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콤은 간만에 E3에서 어깨를 폈다. 엄청난 대기열을 자랑하는 액티비전과 자웅을 겨룰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렸다. 오죽하면 한 공간에 수용인원이 넘치는 것을 막고자 줄을 서기 위해 또 대기하는 줄을 만들었을까. 그만큼 '몬스터 헌터 월드'에 대한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시연버전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린 이유는 개발자가 게임 하는 것을 보기 위해서다. 캡콤은 사방을 높은 장막으로 둘러치고 영화관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그 안에서 실제 시연 장면을 보여줬다. 20분가량의 시연 장면을 보기 위해 1시간을 넘게 기다렸다. 그나마 아침 일찍 달려가서 1시간이었다.

'몬스터 헌터: 월드'는 3인칭 시점의 수렵 액션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캠프 밖을 돌아다니는 대형 몬스터를 포획하거나 수렵하는 '헌터' 역할을 맡는다. 수렵을 통해 재료를 확보하고 강한 무기와 방어구를 얻는다는 기본 구조는 이번 작에서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시작은 캠프다. 캠프지기와 대화를 할 수 있으며 무기를 교체할 수 있다. 또한, 갑옷 외에도 길리슈트 같은 위장복 장비도 이곳에서 변경해 필드로 들고 나갈 수 있다. 시연 영상에서는 대검과 헤비보우건이 등장했다.

UI는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PS4의 시연판이라 그런지 PS4 패드의 버튼과 대응했다. 디패드로 아이템 순서를 바꿀 수 있고, L1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링메뉴 등은 포터블 기기와의 차이점이다. 아이템 사용에 '숏컷'이라는 개념이 생겨, 4개의 카테고리별로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준비된 카테고리는 'favorite', 'multi', 'communication', 'item' .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지물 상호작용과 진행 흐름이 빨라졌다는 점이다. 몬스터의 발자국을 따라가서 미션 목표를 찾거나 주위 지형지물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상호작용의 결과에 따라 경험치를 획득하고 레벨이 상승한다. 씨앗을 채집하고 곤충을 채집하는 모션은 전작들보다 훨씬 간소화됐다. 부위 파괴 부산물과 수렵 성공 후 갈무리 속도는 전작들과 같다.

필드에서 재료를 조달해서 진행하는 구조는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근간이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 반복 플레이가 강제됐고 특히 자연물 채집은 스트레스로를 유발하기도 했다. 더구나 이러한 구조는 액션의 흐름을 중간에 끊었다. '몬스터 헌터 월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인지 아이템 채집과 사용 사이클을 좀 더 속도감 있게 구현했다.

속도감을 위해서 몬스터를 추적하는 방식도 간략화되고 빨라졌다. 과거에는 위치를 외우거나 기구에게 인사를 해야 했는데 '몬스터 헌터: 월드'는 반짝반짝 빛나는 벌레(나는 길잡이 벌레라고 부르기로 했다)를 따라가면 몬스터의 위치에 도달할 수 있다. 처음에는 ???로 표시되지만, 이 길잡이 벌레를 모으며 가다 보면 이름도 알게 된다.

'몬스터 헌터: 월드'에는 페인트 볼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한 번 발견한 몬스터는 좌측하단에 표시된다. 다른 맵으로 이동하면 이동한 곳까지 표시된다. 좀 더 게임을 빠르게 만들려고 하는 의지가 채집과 더불어 보인다. 회복 역시 자연회복 기능이 변화하여 멈추지 않고 회복할 수 있다. 맵은 기존작품보다 2배 이상 커졌지만, 지역 간의 로딩이 없어져 상대적으로 속도감이 느껴진다.

[Monster Hunter: World Announcement Trailer]

필드는 훨씬 역동적으로 변했다. 초식동물이 몰려다니거나, 육식 몬스터가 초식 동물을 공격하는 행위만 존재했던 전작과 달리 고유의 식생을 보여준다. 단순한 적이 아닌 생태계 일부로써 그려지고 있는 모습이 강화됐다. 도스쟈그레스가 사냥에 성공한 후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와 먹이를 토해내 새끼들에게 먹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덤불에 숨는 행위는 기척을 지울 수 있어 추적할 때 용이함을 제공한다. 기존의 무릎 앉아 자세에서 전진하는 걸음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음을 상기해보면 상당히 유용한 기능이 추가된 것 같다. 또한, 몬스터의 관심을 먹이나 소리로 유도해서 상황을 회피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몬스터 헌터:월드'는 한 지역에 1종 혹은 2종만의 거대 몬스터라는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2종 이상의 거대 몬스터가 한 맵에 공존하기도 한다. 이들은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있어 영역을 침범할 때 반응한다. 소니가 프레스컨퍼런스에서 보여준 리오레우스의 난입이 이러한 이유에서다.

액션은 좀 더 화려해졌다. 이들이 마운트 액션이라 부르는 단차 공격은 좀 더 오래가고 좀 더 액티브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어느 정도의 공격 시간제한이 있었던 전작과 전체적인 견지에서의 제한은 같지만, 슬링어(Slinger)를 통해 다시 올라탈 수도 있어 연속감을 준다. 단차 공격 중 등에서 탈락할 때 주위 환경이 적당하다면 슬링어가 발동하고 다시 등 위에 올라타 '푹찍푹찍'을 할 수 있다.

리오레우스와 같이 비행하는 몬스터도 마운트 할 수 있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지면 위에서 호버링을 시도하는데 이 모습이 장관이다. 기존작과 비교해서 몬스터의 크기가 더 압도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우리가 거치형 콘솔 버전 '몬스터 헌터'를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심지어는 단검으로 푹찍푹찍 찌르던 마운트 액션뿐만 아니라, 주 무기로 등 위에서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 시연 영상에서는 안자나프(Anjanafh)의 등에 올라타 대검의 3차지를 선보였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몬스터는 광폭화에 돌입했다.

포터블 기기에서 벗어나서 그런지 그래픽은 월등하게 좋아졌다. 광폭화에 돌입했을 때 비늘 질감, 털의 질감 그리고 입 주위로 떨어지는 침의 표현 등은 전작에서는 감히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리오레우스의 브레스에 맞은 이 후, 그을린 듯한 털도 멋졌다. 그러나 '몬스터 헌터' 그래픽 어디 안 간다. 같은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게임들과 비교하면 아직 한참 많이 부족하다.

그래도 잘린 꼬리의 절단면, 광폭화 됐을 때 솟아나는 날개의 막 표현, 근육 및 질감의 표현 등을 보고 있자면 정말 많은 발전이 있었다는 점은 알 수 있다. 적어도 이제 도트는 보이지 않으니까.

아이템 사용 효과도 직관적으로 개선했다. 마비 칼을 던지면 몬스터 몸에 박힌 마비칼의 표현이 이어진다. 그냥 스탯상으로 마비 수치가 올라가겠거니 라고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빠직빠직' 거리는 마비 칼들이 몬스터의 피부 표면에서 현재 상태를 알려준다. 표현도 제법 괜찮아서 사냥하는 재미가 배가된다. 물론 직접 손맛은 느껴보지 못했지만...

영상 말미에 등장하는 헤비 보우건의 탄 효과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기조의 연장선에 몬스터 데미지 표시가 있다. 몬스터의 반응만이 판단의 바로미터였던 전작과 달리 몬스터가 받는 피해 표시가 나온다. 마치 모바일 게임처럼. 차라리 이럴 거면 몬스터의 체력바를 만들지 싶을 정도로 시리즈의 전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게임 내 일종의 지침이 몬스터 행동을 보고 판단하던 과거와 달라져 이질감이 생겼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속도감 있는 진행과 길잡이 벌레 등으로 허들을 확 낮춘 '몬스터 헌터: 월드'이므로 신규 유저 유입을 위해서는 좋은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기는 한다.

딱 20분에 걸친 시연은 안자나프의 수렵으로 막을 내렸다. 안자나프와 헌터를 동시에 상대하던 리오레우스는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갔고, 우리도 현실로 돌아와야만 했다. 현장에서는 기립박수와 온갖 감탄사로 가득 찼다. 내 옆에 있던 스페인기자가 무슨 말인지 알려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지만, 어마어마하게 흥분으로 가득 찬, 흑인 특유의 리듬 탄 감탄사는 나 역시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아마 그 흑인의 기분이 내 기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참, 장내 안내를 돕던 아나운서는 2018년 초에 PS4, XBOX ONE, PC로 출시된다고 퇴장 직전에 언급했는데 유독 'Early'를 두 번 이나 강조했다. 영상에 속은 게 어디 한두 번이었겠냐만은 이 기대감은 쉽게 지우지 못할 것 같다.

[촬영이 허용된 유일한 화면...]

["줄을 서고 싶으면 저기가서 줄을 서며 대기하세요"]

[이 풀 모형만 1시간 가까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