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범진 일리언게임즈 대표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박범진 일리언게임즈 대표는 넥슨 기획조정본부, 해외사업본부를 거쳐 일리언게임즈를 설립, 3인칭 VR RPG 프레타를 개발해 스팀에서 호평받았다.

인간은 상상하는 동물이다. 그리고 그 상상을 실제로 구현하면서 발전을 거쳐왔다. 달에 가고 싶다는 상상을 해왔던 인간은, 결국 그것을 이루어내지 않았던가. 그 외에도 많은 분야에서 옛 사람들이 상상으로만 여겼던 것들을 실제로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을 거쳐왔고, 그 결과물이 지금의 발전된 인류의 모습이다.

최근에 VR이라고 많이 일컬어지는 가상현실 기술 또한 오래 전부터 인간이 상상해왔던 것이고, 이것을 이루어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1968년에 '다모클레스의 검'이라고 불리는 최초의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가 개발되었고, 그 뒤로 가상현실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들이 점차 빛을 보기 시작했다. 많은 발전을 거친 지금, 당시에는 실험실에서 일부 개발자들만 사용할 수 있던 VR을 이제는 일반 소비자들도 더 발전된 형태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 VR 시장은 어떤 상황까지 이르렀을까? 이번 강연에서 VR RPG '프레타'를 개발한 일리언 게임즈의 박범진 대표는 VR 시장에 대해서 자신이 느끼고 분석한 바를 이야기한다. 이를 토대로 VR 게임 개발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전하고, 그가 생각하고 있는 VR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모두와 공유하고자 한다.

※본 강연 기사는 내용 전달 및 편집의 용이성을 위해 강연자의 시점에서 서술했습니다.



■ VR, 과연 얼마나 대중화되었는가?

VR이 본격적으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연구는 사실 오래 전부터 이루어지긴 했다. '다모클레스의 검'이라고 불리는 초기의 마운트 디스플레이는 60년대에 이미 존재했었다. 그렇지만 이것이 일반 소비자에게 팔릴 수 있기까지, 즉 대중화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개념은 있었지만, 그 개념에 어느 정도 부합할 만한 기기가 나오고 대중화되기까지 꽤 오랜 기간이 걸렸다는 의미다.

그러던 중 2015년에 기어 VR이 나오고, 2016년에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Vive가 나오면서 어느 정도 대중이 생각하는 개념에 부합할 만한 퀄리티를 가진 VR 기기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가 되었다. 이렇게 VR이 대중화가 되었을 때, 많은 연구자들은 VR의 붐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VR 게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곧 주류가 될 것이다, 라고 언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잠시 멈춰서 현실을 돌아보자. 일단 VR 게임을 개발한 입장이기 때문에, 게임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보겠다. 현재 대중화된 기기 중 가장 대중적인 것은 PS VR과 오큘러스 리프트, HTC Vive다. 이 셋 중 PS VR의 소비자가 약 100만이고,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Vive는 둘이 합쳐서 100만 가량이 된다. 이 중 PS VR은 콘솔 기반이기 때문에 다 합쳐서 200만이라고 추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콘솔과 PC는 다른 범주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VR 기기를 구매하는 일반 소비자의 수를 살펴보았을 때, 콘솔에서 100만 가량 있고 PC쪽에서 100만이 있다고 가정해야 할 것이다.

▲ 현재 VR 기기 배급 수준은 기존의 PC나 콘솔에 비하면 상당히 적다

이러한 소비자들이 VR 기기를 구매하는 것은 사실 콘솔을 구매하는 것과 비슷하다. 자신이 즐기고 싶은 것을 즐기기 위해서 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콘솔에 비유해서 설명해보자. 콘솔에서 새로운 기종을 개발하고자 하는 경우에, 최소 어느 정도 소비자가 확보된다고 가정해야 제작을 하고자 할까? 그것도 고성능의 게임을 지원하는 콘솔을 제작한다면 말이다. 이렇게 가정했을 때 100만, 혹은 합쳐서 200만이라고 가정해도 소비자의 수는 상당히 적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술이나 성능이 좋거나 혹은 새로운 무엇이 있다면 소비자는 사지 않겠는가? 하는 전망도 있을 것이다. 혹은 소비자들이 안 해보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안 산다고 하는 전망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콘텐츠의 역사, 특히 게임의 역사를 잠시 돌아보자. 콘솔을 제작하고 판매하고자 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나 소니 엔터테인먼트, 닌텐도는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면서 콘솔을 판매했다. 엑스박스에서는 헤일로 시리즈와 기어즈 오브 워가 있었고, 닌텐도 스위치에서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 있었다. 플레이스테이션에서도 라스트 오브 어스 등 독점작을 확보한 상태에서 콘솔을 판매하는 전략을 짰다.

▲이와 같은 킬러콘텐츠들은 소비자로 하여금 콘솔까지 사게 만들기도 했다

이렇듯 고퀄리티의 '대작'과 킬러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는 회사에서는 해당 콘솔이 적어도 500만 대 이상이 전 세계적으로 팔린다고 예상했을 때 비로소 자신들의 작품을 콘솔에 구현하려고 한다. 이 기준에서 봤을 때 VR은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셈이다.

VR이 대중화되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가격은 100만원대이기 때문에 콘솔에 비하면 두 배 가량 비싸다. 물론 최근에 오큘러스가 할인을 한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있지만 여전히 콘솔에 비해 비싼 것은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그 비싼 가격만큼 유저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킬러 콘텐츠의 부재는 이럴 때 뼈아프게 다가온다. 유저의 시선과 관심을 지속적으로 붙잡아줄 수 있는 것이 킬러 콘텐츠들인데, 그런 것이 뒷받침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니즈를 충족시켜주기란 현 단계에서는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과연 VR 시장에서 매출은 얼마나 나올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현재 스팀에서 판매 중인 700여 개의 게임 중 2.8억 원 이상을 번 게임은 30개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월간 매출이 아니고 라이프 사이클 매출이다.


오큘러스의 제이슨 루빈(Jason Rubin)은 오큘러스 스토어에 올라가 있는 500여 개의 게임이 있으며 이 중 1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게임은 단 4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수치는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좀 잘나가는 모바일 게임의 일매출도 못 버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VR 게임들의 매출은 기존의 게임보다 적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VR, 특히 VR 게임은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가 비활성화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게임은 현재 VR에서 가장 일반 소비자와 밀접한 영역인데, 이러한 성적을 보였다는 것은 아직은 소비자들에게 널리 퍼졌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 B2C보다는 B2B: 현재 VR의 수요는 다른 곳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VR 개발자로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떤 길을 찾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현 상황에서 답은 B2C가 아닌 B2B(Business-to-Business, 사업자 간의 거래를 모델로 한 비즈니스)라고 할 것이다. 게임을 다시 예로 들자면, 현재 VR 아케이드 산업은 상당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흔히들 'VR방'이라고 칭하는 이 아케이드는 최근에 국내에도 와이제이엠게임즈 등이 투자를 하면서 곳곳에 세워지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방문하는 횟수가 점차 늘고 있다. 현재 소비자들은 자신이 즐기기 위해서 기기 하나를 백 만원을 투자해서 구매하는 것은 아직은 거리낌이 있지만, 한 시간에 만 원 정도 투자해서 즐거운 체험을 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소비자들이 은연중에 말하는 셈이다.

▲ 위와 같이 VR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VR 아케이드의 수요는 늘고 있다

이러한 VR 아케이드가 좀 더 확장된 형태가 VR 테마파크다. 유원지에서 이와 유사한 것을 종종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과 기본 구조는 유사하다. VR 디스플레이나 기타 장비들을 착용한 상태에서 놀이기구 비슷한 장비들을 착용하고, 시뮬레이트된 것을 즐기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의 VR 테마파크는 이전과 달리 기기는 유지한 상태에서 콘텐츠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거나, 혹은 기기에 맞게 새로 만들어진 콘텐츠로 갱신해서 다양한 VR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운영이 더 쉬워졌다. 이전에는 기기를 자체를 갱신해야 했기 때문에 유원지 등 큰 규모의 사업체에서 부속으로 운영했지만, 이제는 강연장 정도의 크기의 공간을 가진 사업체에서도 운영이 용이해졌다.

▲ 더 규모가 커지면 이렇게 테마파크의 형식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VR의 가치를 일반 게임이나 일반 소비자에게 국한하지 않고 본다면, 많은 곳에서 응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막대한 자본이 오가는 국방 산업에서도 VR은 최근 많은 관심을 돌리고 있다. 기동 훈련을 뛰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실제로 탱크 등 장비를 운용하는 데는 많은 비용과 인력이 요구가 된다. 기름도 그렇고, 도로를 이용할 때 통제도 그렇고, 다방면으로 비용과 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이런 번거로움을 줄이고 훈련을 돕기 위해서 VR을 이용한 시뮬레이터를 통해 장비를 조종하는 훈련 등을 진행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고, 실제로 도입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병사들의 훈련 등에서도 VR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에 있기도 하다.

▲ 장비를 운용하는 일에는 특히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이를 VR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최근에 기사가 몇 개 난 것처럼, 의료 쪽에서도 VR 기술의 적용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오큘러스를 통해서 구현한 응급실 시뮬레이터를 통해 레지던트들이나 인턴들에게 급작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훈련을 하기도 한다. 또한 수술하기에 앞서서 VR로 인체나 장기 부분을 구현한 뒤, 수술 계획을 짜거나 시뮬레이션을 하기도 하는 등 다방면으로 이용되고 있다.

▲ 의료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VR

이렇듯 현재 VR은 일반 소비자보다는 의료나 사업체, 혹은 정부를 대상으로 한 B2B에서 좀 더 활성화가 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아무 VR 콘텐츠나 B2B에서 먹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기업, 산업체는 냉정하다. 비용의 절감이나, 인력의 효율을 높이거나, 고객을 더 모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쉽게 투자하지 않는다. VR은 최근 떠오르고 있다지만, 아직 검증 단계에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학계와 연결고리를 갖는 것도 좋다. 학계에서 연구 중이라는 것만으로도 신뢰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학술 논문이 나온다면 그 신뢰성은 배가 된다. 이럴 경우에는 처음부터 학계에서 논문을 쓸 수 있을 정도의 준비를 갖춰서 가는 것이 좋다. 논문은 학계에서 중요한 지표기 때문에, 논문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학계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협조를 한다. 또한 논문을 통해서 자신이 개발한 결과물을 알리기도 쉬워진다.

▲ B2B 영역에서는 적어도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 VR을 뒷받침할 기술의 발전: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라

소비자의 입장에서 들어본다면 아직 VR이 세상을 바꾸기에는 요원해 보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VR 기술은 지금도 발전하고 있으며, 점점 발전 속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적어도 10년 내에는 VR이 삶의 형태를 바꿔가기 시작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현재 VR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3D 렌더링 측면이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VR을 위해서 만든 것들을 3D 렌더링을 하려면 기존의 3D 게임을 위해서 만든 것을 렌더링할 때보다 4배 가량의 부하가 걸렸다. 그러다 보니 퀄리티를 내기 위해서는 폴리곤을 줄여야 했다. 렌더링에 부하가 걸리면 자연스러운 움직임 등을 구현할 수 없게 되고, 자연히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폴리곤을 줄임으로써 이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VR 콘텐츠를 만드는 데 또 하나의 걸림돌은 렌더링을 위한 소스들이다. 일반적인 모델링도 그렇지만 특히 실사화를 바탕으로 인체를 모델링하고 렌더링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작업 시간을 요구한다. 인체 구조를 잘 살펴보면, 생각보다 복잡하다. 거기다가 우리는 사람들을 계속 지켜 보았기 때문에, 우리가 무의식중에 사람으로 인식하는 형태와 조금이라도 다른 구석이 있으면 이질감을 바로 느낀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VR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기존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막대한 인력이 투입되거나, 혹은 흔히 하는 말로 '인력을 갈아 넣어야'만 했다.

그렇지만 현재 사진 자료를 통해서 자동으로 3D 모델링을 하고, 렌더링까지 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지금 시연되고 있다. 당장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와 같이 모델링과 렌더링 속도를 기존보다 높여주는 여러 시도가 있다는 점은 VR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 위와 같이 사진을 토대로 자동으로 렌더링하는 기술들이 나오고 있다

VR에 대해서 현재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갖는 부분에 대해서도 보완하는 작업들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현재의 VR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는 부분이 어떤 것일까? 그것은 VR이,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상이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VR은 소설이나 만화, 혹은 영화에서 다루어진 형태의 가상 현실이다. 현실과 구분이 안 갈 정도의 퀄리티를 갖췄기 때문에 가상현실이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어느 덧 현실처럼 여기게 되는 그런 것을 꿈꾸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현재의 VR은 그 정도 수준에 이르지 못했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실망을 하고 VR에 대해서 흥미를 잃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여러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가상현실에서도 현실과 같은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헵틱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촉각을 제공하기도 하고, 근육에 전기 자극을 줘서 실제로 충돌이나 자극이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하는 기술도 있다.

흔히 생각하는 뇌파 조종 방식의 기술도 꾸준히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소설이나 만화에서 흔히 나온 것처럼 뇌의 신호를 읽고서, 인터페이스를 조정하는 방식인데 현 상황에서 뇌 자극을 분석하고, 이를 전송하는 기술은 아직 의료를 위한 실험 단계 수준이지만 꾸준히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고, 연구 중에 있다.

▲ 좀 더 현실에 가까운 가상현실을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들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현실에 대한 분석도 좋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에는 필연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모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시장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따라서 그것에 맞춰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견이지만 VR을 통해서 크게 변화가 일어나는 영역은 커뮤니케이션과 엔터테인먼트 분야라고 꼽고 있다. 특히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양상 자체가 변화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현재까지 비디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요 양상은 '체험'보다는 시각적으로 보는 것에 치중하고 있다. 또한 1인칭을 지향하고 있는 콘텐츠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봤을 때는 3인칭의 입장이다. 그 자신이 직접 그 이미지로 구현된 세상 속에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크린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외부의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VR은 그렇지 않다. VR은 자신이 직접, 그 세계에 들어가서 마치 그 세계가 현실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즉 시점이나 체험이 1인칭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여기에 적용되는 문법은 기존의 3인칭적인 시점을 기준으로 설계된 엔터테인먼트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 정말 자신이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끼고 즐기게 될 때가 올지도 모른다



■ 핵심은 소비자들이 '왜'라고 묻는 것에 답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이 있다. 왜 VR을 즐기려고 하고, 소비하려고 하는가? VR의 의의는 무엇인가? 이 점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술이 완성화된 시점에는 상상한 것과는 다른 것이 열릴 것은 자명하다. 그렇지만 저 두 가지는 변하지 않는다. 팔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상품을 어필해야 하는 것은 판매와 소비에 있어서 근본 핵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물어볼 사항을 정리해봤다. 우선 자신이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현실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것인지 고려해보자. 그리고 소비자들이 해보고 싶은 체험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그것을 직접 하거나 구경해도 재미가 느껴지거나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자. 그저 새로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하진 않는다. 그것이 소비자에게 의미가
있어야만 구매를 한다. 그것은 당연한 진리지만,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는 개발자들은 종종 망각하기 쉽다.

덧붙여서 현재로서는 시장에서 벌 수 있는 수익의 기대치 때문에, 개발의 비용은 적게 잡아 5천만 원 이내에서 개발이 가능해야 당장 생존하기에 부담이 없다고 가정했다. 다만 지금은 언제까지나 초창기이기 때문에, 조금 더 지난 후에는 개발비로 더 큰 액수가 들어도 무리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 아직은 초기이기 때문에 개발에 드는 최소 비용은 낮게 잡았다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VR은 현재 태동 단계이다. 그 안에 담겨있는 발전 가능성은 아직 완전히 개화하지 않았고, 당장 무언가 큰 것을 얻기에는 아직까지는 미흡한 단계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은 개인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VR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한 입장에서 개발하는 데에 있어서 이런 점을 참고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리라고 여겨서 이를 공유하고자 한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있다는 말처럼, 아무쪼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서 앞으로 다가오는 기회를 잡을 수 있기를 바라며 강연을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