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이 '게임쇼'라고 조롱을 받던 '킹덤언더파이어2(이하 KUF2)'의 중국 CBT 성과는 좋았다. 리텐션은 40%에 달했고 PU는 17.2%를 기록했다. 블루사이드는 이러한 성과와 중국 소프트런칭의 결과로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오랜 개발로 인해 회사의 재무 상태는 건강하지 못하다. 2016년 매출은 80만 원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삼본정밀전자를 인수해 우회상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VR 콘텐츠 퍼블리싱 및 플랫폼 운영 등 신사업도 준비하려고 했다. 이 모든 것은 KUF2가 거둬들일 어마어마한 기대 성과가 전제였다. 말 그대로 위험한 도전이었다.



■ 완전 자본 잠식 당한 블루사이드

설립 후 수차례 증자를 거친 블루사이드의 당기 말 보통주 자본금은 4억 5,000만 원, 우선주 자본금 2억 4천만 원이며 대표인 김세정이 330,277주(23.91%)를 보유하고 있다.

2016년 12월 31일 기준으로 당기순손실은 270억 원이고 미처리 결손금은 1,104억 원에 달한 데 비해 기말현금은 16억 원에 그치고 있다. 회사의 자산 총계는 90억이며 부채 총계는 871억에 달한다. 자본 총계는 -77억 원. 부채 비율은 900%를 훌쩍 넘는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부채와 자기자본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안정성 지표다. 기업이 사업과 경영을 위해 소유하고 있는 자산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거나 채권 발행을 통해서 얻는 부채와 주식을 발행하여 얻은 자기자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는 뜻이다. 즉 기업의 자산이 적고 부채가 많아 부채비율이 높다면 기업의 재무구조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재무제표를 분석함에 부채비율이 100%이하인 경우에는 재무구조가 매우 우량하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단기부채의 비율이 높지 않으면 200%까지는 양호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 당기말 현재 주주현황

게임 개발 및 소프트웨어의 제작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 블루사이드는 7년간 800억 원 이상을 KUF2에 투자했다. 당연히 그간 수익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회사의 2016년 당기순손실은 270억 원이고 당기 말 현재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340억 원을 초과하며 총부채가 총자산을 770억 원을 초과한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블루사이드의 재무제표를 본 한 회계사는 "나 진짜 이런 거 처음 본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블루사이드는 추가차입, 유상증자 및 퍼블리싱 계약을 유치하여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는 했다. 그러나 계속 기업으로서 유의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부채상환과 기타 자금 수요를 위해 필요한 자금조달 계획의 성공과 실패에 따라 타당성이 좌우되는 불확실성이 매우 강하게 존재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회사의 자산과 부채를 정상적인 영업활동과정을 통해 장부가액으로 회수하거나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KUF2가 중국에서 막대한 성공을 거둔다고 해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 확실했다.

회사 측은 연 매출 1,5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에서 기록한 잔존율 40%에 기초한 계획이다. 중국에서 이 정도의 수치를 보여준 게임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정도다.

▲ 결손금처리계산서 내역



■ 2차례 양수도대금 지불 실패와, 건강보험료 미납에 이은 임금 미지불

2015년 중국 판호를 획득한 블루사이드는 중국 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와 함께 큰 성공을 거둔 모바일 게임 '레이븐'의 디렉터와 메인 프로그래머 및 그래픽 팀장을 다수 영입하여 킹덤언더파이어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개발했다. 대만과 러시아 상용서비스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자금 사정은 쉬이 좋아지지 않았다. 시니어 개발자들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짐을 싼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블루사이드는 2월 27일 삼본정밀전자홀딩스투자목적회사(운용사 코스톤아시아PE)외 1인과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삼본정밀전자 지분 55.47%를 843억 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배경에 대한 다양한 의도와는 상관없이 연간 매출액 단위를 '백만 원'으로 잡을 경우 매출이 '0'으로 기록되는 회사가 시가 총액 1200억 원에 육박하는 회사를 인수합병하는데 많은 시선이 모아졌다.

▲ 블루사이드 7년 간 매출액 (출처: 나이스신용평가정보)

계약 당일 57억 원을 납입하고 3월 30일까지 잔금 786억 원을 지급할 예정이었으나 자금이 부족하여 6월 5일로 잔금지급일을 연기했다. 대신 추가 계약금으로 43억 원을 추가 100억 원의 계약금을 납입했다.

워낙에 자본 상태가 부실한 기업이라 자금을 외부에서 충당해야 했다. 전환상황우선주 투자자를 비롯 사모펀드 운영사 등에도 인수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CB를 발행하는 방안과 유안타를 통한 인수 금융을 일으킬 계획도 들려왔다. 김세정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들이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그러나 6월 5일에도 잔금을 지급하지 못해 지급일을 8월 31일로 연기했다.

이미 균열이 있던 내부 사정이 밖으로 터져 나와 널리 알려진 것도 이쯤이다. 건강보험료를 포함한 4대 보험이 3개월 이상 미납되어 직원들이 자격득실 확인원 통보를 받기 시작했다. 2017년 4월에서나 시작된 연봉협상과 반만 받은 2016년 연말정산 환급금 등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급기야 6월 30일에는 인수 관계로 자금 흐름이 원활치 않아 임금 지급을 1주일 지연하겠다는 '안내'가 있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났지만 임금은 입금되지 않았다. 7월 3일 신규 입사자도 있었는데 출근일 당일 입사를 취소했다. 내부 직원들 입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 임금도 못 주는 상황에서 인수 실패로 허공에 날린 100억 원

잔금지급일 8월 30일이 다가왔지만, 결국 삼본정밀전자 인수를 추진한 블루사이드의 꿈은 좌절됐다. 양수도 금액 843억 원 중 743억 원을 지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수 추진과 관련해 삼본정밀전자홀딩스투자목적회사에 지급한 계약금 100억 원 및 발생이자 전액을 돌려받지 못했다.

6월에 일부 대상자를 지정하여 임금을 지불하기는 했으나, 아직 임금 지불도 제대로 못한 상황에서 100억 원 및 이자를 허공에 날렸다. 상환 금액만 기십 억원하는 재정상태에서 말이다.

1차 인수 실패시 블루사이드 관계자는 "게임 개발의 장기화로 시장의 불신과 오해가 있지만, 블루사이드의 성장성을 믿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많아 인수 잔금 지금에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이 미지급됐을 때도 다음 주에는 지급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사 측에 대한 신뢰는 이미 어디에도 남지 않았다.

1400억 원 이상 투자를 받아서 850억 원 가량의 개발비를 쏟아부은 KUF2의 지금 모습은 처량하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직원들이 사 측의 잘못된 판단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 블루사이드 자회사 현황



■ 사원들의 고통 속에서 성공적인 게임이 나올 것인가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갔는데 건강보험은 안되고 돈은 없고, 그렇다고 직장인 신용 대출을 받자니 4대 보험이 장기 미납이라 그것도 안되고... 아빠로서 너무 미안하고... 미안하고..." (출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루사이드는 매주 미지급된 임금을 지불하겠다고 사원들에게 메일을 보냈으나 일부 대상자를 제외하고는 9월 초까지 지급을 하지 않았다. 4대 보험 역시 미납이 이어져 직원들은 직장인 신용 대출조차 받을 수 없게 됐다. 또한, 5년간 신용 정보에 미납 내역이 기록된다.

블루사이드는 러시아 런칭 상여금 지급 계약을 8월 중으로 하기로 했으나 9월 1일 현재까지 좋은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임금 미지급에 따른 7월 퇴사자들의 월급은 물론 퇴직금도 아직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

6월 이후 50명 이상의 퇴직자가 발생했고, 임금체불이 3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개발을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지금 KUF2가 잘 나가는 것도 아니다. 중국 최대 규모 게임 사이트인 17173에서는 기대작 55위에 올라가 있을 뿐이다. 3분기 상용화 서비스를 예정하고 있던 러시아에서도 소식은 요원하다. 대만 최대 게임 사이트인 바하무트에서 인기 2위에 랭크되어 있다는 점이 위안이랄까.

▲ 17173 기대작 55위에 그쳐있다.

블루사이드의 위험한 도전은 절대적인 명제가 있었다. 'KUF2의 성공'. 그러나 게임이 제대로 출시되기도 전에 개발에 치명적인 위협을 맞이하고 있다. 어떻게든 개발을 완료해야 하는 이 시점에서, 직원들의 생계를 담보로 한 삼류 인질극이 되어버렸다.

물론 소위 '라인'으로 불리는 핵심 개발자들은 남아있지만, 지금 상태로는 성공과 그리 가깝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블루사이드가 원하는 중국 시장 성공의 열쇠는 결국 게임의 완성도인데, 내부 상황이나 외부 상황이나 꽃비 맞으며 성공적으로 정식 출시하기는 쉽지 않다.



■ 위험한 도전의 종착지인가, 정류장인가

블루사이드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그렇게 많지 않다. 지금까지 장단기차입, 유상증자, 프로젝트파이낸싱 등으로 1400억 원을 투자 받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투자를 받아 임금 및 사대보험 미납금을 충당하고 개발 환경을 정상적으로 돌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이미지가 좋지 않기에 고급인력 유치에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핵심인 '라인'들이 건재하므로 정상적으로 게임을 만들어 출시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과거 투자유치를 위해 '유료 서비스 개시 6개월 이후 시점부터 발생하는 수익 중 40%를 투자자 투자금액 비율대로 안분하는' 등의 조건이 남아있어 크로스파이어 급 성공을 거두지 않는다면 블루사이드가 꿈꿨던 미래와는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대만판 킹덤언더파이어2]

블루사이드는 의도치 않게 업계에도 손실을 끼쳤다. 가뜩이나 최근 투자사들이 위험성 때문에 거대 게임은 물론이고 모바일, VR 게임 투자에도 소극적인 상황에서 흥행산업의 고위험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 덕분에 거대 퍼블리셔와 자회사 혹은 스튜디오 간 자본의 흐름으로 인한 수직 계열화가 고착될 위험성도 커졌다.

대규모 퍼블리셔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스튜디오, 개발사는 자본이 영세하다. 초기 자본이 너무 작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가 보장되지 않으며 이는 존속의 문제로 연결된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규모가 큰 기업으로부터 인수합병되거나 대규모 개발 자금을 유치하는 수밖에 없는데, VC는 위험부담이 큰 게임 업체의 투자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14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거대 게임의 행보를 보면서 투자사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 국내 퍼블리싱 한게임 킹덤언더파이어2 페이지, 커밍순이라는 단어가 애처롭다.

7년의 개발기간 동안 850억 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 '킹덤 언더 파이어2', 이제는 농담처럼 던지던 "언제 나오냐?"라는 말도 사치가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회사를 사랑하고, 자신의 게임을 아끼는 김세정 대표의 진심을 모르는 바 아니다. 다만 누가 봐도 무모하고 위험했던 도전이 다른 이의 눈물과 한숨으로 끝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조속히 밀린 임금과 미납된 4대 보험료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