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현석 에이스프로젝트 디렉터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안현석 디렉터는 현재 에이스프로젝트 개발팀에 재직 중이며, 과거 넥슨에서 팀장, 실장을 거쳐 10년가량 개발팀에서 게임 클라이언트 개발을 했다. 대표작으로는 모바일 메이플스토리 시리즈가 있다.

게임 개발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전문성을 띄는 사람들이 함께 뭉쳐 하나의 결과물을 탄생시키는 작업인 만큼 협업이 굉장히 중요하다. 집단 지성이 필요한 업무 과정에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적인 요소이며, 때문에 어떤 메신저를 통해 의사소통할 것이냐도 중요한 문제가 됐다.

10년 넘게 게임 개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안현석 에이스프로젝트 디렉터는 이에 대한 답으로 '슬랙(Slack)'을 제시했다. 2015년부터 사내 메신저로 슬랙을 사용해온 안현석 디렉터는 슬랙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설명하고자 마이크를 잡았다.


※ 내용 전달 및 편집의 용이성을 위해 안현석 디렉터의 시점에서 서술합니다.


■ 강연주제 : 우리는 '슬랙(Slack)' 한다



⊙ 슬랙이란?

슬랙은 타이니 스펙(Tiny Speck)이라는 게임 개발사에서 내부 툴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메신저다. 타이니 스펙은 당시 개발하고 있던 게임이 잘 풀리지 않자 생각보다 잘 만들어진 이 메신저 쪽으로 눈길을 돌렸고, 실리콘밸리에서 호평을 받자 슬랙 개발사로 전환했다.

타이니 스펙의 대표 스튜어트 버터필드(Stewart Butterfield)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하자면, 그는 플리커의 개발자이기도 하다.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있던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유저들이 게임 내에서 사진을 주고받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는 점에서 영감을 받아 플리커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게임보다는 메신저나 커뮤니케이션 도구에 관한 많은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슬랙은 정확히 말하면 기업용 메신저다. 최근에는 협업 도구라고 불리고, 더 넓게는 협업 플랫폼으로 분류할 수 있다. 무료라는 점이 큰 메리트인데, 보통의 협업 도구는 사용하는 인원에 따라 과금이 달라진다. 반면 슬랙은 무료 버전을 지원하며, 대신 메시지가 만 개 이상 넘어가면 가장 오래된 것부터 하나씩 사라지게 된다.

슬랙은 처음 출시됐을 때부터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했다. 최근 슬랙이 각광받는 이유는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다양한 외부 서비스와 연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슬랙의 하루 이용자 수는 500만 명, 유료 계정은 무려 150만 개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수치다.


⊙ 슬랙을 사용하게 된 계기

원래 우리 회사(에이스프로젝트)는 마이 피플을 사용해왔다. 아마 마이 피플이 국내에서는 모바일 메신저 중 최초로 피시 버전을 지원한 메신저일 것이다. 하지만, 다음 카카오로 전환되면서 2015년 초에 갑자기 서비스를 종료했다. 때문에 우리는 차기 사내 메신저를 고민해야 했다.

우리가 생각한 사내 메신저의 몇 가지 조건이 있었는데, 먼저 다양한 디바이스를 지원해야 하고, 개인 메신저와 분리되어야 했다. 또, 파일 전송과 대화 검색 기능이 잘 되어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처음에는 카카오톡과 라인을 물망에 올려놓았었지만, 2년 전만 하더라도 맥용 클라이언트 기능이 부족해 PC에서의 사용이 불편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카카오톡과 라인을 개인 메신저로 이용하고 있었다. 또한, 대화방 내 검색은 가능했지만, 전체적인 검색은 불가능했다. 유일한 장점은 파일 전송이 편하다는 것과 익숙하다는 점뿐이었다.

슬랙을 생각하게 된 건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한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슬랙은 다양한 기기에서 유연하게 동작하고, 검색 기능이 강력했다. 개인 메신저로 사용하는 사람도 없었고, 무료라는 부분도 장점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우리는 2015년도부터 슬랙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마이 피플을 사용하던 입장에서 바꾸려니 적응하기 힘든 부분도 있긴 했다.

⊙ 슬랙은 메신저가 아니다

그렇게 슬랙을 사용하다 보니 메신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됐다. 일단 슬랙은 카카오톡이나 라인처럼 사람을 중심으로 방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슬랙의 중심은 채널에 있다. 원하는 주제로 채널을 만들고 주제에 따라 사람들이 참여하는 시스템이다. 일반 메신저와는 큰 차이점이다.

업무용 메신저를 겨냥한 슬랙은 휘발성 커뮤니케이션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기존 메신저들은 중요한 메시지와 중요하지 않은 메시지를 구별하기 힘들다. 대화가 계속 진행되다 보니 이미 메시지가 올라가서 보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슬랙은 이모지 기능과 쓰레드(Thread) 기능을 지원한다. 단순한 응답은 이모지로 리액션할 수 있고, 어떤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싶으면 쓰레드로 표현해 소통할 수 있다.


또 특이한 점은 메시지의 수정과 삭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카카오톡의 경우 정정을 위한 메시지를 또 보내야 하지만, 슬랙은 메시지를 보낸 뒤에도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 대화의 쓰나미 속에서 중요한 정보가 묻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슬랙은 한눈에 보이는 메시지의 개수를 줄이는 방안을 권장하고 있다.

슬랙은 뒤늦게 채널에 참여해도 기존의 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채널을 나갔다 다시 들어와도 그사이 이뤄졌던 대화를 볼 수 있다. 또한, 기억해두어야 할 중요한 내용은 pin 기능을 통해 강조할 수도 있다. 검색 기능도 굉장히 강력하다. 특정 단어를 검색하는 모든 채널에서 그 단어가 들어간 대화를 찾아줄 뿐만 아니라 파일이나 문서 안에 있는 단어까지 찾아 보여준다.


그리고 슬랙은 오픈 커뮤니케이션, 투명하고 개방된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 슬랙을 처음 시작하면 제너럴(General) 채널이 생긴다. 이 채널은 퍼블릭 채널이라 누구나 참여하고 누구나 볼 수 있다. 또한, 채널 프리뷰가 가능하다. 해당 채널 안에서 현재까지 무슨 대화가 이뤄졌는지 파악하고,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슬랙 역시 기존 메신저와 마찬가지로 다이렉트 메시지(DM)와 비공개 채널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 수단은 최대한 적게 사용하는 게 좋다. 비공개 커뮤니케이션은 정보의 블랙홀이다. 투명한 의사소통과 원활한 정보 공유를 위해서는 일대일 대화를 줄이는 게 좋다. 완벽한 슬랙 커뮤니케이션은 비공개 채널과 DM의 비율이 1%라고 한다.

슬랙의 차별화된 요소는 또 있다. 기존 메신저의 단톡방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면 많이들 느꼈겠지만, 푸시 노이즈가 심하다. 많게는 몇백 개에 달하는 숫자가 알람으로 떠있다. 하지만, 슬랙은 선택이 가능하다. 나에게 중요한 대화는 확인하고, 중요하지 않은 대화는 넘길 수 있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채널에서 대화가 올라오면 '·'(점)으로 표시가 되고 다이렉트 메시지가 온다면 숫자로 표시된다. 채널별로 알람을 끌 수도 있으며, 하이라이트 키워드를 설정해 해당 단어가 등장하며 즉각적으로 숫자 알림을 받을 수 있게 할 수도 있다. 기존의 메신저보다 알림 설정을 다양하게 할 수 있어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슬랙은 메신저와 메일의 경계에 있다고 본다. 메신저보다는 체계적이고, 메일보다는 더 빠르고 케주얼한 협업 도구라고 정의하는 게 맞을 것 같다.


⊙ 슬랙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슬랙을 쓴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먼저 하게 되는 건 알람 설정일 것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슬랙은 알람 설정이 굉장히 다양하다. 모든 메시지의 알람을 받을 것인지, 다이렉트 메시지와 비공개 채널, 키워드 등만 받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모바일 디바이스는 별개로 설정이 가능하다. 덕분에 우리는 모든 메시지에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

특정 키워드로 알람을 받을 수도 있다. 내가 참여한 채널에서 설정한 단어를 포함한 메시지가 뜨면 숫자 알림이 뜬다. 내 이름이 들어간 키워드를 설정해두면 나와 관련된 중요한 대화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채널별 알람 설정도 가능하다. 슬랙을 사용하게 되면 채널을 굉장히 많이 만들게 될 것이다. 업무용 채널도 있지만, 동호회 채널도 있을 것이다. 중요하지 않은 채널을 뮤트 시켜 메신저 노이즈에서 해방될 수 있다.

또한, 슬랙에서는 멘션을 사용해 상대를 소환할 수 있다. 중요한 공지를 알리고 싶다면 '@'를 활용해 모두 혹은 특정 사용자를 소환하면 된다. 더불어 슬랙은 메시지 포맷팅도 가능하다. 간단한 태그를 활용해 강조나 기울임, 취소선을 표시할 수 있다. 인용문도 가능하고, 코드 블럭도 쓸 수 있다.


소스 코드를 공유하는 스니펫 기능도 있다.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고, 그 언어의 하이라이트와 인덴트도 지원한다. 소스 코드를 다이렉트 메시지로 개인에게 보내거나 채널에 공유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코드를 보고 그 코드에 대한 의견을 남기는 것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슬랙에서 제공하는 기본 이모지들이 꽤 있는데, 더 많은 감정 표현을 위해 커스텀 이모지를 추가할 수 있다. gif 파일을 지원해 움직이는 이모지도 사용할 수 있다. 감정이나 의사를 표현하는 이모지를 등록해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불필요한 메시지를 줄이고, 중요한 메시지가 위로 밀려 사라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 슬랙 : 강력한 협업 플랫폼

앞에서는 커뮤니티 도구로서의 슬랙을 살펴봤다. 지금부터는 슬랙이 각광받는 가장 큰 이유를 이야기해볼까 한다. 사실은 슬랙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외부 서비스와의 연동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슬랙은 협업 플랫폼이다'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일단, 슬랙은 다양한 업무를 통합할 수 있는 메신저다. 메신저의 장점은 실시간 알림성이다. 언제 어디서든지 알림을 받을 수 있다. 슬랙은 슬랙을 중심으로 두는 협업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으며, 지원하는 외부 서비스가 수백 개에 달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웹 서비스를 담당하는 팀이라고 가정하자. 서비스 문의와 관련한 메일이 왔다. 개인 컴퓨터로 이를 확인한 팀원들은 따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담당자를 정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슬랙에 연동이 되어 있으면 즉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수많은 외부 서비스와의 연동을 통해 슬랙은 단순한 메신저 이상으로 업무를 통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우리 에이스 프로젝트에서 연동을 하고있는 것들을 몇 가지 정리해봤다.

우리는 젠킨스 CI(Jenkins CI)를 이용해서 하루에 세 번씩 우리의 게임을 자동 빌드 하고 있다. 새로운 빌드가 만들어지면 프로젝트 채널로 연락이 간다. 해당 빌드에서 변경된 사항은 즉시 리스팅 되고, 빌드가 깨지거나 실패했을 때도 곧바로 알 수 있다.


트렐로(Trello)와 지라(JIRA)도 팀 채널에 연동해서 쓰고 있다. 팀원들의 업무 진행 상황을 슬랙 메시지로 알 수 있다. 누가 어떤 일을 시작했고 언제 끝냈는지, 해당 앱에 따로 로그인할 필요 없이 바로 확인 가능하다. 트렐로 같은 경우에는 일감 생성도 할 수 있다.

또 맨티스(Mantis)와 크래시리틱스(Crashlytics)를 사용한다. 모바일 환경에서 이유 없이 크래시가 났을 때 보고해주는 툴이다. 기존에는 메일로 연동해 열어봐야만 알 수 있었지만, 슬랙에 연동시키면 즉시 확인할 수 있다. 각각의 서비스 페이지에 접속하지 않아도 이슈 확인이 가능하고, 슬랙으로 바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 슬랙 봇 활용하기

챗봇의 가장 좋은 점은 UI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채팅만으로 서비스하고 기능한다는 자체가 매력적이다. 슬랙 역시 챗봇을 만들 수 있다.


먼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슬랙봇은 간단한 리마인드와 메모 기능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굉장히 다양한 외부 개발자가 개발한 슬랙봇을 사용할 수도 있고, 나만의 슬랙봇을 개발할 수도 있다. 슬랙에서 제공하는 API와 봇 프레임워크를 이용해서 내 구미에 맞는 슬랙봇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회사 역시 슬랙봇을 개발하고 있다. 소규모 회사이다보니 인트라넷이 없어 연차나 복지 포인트를 체크할 수 있는 봇을 만드는 중이다.

대표적인 슬랙봇을 설명하자면, 일단 폴리 봇이 있다. 팀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투표를 해야 하는 경우 폴리 봇이 아주 적합하다. 스탯 봇은 데이터통계에 관련된 알림을 해주는 봇이다. 특정 시간을 지정해 놓으면 그 시간의 통계를 계속 알려준다. 미칸은 스케쥴을 잡아준다. 일정을 만들고 이 봇에게 물어보면 팀원 각자에게서 일정을 취합하고 파악해 다른 일정을 잡아준다. 이런 다양한 봇을 잘 사용하면 업무 효율을 굉장히 높일 수 있다.


내가 감동을 받은 봇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바로 니카 봇인데, 스케줄을 관리해주는 봇이다. 일단, 이 봇은 유료다. 니카 봇이 하는 일은 매일 특정 시간에 모든 팀원들에게 '너 오늘 무슨 일 했어?'라고 질문하는 것이다. 봇이 이에 대한 대답을 모아 그 내용을 바탕으로 리포트를 만들어 보여준다. 여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그 내용을 간트 차트 형태로 변형해 보여주는 웹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슬랙을 사용할 때 가급적 지켜야 하는 것들에 대해 언급하겠다. 먼저, 이모지와 쓰레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한번에 보이는 메시지를 줄여야 한다. 둘째로 공개 채널을 권장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커뮤니케이션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비공개 채널과 DM으로 업무 커뮤니티를 하는 걸 줄이자. 마지막으로 다양한 헙업 툴을 통합해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기존의 메신저처럼 단순하게 사용할 거라면 굳이 슬랙을 쓸 이유는 없다.

슬랙이 가진 철학, 그 철학대로 잘 활용해야 슬랙이 빛을 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