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인 스테이지가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본선 무대인 그룹 스테이지가 열린다. 이제 자국 리그에서 실력의 한계를 알 수 없는 각 지역의 최강자들이 등장하기에 어떤 양상이 펼쳐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는 최신 활용하는 메이저 지역(유럽, 북미, 중국) 팀들이 강세를 보였다.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인지, 기존 메타를 넘어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팀이 등장할 것인가.

지금까지 보여준 롤드컵 메타는 '불타는 향로-탱커-미드 캐리'라는 세 단어로 말할 수 있다. 불타는 향로 아이템의 가공할 만한 능력으로 원거리 딜러의 능력을 증폭시키고, 딜을 잘할 수 있도록 탱커들이 앞에서 든든히 버텨주는 역할을 한다. 그 원거리 딜러가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뛰어난 각 팀의 미드 라이너가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대부분의 경기는 이런 흐름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각 지역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정점을 찍은 고수들이 있는 만큼 새로운 양상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국내 리그를 교전과 스노우볼로 제패했던 롱주 게이밍, 중국-대만 팀들 역시 과감한 전투를 선호한다. 다양한 스타일 간 대결 역시 이번 롤드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일 것이다.


■'향로 했다' 불타는 향로-원거리 딜러의 시대?


지금까지 펼쳐온 롤드컵 경기 댓글로 '향로 했다'는 말들이 많았다. 참고 또 참으며 성장한 원거리 딜러 한 명이 '불타는 향로'와 함께 불리했던 경기를 한 방에 뒤집는 경기에 자주 언급된 말이다. 플레이-인 스테이지 개막전 첫 경기부터 나왔다. WE가 상대인 라이언 게이밍에 코그모(KDA 8/1/7)와 신드라(KDA 5/1/9)가 분전했음에도 한 방에 밀리고 만 것이다. 그동안 벌려놓은 격차가 무색해지는 한타 장면은 플레이-인 스테이지에 참가하는 많은 팀들에게도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다.

'불타는 향로' 메타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초반부터 게임을 터뜨려 원거리 딜러가 아예 딜을 할 상황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받아치거나 혹은 버티면서 후반만 바라봐도 역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기에 확실한 승리 법으로 보기 힘들다. 포블을 쉽게 내주는 상황에서도 원거리 딜러가 고대유물 방패를 들어 빠르게 향로를 띄우는 장면이 어느덧 익숙해질 정도로 향로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렇기에 이번 롤드컵에서도 원거리 딜러와 '불타는 향로'를 잘 쓰는 팀들이 확실히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것이다.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는 페네르바체에서 펜타킬을 기록한 '패든'을 비롯해 WE '미스틱' 진성준, 프나틱 '레클레스'의 후반 활약으로 경기를 승리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특히, 칼리스타와 같은 경우에는 밴픽률 100%에 승률 80%라는 가공할만한 위력을 발휘했다. 강력한 라인전과 이니시에이팅과 서포터의 생존까지 책임질 수 있는 궁극기까지 있기 때문이다. 그 뒤를 트리스타나와 자야가 50%의 승률과 높은 밴픽률을 보인다. 자야와 트리스타나는 한타가 벌어졌을 때, 혼자 힘으로 생존할 수 있는 챔피언으로 끝까지 살아남아 딜을 넣기 유리하다. 섬머 스플릿 때부터 유행하던 흐름으로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칼리스타-트리스타나-자야 간 캐리 대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변함없는 강팀의 조건 : 강력한 미드 라이너


이번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은 역시 미드 라이너의 중요성이다. 게임 내에서 유리한 상황을 확실히 굳히는가 하면, 불리한 상황을 뒤집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각 팀마다 미드 라이너의 역할이 다양했지만, 게임 전반을 좌우하는 플레이로 눈에 띄는 경우가 많았다.

페네르바체의 '프로즌' 김태일, C9의 '옌슨', 프나틱의 '캡스', 영 제너레이션 ‘나울’. 플레이-인 스테이지 명장면을 봤던 팬들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그들의 슈퍼 플레이가 기억날 것이다. 항상 완벽한 경기를 펼친 것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경기마다 다른 라인에까지 영향을 줬다. 그룹 스테이지가 달린 대결에서도 미드 라이너가 강한 팀들이 압도적인 스코어 격차로 승리를 해낸 경우가 많았다. 탈리야와 같은 로밍형 챔피언으로 다른 라인에 영향을 줬고, 상대 원거리 딜러가 성장하기 전에 게임을 터뜨리기도 했다.

특히, 라이즈 픽은 압도적인 미드 라이너 간 역량 차이를 증명하는 챔피언 같았다. '캡스'와 '옌슨'은 미드-정글 싸움에서 라이즈를 활용해 확실한 우위를 점한 뒤, 다른 라인으로 향해 일방적인 스노우볼을 굴려 나갔다. 프나틱과 카오스 라틴 게이머즈의 경기에서는 탑 갈리오까지 가세해 상대 쉔을 뛰어넘는 합류 속도로 손쉽게 교전마저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이후 그룹스테이지로 향하는 마지막 대결에서 홍콩 애티튜드와 라이언 게이밍이 C9-프나틱을 상대로 라이즈를 밴하면서 볼 수 없게 됐을 정도로 강팀들의 라이즈는 막강했다.

▲ '프로즌'이 보여준 미드 라이너의 존재감!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메이저 지역의 강세가 이어졌던 가운데, 터키 지역에서 새로운 '심장'을 단 페네르바체가 그룹스테이지에 합류했다. 페네르바체가 홍콩 애티튜드와 1위 결정전을 두고 벌인 경기는 '프로즌' 김태일이 어떻게 터키 리그 최고의 선수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던 경기였다. 상대가 봇 라인전을 터뜨리며 원거리 딜러 '유니파이드'가 급격히 성장한 상황. 사이드 라인에서 '프로즌'이 홀로 에코로 어그로를 끌며 시간을 버는 장면이 나왔다. 운영적으로 상대의 스노우 볼을 틀어막은 것이다. 바론 한타에서는 감각적인 평행시간 교차로 상대를 휘두르며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상대 원거리 딜러가 잘 성장한 상황을 미드 라이너의 캐리로 뒤집은 흔하지 않은 경기였다.

아쉽게 그룹스테이지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팀에게도 이런 모습이 나왔다. 영 제너레이션은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3일 차 경기에서 2패를 기록했다. 그런데, '나울'의 신드라 플레이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해 전문가와 팬들의 이목을 확실히 끌었다. ‘나울’을 중심으로 영 제너레이션의 뒷심이 발휘되면서 다음날 2승을 챙기며 조 2위로 상위 라운드로 향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다시 탑은 탱커 메타… 그룹 스테이지는 모른다?


▲ 탑 딜러와 함께 롤드컵 직행한 롱주, 탱커 메타로 합류한 삼성

플레이-인 스테이지 단계에서 탑 라인에 탱커들이 주류 픽으로 자리 잡고 있다. 불타는 향로와 함께 하는 원거리 딜러의 화력만으로 한타가 가능해지면서 정글-탑 혹은 미드-정글에 두 명의 탱커를 배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교전에서 끈질기게 달라붙어 상대 딜러가 딜을 할 수 없게 만들고 동시에 아군 딜러가 프리 딜을 넣을 수 있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챔피언은 마오카이-초가스-갈리오가 주로 등장했다. 한번 기세를 타기 시작하면 단단한 체력과 수많은 cc로 과감한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었다. 상대의 인원 배치에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면 과감히 이니시에이팅을 걸어 의지를 꺾어놓고 교전 중심의 경기 양상을 이끌어가고 있다. 특히, 갈리오-마오카이는 다이브에 능해 라이너를 손쉽게 제압하고 라인을 밀어내는 장면이 플레이-인 스테이지 단계에서 자주 나왔다.

하지만 이제 그룹 스테이지 단계에서는 내로라하는 지역별 최강 탑 라이너들이 등장하다. 롤챔스 결승전에서 탑 탱커 중심의 SKT T1을 무너뜨린 롱주 게이밍 ‘칸’ 김동하가 대표적이다. 정글러-미드 라이너의 힘을 받아 탱커와 원거리 딜러가 성장할 틈 조차 주지 않고 몰아쳐 경기를 끝낸 바 있다. 삼성 갤럭시 ‘큐베’ 이성진과 SKT T1 ‘후니’ 허승훈 역시 필요한 상황에 맞게 딜러를 충분히 꺼낼 수 있는 라이너들이다. TSM ‘하운처’, ahq ‘지브’에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나르로 맹활약했던 ‘임팩트’ 정언영까지. 탱커가 주류는 맞지만, 이런 흐름을 어떤 팀이 깨버리고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승리할지 역시 관심사다. 탑 라인이 기존 메타와 새로운 메타로 변화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롤챔스 결승전만 보더라도 기존 메타를 뛰어넘는 팀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프링 때 kt 롤스터의 탑 딜러를 SKT T1의 탱커로, 기세 좋게 올라온 SKT T1의 탑 탱커를 롱주 게이밍의 딜러로. 물고 물리는 관계 속에서 한 발 더 메타에 앞서가는 팀이 승리를 거뒀다. 이번 롤드컵에서 주인공이 될 팀이 구사할 메타의 모습은 전 세계 강호가 한자리에 모이는 그룹 스테이지부터 완성될 것이다.