이랜더 테마에는 오히려 좋게 작용했지만, 정규전에서 더는 활용하기가 어렵죠.

우선 정규전 이후 흑마법사에게 주어진 테마를 확장팩 및 모험 모드별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카드의 성능은 제외하더라도, 확장팩 '고대신의 속삭임'과 모험 모드 '카라잔'까지는 비교적 골고루 테마 카드가 주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위니와 버리기 테마에 집중되어 있죠. 당시에는 위니 흑마법사와 버리기 테마를 채용한 위니 흑마법사가 유행했고, 승률도 높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확장팩 '비열한 거리의 가젯잔'에서 위니와 버리기 테마 카드는 전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컨트롤 덱에 어울리는 카드와 악마 테마 카드들이 추가되었고, 다소 뜬금없이 멀록 카드도 추가되었습니다. 아직 악마 테마 덱을 구성하기에 충분한 카드가 없어 악마 테마 대신 컨트롤 덱이 유행했죠.

이러한 순서라면, 이번 확장팩 '운고로를 향한 여정'에서는 위니나 버리기, 악마 테마 중에서 최소한 두 개의 테마에 카드가 추가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확장팩에 추가된 카드 대부분은 버리기 카드와 컨트롤 덱에 쓰일만한 카드였습니다. 위니 덱에 사용할만한 카드는 '굶주린 테러닥스'가 유일했고, 악마 테마는 완전히 버려진 상태죠.


▲ 지나간 테마는 끝인가? 잊힌 악마 종족


'리노 잭슨'이 야생전에 편입된 만큼, 다른 회복 수단을 주지 않은 것도 큰 문제입니다. 오히려 '핏빛꽃'과 '딸깍거리는 실리시드'와 같이 생명력을 비용으로 사용하는 카드가 추가되었으니, 흑마법사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카자쿠스가 정규전에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하이랜더 카드가 추가되지 않은 것도 의문점입니다.

현재 흑마법사에게 주어진 버리기 테마는 무작위성이 너무 커 안정성이 떨어집니다. 버리기 덱에 그것을 상쇄할만한 힘이 있지 않기 때문에 낮은 승률을 유지하게 되죠. 다른 테마 덱을 사용하기에는 카드가 적어 그만큼 상승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한마디로 다른 직업에 비해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위니 덱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난 확장팩에 악마 카드가 다수 추가된 만큼 이번에 악마 테마를 확실히 밀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남은 희망은 핏빛꽃뿐이야! Savjz의 핏빛꽃 흑마법사

흑마법사 카드의 효율이 떨어져 사용할 수 없다면 해결책은 없을까요? 유럽 유명 플레이어 Savjz는 흑마법사의 직업 카드를 최대한 적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덱이라면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Savjz가 선보인 흑마법사 덱은 흑마법사 직업 카드 13장과 중립 카드 17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 흑마법사 직업 카드의 하수인은 '군주 자락서스'가 유일해, 사실상 모든 직업 카드가 주문 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죽음의 고리'와 '지옥의 불길'을 제외하면 비용이 5, 6, 10인 높은 코스트를 가지는 주문들이죠.


▲ 보통이라면 두 장 넣기 어려운 주문들


이러한 덱 구성을 가능하게 해주는 카드는 운고로 신규 주문 카드 '핏빛꽃'입니다. 이번 턴에 시전하는 다음 주문을 마나 대신 생명력을 비용으로 지불해 사용하는 효과로, 고비용의 주문 카드와 연계하면 체력이 낮아져 위험해지는 대신 아주 효율적으로 게임을 이끌어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흑마법사 주문 카드 '파멸!'과 함께 사용하면 마치 상대 턴을 한 번 건너뛴 듯한 느낌을 주기까지 합니다.

문제는 그만큼 낮은 생명력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어 언제라도 게임이 끝나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혼합물 전문가'를 적극 채용, '파멸!', '지옥의 불길'과 연계해 최대한 체력 손실을 막습니다. '알렉스트라자'나 '군주 자락서스'도 회복 카드의 일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존 거인 흑마는 '도발' 효과를 통해 게임을 풀어나갔지만, 이 덱은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합니다. 직업 카드를 적게 사용하는 만큼, 상황에 따라 채용되는 중립 카드들을 가득 채워 상대의 계획을 방해하는 형태의 플레이를 합니다.

'굶주린 게'로 멀록 덱에 대항하고, '비밀을 삼키는 자'를 통해 비밀 카드를 사용하는 직업을 저격합니다. '잿멍울 괴물'은 어그로 덱을 상대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죠. '비겁한 밀고자', '걸신들린 수액'도 모두 특정 덱을 노리고 채용되는 카드입니다. 이를 통해 상대의 플레이가 충분히 제한되었다고 느껴질 때, 강력한 하수인들을 차례로 전개하면서 승기를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제법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 굶주린 게와 운명의 파멸의 성공적 사례


▲ 유럽 서버 6위까지 올라간 Savjz의 핏빛꽃 흑마법사



■ 어둠을 등진 흑마법사도 대안이 될까? '어둠을 등지다' 흑마법사

흑마법사 카드를 적게 사용하는 것이 방법이라면,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덱이 있습니다. 흑마법사 주문 카드 '어둠을 등지다'를 주축으로 한 덱으로, 흑마법사가 아닌 다른 직업을 플레이하는 덱입니다.

이 덱은 모험 모드 '한여름 밤의 카라잔'이 발매되면서 처음 고안되었고, '어둠을 등지다'를 포함한 흑마법사 주문 28장과 '반즈', '해방된 분노 이샤라즈'로 구성됩니다. 초반에 반즈가 잡힌다면 반즈 효과로 이샤라즈를 소환한 후 '어둠을 등지다'를 사용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적당한 타이밍에 덱을 바꾸어 플레이합니다. 이샤라즈 소환에 성공한다면 초반부터 필드를 강하게 잡을 수 있어 게임이 크게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무작위로 덱이 생성되기 때문에 안정성이 가장 큰 문제인데, 카드 효과로 모든 카드의 비용이 1씩 낮아져 생각보다 꽤 경쟁력이 생깁니다. 특히 직업과 상황에 따라서는 정말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이 정도 승률이라면 예능 면에서는 1티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이 덱, (예능) 1티어다!


▲ 따효니의 어둠을 등지다 흑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