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부터 2017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가 진행된다. 롱주 게이밍, 임모탈스, 기가바이트 마린즈가 속해 있던 B조는 프나틱이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통해 마지막 주자로 합류하며 행방을 알 수 없는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게 됐다.

B조의 네 팀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올해 크고 작은 리빌딩을 거쳤고 그 결과가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네 팀의 전력을 비교하는 것에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 LCK 서머 시즌 우승을 달성한 롱주 게이밍이 롤드컵 8강 진출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룹 스테이지 2위를 향한 다른 세 팀의 전력 승부이다. 4명의 멤버를 교체하는 대규모 리빌딩 후 '쏭' 김상수와 '엑스미디'를 추가로 영입해 롤드컵에 입성한 임모탈스, 2017 MSI 이후 세 명의 선수를 교체했음에도 동남아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롤드컵 무대를 밟게 된 기가바이트 마린즈, 2017년 홀수해를 맞아 '소아즈'의 복귀와 함께 한국인 용병을 포기하고 3명의 덴마크 선수들을 영입한 프나틱까지. 한 치 물러섬 없는 팽팽한 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2주에 걸쳐 진행되는 그룹 스테이지가 주는 변수와 재미는 모든 LoL 팬의 기대를 뛰어넘을 것이다.



■ 이견 없는 우승 후보, 롱주 게이밍


롱주 게이밍에게 남은 것은 롤드컵에서 그들이 세계 최강임을 알리는 것뿐이다.

2012년 창단이라는 긴 역사를 보유했음에도 눈에 띄는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던 롱주 게이밍은 2017 LCK 서머 시즌에서 과감한 선택을 했다. 봇 듀오 '프레이' 김종인-'고릴라' 강범현을 제외한 모든 멤버를 교체한 것. 중국에서 활동하던 탑솔러 '칸' 김동하, 신예 정글러 '커즈' 문우찬, CJ 엔투스의 미드 '비디디' 곽보성으로 로스터를 채웠다.

대규모 로스터 변경에 대한 팬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강했다. LCK 서머 개막전에서 KT 롤스터를 잡아내며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김동하는 특유의 공격적인 라인전 운영으로 경기를 지배했고, 곽보성 역시 어떤 상대를 만나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롱주 게이밍 입단으로 LCK에 데뷔한 신예 문우찬의 경기력 또한 놀라웠다. LoL 시즌6 솔로 랭크 1위의 기량을 증명하듯 전장을 마음껏 휘저었다. 결국, 김종인과 강범현이 다진 땅 위에 김동하-문우찬-곽보성이 뿌린 물은 LCK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키워냈다.

세계 최강의 경기력을 지닌 롱주 게이밍이지만 그들의 플레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아직 발전의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섯 명의 주전 선수들이 공식 대회에서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지 채 반년이 되지 않았고, '비디디' 곽보성과 '커즈' 문우찬은 어린 나이와 짧은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롱주 게이밍은 롤드컵을 준비하며 더욱 강해졌을 것이 자명하다. 롱주 게이밍의 롤드컵 경기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이길 수 있을까'가 아닌 '얼마나 압도적인 모습으로 이길까'일 것이다.

롱주 게이밍의 단 한 가지 문제점은 '프레이' 김종인과 '고릴라' 강범현을 제외한 선수들이 세계 무대 경험이 적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 롤드컵 개최지가 중국이란 점이 롱주 게이밍에게 메리트를 준다. 김동하는 중국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고 문우찬 역시 프로 데뷔 전 중국에서 스트리머 활동을 한 경력이 있기에, 중국이라는 무대가 긴장을 덜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혹여나 곽보성이 조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그룹-인 스테이지 경기를 진행하며 긴장과 부담을 충분히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 성공적인 리빌딩의 임모탈스, 한계를 깨라


부족했던 퍼즐을 맞춘 임모탈스, 그 끝은 어디일까.

이번 LCK 서머 시즌 돌풍의 주역이 롱주 게이밍이었다면, NA LCS 서머 시즌에는 임모탈스가 있다. 임모탈스는 2017 NA LCS 스프링 시즌에서 미드 '포벨터'를 제외한 모든 멤버를 교체하는 대규모 리빌딩을 감행했다. 과감한 시도였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돌아온 성적은 시즌 7위, 플레이오프 진출마저 실패했다.

하지만, 임모탈스는 이후 서머 시즌에서 CLG에서 활약하던 정글러 '엑스미디'와 롱주 게이밍에 있던 김상수를 코치로 기용하며 도약을 시작했다. 14승 4패, NA LCS 서머 시즌을 2위로 마무리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결승전에서 시즌 중 1승 1패를 기록했던 TSM을 만났다. TSM에게 아쉽게 3:1의 패배를 맛보긴 했지만 리빌딩된 임모탈스의 저력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경기였다.

북미 지역은 롤드컵에서 특히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임모탈스의 선전이 기대되는 것은 베테랑 선수들의 존재 때문이 아닐까. 2012년 데뷔한 '플레임' 이호종은 오랜 기간의 LCK 경험과 롤드컵 진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북미 진출 첫 시즌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폼을 되찾고 북미 최강의 탑솔러로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 '엑스미디'와 '포벨터' 역시 이른 시기에 데뷔해 노련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2015년에는 CLG 소속으로 함께 롤드컵 무대를 밟았다.

반면 '올레' 김주성과 '코디 선'은 위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하다. 김주성의 경우 경력은 길지만 한 리그에 정착하지 못하고 브라질과 홍콩을 거쳐 북미까지 왔다. '코디 선'은 약 2년간의 2부 리그 경험 끝에 NA LCS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두 선수의 뒤에는 김상수가 있었다. 김상수는 선수 경험을 바탕으로 게임에 대한 기초부터 단련시켰고, 팀원 간 커뮤니케이션과 분위기를 조율하며 두 선수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팀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B조의 경기 중 가장 기대되는 것은 임모탈스와 프나틱의 맞대결이다. 임모탈스는 북미의 강호들을 상대로 보여주었던 화끈한 공격력이 유럽에도 통한다는 것을 롤드컵을 통해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성공적인 리빌딩으로 북미 무대를 넘어 첫 번째 롤드컵에 도전하게 된 임모탈스. 그 도전의 끝은 그룹 스테이지가 아닐 것이다.



■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기가바이트 마린즈


동남아가 세계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을 롤드컵에서 증명할 때가 왔다.

동남아는 2012년, 2013년, 2015년 세 차례 롤드컵 본선에 진출했으나 모두 8강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동남아 지역 역대 최강의 경기력을 보이는 기가바이트 마린즈가 롤드컵에 출전했다. B조에서 가장 약체로 꼽히는 동남아의 기가바이트 마린즈이지만, 2017 MSI와 GPL 서머 시즌에서 보여준 저력을 고려할 때 롤드컵 8강 진출의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먼저 지난 2017 MSI에서 기가바이트 마린즈의 기록을 살펴보자. 기가바이트 마린즈는 플레이-인 스테이지 1라운드를 5승 1패로 가볍게 넘겼다. 2라운드에서 TSM에게 3:2로 아쉽게 패배했지만 3라운드에서 터키의 슈퍼매시브 e스포츠를 3:1로 제압하며 그룹 스테이지에 당당히 진출했다. SKT T1, WE, G2 e스포츠, 플래쉬 울브즈, TSM 등 세계 수준의 팀과 어깨를 나란히 한 기가바이트 마린즈는 1승도 어려울 것이라는 많은 팬의 예상과 달리 TSM과 G2 e스포츠, WE를 상대로 각 1승을 거두며 3승 7패의 성적으로 2017 MSI를 마무리했다.

MSI 이후 기가바이트 마린즈에 멤버 교체가 있었다. 줄곧 좋은 모습을 보였던 탑 '스타크'와 원딜 '슬레이'가 각각 영 제네레이션에서 활약하던 '네반'과 어센션 게이밍의 '노웨이'로 바뀌었다. 급작스러운 멤버 교체에도 불구하고, 기가바이트 마린즈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이후 진행된 2017 베트남 챔피언십 시리즈 서머 시즌에서 영 제너레이션을 포함한 모든 팀을 가볍게 꺾으며 1위를 달성했고, 이후 롤드컵 진출을 놓고 펼쳐진 2017 GPL 서머 시즌에서는 필리핀의 마닐라 이글스, 태국의 어센션 게이밍을 상대로 3:0 무실점 승리를 거두며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진출을 확정 지었다.

동남아의 두 번째 대표였던 영 제너레이션은 플레이-인 스테이지 1라운드에서 프나틱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2라운드에서 WE를 한 차례 위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동남아의 수준은 더는 무시할 수 없다. 기가바이트 마린즈가 동남아에서 두각을 나타낸 기간은 길지 않지만, 최근 경기력을 고려했을 때 이번 롤드컵의 다크호스가 될 여지는 충분하다. 만약 B조의 다른 팀들이 기가바이트 마린즈에게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동남아의 회심의 일격에 당할 것이다.



■ 홀수 해를 맞이한 프나틱은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유달리 부진했던 2016년이 지나고, 프나틱의 해가 찾아왔다.

초대 롤드컵 우승, 두 번의 롤드컵 4강 진출. 프나틱은 전 세계 LoL 팬들에게 가장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름만큼 알려진 것은 프나틱의 징크스일 것이다. 롤드컵에서 달성한 세 번의 업적은 모두 홀수 해에 이룬 것이었고, 짝수 해에는 롤드컵 진출에 실패하거나 진출하더라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과연, 리빌딩과 함께 찾아온 홀수 해에서 프나틱의 힘은 어느 정도일까.

2015년 프나틱을 롤드컵 4강에 올린 주역이었던 '후니' 허승훈과 '레인오버' 김의진이 그해 11월에 팀을 떠난 후 부진을 거듭했던 프나틱은 올해 초 대규모 팀 리빌딩을 진행했다. '스피릿' 이다윤과 '감수' 노영진 등을 모두 떠나보내고, 오랜 시간 프나틱을 지켜온 '레클리스'만을 팀에 남겨둔 상태에서 2년 만에 오리겐에서 돌아온 '소아즈'와 함께 각지에서 활약하던 세 명의 덴마크 선수들을 새로 영입하며 한국인 용병이 없는 새로운 프나틱의 출발을 알렸다.

리빌딩은 성공적이었다. 2016년의 부진을 훌훌 털고, 2017 LCS EU 스프링 시즌에서 A조 3위를 기록하며 기세를 올렸고, 서머 시즌에서는 11승 2패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A조 1위를 기록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 준결승전에서 미스핏츠에게 3:1로 패배해 최종 3위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후 펼쳐진 지역 대표 선발전 최종전에서 H2K를 상대로 3:0 완승을 하며 EU의 마지막 롤드컵 진출 티켓을 획득했다.

하지만,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 1라운드에서 프나틱의 완성되지 못한 플레이를 엿볼 수 있었다. 프나틱은 C9, WE와 함께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 3대 강팀으로 꼽혔다. 하지만, 1라운드에서 4승 0패를 기록하며 유유히 2라운드에 진출한 두 팀과 달리 프나틱은 동남아의 영 제너레이션에게 한 차례 패배하며 3승 1패로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경기 내용도 아쉬웠다. 초반 라인전에서 봇 라인이 무너졌고, 이후 영 제너레이션의 운영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며 역전의 기회를 놓쳤다. 이어진 2라운드에서는 홍콩 애티튜드를 3:0으로 제압하며 그룹 스테이지에 진출하긴 했지만, 2년 전 보여주었던 유럽 최강의 모습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나틱의 경기는 팬들의 기대를 모은다. 돌아온 사파 탑솔러 '소아즈'가 만들어낼 변수와 유럽의 슈퍼스타 '레클리스'의 깜짝 픽과 과감한 플레이는 물론, 선수에서 코치까지 길고 다양한 경력을 가진 서포터 '제시즈'가 봇 라인을 단단하게 받치고 있어 흥미진진한 플레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EU LCS 무대에서 기량을 검증받은 신예 '캡스'와 '브록사'는 롤드컵 무대를 밟으며 더욱 성장 중이기까지 하다. 돌아온 홀수해, 새로워진 프나틱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