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리프트 라이벌즈 기간 동안 인터뷰에 나선 선수들을 대신해 입이 되어준 분이 있습니다. 이번 대회 통역을 맡은 대학원생 최원정씨인데요. 그는 대회가 치러진 4일 동안, 방송 인터뷰, 승자 인터뷰 등 다양한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대만의 미녀 아나운서 '시아오슝'이 선수들과 대화할 수 있었던 이유도, '꼬마' 김정균 코치를 향한 청혼이 언어의 장벽에 막힌 것도 바로 이분 덕분입니다.

마지막 결승전 경기가 시작되기 전, 최원정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그는 우연찮게 e스포츠와 인연을 맺으면서 지금까지 통역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통역은 우연히 시작하게 됐어요. 주변 분의 권유로 스타크래프트 타이완 오픈 대회에서 일을 하게 됐고, 그 때 플래쉬 울브즈와 인연을 맺어 당시 팀에 있었던 아프리카 프릭스 '크레이머' 하종훈 선수의 담당 통역 일을 했어요.

이번 리프트 라이벌즈는 알고 지냈던 e스포츠 관계자분이 세계 대회 통역을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어 고민 끝에 통역으로 도와드리게 됐어요. 전 세계에 동시 송출된다고 하셔서 엄청 부담이 됐는데, 그래도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원정씨는 자신이 맡은 통역 업무 중에 이번 리프트 라이벌즈가 가장 큰 일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래서 첫 날 경기부터 굉장히 떨렸다고 합니다.

"첫 날 통역에 나섰는데요. 얼굴은 웃고 있는데 손이 덜덜 떨리는 거예요. 두 번째 통역에 나섰을 때는 실수를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한 번 실수를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져서 다음부터는 좀 더 편안하게 일을 할 수 있었어요."


이번 대회 통역을 하면서 일어난 에피소드가 궁금했습니다. 첫 번째는 방송 인터뷰 자리에서 중국어로 번역해야 하는 것을 한국어로 말해 팬들을 웃게 만든 에피소드인데요. 그의 말에 따르면, 번역 스위치를 잘못 눌렀다고 합니다.

"제가 번역을 할 때는 상대의 말을 이해한 다음, 그 문장을 번역해서 말하는데요. 입으로 나올 때 머릿속에 한국어 스위치를 누르면 한국어로 나오고, 중국어 스위치를 누르면 중국어로 나오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때 스위치를 잘못 눌렀었어요(웃음)."

'비욘드' 김규석과 방송 인터뷰를 나섰을 때의 이야기도 전했습니다. 그는 함께 방송 인터뷰에 나선 김규석 선수가 많이 긴장을 해서 동질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방송 인터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긴장되냐는 질문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MVP를 제외하고는 다들 긴장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김규석 선수가 국제 무대가 처음이다보니 긴장이 많이 된다고 하길래 동질감을 많이 느꼈어요."

SKT T1 코치 '꼬마' 김정균에게 보내진 청혼을 번역하지 않은 이유도 궁금했습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너무 당황했고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봐 통역을 하지 않았다며 웃었습니다.

"제가 아직 학생이고, 제 꿈은 통역사가 아니라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계속 이 일을 할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계속 참가하고 싶어요. 대만에 있을 때도, 한국 방송을 봤거든요. OGN의 통역하시는 통이유님을 보면서 저도 저렇게 좋은 번역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원정씨는 시청자분들께 통역사분들을 좀 더 너그럽게 지켜봐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통역을 하는 것이 어찌보면 쉬워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정말 많은 스킬이 필요하거든요. 때로는 긴장할수도, 말을 더듬을수도 있는데 너그럽고 이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말에 최원정씨는 부모님과 누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말했습니다.

"제가 여덟살 위에 누나가 있어요. 예전부터 누나가 저를 엄마처럼 챙겨줬거든요. 그리고 부모님께서도 저를 잘 키워주셔서 제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었어요. 부모님과 누나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평소에는 하기 힘든 말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